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거의 매일 천정궁 100㎞ 왕복 한학자 보석 취소 [사회혁신] 법원이 지정된 주거지인 병원을 이탈한 한학자 통일교 총재의 보석을 취소했다.
서울고법 형사13부(김무신 이우희 유동균 고법판사)는 3일 한 총재에 대해 보석 취소를 결정했다. 보석취소 사유는 형사소송법 102조 2항 2호 및 5호로, 피고인이 증거인멸 염려가 있거나 법원이 정한 조건을 위반한 경우 보석을 취소할 수 있다는 규정이다. 같은 법 104조에 따라 보석보증금 2억 원도 국고로 귀속된다.
법원의 결정에 따라 한 총재는 다시 수감된다. 다만 어떤 절차로 인신을 구속할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윤석열 정부와의 정교유착 혐의로 기소돼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은 한학자 통일교 총재가 13일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 등 혐의 관련 항소심 1차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2026.10.13 연합뉴스
앞서 한 총재는 지병 치료를 이유로 허가를 받은 보석 기간 주거지인 서울아산병원을 이탈해 왕복 100㎞가 걸리는 경기도 가평 천정궁을 오간 사실이 전날 JTBC 뉴스 보도로 폭로됐다. 한 차례만이어도 문제인데 거의 매일 이런 식으로 사실상 출퇴근한 것으로 확인됐다는 것이 보도의 골자다. 항소심 재판부는 이 사실이 알려진 뒤 곧바로 보석 취소 심문을 벌여 변호인들과 한 총재에게 경위를 따져 물었다.
재판부는 사실관계를 아직 확인한 것은 없지만 변호인의 진술에 의하더라도 외출을 했다는 건 인정하는 것으로 보인다 며 지금 바로 보석 취소 심문을 하겠다 고 밝혔다.
한 총재 측은 주치의의 허락을 받아 경기 가평 천정궁에 외출했으며 병원 밖에서 외박한 적은 없다고 주장했다. 변호인은 일반인처럼 외출하면 기자들이나 사람들이 몰려들어 신변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 며 사실상 외출할 수 있는 곳은 천정궁밖에 없었고, 실내에서 낮 시간 휴식하고 돌아오는 형태였다 고 설명했다.
또 주거 제한은 명확하게 인식했지만 외출 제한까지 되는 것으로 인식하지 못했다 며 일반적인 보석 결정에 비춰봤을 때 외출이 가능하다고 생각했다 고 했다. 처음 외출한 시점은 보석 결정 다음 날로 알고 있다고 했으나, 정확한 외출 횟수는 확인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이에 재판부는 법원 허가도 없이 잠은 아산병원에서 자고, 외출은 마음대로 아무 데나 간다는 취지냐 고 따져 물었다. 이어 보석 심문 과정에서 가능하면 주거지로 해줬으면 좋겠다고 했지만 구속집행정지보다 낫지 않은 수준(완화하지 않은 수준)으로 보석을 결정했다 며 (장소를) 주거지로 해달라고 의견을 내셨는데 거기에 대한 답변을 결정문으로 드린 것 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원했던 보석 장소인 주거지로의 외출은 가능하다고 해석했다고 하니 재판부로선 그게 더 당황스럽다 며 구속집행정지보다 낫지 않은 수준으로 보석 조건을 정했는데 그렇게 해석하는 게 합당한가 라고 반문했다.
김건희 특검팀(특별검사 민중기)은 한 총재가 주기적·반복적으로 천정궁을 오갔다면 보석 조건 위반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특검팀은 천정궁이 통일교 본부라는 점을 지적하며 증인으로 출석했거나 출석 예정인 사람들과 접촉할 가능성이 높다 고 강조했다.
이날 한 총재는 보석 취소 심문을 마칠 무렵 재판부가 발언 기회를 주자 마스크를 벗고 직접 선처를 호소했다. 한 총재는 혼자서는 거동할 수 없고 도움을 받지 않으면 한 발짝도 움직일 수 없다 며 선처해주신다면 평생을 살았던 주거공간에서 치료받으며 남은 생을 살아갈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한다 고 말했다.
