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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 바로가기 : 부산 민주도시 로 거듭나려면 부마항쟁기념관 필요

부산 민주도시 로 거듭나려면 부마항쟁기념관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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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원식 국회의장이 지난해 12월 19일 부마항쟁 상징 조형물 이전 제막식에서 헌화하고 있다. 원래 이 조형물은 부마항쟁 20주년인 1999년 경남 창원시 마산합포구 방송통신대 창원시학습관 옆 서항공원에 세워졌는데 부마항쟁 기념사업회의 이전 요청이 받아들여져 부산대 학생 시위 이틀 뒤 마산에서 처음 항쟁이 시작된 월영공원으로 옮겨졌다. 2025.12.19 연합뉴스 부산은 민주도시인가, 보수도시인가. 이 질문은 부산의 역사와 현실 사이에 놓인 오래된 모순을 겨냥한다. 부산은 1979년 부마항쟁이 시작된 도시다. 박정희 유신체제에 맞선 대규모 시민 저항이 광주보다 앞서 부산과 마산에서 일어났다. 1960년 3·15의거의 도시 마산과 함께 부산·경남은 한국 민주주의의 중요한 발원지였다. 그런데도 부산은 오랫동안 보수의 도시 라는 이름으로 불려왔다. 때로는 그것이 단순한 평가를 넘어 힐난에 가까운 비판으로 사용되기도 했다. 부마항쟁의 도시가 어떻게 저렇게 보수화됐는가.   민주화운동의 역사를 가진 부산이 왜 늘 보수정당을 선택하는가. 이러한 비판에는 현실적인 근거가 있었다. 1990년 김영삼의 3당 합당 이후 부산에서는 30여 년 동안 보수정당이 총선과 대통령선거에서 우위를 유지했다. 부마항쟁의 역사보다 3당 합당 이후 형성된 지역주의 정치가 부산의 정치적 정체성을 더욱 강하게 규정했던 것이다. 그러나 부산의 선거 결과를 장기적으로 살펴보면, 부산을 단순히 보수도시 라고만 규정하기 어려운 변화가 분명하게 나타난다. 3당 합당 이후 무너진 민주당계 기반 1988년 제13대 총선에서 통일민주당의 부산 평균 득표율은 50.5%였다. 당시 부산은 김영삼과 통일민주당의 핵심 정치 기반이었다. 그러나 1990년 3당 합당으로 통일민주당이 집권 민정당계와 결합하면서 정치지형은 완전히 바뀌었다. 김영삼을 지지했던 부산의 유권자와 지역 조직 상당수가 민주자유당으로 이동했고, 민주당계 정당은 부산에서 사실상 정치적 기반을 상실했다. 민주당계 총선 평균 득표율은 1992년 20.1%, 1996년 20.3%, 2000년 15.7%에 그쳤다. 3당 합당 이후 약 10년 동안 민주당계 정당은 부산에서 10%대 후반에서 20%대 초반의 주변 세력으로 밀려났다. 이 시기의 선거 결과는 부산이 보수도시 라는 평가를 받게 된 가장 직접적인 근거였다.   노무현 이후 시작된 정치지형의 변화 변화의 첫 계기는 2004년 총선이었다. 민주당계 평균 득표율은 38.9%로 급등했다. 노무현 대통령의 탄생과 대통령 탄핵에 대한 반발, 열린우리당의 개혁 이미지가 함께 작용했다. 무엇보다 노무현은 부산에서 지역주의에 맞서 세 차례나 출마했던 정치인이었다. 그의 대통령 당선은 민주당계 정치가 부산과 무관한 외부 정치가 아니라는 사실을 부산 시민들에게 다시 확인시켜 주었다. 그러나 2008년에는 평균 득표율이 20%로 급락했다. 이는 2004년의 상승이 노무현 탄핵 역풍이라는 일회성 요인에 크게 의존했으며, 1990년대 수준(20% 안팎)으로 고스란히 되돌아갈 만큼 지지 기반이 아직 얕았음을 보여준다. 이후 2012년 34.6%, 2016년 38.4%로 다시 상승했다. 문재인이라는 부산 기반 정치인의 등장, 민주당 조직의 성장, 세대교체, 지역경제의 변화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 그리고 2020년과 2024년 총선에서는 민주당계 평균 득표율이 각각 44%, 45.1%에 이르렀다. 의석수에서는 보수정당이 여전히 우세했지만, 득표율에서는 양대 정치세력이 실질적으로 경쟁하는 수준에 도달하였다. 여기서 정직하게 짚어야 할 지점이 있다. 