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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마루타냐” 배터리 공장 노동자들의 분노
[노동]
회사가 우리를 마루타로 생각한 것 같다.” 이 회사는 쓰레기다.” 자신의 이익만을 추구하는 회사 실태를 이제라도 알려달라.” 회사의 민낯을 까발려 달라.” 디엔(DN)그룹(회장 김상헌) 계열사인 디엔오토모티브(대표이사 김상헌) 울산1·2공장 노동자들이 터뜨리는 분노의 소리다. 이들은 지난 10년간 회사 지시로 동네의원에서 인체에 위해를 가할 수 있는 중금속 배출 특수 약제인 킬레이트 주사제를 영양제, 비타민 주사로 알고 맞은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된 것이다. 발암물질 가득한 ‘안전하고 쾌적한 작업장’ 자동차·선박 배터리를 생산하는 이 회사는 연간 매출액 3조 6000억 원에 영업이익 5200억 원, 당기순이익 3200억 원에 이르는 준대기업 규모로 주식시장에서 최근 성장세로 주목받고 있다. 이 회사 울산공장에서는 원료 납에 칼슘, 주석, 안티몬 등의 금속을 혼합하여 기계적 강도와 내식성을 높인 납 합금을 만들어 뼈대 형태의 격자를 성형하고 산화납(PbO) 분말에 묽은 황산, 물, 기타 첨가제를 배합하여 반고체 상태의 활물질 페이스트를 만든다. 이어 격자 도포, 숙성 및 건조 공정과 적층 및 격리판 삽입 등 조립 공정을 거친 뒤 묽은 황산 전해액을 주입한다. 여기에 초기 전류를 흘려주어 충전 과정을 거치면 전기에너지를 저장하고 방출할 수 있는 완성 배터리 제품이 된다. 이 공장에서는 납, 안티몬 등의 발암성 중금속과 황산과 같은 유독성 유해물질을 다량으로 다루기 때문에 밀폐 작업과 함께 강력한 배기·배출 시설과 같은 안전한 작업 공정과 설비가 필수적이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노동자는 작업 중 일상적으로 호흡 등을 통해 납, 황산 미스트에 노출되고 직업병 위험에 시달리게 된다. 하지만 이 회사는 이 모든 게 엉망이었다. 이 회사는 홈페이지에서 ESG경영의 비전으로 ‘안전하고 쾌적한 작업장 조성’을 내세운다. 하지만 실상은 ‘양두구육(羊頭狗肉) 비전’이다. 국제암연구소(IARC)는 무기납 화합물을 발암 가능성이 큰 물질로 분류한다. 낮은 농도에서도 콩팥 기능이 떨어지고 혈압이 올라간다. 납은 혈액에서는 수주 내 감소할 수 있지만, 뼈에는 수년 이상 축적된다. 일시적으로 수치를 낮춘다고 위험이 사라지는 것이 아니다. 안티몬도 발암 가능 물질로 분류되며, 황산 미스트는 직업적 노출 시 후두암과의 관련성이 충분한 물질이다.   디엔오토모티브 울산공장 배터리 제조공정 라인의 모습. 황산과 납 흄이 한데 엉켜 바닥에 하얗게 쌓여 있다. 금속노조 울산지부 제공 산업안전보건법 특수검진 피하려고 짠 악의 삼각동맹 우리나라는 노동자의 생명과 건강을 돌보기 위해 1981년 산업안전보건법을 제정해 이듬해부터 적용했다. 이 법에 제정 당시 특수건강진단 제도를 도입했다. 1970년대 이후 중화학공업 중심의 산업 구조 개편으로 인해, 노동자들이 현장에서 다양한 유해화학물질, 분진, 소음 등 직업병 유해인자에 노출되는 빈도가 급증한 것이 계기가 됐다. 180여 종의 국가 지정 유해인자(화학물질, 금속류, 분진, 소음, 진동, 방사선 등)에 노출되는 일을 하는 노동자와 야간작업 노동자는 매년 특수건강진단(이하 특수검진)을 의무적으로 받아야 하는데 디엔오토모티브 생산직 노동자들이 여기에 해당한다. 