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비핵화보다 위기 예방 먼저…중국의 대북 전략 전환 [뉴스] 중국은 여전히 핵 보유 북한 을 환영하지 않으며, 핵보유국 지위에 대가가 없다고 보지 않는다. 그러나 중국은 즉각적인 비핵화나 명확하게 규정된 단계적 비핵화 로드맵은 실현하기 어렵다는 점을 점점 더 깨닫고 있다. 핵 보유 북한 은 절대 이상적이진 않지만, 예측 불가한 북한을 상대로 (비핵화를) 압박해 정면충돌을 초래하는 방식은 훨씬 더 나쁘다(고 본다). 이제 한반도에서 중국의 최우선 목표는 위기 예방과 안정 유지다.
중국 톈진외국어대 지역연구소장이며 한반도 전문가인 정지융 교수는 중국이 북한을 우려하는 이유 란 10일 자 기고에서 중국은 비핵화를 대북 관여의 전제로 삼던 기존의 접근에서 벗어나, 충돌로 이어질 수 있는 위험을 줄이는 방향으로 전환하고 있다 면서 이렇게 주장했다. 중국의 입장을 요약하면 ▲ 핵 보유 북한 을 현실로 받아들이기 시작했고 ▲ 비핵화란 장기 목표는 포기 안 했지만 당장 비핵화를 대북 관여의 전제로 삼는 건 비현실적인 만큼 ▲ 단기 최우선적 목표를 비핵화에서 위기 예방과 안정 유지로 바꾸겠다는 얘기다.
8일 평양 김일성광장에서 열린 환영행사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 부부와 시진핑 주석 부부가 입장하고 있다. 2026.6.8 EPA/KCNA=연합뉴스
북 비핵화보다 위기 예방…중국 대북 전략 전환
정지융 중국, 여전히 핵 보유 북한 환영 안 해
정 교수는 핵 프로그램으로 대담해진 북한은 더욱 예측할 수 없게 됐다. 수십 년간 국제적인 제재와 규탄, 고립화도 북한의 비핵화를 끌어내지 못했다. 오히려 북한이 핵무기 프로그램을 훨씬 더 단호하게 고수하도록 만들었다 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중국은 북한이 실패하길 원하지 않는다...그렇다고 한반도의 장기적 비핵화 노력도 포기할 생각이 없다 고 덧붙였다.
그는 북한을 위험 하게 보는 이유로 공고해진 핵보유국 지위에 기댄 갈수록 예측 불가하고 자신감이 넘치며 공세적인 북한의 행동이 한국과 일본에 안보 불안을 일으켜 자체 핵무장 추진을 자극할 수 있다는 점을 들었다. 속도를 더하는 북한과 러시아의 전략적 공조도 동북아의 긴장을 한껏 높이고 있다는 게 정지융의 견해다.
북한과 러시아는 2024년 6월 평양 정상회담에서 포괄적 전략적 동반자 관계 조약을 체결했다. 그 뒤 러시아는 북한에 안보 보장, 군사 기술, 에너지 공급, 노동력 수출 시장, 제재 회피 지원 등을 제공했고, 북한은 그 대가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전쟁에 탄약과 병력을 대거 지원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10일 대국민 연설을 통해 북한이 러시아에 탄도미사일을 제공하고 최대 5만 명의 병력을 파견할 것으로 보인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19일 평양에서 북·러 포괄적 전략동반자 조약 에 서명한 뒤 조약원문을 들어보이고 있다. 2024.6.19 AP 연합뉴스
중국, 속도 더하는 북·러 밀착에 소외 우려
자국 겨냥 한미일 동맹화 명분 줄까 촉각
정지융은 과거 미국의 압박에 대응하고자 중국에 의존했던 북한의 대외 전략이 바뀌었다고 지적했다. 크게 세 갈래 구조인데, 중국을 경제 안정에, 러시아를 안보 지원에 각각 활용하면서 미국의 압박을 핵 프로그램 정당화에 활용한다는 것이다. 대미 핵 억제력을 유지하면서 대중, 대러 관계를 동시에 강화함으로써 중국과 러시아로부터 최대의 이익을 끌어내고 있다는 설명이다.
