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김정은 띄우기 …북미 대화만 노린 것 아니다 [뉴스] 한미 군 당국이 유사시 한반도 방어를 위한 정례 연합 훈련인 을지 자유의 방패 (UFS·Ulchi Freedom Shield) 연습을 시작한 17일 경기도 평택시 캠프 험프리스에서 주한미군 장병들이 군용 차량 앞에서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16일(현지시간) 한미 연합 군사훈련 규모를 대폭 축소할 것을 피트 헤그세스 국방장관에게 지시했다고 밝혔다. 2026.8.17 연합뉴스
이란과의 종전 합의 양해각서(MoU)의 60일 시한이 17일로 만료되면서 이란 전쟁의 향방이 더욱 불투명해진 가운데, 이란전 지원에 대한 한국의 미온적 대응에 불만을 드러내 온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연일 김정은 띄우기 를 하고 있어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 동부시간 16일 오후 5시 4분(17일 오전 6시 4분) 예고 없이 본인의 트루스 소셜에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매우 좋은 관계 라면서 이날 을지 자유의 방패 (UFS) 돌입 직전, 한미 연합군사연습 규모를 대폭 축소하라고 지시했다고 공개해 파장을 불렀다. 그 이유로 트럼프 대통령은 한미 연합군사연습에 미국의 비용 부담이 큰데다, 본인을 존중하고 위협적이지도 않은 북한에 적대적 신호를 보낸다는 점을 들었다.
17일에도 트루스 소셜에 김 위원장이 야전에서 핫라인 을 통해 이봐 도널드, 우리 사이는 좋지...그렇지? (HEY DONALD, WE COOL...RIGHT?)라고 말하는 듯한 내용이 덧씌워진 합성 사진을 올렸다. 김정은이 자신을 성이 아닌 이름으로 부를 만큼 친한 사이라는 메시지를 던지려는 의도로 보였다. 15일 김정은과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에서 함께 찍은 사진을 올린 것을 시작으로 사흘 연속 포스팅을 통해 김정은에게 유화 메시지를 집중적으로 발신한 것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7일 워싱턴 백악관 집무실에서 인명구조원 라이더 윌리엄스와 만나 발언하고 있다. 2026. 08. 17 [AP=연합뉴스]
트럼프, 사흘 연속 포스팅… 김정은 띄우기
한국 향해, 왜 이란 전 돕지 않나 불만 토로
17일 백악관 취재진과의 간담회에선 한 발 더 나갔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트럼프는 대화 제의에 김 위원장이 응답했느냐 는 질문에 그렇다. 그가 응답했다 (Yeah, he has)라고 말했고, 대화가 어느 단계에 있느냐 고 묻자 매우 긍정적 (very positive)이라고 답했다. 그러나 평소 일방적으로 내키는 대로 말하는 그의 스타일을 고려할 때 진위는 두고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연합훈련 축소로 동맹국보다 북한의 이익을 우선시하는 것 아니냐 고 묻자 나는 상황을 훨씬 더 안전하게 만들고 있는 것 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김 위원장은 항상 나를 매우 존중해왔고 우리는 여러 차례 만났다...나는 그를 이해하고 그도 나를 이해한다 라면서 김 위원장은 바이든도, 오바마도 싫어했고 누구도 좋아하지 않았지만, 나는 그와 아주 잘 지낸다 고 덧붙였다.
트럼프 지시와 관련한 연합뉴스의 질의에 미 국방부 당국자는 을지 자유의 방패와 한미 훈련에 대한 수정된 입장 을 통해 군 통수권자의 지시 이행에 적극적으로 노력하고 있다 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제이비어 브런슨 주한미군사령관이 18일 오후 국방부 청사를 방문해 안규백 국방장관과 20분간 면담했다. 구체적 협의 내용은 알려지지 않았다. 조만간 한미 군 당국 간 협의를 거쳐 UFS의 축소 규모가 정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전날 트럼프의 즉흥적 지시에 곤혹스러웠던 정부는 트럼프의 포스팅 후 9시간 지나서야 청와대 관계자 이름의 간략한 입장을 내놨다. 이 관계자는 한미 양국은 그동안 확고한 연합 방위태세 유지와 연합연습 및 훈련에 대해 긴밀히 조율해왔다. 앞으로도 이와 관련한 구체사항에 대해 공조해 나갈 것이다 라고 밝혔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17일 본인의 트루스 소셜 계정에 김정은 북한 국무우원장과 직통전화를 하는 듯한 합성 사진을 올렸다. 2026. 08. 17. 시민언론 민들레
폴리티코 이란전 미온적인 한국 압박 위장 의도
대미 투자 이행 속도, 쿠팡 대응 등에 대한 불만?