검진 기관은 그 결과를 사업주와 노동자에게 통보해야 하고 사업주는 결과에 따라 유해인자 노출 작업 전환, 노동시간 단축, 작업환경 개선 등 필요한 사후 조치를 이행해야 한다. 이 회사는 납중독 등 직업병 유소견자나 직업병 환자가 다수 나오면 정부의 감독 강화와 함께 작업환경 개선 명령이 뒤따르기 때문에 이를 피하려고 10년 전부터 울산 공장 노동자 가운데 혈액 중 납 농도 수치가 이전에 높게 나온 사람과 작업환경 부실로 고농도의 납에 노출되는 공정에서 일하는 노동자를 대상으로 사전동의도 받지 않고 아무런 설명도 하지 않은 채 교묘하게 속여 혈중 납이 잘 배출되게끔 하는, 이른바 예방적 킬레이션 처치를 받게 했다. 이렇게 해 혈중 납 농도를 대폭 낮춘 뒤 인근 직업환경전문의원으로 보내 피검사를 통해 낮아진 것을 확인한 뒤 회사 지정 특수건강진단기관에서 검진받아 문제없는 결과치를 받게 된다. 아무것도 모르는 노동자들은 다시 열악한 작업환경으로 돌아가 주야 12시간씩 맞교대하는 가혹한 노동조건에서 지금까지 계속 일해 왔다. 회사-작업측정기관-의료기관이 서로 짜고 치는 악의 삼각동맹을 맺은 셈이다. 이 회사 노조의 요청으로 킬레이션 처치를 받은 사람을 포함해 생산 현장 노동자를 대상으로 설문조사와 함께 채혈·혈액분석, 특검 결과 등을 통해 사건의 실체 파악을 위해 애쓴 단국대 의대 노상철 교수(직업환경의학)는 이런 예방적 킬레이션은 만성적인 노출 환경에서 일하는 근로자에게, 증상이 없음에도 단순히 특수건강진단 혈액 검사 직전 혈중 납 수치를 법적 한계 이하로 강제로 낮추어 보건 당국의 사후관리 규제를 고의 회피할 목적으로 약물을 투여하는 행위여서 미국 산업보건청과 산업보건법은 어떠한 보건 명목으로도 전면 금지하고 있다. 치료 목적으로 킬레이션약제(CaNa₂EDTA) 투여가 필요한 때에도 개시 전 노동감독관에게 공식 서면 사유를 통보토록 의무화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지난 2월 민주노총 금속지부와 디엔오토모티브 지회가 기자회견을 통해 특수건강진단 제도와 산업안전보건법을 무력화 또는 형해화(노동부의 표현)한, 불법적이며 부도덕한 이 희대의 사건을 세상에 알렸다. 이에 회사 쪽은 노동자 치료 목적으로 킬레이션 처치를 직원복지 차원에서 해주었다고 둘러댔다. 하지만 이는 치료적 킬레이션은 임상 증상이 뚜렷하게 나타나고 혈중 농도가 위험 수위를 초과한 ‘진짜 납중독 환자’에 국한하여 관련 면허가 있는 전문의사가 조심스럽게 시행하는 치료라는 사실을 깔아뭉갠 변명에 불과하다. 회사의 주장을 말 그대로 받아들이면 매년 수십 명의 납중독 직업병 환자가 이 회사에서 발생하고 있는 게 된다. 놀랍게도 회사의 의뢰로 킬레이션 주사 처치를 한 의료기관은 이 분야와는 전혀 관련이 없을 듯한 이비인후과와 외과 개인의원들이었다. 노조가 이 사건을 세상에 알린 뒤 노조와 함께 작업 현장을 찾아 공장 내부를 살펴본 한 전문가는 작업장 내부를 보는 순간 숨이 막혀왔다고 전한다. 출입을 막는 회사 쪽과 실랑이를 벌이는 등 우여곡절 끝에 공장에 들어간 그는 직업병의 대명사인 원진레이온 참사가 떠올랐어요. 지난 30년간 많은 열악한 현장을 보았지만 이런 곳은 처음 봅니다. 노란색의 반응된 납화화물이 바닥에 뒹굴고 있었어요. 누전기는 부식되어 있었고요.” 