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의 장관 칭찬으로도 가릴 수 없는 산재 위험 [사회혁신] 7월 한 달이 거의 다 지나갔다. 7월은 노동자의 생명과 안전을 강조하는 달이기도 하다. 38년 전인 1988년 15살 소년공 문송면이 수은중독으로 숨지고, 대한민국 최대, 최악의 직업병인 원진레이온 이황화탄소 중독 참사가 세상에 알려진 것도 7월이었다.
노동 없이 살 수 없으면서도 일터 안전에 무관심한 현실
올해 7월은 네 번째로 맞는 산업안전보건의 달 이다. 올해 슬로건은 ‘내 일터 안전하게, 내일 더 행복하게’이다. 지난 6일에는 고양 일산 킨텍스에서 기념식을 열어 산업재해 예방에 힘쓴 유공자 17명에게 훈·포장과 대통령·국무총리 표창을 주고 5일 동안 인공지능(AI) 안전보건박람회, 안전보건 세미나, 안전 활동 우수사례 발표대회 등을 열었다. 둘째 주부터는 전국 산업현장에서 이동노동자, 50인 미만 작은 사업장, 축사·태양광 설치·철거공사, 물류 종사자 폭염 대비 등 재해 예방을 주제로 지역 단위 행사를 벌였다.
산업안전보건의 달을 맞아 6일 경기도 고양시 킨텍스에서 열린 AI안전보건박람회. 2026.7.6. 연합뉴스
대한민국에는 2000만 명이 넘는 노동자가 있다. 그 가족 등을 고려하면 사실상 거의 모든 국민이 노동과 관련이 있다. 그러나 7월이 산업안전보건의 달인지, 무슨 행사가 있었는지, 안전 슬로건이 무엇인지, 기억해두어야 할 새로운 산업안전보건 정책이 제시되었는지 대다수 국민은 잘 알지 못한다. 그냥 연례행사 정도로 지나간 것은 아닌지 하는 아쉬움이 크다.
보완·보조 불과한 통계 들고 자화자찬하는 노동부
지난 7월 15일 거의 모든 언론은 올해 상반기 산재 사망이 크게 줄었다는 노동부의 자화자찬식 보도자료에 큰 뉴스 가치를 두고 자세하게 다루었다. 서울방송은 이 날짜에 「상반기 산재 사망 253명, 역대 최저… 영세 사업장서도 감소」란 제목으로 올해 상반기 산업재해로 인한 사망자가 253명으로 1년 전보다 34명, 11.8% 감소하며 통계 작성 이래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습니다. (중략) 노동부는 건설경기 침체보다는 정부의 예방·감독과 현장에서의 안전 노력이 더해진 결과라고 설명했습니다”라고 보도했다. 중앙일보와 연합뉴스, 경향신문 등도 거의 같은 제목과 엇비슷한 내용으로 이 뉴스를 다루었다.
이날 특히 눈길을 끈 보도는 이재명 대통령이 X(옛 트위터) 계정에 관련 기사를 공유하며 다행이다. 잘하셨다. 감사하다. 김영훈이라는 한 장관의 노력이 죽을 사람 수백 명을 살리신 것 이라고 말했다는 내용을 한국일보, 한국방송, 매일경제 등이 「 김영훈 장관이 수백 명 살려”… 이 대통령, 상반기 산재 사망 최저에 칭찬」 등으로 크게 다룬 것이었다.
그러나 이런 언론 보도는 사실상 오보나 다름없다. 먼저 노동부의 올 상반기 산재 사망 조사 대상 부가통계 수치를 실제 전체 노동자 사망 통계로 오인하게끔 다루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에서 산재 사망 전체를 볼 수 있는 공식 통계는 근로복지공단의 산재 보상 승인 통계가 유일하다.
노동부 통계 그대로 인용해 국민 오해 부르는 언론 보도
노동부의 조사 대상 부가 통계는 실제 산재 사고가 발생한 계절 또는 시기(연월)별 일부 재해를 파악하기 위한 보완·보조 통계에 불과하다. 조사 대상에 빠지는 사고 사망도 제법 많다. 하지만 언론은 전체 산재 사고 사망의 일부에 지나지 않는다는 사실을 강조하지 않고 마치 전체 통계인 것처럼 보도해 일반 국민이 오인하도록 만든다.