현재 동북아의 정세를 한·미·일 남방 3각 과 북·중·러 북방 3각 간의 신냉전 흐름으로 해석하는 견해들이 많다. 그러나 정 교수가 이런 북·러 협력을 중국이 북방 3각 강화 차원에서 긍정적으로 보기보단, 부정적으로 본다고 풀이하는 점은 흥미롭다. 그는 중국의 관점에서 북·러 협력 강화의 최대 위험은 한·미·일 3국의 블록 통합을 가속할 훌륭한 명분을 제공한다는 점 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북한과 러시아가 긴밀하게 핵무기 협력을 지속한다면, 일본과 한국은 북한의 위협을 미국과의 동맹 강화 명분으로 활용할 것이다. 그리고 또한 3국 간 더 많은 정보 공유, 연합 군사훈련에 이어 무기체계 통합을 추진할 수 있다 고 내다봤다.
정지융은 이는 결국 북한뿐 아니라 중국도 겨냥하는, 제도화된 군사적 억지 동맹이 되어 여러 전선에서 중국에 압박을 가하고 대만 해협 같은 분쟁 지역의 군사적 긴장을 고조시킬 것 이라고 예상했다. 이런 상황에 미·중 패권 경쟁이란 변수까지 더해지면, 북한과의 마찰이 미·중 직접 충돌로 비화할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했다. 정 교수는 한반도를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과 동맹 배치, 역내 억지 노력의 핵심 요소로 보고 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12일 구축함 최현호에서 전략순항미사일 2기와 반함선미사일 3기의 시험발사를 참관했다고 조선중앙TV가 14일 보도했다. [조선중앙TV 화면] 2026.4.14 연합뉴스
북한, 예측 불가에 자신감 넘치며 공세적
북한과의 마찰, 미·중 직접 충돌 비화 가능
그는 중국의 우선순위는 불필요한 대미 군사적 충돌을 피하는 것이지만, 북한의 지속적 핵·미사일 도발과 대러 군사협력 심화, 예측 불가 행보는 중국을 위기에 끌어들일 위험이 있다 며 한반도 불안정을 피하려는 중국의 희망은 대미 관계를 안정시키고, 직접 충돌로 이어질 수 있는 어떤 형태의 확전 가능성도 피하려는 바람을 반영한다 고 주장했다.
이런 맥락에서 중국의 대북 접근법도 달라지고 있다는 게 그의 진단이다. 중국의 불안정이나 한·미·일의 군사 배치 강화를 초래할 북한의 돌발 행동을 피하는 더 나은 방안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근 80년의 중·북 관계는 역사적 유대, 상징적 우호, 비공식적 조율에 의존했지만, 그런 접근법은 평양의 예측 불가한 행보에는 충분하지 않게 됐다 고 지적했다.
