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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 바로가기 : 아직 보내줄 준비가 되어있지 않은 소방관의 죽음

아직 보내줄 준비가 되어있지 않은 소방관의 죽음
[사회혁신]
나는 아직 보내줄 준비가 되지 않았는데…아빠는 나의 영웅이었어.” 앳된 목소리가 장내에 울려 퍼지자, 끝내 참아왔던 울음이 터져 나왔다. 눈물로 얼룩진 가족과 동료들의 배웅 속에서 소방관의 영결식이 엄수됐다. 14일 오전 완도군농어민문화체육센터에서 고(故) 박승원 소방경과 고 노태영 소방교의 영결식이 거행됐다. 2026년 4월 14일 전남 완도 저온 창고에서 난 불을 끄다 숨진 소방관 영결식을 이 지역 한 신문사는 이렇게 보도했다. 그리고 또 한 명의 소방관을 보냈다. 어제(19일) 오전 경기도 부천체육관에서 고 김진석 소방위의 영결식이 엄수됐다. 몇 달 뒤면 초등학교에 입학할 딸을 남겨둔 채 그는 우리 곁을 떠났다. 장례위원회 위원장인 추미애 경기도지사가 울먹이며 영결사를 낭독했다. 영결식이 끝나면 운구 행렬이 움직이기 시작한다. 태극기로 덮은 관을 동료들이 손에 들고 천천히 식장을 빠져나간다. 양옆에 도열한 소방공무원들은 다시 한번 거수경례를 올린다. 동료 소방관은 그 자리에 주저앉아 오열한다. 유족과 동료들의 흐느낌이 뒤섞인 채 마지막 배웅이 이어진다. 거의 해마다 이런 영결식을 적게는 한 차례, 많게는 서너 차례 이상 치른다. 그리고 시간이 흘러도 똑같은 모습을 우리는 계속 보게 된다.   추미애 경기도지사와 소방관 등이 19일 경기도 부천시 원미구 부천체육관에서 영결식장을 떠나는 고 김진석 소방위의 운구 차량을 향해 인사하고 있다. 2026.10.19 [공동취재] 특진에 훈장, 국립묘지 안장. 그러나… 1계급 특진과 훈장 추서, 국립현충원 안장은 순직한 소방관을 예우하는 대한민국 공식이다. 이번 부천 공장 화재 때 있었던 소방관 순직뿐만 아니라 거의 모든 소방관 순직을 언론이 대서특필한다. 시민의 애도 물결이 따른다. 어김없이 여야 지도부와 국회의원들이 빈소를 찾아 조문하고, 소방관 처우 개선과 예산·제도 정비를 약속한다. 하지만 이런 사고는 해마다 계속 이어진다. 이젠 이런 죽음을 멈춰야 한다. 소방관은 매우 위험한 일을 하는 공무원이다. 특히 대형 화재 현장에는 유독가스와 유독물질이 넘쳐나고, 붕괴·폭발 등 고위험이 도사리고 있다. 언제 어떤 상황이 벌어질지 예측하기 쉽지 않다. 화재진압 중 석면, 벤젠, 블랙카본, 미세먼지 등 각종 발암물질과 화학물질, 유독가스에 노출된다. 또한 현장에서 시커멓게 탄 주검을 보거나 이를 이송해야 한다. 이런 상황은 극도의 공포·긴장·불안을 유발한다. 이런 정신적 상태에서는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PTSD)를 겪기가 십상이다. 실제로 소방관들에게 PTSD는 다반사다. 우울증 등 다른 정신질환에도 걸린다. 과로 등에 의한 뇌·심혈관질환의 위험성도 다른 직종에 견주어 크다. 거의 매년 소방관 사고 순직, 많을 땐 9명까지 2007년부터 지난 20년간 소방공무원 순직자 수를 살펴보면 매년 적게는 2명, 많게는 9명의 소방공무원이 화재진압 중 사고 등으로 숨지고 있다. 2019년 소방청 헬기가 환자 이송 중 독도 인근 해상에서 추락해 소방대원 5명, 환자, 보호자 등 7명이 숨져 이 해에 소방공무원 순직자가 9명으로 가장 많았다. 화재·구조 현장에서 직접 사고로 사망하는 ‘현장 순직’ 외에도, 업무상 질병(암, 뇌심혈관질환, 자살 등)으로 사망하는 소방관의 수가 매년 8~10명으로 상당수에 달한다. 이를 주요 원인별로 살펴보면 혈액암, 폐암, 희귀암 등 암을 포함한 직업병이 30~35%로 가장 많다. PTSD와 정신질환으로 인한 자살이 약 30%, 뇌·심혈관 질환(급성 심근경색·뇌출혈 등 과로사)이 25%로 그 뒤를 잇는다. 그 밖에 감염병과 질병이 약 10%를 차지하고 있다. 