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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 바로가기 : 칠흑 같은 어둠을 우리말로 담아낸 ‘옻빛’

칠흑 같은 어둠을 우리말로 담아낸 ‘옻빛’
[사회혁신]
반갑습니다. 우리말의 결을 살려 마음을 보듬는 ‘토박이말 결지기’입니다. 여러 날 동안 ‘빛깔’과 아랑곳한 우리말을 하나씩 알려드리고 있습니다. 잘 익은 감에서 찾은 ‘감빛’, 햇빛을 받아 온 세상에 퍼지는 ‘날빛’, 아주 짙게 검붉은 ‘거먕빛’, 밝고 엷은 검은빛인 ‘가만빛’에 이어 오늘은 ‘옻빛’을 알려드리고자 합니다.   [오늘의 토박이말] 옻빛 우리는 흔히 아주 어두운 밤을 두고 칠흑 같은 어둠”이라고 합니다. 그런데 혹시 ‘칠흑’이 무슨 뜻인지 생각해 보신 적이 있나요? ‘칠흑’은 한자말로, ‘옻 칠(漆)’과 ‘검을 흑(黑)’이 어우러진 말입니다. 옻을 바른 것처럼 검다는 뜻이지요. 여기서 ‘옻’이라는 말을 떠올리면 ‘칠흑’의 뜻이 한결 쉽게 다가옵니다. 그리고 이 모습을 우리말로 담아낸 말이 바로 ‘옻빛’입니다. 옻을 바른 듯 검붉은 빛 표준국어대사전과 고려대한국어대사전은 ‘옻빛’을 ‘옻의 빛깔과 같이 검붉은 빛’이라고 풀이합니다. 고려대한국어대사전에서는 비슷한 말로 ‘칠빛’과 ‘칠색’도 알려 주고 있습니다. 옻은 옻나무에서 나오는 진으로, 나무 그릇이나 가구에 바르면 빛깔이 짙고 윤이 납니다. 옻을 바른 물건의 모습을 떠올려 보면 ‘옻빛’이 어떤 빛깔인지 어림하기 쉽습니다. 단순히 까만빛이 아니라 검붉으면서도 깊고 짙은 빛깔을 나타내는 말입니다. 현진건의 소설 《무영탑》에는 옻빛 같은 어둠에 싸이어 피차에 얼굴조차 알아볼 수가 없었다”라는 대목이 나옵니다. 어둠이 얼마나 짙었는지를 ‘옻빛’이라는 말로 나타낸 것이지요. 고려대한국어대사전에도 여명이 밝아 올 무렵, 밤새 옻빛 바다를 헤맸던 배 한 척이 항구로 들어오고 있었다”라는 보기월이 실려 있습니다. 두 문장을 보면 ‘옻빛’은 물건의 빛깔을 나타낼 뿐 아니라 밤의 어둠이나 바다의 짙은 빛깔을 나타낼 때도 쓸 수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칠흑 같은 밤’ 대신 ‘옻빛 같은 밤’ ‘칠흑’이라는 말은 익숙하지만, 그 말에 담긴 ‘옻’의 뜻까지 알고 쓰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입니다. ‘옻’도 낯설고 ‘칠’이라는 한자도 잘 모르면 말뜻을 어림하기가 쉽지 않겠지요. 그럴 때 ‘옻빛’이라는 말을 떠올려 보면 어떨까요? 칠흑 같은 밤”이라고 하던 것을 옻빛 같은 밤”이라고 바꾸어 말해 보는 것입니다. 뜻을 알고 있는 우리말로 나타내면 말이 한결 쉽게 다가오고, 듣는 사람도 옻을 바른 듯 짙은 빛깔을 떠올릴 수 있습니다. ‘칠흑’을 쓰지 말자는 뜻은 아닙니다. 