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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 바로가기 : 사법기관 지방으로 분산하고 용산공원은 지켜야

사법기관 지방으로 분산하고 용산공원은 지켜야
[뉴스]
지난 14일 김윤덕 국토교통부 장관이 취임 1주년 기자간담회에서 말했다. 어린이정원이라고 하면 좁은 개념이고, 용산공원 전체를 고민하고 있다. 용산공원 부지를 주택공급에 쓰겠다는 뜻이다. 용산은 일본군이 주둔했고 이어 미군이 주둔한 땅이다. 120년 만에 시민에게 돌아오는 중이다. 용산공원조성특별법은 미군기지 본체 부지를 공원으로 조성하도록 하고 다른 용도로의 변경과 처분을 금지해 두었다. 이 땅이 택지가 아니라 후대에 물려줄 공공자산임을 법이 이미 선언한 것이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반대했고 용산구도 반대 입장문을 냈다. 필자는 서울시장의 부동산 정책 전반에 동의하지 않지만 이 사안에서만은 그의 말이 옳다. 주객이 전도되었다. 서울의 주택난은 공급이 부족해서 생긴 병이기 이전에 수요가 한 곳에 몰려서 생긴 병이다. 집중이라는 원인은 그대로 둔 채, 증상이 아프다고 마지막 녹지를 뜯어 바치겠다는 것이다. 당장의 공급수단이 없는 것도 아니다. 서울에는 1년 이상 방치된 빈집만도 6700호가 넘고, 일시적 공가까지 포함하면 10만 호 안팎이다. 서울시는 이미 2019년부터 2440억 원으로 빈집 415필지를 사들여 공공임대 408호를 추진한 전례가 있다. 기존 주택을 공공이 매입해 임대로 돌리는 길은 땅 한 평 새로 들이지 않고도 즉시 작동하는 검증된 경로다. 그런데 서울시의 빈집 매입은 시정이 바뀌며 사실상 중단되었고 중앙정부의 매입임대 예산도 삭감되었다가 겨우 되돌아왔다. 검증된 길을 나란히 방치해 놓고 이제 와 땅이 없으니 공원을 내놓으라 고 한다. 무능이 아니라 태업이며, 태업의 청구서를 국가 공유자산에 들이미는 일이다. 여기에 분양광고를 젖줄로 삼는 언론이 공급 부족 프레임을 확대재생산하니, 심판이 선수의 스폰서를 겸하는 경기장이 된 지 오래다. 그러나 이 글에서 정작 하고 싶은 말은 따로 있다. 빈집 활용이 응급처치라면, 근본 처방은 집중 그 자체를 푸는 일이다. 그리고 그 열쇠를 쥐고 있는 것이 바로 국가기관의 배치다.   필자가 예전에 구상해둔 남산과 한강을 잇는 ‘용산숲길’. 용산지역을 일부 개발하더라도 얕은 구릉지의 능선(녹색점선) 언저리에는 도시숲을 조성하는 것이 긴요하다. 독일- 수도에 최고법원이 하나도 없는 나라 독일의 수도는 베를린이다. 그런데 독일의 연방헌법재판소와 5개 연방최고법원 가운데 베를린에 있는 것은 단 하나도 없다. 연방헌법재판소와 연방일반법원(BGH·민형사 최고법원)은 인구 30만의 카를스루에에 있다. 연방행정법원은 라이프치히, 연방노동법원은 에어푸르트, 연방사회법원은 카셀, 연방재정법원은 뮌헨에 있다. 연방검찰총장실(연방검찰청)도 연방일반법원을 따라 카를스루에에 있다. 사법의 최정점 전체가 수도 바깥에 흩어져 있는 것이다. 여기에 얽힌 사연이 우리에게 특히 시사적이다. 1950년대 초 바덴과 뷔르템베르크가 합쳐져 바덴뷔르템베르크주가 만들어질 때, 바덴 대공국의 옛 수도였던 카를스루에는 주도(州都) 자리를 인구 두 배가 넘는 슈투트가르트에 빼앗겼다. 지역의 반발이 거셌다. 이때 연방정부가 그 반발을 달래려고 내놓은 것이 바로 연방 최고재판소 두 곳을 카를스루에에 배치하는 안이었다. 즉 독일에서 사법기관의 지방 배치는 관념적 이상론이 아니라, 수도 기능을 잃은 도시에 국가가 지불한 실질적 보상이었다. 그리고 그 보상은 성공했다. 오늘날 독일 언론은 판결 소식을 전하며 카를스루에는 이렇게 판단했다 라고만 써도 모두가 연방헌법재판소를 떠올린다. 도시 이름이 곧 헌법재판의 대명사가 된 것이다. 행정기관도 마찬가지다. 연방은행은 프랑크푸르트에, 연방환경청은 옛 동독 지역의 소도시 데사우에, 연방헌법수호청은 쾰른에 있다. 결정적인 것은 1994년의 베를린·본법(Berlin/Bonn-Gesetz)이다. 