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해 위기 격화에 미국이 눈 돌린 곳은 소말릴란드 [국제] 호르무즈 해협에 이어 홍해 바브엘만데브 해협마저 봉쇄 위협에 노출되면서, 이 해협을 정면으로 마주한 소말릴란드의 전략적 중요성이 덩달아 커지고 있다.
그런 와중에 미국의 아프리카특수작전사령부(SOCAFRICA) 클로드 K. 튜더 주니어 사령관(공군 소장)이 지난 1일 소말릴란드 수도 하르게이사에서 압디라흐만 무함마드 압둘라히(별명 치로) 대통령을 만났다.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의 움직임이 예사롭지 않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11일 미국 메릴랜드주 앤드루스 합동기지에서 에어포스원에서 내린 뒤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2026. 08. 11 [AFP=연합뉴스]
미국 아프리카특수전사령관, 소말릴란드 방문
미승인국 대통령과 회담… 전략적 이익 강화
소말릴란드는 아직은 미승인 국가다. 국제무대에서는 아프리카의 뿔 로 불리는 동부 아프리카의 소말리아 연방공화국의 일부로 간주된다. 소말리아 영토 내 ㄱ 모양의 북서부 해안지역에 자리 잡은 소말릴란드는 홍해 연안과 아덴만을 포함해 850㎞ 해안선을 보유해 그 전략적 가치가 높은 곳이다. 과거엔 영국 식민지였다가, 1960년 7월 1일 남부 내륙의 이탈리아 식민지와 통합하면서 소말리아 연방의 일부로 편입됐다.
소말릴란드는 1969년 쿠데타로 집권한 시아드 바레 대통령이 1991년 축출되자 영국 식민지 시절의 영토를 기반으로 연방에서 분리, 독립을 선언하고 소말리아와의 통합을 거부했다. 자체 군대와 화폐, 여권을 보유하고 있으며 대선을 치르는 등 사실상 독립 국가로 존속해 왔다.
그로부터 34년여 만인 지난해 12월 26일 이스라엘의 베냐민 네타냐후 정권이 유엔 회원국 중 처음으로 소말릴란드를 국가로 승인했다고 기습적으로 발표했다. 수교 협정도 맺었다. 큰 파문을 불렀음은 물론이다. 당사자인 소말리아 연방정부는 물론, 아프리카연합(AU)과 아랍연맹(AL), 이슬람협력기구(OIC) 등 아프리카와 중동의 지역 기구들과 회원국들이 거세게 반발했고, 유엔도 가세했다. 이튿날인 27일 발표한 OIC 주도의 공동성명은 이스라엘의 소말릴란드 국가 승인을 국가의 주권과 통합성, 영토 완전성 원리를 옹호하는 국제법과 유엔 헌장에 대한 유례 없고 노골적인 위반이라고 비판하고 아프리카 뿔과 홍해 지역의 평화와 안보에 심각한 영향 을 끼치고 세계의 평화와 안보도 훼손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미국의 아프리카특수작전사령부(SOCAFRICA) 클로드 K. 튜더 주니어 사령관(공군 소장, 사진 왼쪽)이 1일 소말릴란드 수도 하르게이사에서 압디라흐만 무함마드 압둘라히(별명 치로, 사진 가운데) 대통령을 만났다. 2026. 08. 02 [출처. 소말리아 SMN 기사 캡처]
인도 전문가 미, 소말릴란드 국가 승인 가능성
소말릴 대통령 안보 위협 대응 대미 협력 확대
당시 미 국무부는 미국은 소말리아의 영토적 완전성을 인정한다...소말리아는 소말릴란드 땅을 포함한다 고 이스라엘의 소말릴란드 국가 승인에 부정적인 태도를 취했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26일 뉴욕포스트 인터뷰에서 소말릴란드를 아는 사람이 있느냐 고 반문해 무심한 척했다. 그리고 29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관련 긴급회의에서 미국의 태미 브루스 주유엔 차석대사는 우리는 발표할 내용이 없다. 미국의 정책에 어떤 변화도 없다 고 말했다.
