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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 바로가기 : 김일성 만세 도 괜찮다는 이병태의 김수영 시인 모독

김일성 만세 도 괜찮다는 이병태의 김수영 시인 모독
[뉴스]
이병태 규제합리화위원회 부위원장이 배재고 야구부의 스타벅스 가자” 발언을 옹호하며 ‘김일성 만세’를 꺼냈다. 서울 한복판에서 외치더라도 ‘다수의 진리에 정화’되는 ‘소수의 미친 소리’라면서 그 예시로 이 문구를 가져다 썼다. 이 인용으로 이병태 부위원장은 5.18 조롱에 대한 분노를 조롱한 것과 함께 김수영 시인의 시까지 모독하게 됐다. 4.19가 지나고 얼마 안 된 1960년 10월, 김수영 시인은 김일성 만세 라는 제목의 시에서 이렇게 썼다. 김일성 만세 한국의 언론자유의 출발은 이것을 인정하는 데 있는데   생전의 김수영 시인. 불온한 내용으로 인해 김수영 시인 생전에 발표되지 못하고 그가 죽고도 거의 50년을 어둠 속에 있다가 2008년, 여름호에서 미공개 유고 15편과 함께 세상에 나온 시다. 김수영이 겨눈 것은 사상의 자유가 허용되지 않는 현실에 대한 규탄이었다. 이승만 정권이 무너지고 장면 내각이 들어섰지만 자유는 여전히 부정되고 있다는 개탄이었다. 이병태 부위원장이 옹호한 5.18 조롱 발언을 김수영 시인이 김일성 만세 라는 풍자적인 말로 고발하려 했던 사상의 자유에 대한 억압과 같은 것으로 볼 수 있을까. 그러나 김수영 시인의 시를 표현의 자유를 무제한 옹호하는 시로 읽는다면 반쪽 이해인 것을 넘어서 정반대의 독해를 하는 셈이다. 이병태 부위원장은 5.18 조롱에 분노하는 목소리를 다시 조롱하기 위해 ‘김일성 만세’를 가져왔다. 국가 폭력에 희생된 이들을 향한 모독을, 국가 폭력이 사상을 짓누르던 시절에 대한 저항의 언어로 덮어씌운 것이다. 표현의 자유의 문제는 모든 표현을 허용하느냐 마느냐는 문제로 단순화될 수 없다. 그보다는 어떤 표현은 지나치게 보장되고 어떤 표현은 철저히 억압되는 그 불균형한 현실에 대한 직시에서 출발해야 한다. 헌법은 표현의 자유를 임의로 억압하지 못하게 하면서도 절대적으로 보장하지도 않게 설계돼 있다. 헌법 제21조 4항은 언론·출판이 타인의 명예나 권리, 공중도덕이나 사회윤리를 침해해서는 안 된다고 못 박았다. 제37조 2항은 국가안전보장과 질서유지, 공공복리를 위해 필요하면 법률로 자유를 제한할 수 있다고 했다. 민주주의는 관용을 베풀되 민주주의 자체를 파괴하려는 자에게까지 관용을 베풀 수는 없다는 것이 헌법의 사상 표현의 자유에 대한 온당한 해석일 것이다. 그러므로 민주주의의 표현의 자유 원칙은 무엇이 민주주의를 파괴하는 행위인지 정확히 가려내는 일에서 시작된다. 국가 폭력의 피해자를 조롱하며 그 조롱에 대한 정당한 분노마저 억누르려는 시도는 공동체가 합의한 최소한의 전제에 대한 도전이다. 이병태 부위원장의 ‘김일성 만세’ 운운이 표현의 자유에 대한 몰이해와 왜곡이 되고 있는 것은 그런 이유에서다.   서울 건국대학교 새천년관에서 열린 ‘문 정권 2년 평가 및 대한민국의 미래’ 토크콘서트에서 이병태 카이스트 교수가 발표를 하고 있다. 2019.5.8. 연합뉴스 이병태 씨가 맡고 있는 규제 합리화 위원회 부위원장이라는 직함을 생각하면 그 아이러니는 더욱 커 보인다. 