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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 바로가기 : 580돌 한글날, 한글이라는 그릇에 무엇을 담을까

580돌 한글날, 한글이라는 그릇에 무엇을 담을까
[행사]
올해는 한글날이 만들어진 지 100돌이면서 훈민정음 반포 580돌을 맞는 뜻깊은 해입니다. 오는 9일은 580돌 한글날입니다. 이 뜻깊은 한글날을 앞두고 저는 한글을 사랑하고 우리말글을 살리기 위해 함께 애써 오신 분들과 국민 여러분께 한 가지 여쭙고 싶습니다. 한글이라는 훌륭한 그릇에 우리는 어떤 말을 담고 있을까요? 한글날이 되면 우리는 한글의 빼어남을 이야기합니다. 누구나 쉽게 배우고 익힐 수 있고, 우리말의 소리를 잘 담아낼 수 있는 글자라는 점을 되새깁니다. 저도 한글을 만든 뜻과 한글의 빼어남을 생각할 때마다 참으로 자랑스럽고 고맙습니다. 그런데 이제는 한 걸음 더 나아가 생각해 볼 때가 되었다고 봅니다. 한글은 우리말을 담아 적는 글자입니다. 그렇다면 한글의 빼어남을 기리는 일과 함께 그 안에 담아 쓰는 우리말도 살펴봐야 하지 않을까요? 저는 오래전부터 우리말글 운동을 하면서 줄곧 이 이야기를 해 왔습니다. 한글과 토박이말을 함께 챙기자고 말입니다. 한글을 지키고 가꾸는 일과 토박이말을 살리고 가꾸는 일은 서로 다른 일이 아닙니다. 한글이 우리말을 담는 그릇이라면 토박이말은 그 그릇에 담긴 우리 삶의 말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우리는 그동안 한글이라는 그릇의 모양과 아름다움에는 많은 관심을 기울이면서도, 그 안에 어떤 말을 담아 쓰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조금 덜 살펴온 것은 아닐까요? 저는 특히 아이들이 배우는 배움책(교과서)의 말부터 돌아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우리가 오늘날 쓰는 배움책(교과서)의 낱말 가운데에는 아이들이 뜻을 헤아리기 어려운 한자말이 적지 않습니다. 그런데 옛 배움책을 살펴보면 요즘과 달리 아이들이 알아듣기 쉬운 우리말로 풀어 쓴 낱말들이 적지 않게 나옵니다.   4281(1948) 셈본 3-1 44~445쪽. 우리한글박물관 도움 ‘대각선’을 ‘맞모금’이라 하고, ‘축척’을 ‘줄인자’라 하며, ‘도형’을 ‘그림꼴’이라 했습니다. 과학에서도 ‘광선’을 ‘빛살’, ‘근육’을 ‘힘살’, ‘미래’를 ‘앞날’이라고 한 보기들이 있습니다. 이런 말을 살펴보다 보면 자연스럽게 한 가지 물음이 생깁니다. 아이들이 어려워하는 것은 과연 개념일까요? 아니면 그 개념을 설명하는 말일까요? 요즘 문해력에 대한 걱정과 논의가 많습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이 질문도 함께 살펴봐야 하지 않을까요? 문해력 문제를 한자를 얼마나 알고 있느냐의 문제로만 바라본다면 해법도 한자교육 강화에 머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아이들이 실제로 읽고 배우는 교과서에 어떤 말이 쓰이고 있는지, 그 말이 아이들에게 얼마나 쉽게 다가가는지까지 살펴본다면 다른 길도 보일 수 있습니다. 어려운 말을 더 많이 가르치는 방법과 함께, 아이들이 알아들을 수 있는 말로 교과서의 언어를 바꾸는 방법도 살펴보자는 것입니다. 이것은 한자말을 모두 없애자는 이야기가 아닙니다. 전문적인 개념을 나타내는 말이 필요한 곳도 분명히 있습니다. 