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체포특권 포기 덫에 걸린 권성동…특검, 영장 청구 [카테고리 설정이 아직되어 있지 않습니다.] 국민의힘 권성동 의원이 28일 인천국제공항공사 항공교육원에서 열린 2025 국민의힘 국회의원 연찬회에 참석하고 있다. 2025.8.28. 연합뉴스
김건희 관련 의혹을 수사 중인 민중기 특별검사팀(김건희 특검팀)이 28일 국민의힘 권성동 의원에 대해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전격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전날 장시간 수사에도 권 의원이 혐의를 전면 부인한 만큼 증거 인멸 가능성이 큰 것으로 판단하고 영장을 청구한 것으로 보인다.
권 의원은 불체포 특권이 보장된 현역 국회의원 신분인 만큼 체포동의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해야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이 열린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단독 과반인 상황에서 체포동의안 가결 가능성이 높게 점쳐지는 가운데, 권 의원의 대응에 관심이 쏠린다. 권 의원이 과거 이재명 대통령의 사법 리스크 를 부각하기 위해 스스로 불체포 특권 포기 서약서 를 썼기 때문이다. 자신의 놓은 덫에 자신이 걸린 셈이다.
통일교 관계 인정하고 불법 자금은 부인
김건희 특검팀은 이날 언론 공지를 통해 오늘 오후 권성동 의원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고 밝혔다. 전날 권 의원을 특검팀 사무실에 불러 13시간 넘게 조사한 지 하루 만이다.
권 의원은 2021~2024년 윤영호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구속 기소)으로부터 통일교 행사 지원 등을 요청받으며 불법 정치자금 1억 원을 수수한 혐의(정치자금법 위반)를 받고 있다. 20대 대선이 있었던 2022년 2~3월 한학자 통일교 총재로부터 현금이 든 쇼핑백을 두 차례 받아 갔다는 의혹도 받는다. 이외에도 특검팀은 통일교가 2023년 국민의힘 전당대회에서 권 의원의 당대표 당선을 위해 신도들을 대거 동원했다는 의혹도 수사 중이다.
법조계에 따르면 권 의원은 특검팀의 추궁에 통일교 관계자들과의 만남은 인정하면서도, 금품을 받은 사실에 대해서는 적극 부인했다고 한다. 윤 전 본부장과 건진법사 전성배 씨가 국민의힘 당대표 선거에서 권 의원을 지원할 목적으로 통일교 교인들을 대거 입당시키기 위해 나눈 문자 메시지 등이 확인된 만큼 통일교와의 관계는 인정하고, 수사팀 추적이 어려운 현금 부분에 대해서만 적극 부인한 것으로 보인다.
통일교 청탁 의혹을 받는 국민의힘 권성동 의원이 27일 서울 종로구 KT광화문빌딩에 마련된 김건희 씨 관련 의혹을 수사하는 민중기 특별검사팀 사무실에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하고 있다. 권 의원은 2021∼2024년 통일교 전 세계본부장 윤모 씨(구속기소)로부터 통일교 행사 지원 등을 요청받으며 불법 정치자금 1억원을 수수한 혐의(정치자금법 위반)를 받는다. 2025.8.27. 연합뉴스
이에 특검팀은 추가 조사 이후 구속영장 청구를 하는 방안도 검토했지만, 현역 국회의원 신분인 권 의원에 대한 강제 소환 등이 어렵고 혐의도 완강하게 부인하는 만큼 추가 조사를 하지 않고 영장을 청구한 것으로 보인다. 현직 의원에 대해 영장을 청구한 것은 그만큼 혐의를 입증할 물증을 충분히 확보됐다는 의미로도 해석된다.
권성동, 순순히 체포동의안에 응할까
권 의원에 대해 구속영장이 발부되면서 시선은 국회로 쏠린다. 현역 국회의원인 권 의원은 회기 중 국회 동의 없이 체포·구금되지 않는 불체포 특권을 가지기 때문에 체포동의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해야 법원의 영장실질심사가 열릴 수 있다.
국회법에 따르면 구속영장 청구서를 접수한 관할 법원은 정부에 체포동의 요구서를 제출하고, 정부는 국회에 체포동의를 요청해야 한다. 국회의장은 요구서를 받은 후 처음 개의하는 본회의에서 이를 보고하고 24시간 이후, 72시간 이내에 본회의를 열어 표결에 부쳐야 한다. 시한을 넘기면 이후 처음 열리는 본회의에 상정해 표결한다. 권 의원의 체포동의안은 국회 일정을 고려하면 다음 달 1일부터 열리는 정기 국회에서 처리될 것으로 보인다.
체포동의안은 재적 의원 과반이 출석하고 출석 의원 과반이 찬성하면 최종 가결된다. 가결 시 영장심사 기일이 정해지며, 부결 땐 법원 심문 없이 영장을 기각한다. 현재 국회의원 의석수는 ▲민주당 166석 ▲국민의힘 107석 ▲조국혁신당 12석 ▲진보당 4석 ▲개혁신당 3석 ▲기본소득당 1석 ▲사회민주당 1석 ▲무소속 4석 등으로, 민주당 단독으로도 체포동의안을 처리할 수 있다. 정치권에서는 체포동의안 가결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다만 체포동의안이 가결되더라도 권 의원이 구속 절차에 응할지는 의문이다. 권 의원 등 국민의힘 의원들은 과거 이재명 대통령의 사법 리스크 를 부각하기 위해 불체포 특권 포기 서약서 를 스스로 썼지만, 강제력도 없는 서약서를 따르지 않을 것이라는 게 정치권의 대체적인 전망이다. 오히려 특검 수사를 정치 탄압으로 규정하며 강제 구인 등에 대해 강렬히 저항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국민의힘 전당대회 합동연설회를 방해해 당 윤리위원회에 회부된 극우 유튜버 전한길(본명 전유관) 씨가 14일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열린 윤리위원회에 참석하기 전 농성중인 김문수 당 대표 후보와 인사하고 있다. 2025.8.14 [공동취재] 연합뉴스
권 의원은 전날에도 특검에 출석하면서 자신에 대한 수사가 정치 탄압 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자신의 혐의에 대해 전면 부인한 뒤, 저는 지난 문재인 정부 때도 정치 탄압을 받았지만 (강원랜드 채용비리 사건에서) 1, 2, 3심 모두 무죄를 선고받았다 면서 특검이 무리수를 쓴다 한들 없는 죄를 만들 수가 없고, 대한민국 민주주의와 야당인 국민의힘의 뿌리를 뽑을 순 없을 것 이라고 했다.
장성철 공론센터 소장은 전날 CBS 유튜브 라이브 방송에 출연해 특검이 구속 영장을 청구하면 국회에서도 통과되고 법원에서도 영장이 나올 것 이라면서도 (실제) 구속은 안 될 수도 있다 고 말했다. 장 소장은 (권 의원이) 당사에서 야당 탄압이라고 버티기를 할 것으로 보인다 며 다른 의원들도 자신을 위해 권성동에서 (구속을) 끊어야 된다 며 당사를 폐쇄할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 고 말했다.
한편 권 의원은 이날 인천국제공항공사 항공교육원에서 열린 국민의힘 연찬회 도중 구속영장 청구소식을 접했다. 에 따르면 연찬회에 참석해 상임위 분과별 토론에 참여했던 권 의원은 구속영장 청구와 관련한 기자의 질문에 아무런 답도 하지 않은 채 차를 타고 현장을 빠져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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