익숙한 말도 쓰고, 그 말과 비슷한 뜻을 가진 우리말도 함께 알아 두자는 것입니다. ‘옻빛’이라는 말이 널리 알려지고 자주 쓰인다면, 어둠을 나타내는 우리말 표현도 하나 더 넉넉해질 것입니다. ‘옻칠’과 ‘옻하다’, 말의 쓰임을 생각하다 ‘옻빛’을 살펴보다 보니 ‘칠’이 들어간 다른 말들도 눈에 들어옵니다. 우리는 물건에 색을 입힐 때 ‘색칠’을 한다고 하고, ‘칠하다’라는 말도 자주 씁니다. 여기서 ‘칠’ 역시 ‘옻 칠(漆)’이라는 한자에서 온 말입니다. 표준국어대사전에서 ‘칠하다’를 찾아보면 가구나 나무 그릇 따위에 윤을 내려고 옻을 바른다 는 뜻과, 물건의 겉에 기름이나 물감 같은 것을 바른다 는 뜻이 함께 실려 있습니다. 한자말 ‘칠’에서 비롯된 말이 여러 쓰임으로 넓어진 셈입니다. 이 대목에서 저는 한 가지 생각을 해 보았습니다. 우리말 ‘옻’에도 ‘칠하다’와 같은 쓰임을 담아 ‘옻하다’라고 해 보면 어떨까요? 이를테면 나무 그릇에 옻을 바르는 일을 ‘옻하다’라고 부르는 것입니다. 물론 널리 쓰이는 말이라고 할 수는 없고, 우리말의 쓰임을 넓혀 보자는 제안입니다. 또 ‘옻칠’이라는 말도 살펴볼 만합니다. ‘칠’에 이미 옻이라는 뜻이 들어 있으니, 말뜻만 따지면 ‘옻칠’은 같은 뜻이 겹쳐 보입니다. 다만 오늘날에는 옻을 바르는 일을 가리키는 말로 굳어져 쓰이고 있으므로, 무조건 잘못된 말이라고 할 수는 없습니다. 저는 이런 말들을 살펴볼 때마다 우리말의 쓰임을 더 넓게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고 느낍니다. 한자말에 여러 쓰임을 담아 쓰듯이 우리말도 그 뜻과 쓰임을 넉넉하게 살펴보면 좋겠습니다. 이미 있는 말을 잘 찾아 쓰고, 새롭게 쓰고 싶은 말은 사람들이 실제로 써 보며 그 쓰임을 가꾸어 갈 수 있을 것입니다. 오늘은 ‘옻빛’을 떠올려 보세요 깊은 밤하늘이나 어두운 바다를 바라볼 때, 검붉고 짙은 빛깔을 만날 때가 있습니다. 그럴 때 ‘칠흑’이라는 익숙한 말과 함께 ‘옻빛’이라는 우리말도 떠올려 보면 좋겠습니다. 말을 하나 더 안다는 것은 세상을 바라보고 나타내는 길이 하나 더 생긴다는 뜻입니다. 우리 곁에 오래 앞부터 있던 말도 자주 불러 주고 쓰다 보면 어느새 익은 말이 될 수 있습니다. [마음 나누기] 여러분은 ‘칠흑 같은 어둠’이라는 말을 들으면 어떤 밤의 모습이 떠오르시나요? 오늘부터 아주 짙고 검붉은 빛깔을 만났을 때 ‘옻빛’이라는 말도 한번 써 보면 어떨까요? [한 줄 생각] 오래도록 쓰지 않아 낯설어진 우리말도 다시 불러 주면 우리 곁에서 살아나는 말이 됩니다. [오늘의 토박이말] ▶ 옻빛 뜻: 옻의 빛깔과 같이 검붉은 빛. 보기:  해가 지고 나자 바다는 옻빛으로 짙어졌다.” 오늘 한마디:  오늘 밤하늘은 옻빛처럼 깊고 어둡구나.”   [토박이말 길잡이] 결지기 이창수  이창수 시민기자 maljigi@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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