사진을 찍지 말라는 회사 요구가 있었음에도 그가 찍은 동영상을 보면 황산이 흘러넘치고 위에서 마구 떨어지고 있었다. 국소배기장치는 있으나 마나한 무용지물이었다. 황산 안개가 자욱해 형광등 불빛을 희미하게 가리고 있었다. 그는 이 현장에는 답이 없다. 공장을 새로 지어야 할 정도였다”라고 했다.   디엔오토모티브 울산 2공장 도장라인 모습. 황산 미스트와 납 흄 등이 비산돼 공장 내부 전체가 뿌옇게 보인다. 금속노조 울산지부 제공 미온적인 노동부, ‘회사 망한다’ 볼멘 소리만 하는 회사 노조가 회사의 불법행위를 인지한 것은 지난해 12월 말. 한 노조 간부와 작업반장 등 노조원 몇 명이 함께한 저녁 자리에서 회사가 비타민 주사를 맞게 해주었다.” 나는 수치가 40이다.” 그 정도는 약과다. 나는 80이었다.”라는 등의 대화를 들은 금속노조 울산지부 이정현 노동안전국장은 그때까지 킬레이션이라는 말을 알지도 못했다. 이들이 언급하는 수치가 혈액 중 납 농도였다는 것도 그제야 알았다. 회사 사정도 잘 몰랐다. 지난해 9월 이 회사에서 민주노총 산하 금속노조 노조지회가 만들어졌고 노동자들이 대거 한국노총 소속에서 민주노총으로 옮겨와 교섭권을 갖는 노조로 탈바꿈했기 때문이다. 그는 한 노조원의 휴대전화에 저장된 건강진단 결과표를 보면서 자초지종을 듣고 나서야 문제가 심각함을 인식했다. 그는 조합원들의 동의를 얻어 검진결과표를 모두 모아 분석했다. 그리고 관련 내용을 지난 1월 노동부 울산지청에 곧바로 알려 신속하고 강력하게 조치할 것을 요구했다. 하지만 노동부는 늑장으로 일관했다. 노조는 대한민국에서 처음으로 벌어진 이런 간 큰 행위를 한 사업주와 회사에 대한 정부 감독과 조사가 미덥지 않아 마침내 2월 25일 공개 기자회견을 열어 사건의 전말을 폭로했다. 이를 일부 언론이 보도하고 나서야 노동부도 움직이기 시작했다. 사건이 불거진 뒤 회사가 작업환경 개선명령 요구에 회사 망한다”라고 주장하자 노조는 회사가 고용불안을 조장한다”라며 맞섰다. 살인적 작업환경이면 당연히 개선하는 게 정답이다. 노조는 또 회사가 조합원 개별 면담 및 조·반장 조직을 통해 금속노조 지회 탈퇴를 시도하고 노조 간부를 전환배치하며 진단팀 구성에서 노조를 배제했다고 밝혔다. 또 혈중 납 농도가 25–30µg/dL(데시리터)로 직업병 관찰 대상 직전 단계인 노동자는 전환배치하고 직업병 관찰/유소견자인 30µg/dL 이상자는 2주 강제휴직(통상급 70% 지급) 후 재검사를 거쳐 업무 복귀토록 한다고 말했다. 산안법 44년 역사에 처음 있는 불법행위에 벌금 4620만 원 노조는 이번 사건과 관련해 안전보건규칙 제438조(사고 시의 대피 등)를 적용해 작업 중지를 요구하고 있다. 또 안전보건공단은 지난 3~4월 작업장 환경을 정밀 측정해 일부 공정에서 공기 중 납농도가 법정 허용기준의 최고 5배를 초과하는 등 작업환경이 노동자가 일할 수 없을 정도로 매우 심각함을 확인한 바 있다. 하지만 노동부는 유소견자와 쓰러진 사람이 없기에 규칙 438조에 해당하지 않는다”라는 입장이다. 이는 유소견자를 나오지 않도록 하려고 킬레이션 시술을 기획·실행한 회사의 불법적 행태를 노동부가 용인해 준 것과 같다고 할 수 있다. 회사의 불법이 아니었다면 유소견자가 쏟아져 나왔을 가능성이 크다. 노동부는 3월 노조가 불참한 가운데 근로감독을 벌여 22건과 관련해 과태료 4620만 원을 회사에 부과하고 68건은 사법 처리키로 했다. 