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도날드 CSO는 왜 소고기 부문으로 이동했나 [뉴스] 맥도날드가 최고지속가능성책임자(CSO)를 핵심 온실가스 배출원인 소고기 공급망 총괄 본부장으로 전격 재배치했다.
겉으로 보면 단순한 임원 인사이지만, 맥도날드의 탄소 배출 구조를 들여다보면 의미가 작지 않다. 햄버거 체인의 지속가능성 이슈 가운데 가장 큰 난제 중 하나가 바로 소고기 공급망이기 때문이다.
9일(현지시각) 지속가능성 전문매체 트렐리스에 따르면, 맥도날드의 최고 지속가능성 및 사회적 영향 책임자였던 베스 하트(Beth Hart)는 새로 신설된 부사장 겸 글로벌 소고기 카테고리 책임자 역할을 맡게 됐다. 하트는 약 2년간 CSO를 맡았고, 맥도날드에는 약 8년 전 합류했다. 그는 과거 맥도날드 영국 법인과 영국 슈퍼마켓 체인 세인즈버리에서 공급망, 소싱, 제품 개발, 브랜드 관리 업무를 맡은 인물이다.
하트의 후임으로는 수헤일리 나탈 데이비스(Suheily Natal Davis)가 선임됐다. 데이비스는 2021년 1월부터 맥도날드의 다양성·형평성·포용 전략을 이끌어왔고, 앞으로 지속가능성, 사회적 영향, 포용 업무를 함께 맡는다.
맥도날드 신임 소고기 카테고리 책임자 베스하트 부사장(왼쪽)./ 맥도날드, 제미나이
소고기가 맥도날드 기후 전략의 핵심인 이유
트렐리스에 따르면, 맥도날드의 파격적인 인사는 2020년대 전반기 설정했던 과학기반 탄소 감축 목표들이 글로벌 공급망의 한계로 인해 사실상 달성하기 어려워진 점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맥도날드에서 소고기는 단순한 메뉴 원재료가 아니다. 기후 전략의 핵심이다. 소고기와 대두, 팜유, 커피, 포장재용 섬유 같은 농업 원재료는 맥도날드 온실가스 배출의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한다. 이들 대부분은 스코프3, 즉 공급망 배출에 속한다.
맥도날드는 최근 자사 통제 범위를 벗어난 거시적 요인들로 인해 오는 2030년까지 공급망 및 가맹점 네트워크에서 발생하는 산업·에너지 온실가스 배출량을 절반으로 줄이겠다던 기존 목표를 달성하지 못할 것 이라고 밝힌 바 있다.
맥도날드는 2018년 이후 관련 배출량을 3% 줄이는 데 그쳤다. 패스트푸드 산업에서 소고기 공급망은 메탄, 토지 이용, 사료, 산림 훼손, 물 사용, 농가 수익성 등 복잡한 문제와 연결돼 있다. 매장 전력이나 포장재를 바꾸는 것보다 훨씬 더 어렵고, 회사가 직접 통제하기도 어렵다.
결국 공급망 지속가능성과 조달 분야에서 뼈가 굵은 베스 하트 전 CSO를 최전방인 소고기 부서로 전면 배치해 실질적인 감축을 이끌어내겠다는 복안이다.
맥도날드 향후 10년간 1조5000억원 공급망에 투자
베스 하트 신임 글로벌 소고기 책임자는 과거 맥도날드 영국 지사와 대형 슈퍼마켓 체인 세인즈버리(Sainsbury s)에서 공급망 임원을 지내며 지속 가능한 소싱과 제품 개발을 진두지휘한 전문가다.
그녀는 이번 보직 변경 이후에도 맥도날드가 향후 10년간 재생 농업 및 가축 방목 프로그램 등에 투자하기로 한 10억달러(약 1조5000억원) 규모의 공급망 회복력 펀드 집행에 직접적인 영향력을 행사할 예정이다.
AP통신에 따르면, 이 프로그램은 미국 38개 주, 최대 400만에이커의 방목지를 대상으로 토양 건강, 물 보전, 야생동물 서식지 개선을 지원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맥도날드는 여전히 2050년 넷제로 목표는 유지하고 있다. 이는 최근 글로벌 기업 지속가능성 조직의 변화를 보여준다. 2020년대 초반 많은 기업은 과학기반 감축목표, 넷제로, DEI, 공급망 인권, 자연자본 목표를 앞다퉈 발표했다. 그러나 2025년 이후에는 목표 달성 가능성을 다시 점검하고, 실행 가능한 영역으로 자원을 재배치하는 흐름이 뚜렷해지고 있다.
과거 CSO가 목표를 세우고, 이해관계자와 소통하고, 보고서를 만드는 역할이 컸다면, 최근에는 실제 배출이 발생하는 구매, 원재료, 물류, 제품 개발, 농업 공급망 등의 전략 일부가 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