이처럼 무관심하거나 부정적인 미국의 표면적 반응과는 달리 네타냐후의 돌발적 결정이 미국 은밀한 지원에 따른 게 아니냐는 관측도 있었다. 결국 트럼프의 중동 안정 구상인 아브라함 협정 에 소말릴란드를 공식 편입시키려는 미국의 사전 정지작업으로 보는 견해다.
그런 미국의 전략적 의도가 이번 튜더 주니어 사령관과 치로 대통령 간 직접 회담 을 통해 더욱 구체화하는 양상이다. 미군 사령관이 국제적으로 공인된 소말리아 연방정부가 아닌 미승인 국가의 정상을 따로 만났다는 것 자체가 상식을 넘어선다. 소말리아 매체 SMN에 따르면, 두 사람은 홍해 연안과 아덴만, 그리고 더 광범위한 아프리카의 뿔 지역에서의 양자 간 안보 협력과 전략적 이익 강화 방안을 협의했다. 치로는 테러리즘, 해적 행위 등의 안보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대미 협력 확대에 준비돼 있다고 말했다. 이에 튜더 주니어는 양측이 중요한 안보 이익을 공유하고 있으며 미국은 안보 조율, 정보 공유 및 전문 지식 교류를 포함한 분야에서 협력을 강화할 준비가 돼 있다고 대답했다.
자료 케픒러, 로이터 통신. 2026. 07. 21 연합뉴스
후티, 11일 홍해서 선박 타격…선원 4명 사망
13일엔 사우디 아람코 석유 시설 드론 타격
이번 회담을 두고, 인도 싱크탱크 관찰자 연구재단(ORF)의 사미르 바타차리아 부연구위원은 13일 자 기고를 통해 소말릴란드에 대한 미국의 커지는 관심을 보여주며 정식 국가 승인 가능성을 더욱 높이고 있다고 풀이했다. 바타차리아는 후티 반군의 위협과 광범위한 중동 정세 불안 속에서, 소말릴란드의 전략적 위치, 현대화된 베르베라 항구, 그리고 비행장은 바브엘만데브 해협 근처에서 미국에 가치 있는 물류 및 감시 거점을 제공한다 고 설명했다. 이어 미국의 국가 승인은 아프리카의 뿔 지역에서 중국의 영향력에 대응하는 균형추로서 역할을 하고, 핵심 광물 접근을 가능하게 하며, 대테러 활동을 위한 안정적인 파트너를 제공하는 등 전통적인 외교적 신중함보다 더 큰 이점을 제공할 것이다 라고 주장했다.
바브엘만데브 해협은 아덴만과 홍해를 잇고 호르무즈와 함께 세계에서 가장 전략적으로 중요한 해상 요충지에 속한다. 수백만 배럴의 원유를 포함해 전 세계 무역량의 약 12%가 이곳을 통과한다. 문제는 예멘의 후티(안사룰라)의 해협 봉쇄 위협이다. 이란의 지원을 받아 대함 탄도미사일, 드론, 기뢰, 첨단 감시 역량으로 무장한 후티는 지난 2년 홍해를 운항하는 상선을 지속해서 공격해 지정학적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이번 이란 전쟁 과정에서도 후티는 이란 편에 서서 해상 교통을 통제하거나 통행료 부과 가능성이 점차 현실화되고 있다. 2024~2025년 홍해 해운 위기에서 확인되었듯 바브엘만데브에서의 통항 차질은 각국의 운임 비용, 보험료, 연료 소비 및 공급망 비용의 증가로 이어진다.
후티는 지난달 20일 예멘 사나 공항 폭격과 포위에 대한 보복이라면서 휴전 종료와 함께 사우디아라비아를 겨냥한 해상 봉쇄를 선언하고, 홍해에서 사우디 관련 선박들을 공격하고 있다. 11일에는 사우디의 무기 수송선 이라며 바브엘만데브를 지나던 탄자니아 선적의 선박을 탄도미사일로 타격해 선원 4명이 사망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13일엔 드론 2대를 이용해 사우디 지잔 지역의 국영 석유회사 아람코의 정유 시설을 정밀타격하고 나섰다.
