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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 바로가기 : 석유 자본주의가 일으킨 지구 대참사

석유 자본주의가 일으킨 지구 대참사
[환경]
아는 사람들은 알겠지만 톰 크루즈 주연의 는 과거 같은 감독이 만든 (2014)을 연상케 한다. 감독은 멕시코 출신의 거장 알레한드로 곤살레스 이냐리투다. 이냐리투는 으로 이듬해인 2015년 87회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상과 감독상 등을 휩쓸었다. 그때와 똑같이, 를 본 사람들은 느끼겠지만, 이 영화는 내년 아카데미와 전 세계 영화상 시상식을 뒤흔들어 놓을 것이다. 감독상은 ‘떼어 놓은 당상’이며 특히 톰 크루즈의 남우주연상 가능성이 매우 커 보인다.   사진 제공 : 워너 브라더스(사진 일부는 제공된 예고편 동영상에서 캡처함). 톰 크루즈는 이번 에서 지난 40년의 배우 인생 최고의 연기를 펼쳤다. 그는 지금껏 아카데미 상을 손에 쥐어 본 적이 없다. 후보 지명은 총 네 번이 있었고 그나마 개인상 후보는 세 번에 불과했다. 후보로 오른 건 올리버 스톤 감독의 (1989), 카메론 크로우 감독의 (1996) 폴 토마스 앤더슨 감독의 (1999) 때였으며 그나마 2천 년 이후는 단 한 번도 주연상 후보가 되지 못했다. 사람들은 여전히 그를 시리즈(1996~2025)의 이단 헌트로만 기억한다. 아마도 이번 영화 는 톰 크루즈에게서 이단 헌트의 꼬리표를 떼어 놓도록 만들 것이다. 그는 ‘디거’ 혹은 ‘디거 록웰’이란 이름으로 기억될 것이다. 크루즈는 영화의 전당 최고 꼭짓점 배우에 오를 것이다. 그만큼 는 ‘어마어마한’ 작품성을 지닌 영화다. 배우가 지닌 연기자로서의 야망, 그에 걸맞은 ‘살 떨리는’ 연기력, 그 모든 것을 뒷받침하는 영화적 테크놀로지, 이루 형용할 수 없는 무대예술과 특수 분장 기술 등등 프로덕션의 총합이 실로 걸작 수준으로 이루어진 작품이다. 무엇보다 톰 크루즈와 함께 출연한 배우들(리즈 아메드, 존 굿맨, 산드라 휠러, 제시 플레먼스 등) 모두의 혼신에 이르는 연기력(엄청난 양의 대사 소화력)은 이루 형용할 수 없을 만큼의 감탄을 자아낸다. 대단하다. 영화란 것이 정말 대단한 예술이라고 새삼 느끼게 만든다. 단! 누가 만드느냐에 따라서다. 그리고 누가 주⸱조연을 맡느냐에 따라서다. 그러니 를 놓고서도 천재적인 캐스팅이 이 영화가 지닌 성취의 반 이상을 차지했다고 말 할 수 있는 것이다. 는 단순한 영화가 아니다. 일종의 액자형 영화다. 영화 안에 또 영화가 있는 식이다. 작품이 하나 더 있다. 에서는 그것이 대형 연극이다. 영화 속 연극의 제목은 이다. 이 연극에 나오는 주인공이 바로 디거 록웰이다. 영화 속 연극 에서 디거 록웰을 연기하는 배우 이름은 커티스다. 그러니까 톰 크루즈는 연극배우 커티스 역을 맡고 영화 속 연극에서 디거 역을 맡아 이중삼중의 연기를 하는 것이다. 톰 크루즈는 가장 먼저 디거로 자신을 바꿔야 했을 것이며(영화 속 연극 무대 리허설 중 커티스는 연출가와 언쟁을 벌이다가 자신은 이 역할을 위해 2년 넘게 디거라는 인물을 연구하고 또 연구했다고 말한다) 막이 바뀔 때마다 다시 커티스로 전환해야 했을 것이다. (커티스는 디거를 연기하는 도중 딸이 탄 비행기가 실종되자 중간중간 거의 미치려 한다. 