재판부는 오는 16일 재판을 한 차례 더 속행한 뒤 23일 오후 3시30분 결심공판을 진행하기로 했다. 오는 23일 특검팀의 최종의견 진술 및 구형, 피고인 측 최후변론과 최후진술 등이 이뤄질 예정이다. 선고기일은 결심공판에서 지정할 예정이다.
비구름에 싸인 경기도 가평군 설악면 통일교 본부. 위의 건물이 천정궁이고 아래 건물이 천원궁이다. 2025.7.18. 연합뉴스
앞서 JTBC 보도가 알려지기 전 재판부는 병원에 공소장 변경 신청 등 문건을 보냈는데 수취인 부재로 송달이 안 됐다 며 서울아산병원에 진로 경과와 병원 이탈 여부를 통보해달라는 공문을 보내기도 했다. 재판부가 주거 제한 조치와 관련해 보석 조건을 잘 준수하고 있나 라고 묻자, 한 총재 측 변호인은 그렇다. 병원 행정상 문제인지 알아보고 조치하겠다 고 답했다.
재판부는 한 총재에게도 직접 보석 조건을 잘 아는가 라며 잘 준수해야 한다 고 강조했다. 한 총재는 마스크를 벗고 네 라고 답했다.
재판부는 지난달 19일 한 총재의 보석 청구를 인용하면서 거주지를 현재 치료받고 있는 서울아산병원으로 제한하고 보석 보증금 2억원을 현금 납입해야 하고. 의료인, 변호인, 거동 보조인 등 제한된 인원을 제외한 나머지 사람은 일체 접촉하지 말 것도 조건으로 명시했다. 당연히 외출할 때는 재판부의 허락을 받아야 한다는 사실도 기재된 것으로 알려졌다.
통일교 측은 한 총재가 입원해 있는 병원을 떠나 외출한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보석 조건 위반에는 해당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통일교 측은 변호인을 통해 보석은 기본적으로 석방을 전제로 하는 것이고, 피고인이 주거에 거주하면서 외출을 하는 것은 주거의 변경에 해당하지 않고 보석조건 위반에도 해당하지 않는다 고 입장을 밝혔다.
한 총재는 윤영호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 등과 공모해 2022년 1월 당시 국민의힘 권성동 의원에게 윤석열 정부의 통일교 지원을 요청하며 정치자금 1억원을 전달한 혐의로 기소됐다. 그해 7월쯤 건진법사 전성배씨를 통해 김건희 여사에게 고가 목걸이와 샤넬백을 건네며 교단 현안을 청탁한 혐의, 3월 통일교 단체 자금 1억여원을 국민의힘 의원 등에게 쪼개기 후원한 혐의도 받는다.
지난 8월 1심은 주요 혐의를 유죄로 인정해 한 총재에게 징역 총 2년을 선고했다.
이날 저녁 JTBC 뉴스룸에서 공개된 단독 영상을 보면 한 총재가 석방 이튿날부터 매일 아침 7시가 되면 통일교 총재 전용 고가의 외제 차를 타고 병원을 떠나 경기도 가평의 통일교 궁전 천정궁 을 오간 것으로 확인됐다고 보도했다. 취재진의 카메라에는 경호원과 수행원 등 7~8명이 한 총재를 엄호해 차량으로 안내하고, 한 총재가 탄 차량 앞뒤로 수행 차량 두 대가 붙어 천정궁으로 향하는 모습이 포착됐다.
한 총재가 거의 매일 100㎞ 넘는 거리를 출퇴근하듯 천정궁을 오갈 정도라면 건강에 아무런 이상이 없다는 것을 스스로 보여준 것이다. 더욱 커다란 문제는 보석 조건인 관계자 접촉이 수시로 일어났을 가능성이다. 천정궁에 머문 동안 재판에 불려나올 수 있는 사건 관계자, 핵심 증인 등을 접촉해 증거 인멸이나 진술 번복을 강요하거나 이를 모의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것이다. JTBC 보도에 따르면 한 총재가 천정궁에 머무르는 시간, 폐쇄회로(CC)TV 카메라는 꺼둬 한 총재가 누굴 만나는지 확인할 길은 없다는 것이다.임병선 에디터 byeongseon1610@mindl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