실제 우리나라 연간 공식 산재 사망자 수(2025년)는 2000명이 넘는다. 이 가운데 사고 사망이 800명대이며 질병 사망이 이보다 1.5배가 많은 1200명대이다. 반기별로는 연간의 절반을 잡으면 사고 사망 400명대, 질병 사망 600명대로 전체 1000명대이다. 따라서 이번에 노동부가 발표하고 언론이 보도한 올 상반기 산재 사망 253명은 같은 기준(사고)에서 볼 때 지난해와 약간 줄었을지 몰라도 실제 산재(사고+질병)에 견주면 4분의 1로 축소된 것이다.
앞으로 언론도 산재 사망 통계 보도를 할 때 산재 사망이란 용어는 사고와 질병을 모두 포함해 사용해야 마땅하다. 노동부의 조사 대상 산재 사고 사망 부가통계를 언론이 보도할 때는 실제 산재 사망의 일부분에 지나지 않는다는 점을 먼저 강조할 필요가 있다. 조사 대상 부가통계를 보도하면서 제목과 본문 모두에서 전체 산재 사망으로 독자·시청자가 오인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사고 사망 줄어든 이유 잘 살펴야 더 줄일 수 있다
또 조사 대상 산재 사망자 수가 올 상반기에 지난해 같은 기간에 견주어 조금 줄어든 것을 설명하면서 정부의 예방·감독과 현장에서의 안전 노력이 더해진 결과”라고 노동부가 자화자찬식 분석을 한 것도 섣부르다는 지적을 받을 수 있다. 산재 사망이 늘고 줄어드는 것과 관련한 요인은 예방·감독과 현장 노력과 함께 실업률, 산업구조 변화, 위험 업종의 변화, 노동 인력 나이대, 외국인 노동자 수 변화, 안전보건 제도 변화, 안전 문화 등 다양할 수 있다. 상반기의 마지막 날이 6월 30일인데 그 뒤 며칠 만에 전체 사고 원인 조사와 종합적 분석이 나왔다는 것도 상식적이지 않다.
또한 이재명 대통령이 이 뉴스를 본 직후 김영훈이라는 한 장관의 노력이 죽을 사람 수백 명을 살리신 것”이라고 칭찬한 부분도 옥에 티라고 할 수 있다. 보도를 보면 사망 노동자가 34명(수십 명)이 줄어들었는데 10배씩이나 뻥튀기해 수백 명을 장관이 살렸다고 하면 말이 안 되지 않은가. 대통령이 수십 명을 수백 명으로 착각했다고 해명하기에도 겸연쩍다. 안전보건의 달인 7월 15일 일어났던 ‘올 상반기 산재 사망 역대 최저’ 보도 사례를 톺아보면 노동부, 언론, 대통령 모두 지나치게 흥분했다. 앞으로 대통령이 SNS에 글을 올릴 때 차분해야 할 필요가 있다. 대통령이 글을 올리기 전에 참모들이 살펴보는 시스템을 만들던가.
사고 보다 질병으로 더 많이 죽는 노동 현장
올해 안전보건의 달을 며칠 남겨두고 노동부, 언론, 대통령이 산재 사고 사망 줄이기에만 매달리지 않고 더 많은 노동자가 생명을 잃고 있는 질병 재해 예방에도 관심을 쏟았다면 더 좋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크다. 우리 사회는 원진레이온 참사에 대한 성찰에서 나온 1990년대 중반 직업병 예방 종합 대책 발표 이후 30년 넘게 산업안전보건 패러다임 변화를 꾀하지 않고 있다.
2025년 정부 공식 산업재해통계를 보면 산재 사망자 수는 2248명으로 2024년에 비해 150명, 7.1% 늘어났다. 이 가운데 사고 사망자 수는 872명으로 전년 대비 45명(5.4%) 증가했고 질병 사망자 수는 이보다 훨씬 많은 1376명으로 전년 대비 105명(8.3%) 늘어났다.