이런 가운데 미 정치 전문매체 폴리티코는 17일 자 기사에서 정통한 소식통들을 인용해 한미 연합군사연습 축소 지시를 포함한 트럼프의 일련의 대북 유화 제스처는 ▲ 이란 비핵화에 대한 한국의 지원 부족 ▲ 한국의 3500억 달러 대미 투자 약속 이행 속도 ▲ 미국의 군사비 부담(미국 주장) ▲ 쿠팡에 대한 한국 정부의 대응 등에 대한 트럼프의 불만이 반영돼 있다고 풀이했다.
먼저 이란 전쟁 동참 요구에 대한 한국의 소극적 대응에 대한 불만이다. 트럼프는 16일 SNS를 통해 어쩌면 관련이 없지만(?), 나는 최근 한국 대통령에게 이란의 비핵화에 우리와 함께하겠느냐고 물었지만, 그들은 사양하겠다! (No thanks!) 라고 말했다 고 불만을 드러낸 데 이어, 17일 백악관 기자 간담회에서도 같은 말을 반복했다.
그는 이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잠깐만. 우리는 (주한미군) 3만 9000명(실제론 약 2만 8500명)의 병력을 주둔시켜 이웃 김정은으로부터 여러분을 지키고 있는데 이란에서 진행될 아주 쉬운 군사 작전을 도와주지 않겠다는 것이냐 고 말했다고 소개했다. 이에 이 대통령은 우리는 개입하지 않는 편이 좋겠다 라고 답했으며, 트럼프는 그렇다면 우리는 왜 당신들을 돕는 데 개입하고 있느냐 고 반문했다고 전했다. 미국이 북한을 억지해주는데 한국은 왜 미국의 이란 전쟁에 군함 파견 등 군사적으로 도와주지 않느냐는 압박이다. 트럼프는 그러나 이 대통령 개인에는 내가 좋아하는 이라거나 사실은 아주 좋은(very nice) 사람 이라고 평가하기도 했다.
이에 미국의 한 관계자는 폴리티코에 트럼프가 호르무즈 해협 지원 요청에 대한 미온적 반응에 불만을 품고 한국을 때리고 싶어 하는 것같다 고 말하며 트럼프의 한미 연합연습 축소 지시 공개는 북한과 김정은과의 좋은 관계를 거론해 그 사실을 위장하려고 한 것이다 라고 말했다. 트럼프의 잇단 대북 유화 제스처에는 북미 대화 재개를 겨냥한 미국의 대북정책 차원의 고려뿐 아니라, 한국 정부에 대한 압박이라는 계산도 깔렸다는 분석이 가능하다.
13일 이란 테헤란 중심가의 엔겔라브 광장에서 한 이란 여성이 반미 광고판 옆을 지나가고 있다. 호르무즈 해협의 수송 통제권을 둘러싸고 이란과 미국 간 싸움이 치열하다. 2026. 08. 13 [EPA=연합뉴스]
정부, 트럼프 압박에 군사적 기여 첫 언급
한반도 대비 태세와 국내법 절차 등 감안
폴리티코는 미 의회가 반대하는데도 불구, 미 국방부 지도부는 주한미군 약 4500명을 철수하여 인도‧태평양의 다른 지역에 재배치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라고 보도했다. 이런 보도는 사실 여부와 별개로 한국 정부에는 상당한 압박으로 작용할 수 있다.