소방관의 업무상 질환 사망이 사고사망보다 더 많은 것은 우리 산재·직업병 실태와 많이 닮았다. 과거에는 소방관 유족이 암 등 질병과 업무 간의 인과관계를 직접 입증해야 해 업무상 질병 승인을 받기 어려웠으나, 최근 ‘공상 추정제’가 시행되어 특정 유해 환경에서 일정 기간 이상 근무한 경우이면 공무상 재해로 우선 추정받게 되면서 질병 순직 인정 범위가 대폭 확대되었다. 다행이다. 미국은 독립기관이 소방관 순직 조사. 한국은 소방청이 해 소방관이 순직할 때마다 대부분 국가에서는 그 원인을 조사한다. 한국도 그렇다. 그리고 그 정확한 원인 규명은 그 뒤 소방관이 화재에 적절하게 대응하고 그들의 생명과 건강을 보호하는 대책과 시스템을 마련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 미국에서는 이를 소방청이 아닌 독립적 기관인 국립직업안전보건연구원(NIOSH)이 도맡아 하고 그 결과물인 전체보고서를 모두가 볼 수 있는 사이트에 낱낱이 공개한다. 팔이 안으로 굽지 않고 지휘 체계의 작동과 부실까지 여과 없이 내놓을 수 있기 때문이다. 반면 한국은 소방청이 일부 전문가와 합동으로 조사를 하고 일부 내용을 보도자료 등의 형식으로 공개한다. 전체보고서 내용은 소방청 내부자들만 알 수 있고 미국처럼 일반인이 접속할 수 있는 공개 사이트에 올리지는 않는다. 이 칼럼을 쓰기 위해 조사보고서를 찾아보려고 소방청, 국립소방연구원 등 이곳저곳을 접속해도 찾지 못했다. 우리는 앞으로 더 투명해야 한다. 언제 건물 진입할지, 안 할지를 판단하는 게 중요 소방관들은 화재 현장에 도착하면 인명 구조에 가장 애를 쓴다. 건물 안에 사람이 있는데도 진입을 제때 하지 않아 인명 피해가 일어났다는 비판을 받지 않기 위해서다. 사람이 안에 있는지가 확실하지 않을 때도 있다. 그때도 있다고 보고 뛰어든다. 폭발 위험과 유독가스가 다량 나오는 상황, 건물 안에 다량의 기름 등이 있어 삽시간에 불길이 확산할 가능성이 클 때 진입하면 심각한 위험에 직면할 수 있다. 이때는 지휘부의 판단이 중요하다. 언제 어떤 상황에서 들어가고 들어가지 않느냐, 순간의 선택이 소방관의 생명을 좌우한다. 2024년 1월 경북 문경의 한 육가공 공장에서 불이 났다. 이 회사는 4.5톤가량 식용유를 사용하는 공장이었다. 공장 안에 있던 5명의 직원은 모두 대피했다. 이 공장은 화재에 취약한 샌드위치패널 구조로 연소가 급격히 확대될 수 있는 곳이었다. 4명의 소방대원은 혹 사람이 더 있을지 모른다고 판단해 불이 시작된 3층으로 출입문을 열고 들어갔다. 출입문으로 공기가 유입되며 안에 갇혀 있던 고온의 가연성 가스가 폭발적으로 연소했다. 강한 열이 밀려오고 짙은 연기, 붕괴된 천장 등의 장애물 때문에 위기 상황에 내몰렸다. 대원 2명은 창문을 깨고 가까스로 탈출하였으나, 다른 대원 2명은 고립되어 결국 사망했다. 소방청은 순직 원인 조사보고서에서 해당 공장은 화재에 취약한 샌드위치패널 구조로 연소가 급격히 확대되었고, 신속한 화재진압에도 어려움을 겪었다. 화재 확산의 주 가연물로 추정되는 식용유에 대한 정보 전달이 정확히 이루어지지 않았고, 현장 활동 사항의 공유도 미흡했던 것으로 확인됐다”라고 밝혔다. 소방관 숨질 때마다 대책만 발표하는 소방 당국 소방청은 분석 결과를 토대로 ▲대응 기술 고도화 및 실행력 강화 ▲현장 대응 및 안전관리 필수정보 신속 전파 ▲건축구조 및 시설물 안전관리 강화 ▲교육훈련 강화 및 보직 관리 체계로 개편 ▲신속‧유기적 현장 활동 및 대원 구조를 위한 기능 조정 ▲인력‧예산 확충 및 효율적 운영 등 단기 과제와 중장기 과제를 나눠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했다고 발표했다. 제대로 된 소방을 하려면 소방서는 관내 건물과 공장 가운데 대형 화재와 인명 피해를 낼 수 있는 곳에 대한 정보와 건물구조, 건물 자재 등에 대해 미리 파악하고 있어야 한다. 또 이를 바탕으로 한 화재진압 전략과 매뉴얼을 사전에 마련해야 한다. 