통일 후 수도를 베를린으로 옮기면서도 독일은 상당수 연방부처의 제1청사를 옛 수도 본에 그대로 남겼다. 국방부를 비롯한 여러 부처가 지금도 본에 주된 청사를 두고 있고, 본은 연방도시(Bundesstadt) 라는 법적 지위를 얻었다. 수도를 옮기면서도 기능을 한 도시에 쓸어담지 않은 것이다. 유럽 차원으로 넓혀도 원리는 같다. 유럽사법재판소는 룩셈부르크에, 유럽중앙은행은 프랑크푸르트에, 유럽의회 본회의장은 스트라스부르에 있다. 브뤼셀 한 곳에 몰아넣지 않았다. 스위스- 사법을 수도에 두지 않는다는 원칙 스위스는 이 원리를 아예 헌정의 기본설계로 삼았다. 연방의회와 연방정부는 베른에 있지만, 최고법원인 연방대법원은 프랑스어권 로잔에 있다. 사회보험 관련 재판부는 루체른에 따로 두었다. 2000년 사법개혁 국민투표를 거쳐 신설된 두 법원의 입지는 더욱 뚜렷하다. 연방형사법원은 이탈리아어권 티치노주의 벨린초나에, 연방행정법원은 동부의 장크트갈렌에 두었다. 주목할 것은 이 배치가 우연이 아니라 언어권과 지역 간 균형을 고려한 의도적 설계라는 점이다. 정치권력은 독일어권 베른에 있지만 사법권력은 프랑스어권과 이탈리아어권 도시에 나누어 둔다. 권력이 한 도시, 한 언어권에 겹쳐 쌓이지 않게 하는 것 자체가 연방의 통합 장치다. 독일과 스위스를 관통하는 원리는 둘로 요약된다. 첫째, 의사결정의 긴급성이 없는 기관은 수도에 있을 이유가 없다. 재판은 서면과 기일을 중심으로 움직인다. 국무회의처럼 대통령과 장관들이 즉시 한자리에 모여야 하는 일이 아니다. 상고심은 더욱 그렇다. 사실심리가 끝난 사건의 법률적 판단을 서면으로 하는 곳이 물리적으로 청와대·정부청사 옆에 붙어 있어야 할 기능적 이유는 존재하지 않는다. 둘째, 오히려 떨어져 있는 것이 낫다. 권력분립은 조직도의 문제만이 아니라 거리의 문제이기도 하다. 사법이 정치권력과 같은 도시, 같은 동네, 같은 저녁식사 자리를 공유할 때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우리는 충분히 보았다. 카를스루에가 법의 수도(Residenz des Rechts) 로 불리는 것은 단순한 별칭이 아니라 하나의 헌정 원리의 표현이다.   김윤덕 국토교통부 장관과 오세훈 서울시장이 20일 만나 용산공원을 활용한 주택 공급 등 서울 주택 문제를 협의한다. 더불어민주당은 용산공원 주택 공급과 관련해 당 차원의 여론조사 추진을 검토 중이다. 사진은 이날 서울 용산구 용산공원 내 용산어린이정원의 모습. 2026.8.20. 연합뉴스 한국-이미 우리에게도 선례가 있다 멀리 갈 것도 없다. 우리에게도 이미 성공한 선례가 있다. 특허법원이다. 특허법원은 1998년 서울에 설치되었다가 2000년 대전으로 옮겨 갔다. 대전 시민들이 리본과 스티커를 만들고 현수막을 걸며 유치운동을 벌인 결과였다. 이 법원은 고등법원급이며 토지관할이 대한민국 전 지역이다. 특허심판원의 심결에 불복하는 소송은 당사자가 서울에 살든 부산에 살든 반드시 대전으로 가야 한다. 그렇게 25년이 흘렀다. 사법 서비스에 어떤 파국이 왔는가. 오지 않았다. 오히려 특허청 특허심판원 특허법원이 한데 모이면서 대전은 지식재산 분야의 거점도시가 되었다. 전국 관할 법원이 수도 밖에서 사반세기 동안 정상 작동해 온 나라에서, 대법원과 헌법재판소는 서울에 있어야 한다 는 주장은 기능적 근거가 아니라 관성의 표현일 뿐이다. 법적 장애물도 없다. 2004년 헌법재판소의 관습헌법 결정이 막은 것은 수도 전체의 이전 이지 개별 기관의 이전이 아니다. 실제로 이듬해 행정중심복합도시는 합헌 판단을 받았고, 지금 세종에는 대부분의 중앙부처가 내려가 있다. 대법원과 헌법재판소는 헌법에 소재지 규정 자체가 없으므로 법률로 옮길 수 있다. 국회와 대통령실이 서울에 남더라도 사법기관의 이전은 헌법 문제를 일으키지 않는다. 그렇다면 대상은 이렇게 정리된다. 대법원, 헌법재판소, 그리고 검찰개혁으로 새로 만들어지는 중대범죄수사청과 공소청, 공수처. 어느 것도 대통령이나 장관과 같은 건물에서 즉각 협의해야 하는 기관이 아니다. 오히려 그래서는 안 되는 기관들이다. 