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D현대·한화오션, 조선소 고위험 공정에 휴머노이드 투입…직무전환은 과제 [뉴스] 국내 조선업계가 밀폐공간 용접과 위험구역 점검, 중량물 운반 등 사고 위험이 큰 작업에 로봇을 투입하기 위한 실증에 속도를 내고 있다. 반복되는 중대재해를 줄이기 위해 작업자가 고위험 공정에 직접 투입되는 상황부터 줄이겠다는 구상이다.
사망사고 잇따르자…HD현대·한화오션, 고위험 공정에 휴머노이드 투입
HD현대와 페르소나AI가 개발 중인 조선소 특화 용접용 휴머노이드/Persona AI
조선업계의 로봇 도입은 현장에서 사망사고가 잇따르는 상황과 맞물려 있다.
지난 18일 HD현대중공업 울산조선소에서는 사내 협력업체 소속 외국인 근로자가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 화물창 내부에서 곤돌라 작업을 하다 숨졌다. 올해 들어 HD현대중공업에서 발생한 두 번째 사망사고다. 한화오션 계열사인 한화오션에코텍에서도 올해 작업 중 사망사고가 잇따랐다.
HD한국조선해양과 HD현대로보틱스는 미국 로봇기업 페르소나AI와 조선소 특화 용접용 휴머노이드를 공동 개발하고 있다.
HD한국조선해양은 조선소 작업 데이터를 활용해 용접 인공지능(AI)을 고도화하고 실제 선박 건조 현장에서 성능을 검증한다. HD현대로보틱스는 용접 시스템 통합과 품질 제어를, 페르소나AI는 조선소 환경에 맞춘 2족 보행 플랫폼 개발을 맡는다. HD현대는 성능 검증을 거쳐 휴머노이드를 실제 건조 현장에 단계적으로 투입하고, 작업자가 담당해 온 고강도·고위험 용접공정 일부를 대체할 계획이다.
한화오션은 에이로봇, 엔닷라이트와 함께 피지컬 AI 기반 휴머노이드의 조선소 적용 가능성을 검증하고 있다. 실증에는 에이로봇의 휴머노이드 ‘앨리스’가 투입된다. 엔닷라이트는 실제 조선소를 디지털 공간에 구현해 로봇의 이동 경로와 작업 성능을 사전에 확인한다. 한화오션은 실증 결과를 바탕으로 위험구역 점검과 반복적인 현장 이동, 장비·물품 운반, 작업자 보조 등으로 로봇 활용 범위를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로봇도입 통한 새로운 리스크 발생 가능…충돌·협착 막을 안전체계 필요
로봇이 위험작업을 대신하더라도 충돌과 협착 등 새로운 안전 리스크가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미국 산업안전보건청(OSHA)은 부품 고장이나 프로그램 오류가 로봇의 예기치 않은 움직임과 속도 변화를 일으켜 충돌·협착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특히 로봇 조립과 설치, 시험, 프로그래밍, 유지보수 과정에서는 작업자가 로봇의 작동 범위 안으로 들어갈 수 있어 충돌사고 위험이 커진다. OSHA는 관련 작업자에게 사전 안전교육을 실시하고, 정비 과정에서는 전원과 위험에너지원을 차단하도록 권고하고 있다.로봇 도입이 작업자의 고위험 공정 노출을 줄이더라도 사람과 로봇이 같은 공간에서 작업하는 협업 단계에서는 별도의 안전 기준과 통제 체계가 필요하다는 의미다.
조선소는 선박 건조 단계에 따라 작업구역의 구조가 계속 달라지고, 근로자와 대형 장비가 동시에 이동하는 공간이다. 한화오션이 실제 현장 투입에 앞서 디지털 트윈에서 충돌과 오작동 가능성을 검증하는 것도 이 같은 작업환경을 고려한 절차다.
해외는 로봇 도입과 기존 인력 재교육 병행…국내는 직무전환 계획 공백
셰플러가 도입한 휴머노이드 로봇 디짓 /Schaeffler
로봇 도입으로 기존 인력의 역할이 어떻게 달라질지도 조선업계가 풀어야 할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자동화 가능성이 높은 직무에 종사하는 근로자가 OECD 국가 전체 고용의 약 27%에 달한다고 분석했다. AI와 로봇 등 첨단기술이 작업장 안전과 직무 만족도를 높일 수 있지만, 기술 도입 과정에서 직무 재설계와 대규모 재교육이 함께 추진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에 해외에서는 로봇 도입과 기존 인력의 직무전환을 병행한 사례도 나타나고 있다.
독일 자동차부품기업 셰플러(Schaeffler)는 미국 체러 공장에 휴머노이드 ‘디짓(Digit)’을 투입해 위험도가 높은 운반작업을 맡겼다. 기존에 해당 작업을 담당하던 근로자들은 재교육을 거쳐 검사 직무로 이동했다. 셰플러는 로봇 도입에 따른 인력 감축은 없다고 밝혔다.
현재 공개된 HD현대와 한화오션의 계획은 로봇 개발과 적용 공정, 현장 안전성 검증에 집중돼 있다. 반면 기존 용접·점검·운반 인력의 배치 전환이나 재교육 방안은 공개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