부마항쟁이 국가기념일로 지정된 2019년을 기준으로 그 이전 8년(2008년 20% → 2016년 38.4%, +18.4%p)과 이후 8년(2016년 38.4% → 2024년 45.1%, +6.7%p)을 비교하면, 상승폭은 오히려 2019년 이후 둔화되었다. 이 수치만 보면 기억문화의 제도화가 정치 변화를 가속했다 는 주장은 성립하기 어렵다. 상승폭 둔화는 득표율이 이미 40%대에 근접하며 자연스럽게 나타나는 체감 효과일 수도 있고, 다른 정치적 요인이 상쇄했을 수도 있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2019년 이후에도 득표율이 하락 반전 없이 완만한 상승을 지속했다는 사실이다. 이는 기억문화의 제도화가 정치 변화의 원동력이라기보다, 이미 진행 중이던 구조적 변화를 뒷받침하며 되돌리지 않는 안정화 조건으로 작동했을 가능성을 시사한다.   대통령선거에서도 확인되는 변화 대통령선거 역시 같은 흐름을 보여준다. 1997년 김대중 후보의 부산 득표율은 15.28%였다. 그러나 2002년 노무현 후보는 29.85%, 문재인 후보는 2012년 39.87%, 2017년 38.71%를 기록했다. 이재명 후보도 2022년 38.15%, 2025년 조기 대선에서는 40.14%를 얻었다. 1990년대 10%대에 머물렀던 민주당계 대통령 후보의 득표율이 이제는 40% 안팎까지 상승한 것이다. 총선과 대통령선거를 함께 보면 부산은 더 이상 특정 정당의 승리가 예정된 도시가 아니다. 적어도 득표율만 놓고 보면 부산은 영남권에서 보수와 민주당계 정치세력이 가장 치열하게 경쟁하는 지역으로 변화하고 있다. 부산 정치는 왜 달라졌는가 물론 이러한 변화를 하나의 요인으로 설명할 수는 없다. 노무현과 문재인의 등장, 세대교체, 산업구조 변화, 지역경제 침체, 수도권 집중, 민주당 조직의 성장, 후보 경쟁력과 정권 평가 등이 모두 복합적으로 작용하였다. 그러나 이러한 여러 요인 가운데 부산 정치 분석에서 상대적으로 덜 다뤄져 온 차원이 있다. 바로 부마항쟁을 둘러싼 기억문화, 즉 집단기억(collective memory)의 제도화 과정이다. 정치적 선택은 유권자가 스스로를 어떤 공동체의 일원으로 규정하는가와 무관하지 않다. 부산 시민이 자신의 도시를 민주화운동의 도시 로 다시 인식하게 되었다면, 이는 특정 선거의 승패를 넘어 지역 정체성 자체가 재구성되고 있다는 신호일 수 있다. 아래에서는 이 기억문화의 변화 과정을 구체적으로 살펴본다. 2019년, 부마항쟁이 국가의 기억이 되다 부마항쟁은 오랫동안 4·19혁명, 5·18민주화운동, 6월항쟁에 비해 상대적으로 조명을 받지 못했다. 유신체제를 흔든 결정적 시민항쟁이었지만 부산에서도 그 기억은 충분히 공유되지 못했다. 전환점은 2019년이었다. 부마항쟁이 국가기념일로 지정되면서 정부 주관 기념식이 정례화되었고, 지방정부의 기념사업과 교육, 학술행사도 확대되기 시작했다. 부마항쟁은 더 이상 일부 민주화운동 참여자들의 기억이 아니라 국가가 공식적으로 기념하는 민주주의의 역사로 자리 잡게 되었다. 빅카인즈 기사 분석은 이러한 변화를 잘 보여준다. 2015년을 100으로 지수화했을 때, 부마항쟁 기사량은 국가기념일 지정 논의가 본격화된 2018년부터 급격히 증가하여(부산 언론 325, 중앙지 163) 지정 원년인 2019년에 부산언론은 최고치를 기록하였다(부산 언론 370, 중앙지 152). 특히 부산일보와 국제신문 등 부산 지역언론의 증가폭은 전국언론의 두 배를 웃돌았다.   2020년 이후에는 두 계열 모두 정점에서 내려왔지만, 부산 지역언론(2020~2025년 평균 약 120)은 중앙지(같은 기간 평균 약 85)보다 대체로 높은 수준을 유지하였다. 다만 2023년에는 예외적으로 중앙지가 213까지 급등하고 부산 언론은 67로 낮아지는 역전이 한 차례 나타났는데, 이는 해당 연도에 부마항쟁과 무관한 전국 단위 이슈가 일시적으로 겹쳤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어 별도 확인이 필요한 지점이다. 2024~2025년에는 다시 부산 언론(78, 108)이 중앙지(78, 38)를 웃도는 흐름으로 돌아왔다. 이는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전국언론에서 부마항쟁은 국가기념일 지정이라는 하나의 뉴스였을 수 있다. 그러나 부산 지역언론에서 부마항쟁은 매년 다시 소환되는 지역의 역사이며, 부산의 정체성을 설명하는 기억의 자원이 되었다. 