재판소원 제기 않겠다는 윤석열의 법치주의 타령 [뉴스] 윤석열 전 대통령의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체포방해 등 혐의 사건 상고심 선고기일인 9일 서울역에 관련 방송이 생중계되고 있다. 대법원 3부(주심 이숙연 대법관)는 윤 전 대통령에게 징역 7년을 선고한 원심 판결을 확정했다. 2026.7.9 연합뉴스
내란을 일으켜 헌정 질서를 유린한 윤석열 전 대통령이 대법원 3부가 체포방해 원심(징역 7년)을 확정한 것에 대해 당초 제기하려 했던 재판소원 신청을 하지 않기로 했다. 그 이유를 황당하게도 법치주의를 지키는 길”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해 냉소를 사고 있다. 윤 전 대통령은 특히 재판소원 제기가 자신의 헌법관에도 부합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윤 전 대통령 법률대리인단은 지난 9일 대법원 3부(주심 이숙연 대법관)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체포 방해 혐의(특수공무집행방해 및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로 징역 7년을 선고한 원심에 대한 상고를 기각하자 재판소원을 제기하겠다고 밝혔다. 상고심 선고 직후 한 변호인은 헌법이 보장하는 기본권 보호를 위해 재판소원 등 헌법재판 절차를 통해 판결의 위헌성을 다투겠다”고 설명했다.
그런데 열흘 만에 입장이 바뀌었다. 윤 전 대통령의 법률대리인단은 20일 입장문을 통해 재판소원을 포함한 다양한 헌법재판 절차를 검토했지만, 재판소원을 제기하지 않기로 최종 결정했다”고 밝혔다. 대리인단은 입장문에서 이번 사건이 공수처 수사권 범위와 대통령의 불소추특권, 재임 중 강제수사의 한계, 군사상 비밀장소 압수수색의 적법성, 국무위원 심의권과 직권남용죄 성립 범위 등 헌정질서와 형사사법체계의 중대한 쟁점을 담고 있었다고 주장했다.
또 대법원이 사건을 전원합의체에 회부하지 않은 채 기존 판례와 배치되는 판단을 내렸고, 핵심 법률 쟁점에 대한 법리 판단 대신 사실인정과 자유심증의 영역으로 돌려 상고를 기각했다며 최고법원으로서 헌법과 법률의 해석 기준을 제시하고 판례의 통일성과 법적 안정성을 확보해야 할 책무를 다하지 못했다”고 비판했다.
가장 큰 실소를 자아낸 문제의 표현은 그 다음에 나왔다. 윤 전 대통령은 이번 대법원 판결에 납득하기 어려운 점이 적지 않다는 점에 공감하면서도 법원의 확정판결을 헌법소원 대상으로 삼는 재판소원은 현행 대한민국 헌법이 예정한 사법권 체계와 조화를 이루기 어렵고, 자신의 헌법관에도 부합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대리인단은 이어 이번 결정은 개별 사건의 유불리를 떠난 것이며, 현행 헌법이 정한 사법권의 구조와 기관 간 권한 배분을 존중하는 것이 법치주의를 지키는 길이라는 원칙적 판단에 따른 것”이라고 말했다.
대리인단도 헌법 질서는 실체적 가치뿐 아니라 권한의 배분과 절차적 정당성까지 함께 존중돼야 한다는 점에서 윤 전 대통령의 헌법적 판단에 뜻을 같이한다 며 현행 헌법이 정한 사법권 구조와 기관 간 권한 배분을 존중하는 것이 법치주의를 지키는 길이라는 원칙적 판단에 따라 재판소원을 제기하지 않기로 했다 고 말했다.
체포 방해 사건 재판은 12·3 비상계엄 이후 583일 만에 나온 윤 전 대통령에 대한 첫 대법원 확정 판결이었다. 대법원은 공수처 체포 방해와 국무위원 심의권 침해, 허위 비상계엄 선포문 작성·폐기, 외신 허위 공보 등 10개 혐의 가운데 9개를 유죄로 판단해 징역 7년을 확정했다. 대법원은 공수처의 내란죄 수사권이 인정되고 관저 수색영장 집행 역시 적법했다는 판단을 내놨다.
윤석열 전 대통령이 불법 비상계엄을 선포한 다음날 새벽 국회 본관 진입을 시도하고 있다. 2024.12.4 연합뉴스 자료사진
그런데 윤 전 대통령은 내란 우두머리 혐의로 1심에서 무기징역을 선고받고 항소심을 받고 있다. 그는 12·3 비상계엄 선포가 경고성이었고, 두 시간짜리 내란이 어디 있느냐고 항변하고 있다. 하지만 적어도 2023년 11월쯤부터 모의하고 치밀하게 군대를 동원해 내란을 일으켰으며 시민들의 저지로 계엄은 해제됐으나 지금도 여전히 내란이 진행 중이란 것이 많은 민주시민들의 시각이다. 형법 제87조 내란은 대한민국 영토의 전부 또는 일부에서 국가권력을 배제하거나 국헌을 문란하게 할 목적으로 폭동을 일으킨 것으로 명시했다.
형법의 이 조항을 근거로 보면 지난해 1월 19일 서울서부지법 난동, 3월 8일 윤 전 대통령의 구속 취소와 즉시항고 포기, 5월 1일 이재명 대표의 2심 무죄 파기환송, 같은 날 한덕수 당시 국무총리의 사표 제출, 올해 초부터 지금까지 극우 유튜버와 사이비 종교집단 등의 가짜 선전 등이 이어지고 있다. 1차 군경 동원, 2차 사법부 동원, 3차 극우와 종교 스피커 동원 등으로 단계적 내란 시도가 이어지고 있다는 것이 합리적 판단이다.