이와 함께 이에 대한 사전 교육 또는 출동 시 관련 내용 전파는 소방의 가장 기본적인 임무다. 하지만 이런 기본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다고 스스로 시인한 것이다. 지난 2022년 1월 5일 자정에 경기도 평택시의 대형물류창고 신축공사장에서 대형 화재가 발생했다. 화재진압에 나섰던 송탄소방서 대원 3명이 순직했다. 소방청은 순직 원인 조사 결과를 3개월여 뒤인 4월 18일 보도자료로 내놓았다. 얼마나 더 죽고 다쳐야 ‘경험 부족’ 탓 하지 않을까 소방청은 화재 현장 2층 벽체 등의 내장재인 우레탄폼 등이 약 10시간 정도 오래 타면서 발생한 다량의 가연성 가스가 쌓여 있는 상태에서 순간적인 화재 가스 발화가 일어났을 것이라고 이날 화재를 추정했다. 눈에 띄는 내용은 대형물류창고, 화학물질, 신종 건축자재 사용(우레탄폼) 증가 등과 관련해 대응자료와 경험의 축적량이 부족한 특수유형의 화재”여서 적절하게 대응하기 힘들었고 결국 소방관 사망 사고까지 이어졌다”라는 식의 변명에 가까운 설명 부분이다. 화재 예방과 화재진압, 그리고 인명 구조 관련 전문기관으로서는 정말 부끄러운 대목이다. 대응자료와 경험의 축적이 부족하다는 소방청의 발표는 국민과 유족들의 가슴에 못을 박는 것과 다를 바 없다. 이 화재 사고 이전에도 대형물류센터와 냉동창고, 그리고 우레탄폼 단열재와 같은 신종 건축 자재와 관련한 화재와 이로 인한 소방관 사망은 여러 차례 있었다. 오랜 기간 사회적 충격까지 준 대형 사건들도 있었다. 그 때마다 이런 위험 특성이 집중적으로 거론된 바 있다. 2021년 6월 17일 발생한 쿠팡 경기도 이천 덕평물류센터 화재로 소방관이 순직했으며 막대한 재산피해를 냈다. 2020년 7월 21일 용인 SLC 냉동·냉장 복합물류센터 화재로 5명이 사망하고 8명이 다쳤다. 2012년 8월 13일 서울 종로구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 신축 현장에서는 지하 3층에서 우레탄폼 단열재를 바르는 작업을 하던 중 발생한 유증기에 불씨가 붙어 화재가 발생하여 유독가스가 빠르게 퍼지는 바람에 작업자 4명이 사망하고 9명이 부상했다.   3일 경기 성남시 분당구 야탑동 한 복합건축물 화재현장에서 소방관들이 진화작업을 하고 있다. 2025.1.3 노동자 2008년 40명, 2020년 38명 사망 모두 냉동·물류창고 화재 2020년 4월 29일 경기도 이천시 모가면의 한익스프레스 물류창고에서 신축공사 중 우레탄폼 도포 작업과 용접 작업이 동시 진행되던 중 유증기에 용접 불꽃이 튀어 대폭발이 일어나 치명적인 유독가스가 순식간에 건물 전체로 차올랐다. 이 사고로 현장 근로자 38명이 사망하고 10명이 다쳤다. 최근 10년 사이 일어난 산업재해 가운데 최악의 사건이었다. 안종주 언론인, 보건학 박사 이보다 10여 년 전인 2008년 1월 7일 경기도 이천시 호법면 코리아2000 냉동창고에서도 설비공사 중 가연성 유증기 폭발 화재로 40명이 사망하고 10명이 부상했다. 물류시설 대형 참사의 대표적 사건으로 꼽히며 한 달 넘게 사회를 떠들썩하게 했다. 우리는 지금까지 이런 사고 사례와 역사에서 제대로 교훈을 얻지 못했다. 이번만큼은 달라야 한다. 부천 공장 화재 소방관 순직 사건을 그냥 또 하나의 사고로만 돌리면 안 된다. 이번 일을 계기로 대통령실과 국무총리실, 국토교통부, 산업통상자원부, 고용노동부, 행정안전부, 소방청, 각 지방자치단체는 한 몸이 되어 기존 화재 예방 시스템을 비롯해 신속하고 효과적 화재진압과 인명 구조, 소방관 생명·건강 보호 등에 관한 제도·예산·시스템·교육훈련·인력양성을 밑바닥부터 다시 살펴 혁신해야 한다.안종주 진단 jjahnpark@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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