특히 지금이 두 번 오지 않을 적기인 이유가 있다. 중수청과 공소청은 이전 이 아니라 신설 이다. 신설 기관은 처음부터 입지를 정하는 것이므로 이전 비용도, 청사 매각 논란도, 직원 반발도 구조적으로 발생하지 않는다. 조직을 백지에서 설계하는 이 국면은 곧 입지를 백지에서 설계할 수 있는 국면이다. 검찰개혁 논의가 권한 배분에만 매몰되어 이 창을 놓친다면 두고두고 아쉬울 것이다. 다만 혁신도시 1기의 교훈은 새겨야 한다. 그때의 실패는 이전 자체가 아니라 입지 전략에 있었다. 10개 혁신도시로 얇게 흩뿌린 탓에 어느 곳도 집적의 임계질량에 이르지 못했고, 벌판 위에 새로 지은 신도시형 입지는 가족 동반 이주 대신 나홀로 부임 만 낳았다. 카를스루에 모델이 작동한 것은 카를스루에가 공과대학과 산업과 문화를 이미 갖춘 도시 였기 때문이다. 벌판이었다면 불가능했다. 그러므로 원칙은 분명하다. 공공기관 이전의 인센티브는 거점 대도시에 돌아가야 한다. 부산 대구 광주 대전처럼 대학과 병원과 문화 인프라를 이미 갖춘 도시에 앵커 기관을 집중 배치해야, 법조 인력과 그 가족이 실제로 옮겨 살고, 로펌과 학계와 관련 산업이 따라붙으며, 도시 전체가 한 단계 올라선다. 카를스루에가 그러했듯 지역이 잃은 것에 대한 국가의 보상이자 동시에 국가 전체의 이득이 되는 거래다. 기업 입지도 같은 원리다. 수백조 원이 투입되는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는 전력과 용수의 블랙홀로서 수도권 집중을 송전탑과 콘크리트로 고착시킨다. 발전 여력과 용지가 있는 지방 거점에 첨단산업을 배치하는 것이 국토 전체로 보아 합리적이다. 300만 이민 시대라는 조건 여기에 새로운 조건이 하나 더해졌다. 2026년 6월 말 체류외국인은 287만 명을 넘어섰고 정부는 올해 안에 300만 돌파를 예상한다. 정부는 지난 3월 2030 이민정책 미래전략 에서 순환 노동자 수용을 넘어 장기 정착과 영주권 경로 확대로 방향을 공식화했다. 수백만 명이 장기 체류하는 시대가 왔고 이 추세는 장기화될 것이다. 그리고 이 인구는 이미 자생적으로 지방을 채우고 있다. 인구소멸 위험지역인 부산에서 내국인은 줄어드는데 장기체류 외국인은 늘고 있다. 안산 김해 아산 같은 산업도시는 사실상 이들이 지역경제를 지탱한다. 시장은 벌써 분산을 하고 있는데 국가만 하지 않고 있다. 기관이 내려가고 산업이 내려가고 그 도시가 새로운 정주 인구를 흡수하는 그림. 수요와 공급과 제도의 조건이 이렇게 동시에 열린 것은 노무현 정부의 행정수도 구상 이후 처음이다. 그때는 관습헌법이라는 벽에 막혔지만, 개별 기관의 이전과 산업·이민의 재배치는 그 판례가 건드리지도 못하는 영역이다. 연못을 말릴 것인가 정리하자. 서울 주택난의 응급처치는 빈집과 기존 주택의 공공 매입임대를 태업에서 깨우는 것이다. 근본 처방은 대법원과 헌법재판소를, 그리고 새로 만드는 중수청·공소청을 거점 대도시로 보내고 첨단산업 입지를 국토 전체의 관점에서 다시 짜는 것이다. 독일과 스위스가 70년 넘게 해온 일이고, 우리도 특허법원으로 이미 25년째 하고 있는 일이다. 이 길이 다 열려 있는데도 굳이 120년 만에 돌아온 공원을 헐겠다는 것은 무능이 아니라 선택이다. 주거공급을 명분 삼아 도시를 더 촘촘히 조이는 일은 결국 도시를 시민의 삶터가 아니라 부동산게임의 장으로 만드는 일이며, 국가가 회수한 마지막 공유부(共有富)를 그 게임의 판돈으로 던지는 일이다. 옛사람들은 이를 갈택이어(竭澤而漁)라 했다. 연못의 물을 다 퍼내어 고기를 잡으면 그해에는 손에 고기가 쥐어지지만 이듬해 그 연못에는 고기가 없다. 용산공원은 서울에 남은 마지막 연못이다. 연못을 말릴 것인가, 아니면 고기가 한곳으로만 몰려드는 구조를 바꿀 것인가. 광복 81년, 국토의 주인이 답해야 할 질문이 이것이다.  이원영 국토미래연구소장, 시민인권위 공동위원장 leewysu@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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