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ESG 공시로드맵 최종안 입수...2029년 3171개사 영향권 [뉴스] 금융위원회가 추진중인 지속가능성(ESG) 공시 로드맵 최종안이 초안에 비해 강도가 훨씬 강해질 전망이다.
임팩트온이 단독 입수한 금융위 최종안에 따르면, 당정은 2028년(FY27) 연결자산총액 10조원을 시작으로, 29년 5조원으로 확대하는 방안에 합의한 것으로 드러났다. 또 28~29년 공시 상황을 평가해 2030년 2조원까지 추가 확대를 검토할 예정이다.
이번 방안에 따르면 공시 범위에 들어오는 기업은 종속회사를 포함해 2028년 291개사, 2029년 3171개사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제도 연착륙을 위해 공시 첫해에는 자산과 매출이 모두 연결기준 10% 미만인 종속회사를 공시 범위에서 제외하는 방안이 유지됐다.
특히 2028년부터 자본시장법상 사업보고서 공시로 즉시 시행되며, 당정은 이를 위해 연내 자본시장법 개정을 추진하기로 했다.
금융위원회가 추진중인 지속가능성(ESG) 공시 로드맵 최종안이 초안에 비해 강도가 훨씬 강해질 전망이다./ 금융위
10조원부터 시작, 5조원으로 확대…공시 영향권 대폭 확대
ESG 공시 채널이 자본시장법상 사업보고서가 된다는 것은, 재무공시와 같은 법정공시 체계 안으로 들어간다는 뜻이다. 기업 입장에서는 공시 책임, 내부통제, 이사회 보고, 법무 검토, 데이터 검증 체계를 동시에 갖춰야 한다.
다만 당정은 도입 초기 3년간 공시정보 전체에 대해 자본시장법상 손해배상, 행정제재, 형사처벌을 포괄적으로 면제하기로 했다. 제도 안착과 기업의 적극적인 공시를 유도하기 위한 장치다.
예외는 고의적 그린워싱이다. 당정은 고의적인 그린워싱에 대해서는 자본시장법상 손해배상 책임과 행정책임을 묻겠다고 밝혔다. 형식적으로는 면책을 넓히되, 허위·과장 공시에 대해서는 책임을 남겨 공시제도의 신뢰성을 확보하겠다는 구상이다.
3년 이후에는 지속가능성 공시의 특성을 고려한 세이프하버가 적용될 예정이다. 미래 리스크 예측 정보, 온실가스 배출량 등 추정 정보, 협력업체 등 통제할 수 없는 제3자로부터 수집한 정보는 합리적인 근거와 판단을 전제로 충실히 공시했다면 손해배상 책임과 행정책임을 면제하고, 형사책임도 배제하는 방향이다.
제3자 인증은 2030년부터…스코프3는 대상별 3년 유예
법정공시로서 공시정보의 신뢰성을 높이기 위한 제3자 인증도 자본시장법 개정 과정에서 제도화될 전망이다. 다만, 인증 의무화는 공시 의무화 2년 뒤인 2030년부터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 국내외 인증 실무가 아직 충분히 축적되지 않았다는 점을 고려한 조치다.
인증 범위와 수준, 인증업자 진입규제 등 세부 제도는 향후 자본시장법령 개정 과정에서 구체화된다. 지속가능성 공시 인증은 재무제표 회계감사와 유사하게 독립적인 제3자가 공시정보의 신뢰 수준을 판단하는 절차다.
가장 부담이 큰 스코프3 공시는 대상별로 3년 유예될 것으로 보인다. 스코프3는 기업의 직접 배출인 스코프1, 에너지 사용에 따른 간접배출인 스코프2를 넘어 가치사슬 전반에서 발생하는 배출량을 뜻한다. 협력사, 원재료, 물류, 사용, 폐기 단계까지 포함되기 때문에 산정 난도가 높다.
