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활용한 학습, 답부터 보자는 자세로는 AI 덕 못 본다 [칼럼] 지난 8월 4일, 중국 저장성 항저우에 있는 항저우 로봇학교에서 아이들이 로봇 팡다와 함께 놀고 있는 모습. 첨단 로봇공학이 세계적인 인공지능(AI) 붐의 차세대 핵심 분야로 떠오르면서 중국에서는 투자자들의 열광적인 반응과 더불어 미국과 같은 경쟁국들의 우려도 커지고 있다. 2026.8.4. AFP 연합뉴스
AI(인공지능)는 학생들의 학업(성적) 향상에 도움이 될까, 오히려 방해가 될까?
최근 스웨덴 스톡홀름대학과 홍콩대학, 그리고 미국 미들베리대학 교수 등이 발표한 연구 결과들은 AI를 어떻게 쓰느냐에 따라 그 답이 달라진다는 것을 보여 준다.
영국 주간지 이코노미스트의 지난 18일 보도 ‘AI가 아이들 학습을 방해할까?’(’Does AI stop children from learning?)에 따르면, 초등학생에서부터 대학생에 이르기까지 학생들은 전반적으로 AI를 점점 더 많이 사용하고 있으며, 그것을 어떻게 쓰느냐에 따라 학습효과에도 큰 차이가 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선진국’ 대학생들 80% 이상이 AI 활용
미국의 교육기술 분야 전문기업인 체그(Chegg)가 지난해에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잘 사는 나라 대학생들의 80%가 학습에 AI를 활용하고 있으며, 영국은 그 비율이 94%, 독일도 93%였다. 한국도 크게 다르지 않거나 더 높은 비율일 가능성이 있다.
이렇게 AI 활용도가 급격히 높아지면서 그것이 학습에 끼치는 효과에 대한 관심과 걱정이 커지고 있다. 학교 현장의 교사들은 챗지피티(ChatGPT)와 같은 AI 모델을 활용해 작성된 것으로 의심되는 짜맞추기식 답안들을 채점하고 있다고 보고한다. 하지만 AI가 교육에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에 대한 확실한 증거는 부족했다.
AI 사용으로 숙제 점수 상승, 시험 점수는 하락
스톡홀름대학의 데이비드 스트롬버그 교수와 홍콩대학의 빅터 레이, 우 얀후이 교수가 이런 문제를 풀기 위해 AI 도입이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중국의 12~18세 학생 2만 7000명을 추적 조사했다. 응답자의 약 80%는 ‘틱톡’의 모회사인 중국의 대형 IT기업 바이트댄스에서 개발한 생성형 AI 모델 ‘더우바오’와 AI기업 딥시크(DeepSeek)의 모델을 사용한다고 했고, 나머지 20%는 대조군(control group)으로 구성했다.
결과는 놀라웠다. 추적 조사 6개월 뒤 AI를 사용한 학생들의 숙제(과제) 평균점수는 모든 과목에서 18% 올라갔다. 각 과제를 다 마치는 데 걸린 시간은 애초 평균 64분에서 45분으로 줄었다.
하지만 시험 성적은 반대로 나왔다. AI의 도움을 받지 않은 학생들에 비해 AI를 사용한 학생들의 시험 점수가 20%나 낮았다. 예전에는 숙제 점수가 시험 성적을 예측하는 지표였다. 숙제 점수가 높은 학생이 시험 성적도 높았던 것이다. 그러나 이제는 거꾸로 숙제 점수가 높은 학생들이 시험 성적은 더 낮게 받을 가능성이 커졌다.
중국 학생들의 AI 사용 학습효과(2023년 1월~2025년 6월). AI를 사용하지 않은 숙제 평균점수를 100점으로 잡았을 때, AI를 사용하지 않은 학생들(연분홍색)은 100점 전후에 집중 분포했으나, AI를 사용한 학생들(짙은 분홍색)은 100점 이상 에서 120점 이상을 받은 경우가 많아, 숙제의 경우 AI 사용 효가가 컸다. 이코노미스트 8월 18일
숙제를 하는데 걸린 시간(단위: 분). AI를 사용한 학생들(짙은 분홍색)은 AI를 사용하지 않은 학생들(연본홍색)보다 훨씬 더 빨리 숙제를 완료한 비율이 높았다. AI를 사용한 학생들은 40~50분에 집중돼 있으나, AI를 쓰지 않은 학샐들은 60~70분에 집중돼 있다. 이코노미스트 8월 18일
AI 활용 뒤 성적 떨어진 학생들은 생각없이 AI 의존
따라서 학교에서 AI 사용을 금지하는 것이 옳을까? 하지만 반드시 그런 것은 아니다. 자세히 살펴 보니 시험 성적이 내려간 것은 AI를 활용해 숙제를 서둘러 끝낸 학생들에 집중됐다. AI를 썼지만 AI를 쓰지 않은 학생들과 같은 시간을 들인 학생들은 성적이 내려가지 않았다. 말하자면 찬찬히 생각하면서 AI를 사용한 학생들에서는 AI 사용에 따른 부정적 효과가 없었다는 얘기다.
