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 산업전환 계획, 이데미츠·렙솔과 비교해보니…철강 지키고 리튬·에너지 키운다 [뉴스] 포스코그룹이 철강 중심의 사업구조를 리튬·배터리 소재와 에너지로 확대하는 산업전환 계획을 내놨다.
최근 고탄소 산업의 사업 재편은 기존 고탄소 사업을 축소하는 방식보다 주력사업에서 확보한 기술과 설비, 수익을 활용해 새로운 성장산업을 추가하는 방향으로 전개되고 있다.
포스코의 ‘트리플 코어’ 전략도 이러한 흐름과 맞닿아 있다. 다만 철강과 연계된 소재사업에 머물지 않고 핵심광물과 에너지를 별도의 수익축으로 육성한다는 점이 차이로 꼽힌다.
철강은 버팀목, 리튬·에너지는 성장축…포스코 ‘트리플 코어’ 전환
지난 2일 열린 CEO인베스터 데이에서 트리플 코어 전략에 대해 설명하는 장인화 포스코그룹 회장/포스코홀딩스
지난 2일, 포스코그룹은 철강을 ‘산업자원’, 리튬·양극재·음극재·희토류를 ‘전략자원’, 액화천연가스(LNG)와 신재생에너지를 ‘에너지자원’으로 묶은 ‘트리플 코어’ 전략을 발표했다.
2035년까지 세 사업군에서 합산 매출 187조원과 영업이익 13조1000억원을 달성하고, 2026년부터 3년간 미래 성장사업에 16조7000억원을 투자한다는 목표다.
전략의 중심에는 리튬이 있다. 포스코는 아르헨티나 염수리튬과 호주 광석리튬 사업을 확대해 2033년 연간 생산능력을 17만3000톤까지 늘릴 계획이다. 2035년에는 리튬 사업에서 1조8000억원 이상의 영업이익을 내겠다는 목표도 제시했다.
철강사업은 산업전환에 필요한 수익을 창출하는 기반으로 활용한다. 포스코는 인도와 미국, 인도네시아 등 해외 철강 생산능력을 2031년까지 연간 1000만톤으로 확대하고, 여기서 확보한 수익을 국내 철강사업의 저탄소 공정 전환 등에 재투자하기로 했다. 에너지 사업에서는 LNG 트레이딩과 관련 인프라를 확장하는 동시에 국내 해상풍력과 해외 태양광 시장에 진출한다.
이데미츠는 화학 기술, 렙솔은 설비 활용…포스코는 사업축 다변화
렙솔의 수소생산설비/Repsol
포스코와 마찬가지로 일본의 정유사 이데미츠와 스페인의 석유가스기업 렙솔(Repsol) 또한 기존 사업을 바탕으로 산업 전환을 꾀하고 있다.
지난 1월, 이데미츠는 전고체 배터리용 고체전해질 파일럿 설비 건설에 착수했다. 2027년 완공될 설비는 연간 수백톤의 고체전해질을 생산하며, 토요타가 2027~2028년 상용화를 추진하는 전고체배터리 전기차에 공급될 예정이다. 고체전해질의 원료는 석유제품 제조 과정에서 부산물로 발생하는 황 성분이다. 이데미츠가 1990년대부터 축적한 황 처리 기술과 기존 원료 공급망이 배터리 소재 사업 진출의 기반이 됐다.
렙솔은 기존 정유시설의 용도를 재생연료와 수소로 넓히고 있다. 지난 3월 발표한 3개년 경영 계획에서 전체 투자액 100억유로 가운데 30%를 저탄소 사업에 배정했다. 정유·석유화학 등 산업 부문 투자액의 40%도 재생연료와 수소 사업에 투입한다. 렙솔은 기존 정유시설에서 재생디젤과 지속가능항공유(SAF) 생산을 늘려 2028년 재생연료 생산능력을 연간 150만톤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태양광과 풍력 등 저탄소 발전설비도 최대 9GW로 늘린다.
세 기업은 기존 사업의 자산을 산업전환의 기반으로 활용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포스코는 철강과 제련 역량을 리튬·배터리 소재로 확장하고, 이데미츠는 정유 부산물과 황 처리 기술을 고체전해질 생산에 적용한다. 렙솔은 기존 정유시설과 연료 공급망을 재생연료 사업에 활용한다.
차이는 전환 범위에 있다. 이데미츠와 렙솔은 기존 정유사업과 직접 연결된 배터리 소재·재생연료 사업에 집중한다. 포스코는 철강 경쟁력을 유지하면서 핵심광물과 에너지를 별도의 성장축으로 육성해 사업구조 자체를 다변화하고 있다.
고탄소 사업은 유지, 친환경 산업은 확대…글로벌 기업 전환의 공식
포스코를 포함한 고탄소산업 전환의 핵심은 기존 사업의 퇴출이 아니라 수익원의 다변화에 있다.
포스코는 해외 철강 생산과 LNG 사업을 확대하고, 이데미츠는 석유·LNG 사업을 유지한다. 렙솔도 저탄소 투자를 늘리는 동시에 2028년 석유·가스 생산량을 2025년보다 6~10% 확대할 계획이다. 이는 기존 사업에서 현금흐름을 확보하면서 배터리 소재와 재생에너지, 재생연료 등 새로운 수익원을 단계적으로 키우는 방식이다
정부와 금융시장의 지원은 이러한 전환 투자를 뒷받침한다. 이데미츠의 고체전해질 기술은 일본 신에너지산업기술종합개발기구(NEDO)의 그린이노베이션기금 지원을 받고 있으며, 렙솔의 수전해 설비는 유럽공동이익중요프로젝트(IPCEI)로 지정돼 EU 자금이 투입됐다. 한국 정부도 2035년까지 790조원의 기후금융을 공급하고 고탄소 기업의 설비·공정 개선을 지원하는 전환금융을 도입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