이에 정부는 호르무즈 자유 통항과 관련해 군사적 기여 를 처음 언급하고 나섰다.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은 18일 기자간담회에서 우리는 이란에서의 전쟁과 호르무즈 해협 자유 통항과 관련해 처음부터 미국을 포함한 국제사회와 적극적으로 논의해왔으며, 한반도 대비 태세와 국내법 절차 등을 감안하면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실질적인 군사적 기여 방안에 대해 검토해왔다 고 말했다.
우리 군 당국은 호르무즈 파병을 위해선 국회에서 파병동의안을 의결해야 하고, 호르무즈 안정화 등 선제조건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군 당국은 미측과 협의를 통해 군수 지원과 함께 해상초계기, 군수지원함, 기뢰탐지 장비 등 투입이 가능한 군 자산 리스트를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그동안 정부는 지난 4월 17일 파리 엘리제궁에서 프랑스와 영국 주도로 열린 호르무즈 해협 해상 항행의 자유 이니셔티브 화상 회의에서 이 대통령이 첫 발언자로 나서 항행 자유 보장을 위해 실질적인 기여를 하겠다 고 약속한 이후 지금까지 실질적 기여 라는 표현을 고수해왔다. 실질적 기여 는 외교적·군사적·인도적 기여를 포괄하는 개념이다. 이번에 군사적 기여 를 언급한 건 트럼프의 거듭된 불만 토로를 의식한 조치로 해석된다.
결국 트럼프의 이번 행보는 북한을 향해선 한미 연합연습 축소 카드로 유화 메시지를 던지는 동시에, 한국을 향해선 주한미군의 안보 기여를 고리로 이란 전쟁에 군사적 기여를 압박하는 트럼프 특유의 거래식 동맹 관리를 보여주는 걸로 풀이할 수 있다.
이재명 대통령이 18일 청와대에서 열린 제1회 을지국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6.8.18 [청와대통신사진기자단] 연합뉴스
이재명 한미동맹과 자주국방 필요‧충분 조건
임기 내 전작권 환수와 핵잠수함 사업 박차 주문
이런 가운데, 이재명 대통령은 18일 트럼프의 한미 연합연습 축소 지시에 대해선 구체적 언급을 삼간 채 다시 한번 굳건한 한미동맹과 자주국방, 그리고 이를 위한 임기 내 차질 없는 전시작전통제권(전작권)의 환수 추진을 강조했다. 이는 트럼프가 한미 연합연습의 비용 부담을 문제 삼으며 한미동맹의 역할을 재조정하려는 듯한 움직임과 미묘한 대비를 이룬다.
이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 을지 국무회의 모두 발언을 통해 견고한 한미동맹과 자주적인 국방 역량 강화는 서로 필요 충분 조건 이라며 전작권의 임기 내 환수와 핵(원자력)추진잠수함 사업 등에 속도를 낼 것을 당부했다. 일각에선 한미 연합연습이 축소된다면 한미 간 전작권 환수 일정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관측도 나왔다.
이 대통령은 동맹이 굳건해야 안보의 근간이 더 튼튼해질 것이고, 또 우리 자신의 힘 키워야 동맹으로의 가치와 필요성도 더 커지게 된다 며 무기 체계와 전력 규모 측면에서 우리 스스로를 지킬 역량이 전 세계적으로도 몇 번째 안에 들 정도이며, 차고 넘친다 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 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싸울 필요가 없는 평화를 만드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나, 최악의 상황도 대비가 필요하다 며 비상사태에 우리 국민을 보호하고 국가안전 보장을 위한 실질적인 연습이 되도록 을지연습을 진행해달라 고 당부했다.
이란 전쟁을 계기로 표면화한 트럼프의 동맹 비용 압박이 북한 문제와 주한미군, 한미 연합연습, 전작권 환수, 핵추진잠수함에 이르기까지 한미동맹 전반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제이비어 브런슨 주한미군사령관이 18일 서울 용산구 국방부 청사를 방문한 뒤 떠나고 있다. 2026.8.18 연합뉴스
이유 에디터 yooillee22@daum.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