이렇게 국민이 선출한 대통령이라는 직위를 이용해 내란과 외환을 계획하고 실행에 옮겨 헌법기관인 선거관리위원회를 침탈해 데이터를 탈취하려 했고 국회로 군대를 보내 계엄 해제 의결을 방해하려 했던 것, 무인기를 보내 전쟁을 유도하려 했던 행위를 저지른 윤 전 대통령이 헌정 질서를 운운한 것이다.
한편 지난 3월 12일부터 도입된 재판소원 제도는 시행 4개월차에 접어들었다. 재판소원은 확정된 법원 판결이 헌법상 기본권을 침해했는지를 헌법재판소에서 다시 심사받는 절차다. 사실관계를 다시 판단하는 것이 아니라 재판 절차 등의 헌법 위반 여부를 심사하는 제도여서 대법원 판결 자체를 뒤집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다만 기본권 침해 여부에 대한 헌재의 심사 대상 및 기능이 사실상 강화되면서 헌재의 위상이 높아졌다는 반응이 나온다. 법조계에 따르면 지난 14일 기준 헌재에 접수된 재판소원 사건은 모두 1463건으로 집계됐다. 이 중에서 13건이 전원재판부에 회부된 상태로 알려졌다.
본안 판단 사건 13건 중 10건은 기존 법원 제도나 재판 절차상 한계로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가 침해됐다는 취지의 사건들인 것으로 나타났다. 일례로 첫 전원재판부 회부 사건인 녹십자의 ‘백신 담합’ 사건은 형사소송과 행정소송의 결론이 서로 다르게 나왔는데도 대법원이 판결 이유를 밝히지 않고 기각하는 ‘심리불속행 기각’ 처리한 점을 헌재가 문제삼았다.
또 항소이유서를 늦게 제출했다는 이유로 항소를 각하한 법원 결정에 문제를 제기한 재판소원 사건도 5건이 전원재판부 심리 중이다. 헌법재판 경력이 있는 한 변호사는 항소이유서 문제는 유사한 취지의 문제제기가 계속되고 있는 데다, 관련 법에 대한 위헌 여부도 헌재가 들여다보고 있어 헌재가 다른 재판소원 사건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빠르게 결론을 내릴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다만 장기적으로는 헌재가 단순한 절차 문제를 넘어 재판부의 법 해석에 대한 판단을 내리는 방향으로 재판소원 제도를 운영할 것이란 관측이다. 실제로 최근 법원 판결이 기본권을 침해했는지를 직접 들여다보는 취지의 재판소원 사건들도 사전심사의 문턱을 넘었다. 전원재판부 회부 7·8호 사건인 성폭력과 장애인 이동권 사건이 대표적이다.
이제 재판소원의 정체성을 가늠할 수 있게 하는 ‘1호 결정’ 사건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 특히 헌재가 이를 통해 제도 도입 전부터 제기된 ‘4심제 논란’을 잠재울 수 있을지 주목된다.
1호 결정 사건이 나올 경우 향후 절차에 대한 논쟁이 본격화될 우려도 제기된다. 현행 법에는 후속 절차가 제대로 명시돼 있지 않아 기존 판결의 효력 범위 여부 등이 불명확한 까닭이다. 만약 재판소원이 인용돼 헌재가 법원 판결을 취소하더라도 법원이 같은 판단을 고수할 가능성도 남아 있다.
이와 관련 법원행정처는 ‘재판소원 후속절차 연구반’을 구성해 헌재에서 취소된 판결이 다시 법원으로 돌아왔을 때 필요한 절차에 대해 점검 중이다.
독일 연방헌법재판소 방문한 마은혁·오영준 헌법재판관. 헌법재판소 제공. 연합뉴스
마은혁과 오영준 두 헌법재판관은 지난 7일(현지시간) 스페인 헌법재판소와 13일 독일 연방헌재를 잇따라 방문해 재판소원 제도에 관한 의견을 나눴다. 토마스 오펜로흐 헌법재판관은 독일 재판소원은 일반 법원의 재판을 전면적으로 재심사하는 4심이 아니라 기본권 침해라는 헌법적 요소에 한정해 심사하는 특별심의 성격을 지녔다 고 말했다.
독일의 재판소원 사건 인용률이 연간 1∼2%로 낮은 데 대해선 연방헌재가 일반 법원의 법 해석 권한을 존중하면서 헌법적 가치가 충분히 반영되지 않은 재판에 대해서만 예외적·보충적으로 통제하고, 일반 법원은 연방헌재의 결정을 존중해 재판한 결과 라고 언급했다. 이어 독일에서 재판소원 제도가 성공적으로 정착한 것은 이와 같은 상호존중의 체계가 유효하게 작동했기 때문 이라고 강조했다.
깐디도 꼰데 뿜삐도 또우론 헌재소장은 스페인에서 재판소원은 국민의 기본권을 실질적으로 보장하는 핵심 제도로, 헌법 해석으로 민주주의를 더욱 견고히 하는 헌재 사명을 실현하는 데 큰 역할을 하고 있다 며 사법권 역시 다른 공권력 작용과 마찬가지로 헌법을 수호해야 함은 당연하다 고 강조했다.
그는 스페인에서도 재판소원 도입 초기 일반법원과의 갈등을 불가피하게 겪었으나, 현재는 사법 작용에서 발생한 헌법 위반사항에 대해 헌재가 통제하는 것이 당연하게 받아들여지고 있다고 말했다고 헌재는 설명했다.임병선 에디터 byeongseon1610@mindl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