산재 수준 지표로 널리 쓰는 산재사망만인율(노동자 1만명 당 사망자 비율, ‱)은 2025년 0.99로 전년 대비 0.01p 증가했다. 이 가운데 사고사망만인율은 0.38로 전년 대비 0.01p 감소했으나 질병사망만인율은 0.60으로 전년 대비 0.01p 증가했다.
사망자와 부상자를 보탠 산재 지표인 산재 재해율과 재해자 수를 살펴보면, 먼저 재해율은 0.65%로 전년 대비 0.02%p 줄었다. 이 가운데 사고재해율은 0.50%로 전년 대비 0.04%p 감소했다. 질병재해율은 0.15%였으며 사고재해율과 달리 전년 대비 0.02%p 증가했다.
재해자 수는 14만 7130명으로 2024년에 견주어 4359명(3.1%) 더 늘어났다. 이 중 사고재해자 수는 11만 3305명으로 전년 대비 2468명(2.1%) 감소했지만 질병재해자 수는 3만 3825명으로 전년 대비 6827명(25.3%)이 더 늘어났다.
독일 영국 일본 등은 오래 전에 질병 예방으로 전환
산재 질병 사망자는 업종별로는 광업이 402명(29.2%)으로 가장 많고 규모별로는 5인~49인 사업장이 474명(34.4%)으로 가장 많으며 연령대별로는 60세 이상 노동자가 815명(59.2%)으로, 질병별로는 진폐가 458명(33.3%)으로 각각 많이 발생했다. 진폐 다음으로는 뇌심질환 408명( 29.7%), 직업성암(294명, 21.4%) 순이었다.
대한민국은 관심의 80~90%를 여전히 산재 사고에 쏟고 있다. 대통령과 노동부 등 행정부, 국회, 언론 등이 모두 그렇다. 산재 예방 감독 등 행정 인력과 예산, 관련 정책도 사고 예방에 지나치게 기울었다. 지난 30년간 역대 모든 정부가 그러했다. 산재 사고 수준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최악인 탓도 있지만 노동자 생명과 건강을 미래지향적으로 보지 않고 근시안적으로 바라보기 때문이다.
몇 년 전 대표적 산업안전보건 선진국인 독일과 영국, 일본을 차례로 방문해 이들 국가의 국립안전보건연구기관을 둘러볼 기회가 있었다. 이들은 이미 오래전부터 산재 사고 예방에서 질병 예방으로 패러다임을 전환해 조직과 행정, 예산을 집중적으로 투입하고 있는 것을 실감했다.
우리 노동 현장에 안전과 보건 두 날개를 달자
하지만 우리나라는 그 어디에서도 산재 예방 패러다임 전환을 위해 애쓰지 않고 있다. 우리나라는 OECD 가입 후 산재 사고 사망만인율을 회원국 평균 수준으로 끌어올리기 위해 지난 30년간 힘을 쏟았지만 실패했다. 그 목표를 달성하기까지 앞으로 5년이 더 걸릴지 10년이 더 걸릴지 알 수 없다. 만약에 사고를 크게 줄이고 난 뒤 질병 산재 예방에 힘쓴다면 그로부터 20년, 30년이 더 지나서도 우리는 선진 산업안전보건국의 문턱을 넘지 못할 수도 있다. 일터에서 노동자의 질병 예방은 사고 예방보다 훨씬 더 어려울 수 있고 기간도 더 오래 걸리기 때문이다.
안종주 언론인, 보건학 박사
산업보건 전문가인 한국방송대 환경보건학과 박동욱 교수는 최근 언론 기고를 통해 사고 사망 중심의 접근을 넘어, 질병 사망과 부상 재해까지 포괄하는 능동적 산재 예방과 보상 정책을 펼쳐야 한국의 산재 수준이 이른 시일 내에 국가 경제와 사회 수준에 걸맞은 정도까지 도달할 수 있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전적으로 맞는 진단이다. 우리 사회에 지금 당장 필요한 슬로건은 사고에서 질병으로”이다. 안전과 보건의 두 날개로 날아야 멀리 안전하게 날 수 있다.안종주 진단 jjahnpark@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