딸의 이름은 ‘호프’다. ‘희망’에 필사적이다) 톰 크루즈는 디거이자 커티스이고 무엇보다 톰 크루즈 자신으로서 수시로, 그리고 시시각각 정체성을 전환한다. 일생일대의 복합 연기다.   영화 , 아니 사실상 연극 에서 디거 록웰은 석유왕이다. 그의 조부는 10센트짜리 삽 하나로 석유를 파냈고 디거는 조부와 아버지의 대를 이어, 아니 넘어서서, 가장 공격적인 석유 채굴업자로서 세계에 군림하고 있는 인물이다. 디거는 대형 사고가 터지자 이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대통령인 컴슨(존 굿맨)을 자기 집으로 오라 가라 한다. 컴슨의 내각은 여성이 단 한 명도 없는, 오로지 남성들로만 채워진 조직이며 부통령과 국방장관 모두 무능하고 무지하며 오로지 호전적인 인간들이다. 컴슨 내각은 인류의 위기 앞에 아무런 대책도 내놓지 못한다. 영화 , 그리고 속 연극 의 설정은 지구 대재앙이다. 그런데 이것이 천재가 아닌 인재라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석유왕 디거 록웰의 석유 시추 회사는 그린란드에서 하루 300만 배럴 석유를 생산한다. 문제는 이 시추 회사의 드릴이 그린란드의 지하 속 메탄을 건드린다는 것이다. 디거 록웰 회사의 환경 고문이자 환경기후 박사인 기네쉬(리즈 아메드)는 수차례에 걸쳐(그러나 디거가 거의 무시한) 이 이슈를 얘기한다. 인류의 운명은 기후 온난화와 탄소 배출의 문제 ’따위’가 아니라 현재 당신이 파헤치는 메탄이 문제가 될 것”이라고. 실제로 그린란드의 일부 (워싱턴 D.C 5배 규모) 땅과 빙벽이 떨어져 나오는 대참사가 벌어진다. 이 거대한 빙벽은 해류를 타고 유럽 북부를 강타하게 된다. 컴슨 대통령 내각은 우왕좌왕(도 아니고 이건 자신들과 상관없다는 식으로, 심지어 미 대륙은 안전하니 그거면 되지 않느냐는 식으로) 하더니 미친 국방장관의 제안대로 핵미사일을 써서 이제는 ‘주디’라고 이름 붙여진 (그것도 여자 이름이다) 거대 빙산을 폭파하려 한다. 이후 떨어져 나온 또 다른 빙산, 크렘리노바라 불리는(러시아 권부를 상징하는 크렘린에서 따 왔다) 이 빙산이 이번엔 알래스카를 넘어 전 세계, 특히 러시아와 미국으로 향하게 된다. 러시아도 미사일을 사용하고 이에 미국은 요격 미사일을 쓰려고 한다. 이번엔 일촉즉발의 핵전쟁이 벌어질 참이다. 영화 와 영화 속 연극 은 이 과정에서 벌어지는 ‘차마’ 웃지 못할 해프닝을 전개하는 이야기다.   영화 의 뛰어난 작품성은 영화와 연극을 혼재시키며, 그것도 자유자재로 오가며, 줄거리를 진전시키는 융합형 미디어 예술의 극치를 보여준다는 것에서 찾아진다. 특히 무대에 설치된 여러 장치가 기막힐 정도로 눈부시다. 연극 무대에 미디어 예술이 어떤 식으로 결합할 때 영화 이상의 시각효과를 얼마만큼 가져올 수 있는 가를 보여준다. 영화와 미디어, 연극이 각각은 짐작할 수 없을 만큼의 예술적 경지를 확인할 수 있다. 감독인 알레한드로 곤살레스 이냐리투는 이 영화를 위해 일단 연극 한 편을 머릿속에 그려 그 내용을 채운 후 다음엔 연극 바깥에 영화 줄거리를 덧입혀 이중삼중의 액자식 구성을 만들어 냈다. ‘가상의 가상’ 이야기는 그렇게 탄생하지만, 영화의 엔딩 부분을 보면 그 ‘가상의 가상’이 알고 보면 실제라는 점에 장탄식을 하게 된다. 그러니까 연극 의 이야기는 영화 에 관한 한 영화 속 실제라는 점이다. (즉, 연극은 25년 전 실제로 일어났던 ‘대재앙’의 재현이라는 것이다) 그 연결고리를 유추해 가다 보면 이 영화 전체가 단순한 가설이나 가상이 아니라 지금 바로 이 현실에서 벌어지고 있음 직한 일이라는 결론을 얻게 된다. 