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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 바로가기 : 철학의 원조 플라톤이 남긴 위험한 유산

철학의 원조 플라톤이 남긴 위험한 유산
[칼럼]
아테네의 금수저, 스승의 죽음을 가슴에 묻다 플라톤(Plato, 기원전 428~347년경)은 아테네의 명문가 출신이다. 씨름선수 체격이라 어깨가 떡 벌어졌다고 해서 별명이 플라톤(넓다는 뜻) 이 됐다는 설이 있는데, 본명은 아리스토클레스였다. 원래는 정치가가 되려던 청년이었다. 그런데 스승 소크라테스(기원전 470~399년)가 민주정 아테네에서 재판을 받고 독배를 마시는 걸 직접 보고 나서 인생 진로를 완전히 틀었다. 민중이 다수결로 죄 없는 현자를 죽이는 정치체제라니, 이게 정상인가 라는 트라우마가 그의 철학 전체를 관통한다. 이후 그는 아테네 근교에 학교 아카데메이아를 세우고, 거기서 제자 아리스토텔레스(기원전 384~322년)를 길러냈다. 스승과 제자와 제자의 제자, 소크라테스-플라톤-아리스토텔레스로 이어지는 이 삼대가 사실상 서양철학 전체의 원형이다. 20세기 수학자이자 철학자 알프레드 노스 화이트헤드(1861~1947년)는 서양철학사는 플라톤에 대한 각주의 모음 이라는 말까지 남겼다. 과장이 아니다. 존재론, 인식론, 정치철학, 심지어 연애론( 플라토닉 러브 )까지 그가 건드리지 않은 분야가 없다.   기원전 370년경 플라톤 초상 흉상의 로마 시대 복제품(위키피디아) 동굴 속 인간들, 우리는 지금도 그림자를 보고 있다 가장 유명한 건 동굴의 비유 다. 사람들이 어릴 때부터 동굴 벽만 보고 자라, 뒤에서 비치는 빛의 그림자를 진짜인 줄 안다는 이야기. 밖으로 나가 진짜 태양을 본 사람이 돌아와 저건 그림자일 뿐 이라 말해도 아무도 안 믿는다는, 무려 2400년 전 이야기인데 지금 들어도 소름이 돋는다. 유튜브 알고리즘이 편식시켜 주는 정보만 진리로 믿고 사는 요즘 세태를 이보다 정확히 예언한 비유가 있을까. 플라톤이 살아 돌아온다면 스마트폰을 보고 저게 바로 그 동굴이구나 하며 무릎을 칠지도 모른다.   폼페이의 T. 시미니우스 스테파누스 저택에서 발견된 플라톤의 아카데메이아 모자이크 (기원전 100년경 ~ 서기 100년경)(위키피디아) 철인정치, 혹은 엘리트의 변명 문제는 그다음이다. 플라톤은 저서 『국가』에서 철학자가 왕이 되거나 왕이 철학자가 되어야 한다 는 이른바 철인정치를 주장했다. 다수결로 아무나 뽑는 민주정은 결국 선동가에게 휘둘려 참주정(독재)으로 굴러 떨어진다는 게 그의 논리다. 얼핏 들으면 그럴듯하다. 그런데 뒤집어 보면 이건 너희는 판단력이 없으니 똑똑한 우리가 대신 결정해주겠다 는 엘리트주의의 원조 논리이기도 하다. 20세기 철학자 칼 포퍼(1902~1994년)는 『열린사회와 그 적들』에서 바로 이 지점을 정조준했다. 플라톤이야말로 전체주의 사상의 원조 설계자라는 것이다. 스승의 억울한 죽음에 상처받은 청년의 트라우마가, 훗날 국민은 어리석으니 강한 한 사람이 나서야 한다 는 온갖 독재자들의 변명서로 재활용된 셈이다. 위인전에서는 잘 안 다루는, 플라톤의 좀 민망한 뒷모습이다.   플라톤의 《국가》 단편이 포함된 옥시린코스 파피루스(위키피디아) 민주주의는 어떻게 참주정으로 미끄러지는가? 그런데 재밌는 건, 플라톤이 『국가』 8권에서 묘사한 민주정이 참주정으로 타락하는 과정 이다. 그의 설명은 이렇다. 민주정 사회는 자유가 넘쳐나다가 방종으로 흐르고, 그 혼란 속에서 내가 이 나라를 구하겠다 며 등장한 인물이 처음엔 민중의 수호자 행세를 하다가, 점점 비상 권력을 요구하고, 종국엔 군대를 동원해 참주가 된다는 것이다. 무려 2400년 전 텍스트인데, 어쩐지 낯이 익다.   플라톤의 《향연》 속 한 장면을 묘사한 그림 (안젤름 포이어바흐, 1873년)(위키피디아) 한국에 던지는 질문, 12·3의 그림자 2024년 12월 3일 밤, 대한민국에서 윤석열이 국가를 지키기 위해서 라며 비상계엄을 선포했던 장면을 떠올려보면 플라톤의 경고가 새삼 섬뜩하다. 민중은 선동에 취약하니 비상조치가 필요하다 는 그 논리구조 자체가, 플라톤이 우려했던 민주정 타락의 전형적 대사 그대로다. 아이러니한 건 정작 계엄을 정당화하려던 쪽이 국민이 판단을 못 하니 내가 나서야 한다 는, 플라톤이 경고한 바로 그 함정에 스스로 빠져버렸다는 점이다. 여기서 한국사회가 새길 교훈은 두 가지다. 첫째, 국민은 우매하다 는 전제로 시작하는 모든 정치적 수사는 그 출발점부터 의심해야 한다. 둘째, 동시에 플라톤의 동굴 비유가 말해주듯, 극단적으로 편향된 정보환경 속에서 다수결이 항상 옳은 답을 내놓는다고 순진하게 믿어서도 안 된다. 민주주의는 저절로 굴러가는 기계가 아니라, 시민 각자가 동굴 밖으로 걸어 나가려는 부단한 노력 없이는 언제든 참주정으로 미끄러질 수 있는 살얼음판이라는 것. 이게 아테네의 한 트라우마 청년이 2400년 전에 남긴, 여전히 유효기간이 끝나지 않은 경고다. 역사의 법정에는 공소시효가 없다.   프레스코화 아테네 학당 에는 자신의 저서 티마이오스 를 들고 하늘을 가리키는 플라톤(왼쪽)과, 니코마코스 윤리학 을 들고 땅을 가리키는 아리스토텔레스(오른쪽)가 묘사되어 있다(위키피디아)  김성수 시민기자 wadans@empa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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