학생들의 시험 성적. 숙제할 때 AI를 사용하지 않은 학생들의 평균 시험점수를 100점으로 잡았을 때, AI를 쓰지 않은 학생들의 시험 성적은 80~120점에 집중돼 있으나, 숙제할 때 AI를 사용한 학생들의 시험성적은 40~120점 사이에 넓게 퍼져 있다. 이코노미스트 8월 18일
결국 중요한 것은 학생들이 AI와 같은 기술을 어떻게 사용하느냐는 것이다. 시험 성적이 좋았던 학생들은 AI를 사용하더라도 단순히 시간을 절약하기 위해 AI가 제시한 답을 복사해서 붙여넣기만 한 것이 아니라, 스스로 생각하면서 그것을 개인 가정교사처럼 활용해 어려운 개념에 대한 설명을 받아내거나 특정 문제를 해결하는데 도움을 받았을 가능성이 더 크다.
스스로 생각했는지 여부로 구분해서 살펴본 중국 학생들의 시험성적.(2023년 1월~2025년 6월) 가로수치는 숙제하는데 걸린 시간, 세로 수치는 시험 성적. AI를 사용하지 않고 숙제를 한 학생들의 평균점수를 100점으로 잡았을 때, 스스로 생각하지 않고 AI를 사용해서 숙제를 한 학생들(빨간색)은 100~110점을 정점으로 급격히 점수가 떨어졌으나, AI를 사용하지 않은 학생들의 시험성적은 계속 올라갔다. 이코노미스트 8월 18일
AI 답부터 보자는 자세로는 AI 덕 못 봐
미국 미들베리대학의 자라 콘트랙터, 게르만 라이예스 교수는 최근 연구에서 대학생들을 챗봇의 도움을 받는 쪽과 받지 않는 쪽으로 나눠 생소한 주제에 대해 학습하게 한 결과, AI를 사용한 학생들이 시험에서 더 높은 점수를 받았고, 1주일 뒤 같은 과제를 반복 테스트했을 때도 같은 결과가 유지됐다.
따라서 아직 증거는 제한적이어서 단정하기엔 이르지만, 연구 결과는 분명히 한 방향을 가리킨다. 그것은 AI가 학습 생산성(learning productivity)을 향상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다만, 이는 AI 기술을 현명하게 사용하는 경우에만 해당된다. AI를 쓴다고 해서 반드시 공부 성적이 올라가는 것이 아니며, 잘못 쓰면 오히려 성적이나 학습효과를 떨어뜨린다.
중국 학생들의 시험성적과 숙제할 때 사용한 시간의 상관 관계. 가로 수치는 숙제에 걸린 시간(단위: 분), 세로 수치는 시험 성적. AI를 사용하지 않은 학생들(연분홍선)의 점수는 100대에 주로 분포해 있으나, AI를 사용한 학생들 중에서 숙제하는데 50분 이하의 시간을 들인 학생들 점수는 평균점수에 훨씬 못미치는 경우가 많았고 AI를 쓰면서도 65분 이상 걸려 숙제를 한 학생들(빨간선)의 시험 성적은 평균점수 이상으로 올라갔다. AI를 전혀 사용하지 않은 학생들(검은선)은 숙제하는데 최저 50분 이상을 썼으며, 65분 이상을 들인 학생들은 AI를 쓰지 않고도 평균점수 이상으로 점수가 올라갔다. 다만 75분 이상 걸려 숙제를 마친 학생들의 경우 AI를 사용한 학생들이 사용하지 않은 학생들보다 점수 상승률이 더 높았다. 이코노미스트 8월 18일
이런 연구 결과들은AI 사용의 학습효과에 대한 막연한 주장이나 일반론들을 구체적 수치와 사실들로 일정 부분 입증했다는 의미를 갖는다.
AI가 학습에 도움이 될지, 오히려 방해가 될지에 대해 적어도 확실하게 얘기할 수 있는 한 가지는 이것이다. 학생들은 어떤 문제에 대해 스스로 곰곰이 생각해 보기도 전에 성급하게 AI가 만들어낸 답부터 보려는 유혹을 이겨내야 한다. 생각없이 AI가 써낸 답부터 보자는 자세로는 AI 덕을 볼 수 없다는 얘기다.
AI 이미지. 2023년 6월 23일 촬영. 로이터 연합뉴스
한승동 에디터 sudohaan@mindl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