당정안에 따르면, 연결자산총액 10조원 이상 기업은 2031년부터, 5조원 이상 기업은 2032년부터, 2조원 이상 기업은 2033년부터 스코프3 공시가 적용될 전망이다. 중소기업기본법상 소기업이면서 고탄소 배출 업종이 아닌 기업은 공시 대상에서 제외하는 의견수렴안도 유지됐다.
15개 수출업종 스코프3 가이드라인 만든다
정부는 기업 지원책도 함께 내놨다. 기후부는 한국형 기후리스크 통합플랫폼을 개발해 2028년 공개한다. 해외 분석도구를 고가로 이용해온 기업 부담을 낮추겠다는 취지다.
스코프3 대응을 위해서는 주요 수출 15개 업종별 배출량 산정 가이드라인을 2028년까지 개발한다. 이미 완료됐거나 진행 중인 업종은 이차전지, 철강, 석유화학·석유제품, 반도체, 디스플레이 등이다. 조선, 바이오, 자동차, 자동차부품, 일반기계, 무선통신, 섬유, 가전, 컴퓨터 업종도 개발 대상에 포함된다.
협력사 데이터를 직접 수집하기 어려운 경우를 대비해 전과정목록데이터(LCI)도 2028년까지 1000개 구축한다. LCI는 원료 채취, 수송, 생산, 폐기 등 제품 전 과정의 환경영향을 계산하기 위해 탄소배출 등을 물질·공정 단위로 모듈화한 데이터다.
산업부는 협력업체가 같은 데이터를 여러 공시기업에 반복 제출하지 않도록 산업공급망 ESG 플랫폼 개발을 추진한다. 이른바 ‘단일입력-다수대응’ 구조를 만들겠다는 것이다. 대기업 한 곳의 공시 의무가 수백, 수천 개 협력사 데이터 요구로 번지는 것을 완화하기 위한 장치다.
국민연금도 공시정보 활용…ESG가 자본시장 평가로 연결
이번 방안은 공시 의무화에 그치지 않고, 공시정보의 활용까지 포함했다. 국민연금은 기업과의 대화 등 기금 운용 전반에 ESG 공시정보 활용을 확대할 계획이다. 여타 기관투자자도 수탁자 책임활동에서 ESG 요소를 고려하도록 유도하기 위해 코드 이행점검 때 수탁자 책임 정책에 ESG 고려가 반영됐는지 점검하고 공개한다.
금융회사가 전환금융을 공급할 때 공시정보를 활용하는 방안도 검토된다. 이는 ESG 공시가 단순 보고서 작성 업무가 아니라 자본조달, 투자자 관계, 대출 조건, 전환금융 심사와 연결될 수 있음을 뜻한다.
한편, 이번 최종안은 지난 2월 공개됐던 초안보다 적용 대상과 법적 성격이 모두 강화됐다. 당시 초안은 2028년 30조원 이상 코스피 상장사부터 시작, 29년 10조원 이상으로 확대하는 방안이었다. 공시 채널도 초기에는 거래소 공시를 활용한 뒤 제도 안착 후 법정공시로 전환하는 방안이었다.
하지만 초안 발표 이후, 국민연금을 비롯한 글로벌 기관투자자, 시민단체, 정치권 등에서 공시 대상 확대에 대한 다양한 요청이 이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급기야 청와대가 국민연금 최고투자책임자(CIO)를 직접 불러 의견을 청취한 사실이 확인되기도 했다. 국회에서는 박상혁 의원, 민병덕 의원, 이헌승 의원, 김현정 의원 등이 잇따라 ESG 정보를 사업보고서를 통해 공시하도록 하는 자본시장법 개정안이 발의되기도 했다.
금융위원회는 지난달 30일 지속가능성 공시 로드맵 최종안을 발표할 예정이었지만, 국회 상임위원회 구성 지연으로 일정이 보류됐다. 당정협의가 끝난 이후, 이르면 7월 중 자본시장법 개정안을 마련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