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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 바로가기 : 홍천 풍천리 양수발전소 사업 재검토 바랍니다

홍천 풍천리 양수발전소 사업 재검토 바랍니다
[환경]
양수발전소 건설 전면중단 기자회견 2025.6.10 사진:양재성 대통령님, 국정 운영에 노고가 많으십니다. 저는 일평생 생명과 평화, 사회적 약자의 권리를 이야기해 온 감리교 은퇴 목사입니다. 강원도 홍천 풍천리 양수발전소 건설 문제를 접하며, 생명과 주민의 삶을 지키는 일이 국가 정책의 중요한 기준이 되어야 한다는 생각으로 이 공개 편지를 쓰게 되었습니다. 홍천 풍천리 양수발전소 사업은 전력 수급을 조절하고 재생에너지의 변동성을 보완한다는 취지로 추진되고 있습니다. 전력 저장과 안정적인 공급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부정하지 않습니다. 국가의 에너지 정책에는 장기적인 계획과 현실적인 판단이 필요합니다. 그러나 에너지 정책의 필요성이 특정 지역의 숲과 주민들의 삶을 무조건 희생시켜도 된다는 면허가 될 수는 없습니다. 풍천리 주민들은 오랜 세월 숲과 함께 살아왔습니다. 그곳의 잣나무는 단순히 벌목할 수 있는 목재가 아닙니다. 주민들에게는 생계를 이어 주는 터전이고, 다른 생명들에게는 보금자리이며, 우리 모두에게는 돈으로 환산하기 어려운 생태적 자산입니다. 숲이 사라진 뒤 나무를 다시 심을 수는 있겠지만, 오랜 세월 쌓인 숲의 역사와 그 안에서 이어져 온 생명의 관계를 단기간에 되돌릴 수는 없습니다. 더욱 마음에 걸리는 것은 주민들의 목소리입니다. 정부가 법률적 절차에 문제가 없다고 판단했다고 해서 모든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닙니다. 법적 정당성과 사회적 정당성은 같지 않습니다. 행정적으로 적법한 사업이라도 주민들이 충분히 설명을 듣고 의견을 제시할 기회를 얻었는지, 돌이킬 수 없는 환경 피해를 피할 대안이 있는지, 공공의 이익과 지역 주민의 희생이 공정하게 조화를 이루는지 다시 물어야 합니다. 대통령님, 저는 국가 정책이 언제나 모든 사람을 만족시킬 수 없다는 사실을 압니다. 그러나 민주주의의 수준은 다수의 뜻을 관철하는 능력만으로 평가할 수 없습니다. 정책의 부담을 가장 가까이에서 감당해야 하는 사람들의 목소리를 얼마나 진지하게 듣는가에 달려 있습니다. 작은 마을의 주민이라고 해서, 국가 발전이라는 거대한 명분 앞에서 자신의 삶과 터전을 지킬 권리까지 내려놓아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기후위기 시대의 에너지 정책은 발전량과 경제성만으로 평가해서는 안 됩니다. 탄소 감축 효과와 생태계 훼손, 지역 주민의 생계, 장기적인 환경 비용을 함께 따져야 합니다. 이미 훼손된 자연을 복구하는 데 드는 비용과 사라진 생명의 가치는 사업비 계산서에 충분히 담기지 않습니다. 눈앞의 경제적 편익이 미래 세대가 감당할 손실보다 크다고 쉽게 단정해서도 안 됩니다. 저는 대통령님께 몇 가지를 요청드립니다. 첫째, 풍천리 양수발전소 사업의 추진 과정과 환경영향평가, 산림 훼손 규모, 주민 의견 수렴 절차를 독립적이고 투명하게 재검토해 주십시오. 둘째, 주민들이 신뢰할 수 있는 전문가와 환경단체가 참여하는 공개적인 검증의 장을 마련해 주십시오. 주민들의 반대 이유를 단순한 민원으로 취급하지 말고, 충분한 정보와 숙의에 바탕을 둔 대화를 시작해 주십시오. 셋째, 공사와 입지로 인한 피해를 최소화할 실질적인 대안이 있는지 검토해 주십시오. 사업의 필요성만이 아니라 입지의 타당성, 다른 에너지 저장 수단과의 비교, 산림과 생태계에 미치는 장기적 영향을 함께 살펴야 합니다. 검토가 끝날 때까지 돌이킬 수 없는 환경 훼손이 발생하지 않도록 필요한 조치도 취해 주시기 바랍니다. 넷째, 재검토 결과 중대한 생태적 피해를 피할 수 없거나 주민의 권리가 충분히 보장되지 못한 것으로 드러난다면 사업의 중단과 입지 변경까지 포함해 결단해 주십시오. 대통령님, 저는 국가의 발전을 반대하는 사람이 아닙니다. 오히려 우리가 어떤 발전을 선택해야 하는지 묻고 싶습니다. 숲을 베어 전기를 얻는 것만이 발전은 아닙니다. 숲을 지키면서 전력을 확보할 방법을 찾고, 지역 주민의 삶을 보전하면서 미래 세대의 필요를 충족하는 길을 모색하는 것이 더 나은 발전일 수 있습니다. 제가 믿는 신앙에서 인간은 창조세계의 주인이 아니라 돌보는 존재입니다. 나무 한 그루와 풀 한 포기, 이름 없는 작은 생명도 인간의 편의를 위해 마음대로 처분해도 되는 대상이 아닙니다. 자연을 훼손하면서 생명을 말하고, 주민의 고통을 외면하면서 국민을 위한다고 말한다면 그 정책은 근본부터 다시 물어야 합니다. 대통령님께서 약속하신 국민주권의 정신이 청와대와 정부 부처의 회의실에만 머물지 않기를 바랍니다. 그 정신이 홍천의 작은 마을에도, 벌목의 위협 앞에 선 잣나무 숲에도, 그 숲에서 살아가는 주민들의 마음에도 가닿기를 바랍니다. 풍천리의 문제는 한 마을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우리가 기후위기에 대응하면서 어떤 세상을 다음 세대에 물려줄 것인지 묻는 문제입니다. 지금의 편익을 위해 미래의 생명을 빚지고 있는 것은 아닌지 돌아보아야 합니다. 대통령님의 현명하고 책임 있는 결단을 요청합니다. 풍천리의 숲과 주민들의 삶을 지키는 일이 국가의 에너지 정책과 양립할 수 있도록 다시 살펴 주십시오. 그리고 생명을 지키는 일이 발전의 걸림돌이 아니라 발전의 기준이 되는 나라를 만들어 주십시오. 숲은 말이 없습니다. 그러나 침묵한다고 해서 동의하는 것은 아닙니다. 그곳에서 살아가는 주민들의 목소리도, 이름 없이 사라질 생명들의 존재도 우리가 귀 기울여야 할 엄연한 현실입니다. 대통령님의 결단을 기다리겠습니다. 2026년 10월 24일 박철(감리교 은퇴목사) 올림.박철 시민기자 pakchol@empa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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