7년 만에 성사된 시진핑 국가주석의 지난 6월 국빈 방북을 중국의 새로운 대북 전략의 첫걸음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정지융은 북한을 다시 자국의 영향권으로 끌어들이고 양국 관계를 더 안정적이고, 관리가 가능하게 만드는 걸 목표로 하고 있다 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중국은 북한의 도발 가능성을 조기에 포착하고, 위기가 고조되기 전에 개입 기회를 더 많이 확보하며, 북한의 행동 예측 능력을 높이고자 고위급 간 체계적 소통 채널을 구축 중이다. 그는 글로벌 불확실성이 커지는 가운데, 중국은 북한과 더 긴밀한 접촉과 더 명확한 소통을 통해 가장 중요한 목표인 인접한 이웃 의 안정 유지를 바라고 있다 고 풀이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3일 최성남 군수공업부 부부장과 함께 새로 가동한 핵물질 생산공장에서 원심분리기 사이로 생산공장을 둘러보고 있다. 김 위원장 뒤로 강경호 핵무기연구소 부소장이 수행하고 있다. [조선중앙통신] 2026.6.4 연합뉴스
북한의 대외 전략, 중국 의존에서 다변화
안러경중 에 미국은 핵무장 정당화 명분
지금도 경제적 측면에서 북한은 중국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 그에 따르면, 중국은 북한 전체 대외무역의 70% 이상을 차지하고 있으며, 북한이 필요로 하는 식량의 약 60%, 소비재의 75%를 공급한다. 중국은 매년 약 52만 톤의 석유와 50만~80만 톤의 곡물 및 비료를 북한에 공급하고 있다. 이는 모두 유엔 제재의 면제 한도 내에서 이뤄진다. 정지융은 이러한 지원은 북한 주민의 생계를 유지하고 중국 동북부 국경의 안정을 지탱하는 데 근간이 되는 구조 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최근 몇 년 사이 러시아의 대북 지원이 크게 확대되면서 중국은 과거 북한의 유일한 지원자에서, 이제는 여러 지원자 가운데 하나의 주요 축으로 바뀌었다.
중국의 고민은 북·러 밀착 속에서의 소외 가능성이다. 그는 북한은 여전히 중국에 경제적 지원을 의존하지만, 러시아와의 안보 관계가 확대되면서 과거만큼 중국에 전적으로 의존하지 않게 됐다. 만약 북한 관련 위기가 터진다면, 중국은 충돌이 통제 불능으로 치닫는 과정에 자국이 소외될 가능성을 두려워하고 있다 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중국은 더 안정적이고, 일관되며 정상적인 교류 위에 구축되는 대북 관계를 지향하면서 이를 위해 제도에 기반한, 공식적 협력 메커니즘과 소통 채널에 더 큰 비중을 두는 접근법으로 전환하고 있다는 것이다. 중국은 양국 지도자 간 비상 연락망 확충, 정례적 외교·안보 협의 확대, 국경 지역 사건과 미사일 시험에 대한 공식 통보 체계 개선에 집중하고 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27일 평양에서 열린 조국해방전쟁승리 73주년 기념공연을 관람하며 눈물을 흘리고 있다. [조선중앙TV 화면] 2026.7.28 연합뉴스
6월 시진핑 방북, 새로운 대북 전략 신호탄
안정적, 경제적 자립이 가능한 북한 원해
올해 들어 중국의 왕이 외교부장(4월)과 왕후닝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 주석(7월)이 평양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만났고, 북한의 박태성 총리(7월)도 중국을 방문해 시 주석과 만난 일들이 그런 접근법의 대표적 사례라고 설명했다.
중국은 나아가 동북아의 정부 간 경제협력체인 광역두만강개발계획(GTI)과 상하이협력기구(SCO) 같은 다자 협력체에 북한을 참여시키고, 중국 주도의 역내 대화 메커니즘을 발전시켜 북한이 참여하기를 희망하고 있다.
또한 정지융은 중국의 각종 지원에 구속력 있는 조건을 설정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그는 중·북 관계는 새 논리를 따라야 한다. 북한이 광범위한 대중 협력을 원한다면 국경 안정, 위기 소통, 군사적 자제와 관련해 중국의 요구를 충족해야 한다. 그 대가로 중국은 더 많은 경제적 지원을 제공하고, 무역과 투자를 확대하며, 인프라 개발을 돕고, 국제 정치적인 지지를 제공할 용의가 있다 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중국은 무엇보다 안정적이고 경제적 자립이 가능한 북한을 보고자 하기 때문이다. 중국에 안보 위협을 가하지도, 강대국 경쟁의 장기 말이 되지도 않는 나라말이다 라고 덧붙였다.이유 에디터 yooillee22@daum.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