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스마트폰 수리정보 공개 의무 시행 1년…80%가 정보 미흡 [뉴스] EU 에코디자인 규정 시행 1년을 맞아 유럽 수리권 연합이 스마트폰 수리정보 공개 현황을 분석했다. 조사 대상 스마트폰의 80% 이상에서 부품 가격이나 수리설명서 등 필수 수리정보를 제대로 확인하기 어려운 것으로 나타났다. / 출처=유럽 수리권 연합
유럽연합(EU)에서 최근 1년간 출시된 스마트폰 10대 중 8대가 의무 수리정보를 제대로 공개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유럽 수리권 연합(Right to Repair Europe)은 7일(현지시각) EU 시장에 출시된 스마트폰 2334개를 조사한 결과, 부품 가격이나 수리설명서를 실제로 확인할 수 있는 제품은 약 18%에 그쳤다고 밝혔다.
절반은 수리정보 링크도 없어…일부는 테무·알리익스프레스 연결
유럽 수리권 연합은 유럽 30개국의 환경·소비자단체와 수리업체 등 190여개 조직이 참여하는 연합체다. 이번 조사는 EU 에너지라벨 제품등록시스템인 유럽제품등록부(EPREL)에 등록된 스마트폰을 대상으로 진행했다.
조사 대상의 절반가량은 부품 가격이나 수리설명서를 제공해야 할 웹주소란이 비어 있었다. 19%는 제품 소개나 일반 고객지원 페이지로 연결돼 관련 정보를 확인할 수 없었다.
또 8%는 설명서를 참고하라는 안내만 제공했고, 약 5%는 테무나 알리익스프레스 같은 온라인 쇼핑몰을 부품 구매처나 수리정보 링크로 등록했다.
EU는 지난해 6월20일부터 스마트폰·태블릿 에코디자인 규정을 적용하고 있다. 제조사와 수입자는 주요 부품의 공급 정보와 소비자용 수리·유지관리 설명서를 무료 웹사이트에 공개해야 한다. 부품 가격도 제공해야 한다.
소비자가 제품을 사기 전에 수리 가능성과 비용을 비교하고 제품을 더 오래 사용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EU 스마트폰 에너지라벨 예시. 에너지효율 등급과 배터리 사용시간, 낙하 충격 내구성, 수리성 등급, 방진·방수 성능 등을 한눈에 확인할 수 있도록 표시한다. / 출처=EU 집행위원회
중국 오키텔은 수리성 A등급…필수 웹주소는 모두 공란
수리정보를 제대로 확인할 수 없는데도 높은 수리성 등급을 받은 제품도 확인됐다.
중국 스마트폰 브랜드 오키텔의 ‘WP35 Pro’는 EPREL 제품정보표에서 수리성 A등급을 받았다. 부품 공급과 소프트웨어 업데이트, 수리정보 제공 항목에도 각각 최고점인 5점이 부여됐다. 수리성 점수는 제조사나 수입자가 정해진 평가항목에 따라 관련 정보를 직접 신고하는 방식이다. 유럽 수리권 연합도 수리성 점수가 제조사 자가신고에 기반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같은 정보표에서 부품 공급 정보와 소비자용 수리설명서, 부품 가격을 안내하는 웹주소란은 모두 ‘/’로 표시됐다. 수리정보 제공 항목은 최고점으로 신고됐지만 소비자가 이를 확인할 링크는 등록되지 않은 것이다. 신고된 점수와 실제 공개정보가 맞지 않은 사례다.
정보를 공개한 경우에도 이용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왔다. 에이서는 태블릿 배터리 가격을 14~128유로(약 2만2000~19만9000원), 화면 모듈은 42~241유로(약 6만5000~37만5000원)로 안내하고 있다. 에이서는 실제 가격이 제품에 따라 달라지고 세금과 배송비는 포함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애플과 삼성전자는 관련 수리정보를 제공하고 있지만, 유럽 수리권 연합은 EPREL 링크에서 실제 부품 가격까지 확인하려면 여러 단계를 거쳐야 한다고 지적했다. 수리정보를 제공한 제품에서도 소비자가 구매 전에 수리비를 쉽게 비교하기는 어렵다는 의미다.
제조사가 정보 등록하고 회원국이 점검…시장감시 강화 요구
스마트폰 수리성 등급은 제품 분해 난이도와 필요한 도구, 부품 공급, 소프트웨어 지원 기간, 수리정보 제공 여부 등을 토대로 A~E등급으로 표시한다. 관련 정보는 제조사나 수입자 등이 EPREL에 등록하고 회원국 시장감시기관이 규정 준수 여부를 점검한다.
유럽 수리권 연합은 수천개 제품에서 공란이나 관련 정보가 없는 링크가 확인됐다는 점을 들어 현재 시장감시가 충분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제조사가 신고한 수리성 점수의 전체 산정자료도 일반에 공개되지 않아 소비자가 점수의 근거를 직접 확인하기 어렵다고 봤다.
연합은 제조사가 수리성 등급 산정에 사용한 전체 자료를 공개하고 소비자와 수리업체가 규정 미준수 사례를 쉽게 신고할 수 있는 EU 차원의 창구를 마련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영국 IT 전문매체 더레지스터는 유럽 수리권 연합의 조사 결과를 인용해 스마트폰 수리정보 공개 의무가 적용된 지 1년이 넘었지만 조사 대상의 80% 이상에서 필요한 정보를 제대로 확인할 수 없었다고 보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