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파산 대개 생활비 증가·실직 탓… 도덕적 해이 아냐 [뉴스] 서울 서초구 대법원 청사의 벽면에 자유 평등 정의 문구가 새겨져 있는 모습. 연합뉴스
개인파산의 주요 원인이 도박이나 사치 등 도덕적 해이가 아니라, 소득·생계 여건 악화라는 법원 통계가 나왔다. 이 같은 통계는 재정적 어려움에 처한 채무자의 경제적 재기를 돕는 도산제도의 중요성을 보여주지만, 정작 법원은 개인파산 원인 통계만 관리하고 개인회생 통계에 대해선 전산화 미비로 체계적인 조사·분석을 할 수 있는 시스템조차 갖추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
16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진보당 국회의원 손솔이 대법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25년 서울회생법원에 개인파산을 신청한 채무자들이 꼽은 파산 원인은 ▲생활비 지출 증가 48.75% ▲실직 또는 근로소득 감소 45.41% ▲사업 실패 또는 사업소득 감소 41.58%순으로 나타났다. 의료비 지출 증가도 18.81%였으며, 도박·사치 등 낭비는 0.35%였다.
같은 해 의정부지방법원에서도 ▲실직 또는 근로소득 감소 48.9% ▲사업 실패 또는 사업소득 감소 42.02% ▲의료비 지출 증가 22.04% ▲생활비 지출 증가 17.36% 등으로 조사됐다. 도박·사치 등 낭비는 0.83%였다.
대법원이 손솔의원실에 제출한 개인파산 원인 통계 자료. 2026.10.16. 손솔 의원실 제공
두 법원의 통계는 파산 원인을 중복 선택한 결과다. 원인별 비중에는 차이가 있지만, 두 법원 모두 실직이나 소득 감소, 사업 실패, 생활비·의료비 부담 등이 주요 원인으로 나타났다. 반면 도박·사치 등 낭비가 차지하는 비율은 1%에도 미치지 못했다. 개인파산을 개인의 낭비나 도덕적 해이 탓으로 일반화하기 어렵다는 점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그러나 개인파산은 파산 원인에 관한 통계가 관리되고 있지만, 개인회생의 경우 전산화 미비로 신청 원인에 관한 조사가 이뤄지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손 의원에 따르면 전국 회생법원 중 유일하게 서울회생법원만 매년 개인도산 통계조사를 실시하고 결과보고서를 홈페이지에 공개하고 있지만, 개인파산과 달리 회생 신청 원인에 관한 조사는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대법원은 손 의원에게 제출한 답변서에서 통계조사 자료인 회생위원 보고서의 전산(e-form)화가 아직 이뤄지지 아니한 관계로 이에 관한 조사가 이뤄지지 않았다 고 밝혔다.
개인파산 원인 통계가 채무자의 경제적 어려움과 제도의 필요성을 보여주듯, 개인회생도 신청자들이 어떤 사정으로 빚을 지고 상환에 어려움을 겪게 됐는지 파악할 필요가 있지만 통계를 관리할 시스템조차 마련되지 않은 것이다. 특히 개인회생 신청 원인에 대한 조사는 채무자의 현실에 맞게 제도를 개선하기 위한 기초자료라는 점에서 전산화 미비로 인한 조사 공백을 조속히 해소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진보당 손솔 의원. 2026.10.16. 진보당 제공
손솔 의원은 개인파산 통계에서 확인되는 것은 실직과 소득 감소, 생활비와 의료비 부담으로 빚을 감당하지 못하게 된 사람들의 현실 이라며 이들의 재기를 돕는 도산제도를 도덕적 해이라는 말로 치부해서는 안 된다 고 강조했다.
이어 개인회생 신청자들이 어떤 사정으로 빚을 지고 왜 갚기 어려워졌는지를 파악하는 것 역시 중요하다 며 회생위원 보고서의 전산화를 조속히 추진하고, 개인회생 신청 원인을 정기적으로 조사·공개할 수 있는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 고 밝혔다.
한편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7월 15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금융위원회 업무보고에서 장기연체 채무조정 문제를 언급하며 갚을 능력이 없는 장기연체 채무자들은 빨리빨리 정리해줘야 한다 고 밝힌 바 있다.
이 대통령은 채무조정이 성실 상환자의 박탈감을 키우고 도덕적 해이를 유발할 수 있다는 일각의 지적에 대해선 누가 돈 몇천만 원 때문에 신용 불량자가 돼 가지고 취직도 못 하고 예금 계좌도 개설 못 하고 살겠냐 며 이런 무책임한 선동이 정상적으로 빚을 갚은 사람들에게 억울하다는 생각을 갖게 한다 고 비판했다.
그는 갚을 수 없는 사람은 빨리 탕감해줘야 그 사람이 정상적인 경제활동을 하고, 사회 전체의 경제도 정상적으로 돌아간다 며 비난이나 선동 때문에 공격당한다고 해서 필요한 일을 하지 않으면 사회가 어떻게 되겠느냐 고 했다. 그러면서 갚을 수 없는 빚 때문에 사람이 죽거나 사회로부터 격리돼 경제활동을 하지 못하고, 결국 사회공동체 전체가 손해를 보는 일이 없어야 한다 고 강조했다.김성진 기자 mindle1987@mindl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