노동부는 사건을 접수한 뒤 7개월이 지난 8월 13일 회사를 경찰청에 ‘위계에 의한 업무방해’ 혐의로 수사 의뢰했다. 노조는 회사에 ①납·안티몬·황산 노출에 대한 공학적 개선대책 노사 합의 수립 ②역학조사로 질환자·유증상자 인과관계 규명 및 치료대책·건강보호 프로그램 ③임시건강진단·안전보건진단 계획에 검진·진단 분야 노사 합의 및 노조추천 전문가 참여 보장 ④특수건강검진 기관 선정 노사 합의 ⑤작업환경측정 기관 선정 노사 합의를 요구했다. 노조는 이어 고용노동부에도 ①규칙 제438조(사고 시 대피) 적용해 작업중지·작업환경 개선명령 ②역학조사·인과관계 규명 → 치료대책·건강보호 프로그램 ③진단팀 구성 시 학술단체 추천 인사 노사 합의 및 노조추천 전문가 참여 ④김상헌 대표이사 구속수사와 엄중 처벌 ⑤혈중 납 기준을 미국(OSHA) 수준인 10 µg/dL 이하로 강화 변경 ⑥2차 축전지 사업장 특수검진 실태 공개·대책 마련 등 6가지를 요구했다. 하지만 노조가 합의에 따라 추천한 참여 전문가 2명(한국산업보건학회 회원) 가운데 한 명을 노조에 아무런 설명과 사전 협의 없이 노동부가 바꾸자 이에 노조가 반발해 9월 현재 임시건강진단·안전보건진단 계획 추진이 멈췄다. 노사 간, 노정 간 불신이 해소되지 않는 한 노조와 학계가 필요성을 강조하는 역학조사 등도 이루어지기 쉽지 않을 전망이다. 노사나 정부 모두 노동자의 생명과 안전을 최우선으로 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노상철 교수팀이 금속노조 울산지부 대강당 한켠에서 디엔오토모티브 울산 공장 노동자를 대상으로 채혈하고 있다. 단국대 노상철 교수 제공 원인을 없애야지 수치 관리로 원인 감추려하면 안돼 전문가들은 이번 사건에 대해 강한 비판을 한다. 이화여대 목동병원 김현주 교수(직업환경의학)는 특수건강진단은 작업환경 문제를 찾아내고 개선하려는 제도다. 노출 원인을 줄이지 않은 채 건강진단 결과 수치만 낮추려 했다면 이는 제도 취지를 정면으로 거스르는 행위다. 치료는 노동자를 보호하기 위한 것이지, 수치를 ‘관리’하기 위한 수단이 되어서는 안 된다.”라며 일침을 놓았다. 안종주 언론인, 보건학 박사 국회는 국정감사에서 이번 사건을 낱낱이 파헤쳐야 한다. 특히 김상헌 회사 대표를 직접 불러 청문회에 준하는 감사를 벌여야 한다. 관련 의료기관과 작업환경측정기관 대표도 불러야 한다. 노동부가 적절하게 대처했는지도 노조 대표와 전문가들을 참고인으로 불러 들여다보고 공장 현장도 둘러보아 실상을 파악해야 한다. 산업안전보건법 제정 이후 44년의 역사에서 처음 있는 일이기 때문이다. 산업보건의 뿌리를 뒤흔든 일이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재발 방지를 위해 작업환경 측정과 특수건강진단을 완전히 새로운 방식으로 뜯어고치는 작업도 국회가 앞장서서 해야 한다. 직업병은 중금속 등 유해인자 노출을 줄이면 충분히 예방할 수 있다. 한데, 사업주가 유해인자 노출을 줄이려 하지 않고 킬레이트요법 주사라는 얄팍한 수를 동원해 노동자에게 아무런 문제가 없는 것처럼 만든 것은 결국 자신이 노동자의 생명과 안전에는 무관심하고 무책임하다는 것을 자백한 것이나 다를 바 없다. 이번 사건의 간결한 결론이다.  안종주 진단 jjahnpark@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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