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휘슬러 영화③] 누구나 다가오는 황혼, 젊은 시절의 회한 [사람들] (편집자 주) 시민언론민들레는 서울국제휘슬러영화제를 공동주최합니다. 휘슬러영화제는 말하지 못했던 이야기, 침묵 당한 목소리를 스크린 위로 불러내는 영화제로, 2024년 첫걸음을 뗀 뒤 올해로 3회를 맞았습니다. 제3회 영화제는 23일부터 25일까지 사흘간 이화여대 아트하우스 모모에서 열립니다. 올해는 약 260편이 출품된 가운데 18개 국 46편이 상영되고, 영화와 함께 4차례의 포럼도 마련됩니다. 슬로건은 너의 비밀을 말해봐 입니다. 민들레는 영화제의 의미를 독자와 함께 나누기 위해 영화제 기간까지 출품작 소개 글을 연재합니다.
영화 저미네이트 플라워(Germinate Flower) 공식 포스터. 2026.10.15. 서울국제휘슬러영화제 집행위원회 제공
저미네이트 플라워(Germinate flower)|준 샴(June Sham), 홍콩, 27분, 드라마
〈저미네이트 플라워〉는 누구에게나 다가오는 황혼, 인생의 뒤안길, 그리고 그 안에 있는 젊은 시절의 회한을 잘 담아낸 작품이다. 특히 일본어와 중국어, 일본식 식사와 햄버거를 넘나드는 상징적 장치와 이로 인해서 만들어지는 은유가 매우 현대적인 시적 표현으로 읽힌다. 기억을 넘나드는 편집 방법도 잘 짜여졌다.
인권, 평화, 환경과 민주주의를 위한 저항은 거시적인 사회 운동이나 집단적 투쟁만으로 가능하지 않다. 오히려 일상의 삶에서, 주변의 사람들과 연대하고, 스스로 삶의 의미와 가치, 태도의 방향에 대한 작지만 실천적인 성찰의 토대가 필요하다. 이 작품은 이러한 점에서 서로에 대한 이해, 고민과 공감을 여러 가지 시적인 정서와 장면으로 형상화한 수작이며, 서울국제휘슬러영화제의 지평을 확장했다. /이종훈 동국대 영상대학원 교수
영화 봄길(Dear My Spring) 공식 포스터. 2026.10.15. 서울국제휘슬러영화제 집행위원회 제공
봄길(Dear My Spring)|이한샘, 한국, 13분, 드라마
영화 〈봄길〉은 일제강점기 국밥집을 중심으로 태극기를 몰래 전달하던 한 여성이 비극적 사건을 겪은 뒤 3·1운동의 주체로 나서게 되는 과정을 그린다. 어머니가 집에 두고 온 태극기를 가지고 놀던 아이가 일본 순사에게 목숨을 잃게 되고, 태극기 위로 떨어진 아이의 피를 꽃잎처럼 그림으로 바꿔내려는 어머니의 노력과 상처의 이미지는 이 영화가 가진 가장 인상적인 부분이다. 그러나 이 강렬한 이미지와 인물의 서사적 가능성에 비해 주인공의 내면 갈등은 입체적으로 구축되지 못해 아쉽다. 태극기를 숨어 전달하던 인물이 아이의 죽음으로 인해 독립운동의 주체가 되기까지 감정의 플롯이 좀 더 밀도 있게 구축됐더라면 훨씬 더 큰 울림을 자아낼 수 있었을 것이다.
〈봄길〉을 보며 민주주의를 위해, 대한민국의 역사를 바꾸기 위해 거리로 나서야 했던 수많은 어머니들의 모습이 떠올랐다. 민가협의 어머니들부터 세월호, 이태원 참사로 자녀를 잃은 어머니들까지. 그러나 그녀들의 고통과 탄식은 개인의 슬픔으로 국한되지 않았다. 자녀를 잃은 상실을 끌어안고 세상으로 나와 시대와 역사의 나침반이 되었고, 희망으로 피어났으니 말이다. 그녀들이 보여준 세상을 향한 큰 사랑에 우리, 모두는 빚진 자의 마음으로 살아가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봄길〉은 서울국제휘슬러영화제가 주목할 만한 작품이다. 민주주의의 역사보다 더 먼 시간, 독립운동이라는 시대적 명제 앞에 한 어머니의 상실과 슬픔이 저항으로 피어나는 순간을 담아낸 영화 〈봄길〉. 시대의 부조리 앞에 침묵하지 않고 자신을 내던진 수많은 그녀들의 봄날이 우리에게 희망이라는 길을 열어주었음을 기억하게 한다. /방송작가 채정우
영화 봄길(Dear My Spring) 중 한 장면. 2026.10.15. 서울국제휘슬러영화제 집행위원회 제공
덧붙이는 글|휘슬러영화제는 시민의 힘으로 만들어가는 영화제입니다. 텀블벅에서 후원을 받고 있습니다. 침묵 당했던 목소리를 내는 영화에 관심 있는 독자 여러분들의 많은 참여를 부탁드립니다. ☞ 텀블벅 바로가기 링크 https://tumblbug.com/2026swff서울국제휘슬러영화제 집행위원회 swff202410@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