그러니까 현재 그린란드 어딘 가의 빙벽이 균열을 일으키고 있을 것 같은 ‘현실적 착시’를 갖게 만든다. 마침 네팔에서 동토가 무너져 대홍수가 일어난 것을 목격한 터이다. 트럼프가 그린란드를 갖겠다며 설치는 이유가 그린란드 안의 광물을 무분별하게 캐내려는 욕심 때문이라는 점도 이미 잘 알려진 사실이다. 영화 는 현재 우리 주변에서 벌어지는 일들이 가히 심상치 않은 것임을 강하게 느끼게 해 준다. 는 기본적으로 코미디지만 그 어느 작품보다도 더 우울하고 불길한 디스토피아 영화다. 알레한드로 곤살레스 이냐리투의 장기는 롱테이크다. 카메라를 끄지 않고 한 번에 긴 장면을 찍는다. 알고 보면 모든 연극은 롱테이크 기법으로 만들어지는 것이다. 이냐리투는 영화를 연극처럼 찍는 데에 있어 이골이 날 만큼 전문적인 연출가다. 이전 영화 도 영화 전체가 한 씬이다. 2시간에 가까운 영화를 한 번에 죽 찍은 것이다(라지만 전문 촬영감독들의 평가로는 60여 회 정도 카메라를 끊고 이어 붙였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장편영화의 컷 수는 적게는 4백 회, 많게는 2천 회다). 의 압권은 디거 록웰이 유럽에서 열린 대책 회의에서 연설하는 장면이다. 15분가량 이어지는 이 장면은 톰 크루즈의 완벽 연기, 장면을 컷으로 분할하지 않고 연극의 실시간 무대처럼 찍는 촬영감독 엠마누엘 루베즈키의 놀랍고도 정교한 카메라워킹, 그리고 군중으로 출연하고 있는 모든 엑스트라 한 명 한 명의 연기의 총합으로 혀를 내두를 만큼의 영화적 쾌감을 선사한다. 실로 대단한 장면이다. 스크린 저 구석 모퉁이에서 거의 동전만큼의 크기로 나오는 엑스트라까지 연기를 해내고 있음에 감격하게 만든다. 이건 결국 연출과 촬영의 승리다. 톰 크루즈는 이 장면 하나만으로 각종의 연기상을 휩쓸 것이다. 그는 이번 연기를 위해 머리를 뽑고 6시간씩 들여 지방 슈트를 장착해 배를 불룩하게 만들었다. 톰 크루즈는 실제보다 10년 이상의 나이로 보이게 나왔고 이번 영화 출연으로 실제로 늙어버렸다. 배우 스스로 그걸 감내해 낸 셈이다. 영화 는 한 편의 연극과 한 편의 영화를 세심하게 이어 붙이되 그 연결고리를 지구 대재앙이란 소재로 만든 것이다. 미국식 석유, 화석연료 중심의 자본주의와 폭력적인 정치체제가 일으킨 대참사 얘기이다. 비현실적인 코미디인 척 사실은 사회적 리얼리즘의 영화이다. 일종의 판타지 사회적 리얼리즘이라는 괴상한 수식어가 따라붙게 되는 작품이다. 이 영화는 미국과 한국에서 거의 동시에 개봉됐고 (미국 10월 2일, 한국 3일) 1억 8천만 달러 (약 2천 4백억 원)을 들였지만 전 세계적으로 4천만 달러(약 530억 원)를 벌어들이는 데 그쳤다. 한국에서도 톰 크루즈 내한 행사까지 열었지만, 17일 현재 관객 수는 8만 1809명에 그치고 있다. 시쳇말로 ‘개폭’ 망한 것이다. 이 영화는 엄청나게 돈을 잃을 것이다. 그러나 엄청나게 상을 타게 될 것이다. 예술이냐 돈이냐, 늘 그것이 문제다. 감히 말하건대 는 2020년대 최고 걸작 영화 중의 한편이 될 것이다.  오동진 영화평론가 ohdjin1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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