다만 아이들이 처음 만나는 개념을 낯선 말 하나로만 가르치기보다, 뜻을 쉽게 헤아릴 수 있는 우리말을 함께 알려 주자는 것입니다. ‘행성’과 ‘떠돌이별’을 함께 알려 주는 것도 한 가지 방법일 수 있습니다. 어느 한쪽을 없애자는 것이 아니라 두 말을 함께 알고 그 뜻을 헤아리며 스스로 쓸 수 있게 하자는 것입니다. 실제로 저는 아이들에게 ‘행성’과 함께 ‘떠돌이별’을 알려 주면서 아이들이 ‘떠돌이별’이라는 말을 더 쉽게 이해하고 기억하는 모습을 보기도 했습니다.  ‘대각선’과 ‘맞모금’도 마찬가지입니다. 한자를 모르는 아이에게 ‘대각선’이라는 말을 한자의 뜻까지 풀어 가며 가르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모와 모 사이에 그은 금’이라는 뜻을 품은 ‘맞모금’이라는 말을 함께 알려 준다면 아이가 낱말의 뜻을 스스로 헤아리는 데 도움이 되지 않을까요? 저는 이것이 학생을 중심에 두는 교육과도 맞닿아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렇다면 이제 우리말글 운동도 한 걸음 더 나아갈 때가 되지 않았을까요? 우리는 오랫동안 한글을 지키고 가꾸기 위해 애써 왔습니다. 그 노력은 앞으로도 이어져야 합니다. 그러나 한글은 우리말을 담는 그릇입니다. 글자인 한글을 잘 가꾸는 일과 함께 그 그릇에 어떤 말을 담아 쓰는지 살피는 일도 우리말글 운동이 함께해야 할 중요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우리말글 운동을 함께해 오신 동지 여러분께 한 가지 제안을 드리고 싶습니다. 이제 우리말글 운동의 무게를 한글과 토박이말에 함께 두었으면 합니다. 한글을 사랑하는 마음과 토박이말을 살리는 일을 따로 떼어 생각하지 않았으면 합니다. 한글을 기리는 날에 한글만 바라볼 것이 아니라, 그 한글에 담기는 우리말도 함께 돌아봤으면 합니다. 그리고 이제 ‘제2의 우리말 찾기 운동’을 시작해 보면 어떨까요? 옛 배움책과 우리말 속에서 쓸 만한 말을 찾고, 지금도 살아 있는 말을 살리고, 어려운 말은 우리말의 결에 맞게 다듬고, 새로운 개념에는 우리말의 짜임을 살려 새로 만드는 일입니다. 무엇보다 아이들이 배우는 교과서부터 시작했으면 합니다. 국가 차원에서 ‘우리말 바탕 교과용어 연구·개발’ 사업을 펼치고, 학교에서는 쉬운 우리말 교과용어를 실제로 써 보며 아이들의 이해와 기억에 어떤 변화가 있는지 살펴볼 수도 있을 것입니다. 좋은 말이라고 주장하는 데 그치지 않고 아이들에게 정말 도움이 되는지 직접 확인해 보자는 것입니다. 올해는 한글날이 만들어진 지 100돌이고 훈민정음 반포 580돌을 맞는 해입니다. 이 뜻깊은 해에 우리가 기릴 것은 한글이라는 글자만이 아니었으면 합니다. 그 글자에 담아 온 우리 겨레의 생각과 삶, 그리고 앞으로 우리 아이들이 담아 갈 말까지 함께 돌아봤으면 합니다.   [한글을 품은 토박이말 누리] 한글은 참으로 훌륭한 그릇입니다. 이제 그 그릇에 아이들이 알아듣고, 생각하고, 즐겁게 배울 수 있는 말을 더 많이 담았으면 합니다. 한글을 살리고 토박이말을 살리는 일, 쉬운 교과서를 만드는 일, 아이들의 문해력을 북돋우는 일은 서로 다른 일이 아닙니다. 한글이라는 그릇에 어떤 말을 담을 것인지 함께 살피는 일, 한글과 토박이말을 함께 살리는 일.  저는 이것이 앞으로 우리가 함께 펼쳐 갈 우리말글 운동의 새로운 한 길이 되었으면 합니다.  한글에 토박이말을 담아, 온누리를 품는 일. 그 길을 이제 함께 걸어가면 좋겠습니다.이창수 시민기자 maljigi@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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