기억은 시민의식도 바꾸고 있는가 언론 보도만으로 기억문화의 확산을 모두 설명할 수는 없다. 중요한 것은 시민들의 인식이다.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가 2019년부터 실시한 민주화운동 인식조사는 이러한 변화를 살펴볼 수 있는 중요한 자료를 제공한다. 국가기념일 지정 이후 실시된 조사에서는 부마항쟁에 대한 역사적 인지도와 민주주의 발전에 대한 기여도 평가가 점차 높아지는 경향이 나타났다. 특히 부산 시민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는 부산의 민주화 기념시설이 부족하다는 인식이 적지 않게 나타난다. 이는 단순히 시설을 더 짓자는 요구가 아니라, 부산 시민들이 자신의 민주주의 역사를 배우고 기억하며 다음 세대에 전할 공간이 충분하지 않다는 문제의식을 반영한다. 기사량의 증가, 국가기념일 제정, 시민 인식의 변화는 서로 맞물리면서 부마항쟁이 부산 사회의 공적 기억(public memory)으로 점차 자리 잡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 공적 기억의 형성이 앞서 살펴본 정치지형 변화를 단독으로 설명하지는 못하지만, 적어도 그 변화가 일회성 사건이 아니라 부산 정체성의 구조적 재편과 함께 진행되고 있음을 뒷받침하는 근거가 된다. 기억에는 공간이 필요하다 그렇다면 이 기억문화는 얼마나 단단한 토대 위에 서 있는가. 답은 그리 낙관적이지 않다. 인구 300만 명이 넘는 부산에는 민주화운동을 대표하는 공간으로 민주공원이 사실상 유일하다. 반면 광주, 창원, 대전, 대구 등은 민주화운동을 기념하는 다양한 시설을 갖추고 있다. 인구 100명당 민주화 기념시설 부지면적을 비교하면 부산은 0.63㎡로, 5개 도시 가운데 가장 낮은 수준이다. 이는 7개 시설을 보유한 광주(33.68㎡)의 약 53분의 1, 대구(3.04㎡)의 약 5분의 1에 불과한 수치다.   부마항쟁은 유신체제를 무너뜨리는 결정적인 계기를 만든 시민항쟁이었다. 그러나 이를 종합적으로 전시하고 교육하며 연구하는 부마항쟁기념관은 아직 마련되지 못했다. 국가기념일 지정으로 부마항쟁은 국가의 기억이 되었다. 이제는 그 기억을 시민의 일상 속에 뿌리내리게 할 공간이 필요하다. 기념관은 단순한 전시시설이 아니다. 기록을 보존하고 시민을 교육하며 민주주의를 다음 세대로 이어주는 공공 인프라다. 민주도시의 정체성은 기억에 투자할 때 완성된다 부산의 민주당계 득표율이 높아졌다고 해서 부산이 곧바로 진보도시가 되었다고 말할 수는 없다. 반대로 보수정당이 많은 의석을 차지한다고 해서 부마항쟁의 역사까지 사라지는 것도 아니다. 도시의 정체성은 선거 결과 하나로 결정되지 않는다. 시민들이 어떤 역사를 기억하고, 어떤 가치를 지역의 전통으로 받아들이며, 그것을 현재의 삶과 연결하는가에 따라 형성된다. 부산은 지금 특정 정당이 장기간 독점해 온 정치구조에서 벗어나, 다양한 정치세력이 경쟁하는 민주도시의 모습을 회복해 가고 있다. 이는 어느 한 정당의 승리를 의미하지 않는다. 시민들이 선택할 수 있는 정치적 공간이 넓어지고, 민주주의가 지역사회에서 다시 살아 움직이는 과정이다. 그러한 변화를 더욱 단단하게 만드는 것이 기억문화다. 부마항쟁 국가기념일 지정, 지역언론의 지속적인 보도, 시민 인식의 변화는 민주도시 부산의 역사적 정체성을 복원하는 과정의 일부다. 이제 여기에 걸맞은 기억의 공간이 마련되어야 한다. 부마항쟁기념관 건립은 단순한 문화시설 건립 사업이 아니다. 그것은 부산의 민주주의 역사를 기록하고 시민과 미래 세대에게 전하는 공공의 기억 인프라이며, 민주도시 부산의 정체성을 미래로 이어가기 위한 투자다. 민주주의는 선거만으로 유지되지 않는다. 기록하고, 기념하고, 교육하며, 과거 시민들이 왜 거리로 나섰는지를 다음 세대와 공유할 때 비로소 민주주의는 한 도시의 문화가 된다. 부산이 다시 민주도시의 모습을 회복하는 길은 기억문화에 대한 투자에서 시작된다. 그리고 그 길의 중심에는 부마항쟁기념관이 있어야 한다.정광민 시민기자 vietho@nat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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