이 기관의 이름처럼 ‘규제’는 합리화의 대상이지 전면 철폐의 대상이 아니다. 불필요한 규제는 걷어내되 필요한 규제는 유지하거나 정교화하는 작업이 규제의 ‘합리화’일 것이다. 이 직책에 무엇보다 먼저 필요한 것은 무엇을 풀고 무엇을 남길지 가려내는 것이다. 민주주의 자체를 파괴하려는 행위에 대해 어떤 규제가 필요한지를 판단하는 분별이다. 이 부위원장의 말이 드러내는 심각한 이중성은 그가 국가 폭력 피해자에 대한 조롱을 옹호하기 위해 국가폭력의 주범 중 하나인 국가보안법까지 거꾸로 들고 나왔다는 것이다. 국보법이 적용될 수도 있는 김일성 만세라는 말을 가져다가 국보법으로 인해 여전히 사상과 정보 접근이 제약받는 현실을 희화화하고 있는 것이다.  국보법이 한국 사회를 옥죄고 통제하는 상황이야말로 ‘합리화’가 절실한 규제랄 수 있다. 예컨대 김일성이 누구인지 알고자 하는 시도조차 압수수색과 기소로 이어지는 것이 국가보안법의 적용 현실이다. 그러나 규제합리화 부위원장은 그같은 현실에는 눈을 돌리지 않으면서, 약자를 향한 조롱을 방어하기 위해 사상 억압을 규탄했던 시인의 언어를 함부로 차용했다. 그러나 그가 먼저 봐야 할 것은 ‘김일성 만세’도 아닌 김일성이 누군지 제대로 탐구해보자는 취지로 발간된 김일성 회고록 『세기와 더불어』의 출판사가 겪은 수난이 드러내는, 국가보안법이 표현과 사상의 자유를 억누르는 현실일 듯하다. 2021년 4월, 도서출판 민족사랑방이 낸 이 책 8권 세트를 원전 그대로 국내에 출간한 것에 대해 서울경찰청 안보수사대는 국가보안법상 찬양·고무 혐의로 기소 의견을 붙여 사건을 넘겼다. 김일성 만세는커녕 김일성이 누구인지 알고자 자서전 한 질을 펴낸 일조차 이렇게 압수수색과 기소로 이어지는 모습이 보여주는 지금 이곳의 상황이다. 광화문 광장에서 김일성 만세를 외칠 수 있는 있을 법하지 않은 상황을 무리하게 가정하기 전에 국가보안법이 지금도 일상에서 사상과 표현을 옥죄고 있는 현실부터 봐야 할 것이다. 1948년 제정된 이 법이 수십년간 어떻게 무고한 양민을 법적 근거도 없이 학살한 국가폭력의 무기로 쓰여 왔는지, 민주주의의 근간을 흔들고 국민의 눈과 귀를 가려온 악법으로 어떻게 군림해 왔는지를 먼저 봐야 할 것이다. 지난해 12월 더불어민주당·조국혁신당·진보당·기본소득당·사회민주당 소속 의원 31명이 공동발의한 국가보안법 폐지안부터 먼저 봐야 마땅할 것이다. 66년 전 시인 김수영의 시가 겨눈 창끝은 억압하는 국가를 향한 것이었다. 그러나 이병태는 국가폭력의 희생자를 조롱한 발언에 대해 분노하는 목소리를 다시 조롱했다. 그가 무단으로 빌려온 김수영 시인의 ‘김일성 만세’라는 표현은 표현의 자유를 가로막는 현실에 대한 고발보다는 오히려 그 같은 이중적 현실을 덮는 수사적 방패로 동원됐다. 김일성 만세도 허용돼야 한다면 5.18 조롱쯤이야 당연히 허용돼야 하지 않느냐는 그의 논리에 대해 시인 김수영은 과연 어떤 반응을 보였을지 궁금해진다. 자신이 사상의 자유를 갈구하며 써 내려간 시구가 반세기가 지나 국가 폭력의 피해자를 조롱하는 논리로 동원되는 광경을 본다면 어떤 심경이 됐을까. 시인이 느꼈을 모독감이 짐작된다.  이명재 에디터 promes65@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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