31일 예멘 수도 사나에서 후티 지지자들이 사우디아라비아에 반대하는 시위 도중 무기를 들어 올리고 있다. 사우디가 바브엘만데브 해협을 통과하는 홍해 수송로를 보호하기 위한 다국적 해상 방위 동맹을 결성한 지 하루 만에, 수천 명의 후티 지지자들이 사나에 모여 사우디의 예멘 군사 개입에 반발하며 시위를 벌였다. 2026. 07. 31 [EPA=연합뉴스]
미, 소말릴란드 베르베라 항·공군기지 눈독
중, 소말리아 지원…인접 지부티에 군 기지
바타차리아는 아덴만을 따라 850km 이상 뻗어 있는 소말릴란드는 인도양과 지중해를 잇는 가장 붐비는 해상 통로 중 하나를 바라보고 있다. 소말릴란드의 최대 전략 자산은 베르베라 항이다. 지난 10년간 베르베라 항은 대규모 현대화 작업을 거쳐 아프리카 동부 해안에서 가장 뛰어난 역량을 갖춘 심수항 중 하나로 변모했다. 냉전 시절에 건설된 인접 비행장 역시 보강되어 대형 군용기를 지원할 수 있다. 이 시설들은 함께 해군 전개, 정보 작전 및 해상 감시를 위한 이상적인 물류 거점을 제공한다 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미군의 관점에서 볼 때 베르베라 항은 여러 작전상 이점을 제공한다. 바브엘만데브의 안보를 담당하는 해군 함정들은 지부티 시설에 전적으로 의존하지 않고도 물자를 보급받을 수 있다 고 덧붙였다.
이 지역에 대한 중국과의 경쟁에서도 미국에 베르베라 항의 중요성은 더 커지고 있다는 게 그의 견해다. 바타차리아는 베이징은 지부티의 군사 기지, 광범위한 인프라 투자, 그리고 소말리아(연방)와의 깊어지는 정치적 관여를 통해 전략적 입지를 꾸준히 강화해 왔다 며 미국의 소말릴란드 승인은 여러 면에서 중국의 영향력에 대응하는 역할을 할 수 있다 고 지적했다.
그는 이란을 둘러싼 갈등이 서쪽으로 계속 확대되고 바브엘만데브가 지정학적 경쟁의 다음 주요 무대가 된다면, 미국엔 신뢰할만한 파트너가 필요할 것이다 라면서 소말릴란드는 지리적 이점, 정치적 안정성, 군사적 유용성, 대테러 협력, 핵심 광물 잠재력, 그리고 이란과 중국 모두에 대응하려는 미국의 전략적 이익과의 부합성을 제공한다 고 강조했다.
소말릴란드 하르게이사 시내에서 26일 주민들이 소말릴란드 국기를 흔들며 이스라엘의 자국 국가승인을 축하하고 있다. 2025. 12. 26 [AFP=연합뉴스]
이스라엘, 후티 대응 넘어 튀르키예 저지 의도?
에르도안, 이스라엘 포위하려는 위험한 적대자
한편 이스라엘의 소말릴란드 국가 승인엔 당면한 후티의 위협에 대응하는 것을 넘어 지정학적 차원에서 아프리카의 뿔 지역의 지배적 세력으로 자리 잡으려는 튀르키예를 견제, 저지하려는 의도가 담겼다는 분석이 나왔다. 영국 킬대의 국제관계학 박사 과정생인 자말 압디는 11일 자 기고에서 튀르키예는 가장 큰 대사관과 군사 기지를 보유한 소말리아와 에티오피아 양국 모두에 대규모 투자를 집행해 왔다. 이스라엘 내에서 점점 더 튀르키예는 반드시 대처해야 할 지정학적 적대국으로 논의되고 있다 고 전했다. 앞서 나프탈리 베넷 전 이스라엘 총리는 지난 2월, 튀르키예의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대통령을 이스라엘을 포위하려는 정교하고 위험한 적대자 라고 비난한 바 있다.
물론 후티 위협 대응이 먼저다. 아덴만을 내려다보는 소말릴란드의 지리적 위치는 이스라엘의 에일라트 항으로 가는 이스라엘 선박을 보호하고 이스라엘 해상 안보 작전에 대한 물류 지원 능력을 부여하기 때문에 소중하다. 현재 소말리아는 소말릴란드의 독립을 강력히 반대하고 있으며, 소말리아를 튀르키예와 중국, 사우디, 이집트, 카타르가 지원하고 있다.이유 에디터 yooillee22@daum.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