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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수청장 인선, 속도 가 아니라 방향 이다
[뉴스]
잘못된 인사를 바로잡는 것은 인사권자의 권위를 훼손하는 일이 아니라, 오히려 인사권을 책임 있게 행사하고 있다는 증거다. 인사에 있어 누구를 인선하느냐는 단순히 한 사람의 경력을 넘어 그 사람이 맡게 될 자리의 성격과 시대적 의미, 그리고 국민이 그 인선을 어떻게 받아들일 것인지까지 함께 살펴야 한다. 특히 초대 중대범죄수사청장이라면 더욱 그렇다. 중수청은 기존 기관의 수장을 교체하는 자리가 아니다. 검찰의 수사권을 분리해 새로운 형사사법 체계를 출범시키는 검찰개혁의 상징과도 같은 자리다. 그렇다면 초대 청장에게 필요한 것은 수사 경험이나 조직관리 능력만이 아니라, 그가 새로운 조직의 출범 취지를 얼마나 분명하게 이해하고 있는지, 과거의 판단과 현재의 입장이 어떻게 연결되는지도 중요한 검증 대상이 될 수밖에 없다. 후보추천위원회는 중대범죄 수사 전문성, 공정성과 인권 의식, 신설 조직을 이끌 리더십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해 김관정·김지용·문홍주·이윤제 네 사람을 최종 후보로 추천했다. 이후 윤호중 행정안전부 장관은 김 후보자에 대해 수사·감찰·공판 등 형사사법 분야의 경험이 풍부하고 주요 수사기관의 지휘부에서 조직을 안정적으로 관리한 경험이 있다는 점을 강조하며 김지용 후보자를 최종 후보로 선택했다. 여기까지는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문제는 그 다음이다. 왜 하필 김지용이어야 하는가. 후보추천위원회가 네 사람을 모두 적격 후보로 판단했다면, 최종적으로 한 사람을 선택한 정부에는 그 선택의 이유를 설명할 책임이 있다. 단순히 수사 경험이 풍부하다 는 설명만으로는 부족하다. 다른 세 후보와 비교했을 때 어떤 점이 더 적합했는지, 그리고 중수청 초대 청장이라는 상징적인 자리에 왜 김지용이어야 하는지를 국민이 납득할 수 있어야 한다. 더구나 김 후보자 인선과 관련해서는 아이러니하게도 정작 한동훈 의원이나 국민의힘에서는 이렇다 할 목소리가 나오지 않는 반면, 오히려 검찰개혁을 추진해 온 여당 내부에서 더 거센 반대와 우려가 터져 나오고 있다. 추미애 경기지사가 강하게 반대하고 있고, 민주당 내부에서도 법사위를 중심으로 공개적으로 우려를 제기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조국혁신당 박은정 의원 등도 문제를 제기했다. 이 상황에서 대통령이 추가 검증을 지시한 것은 오히려 자연스러운 일이다. 실제 청와대는 김 후보자의 과거 검찰 재직 당시 행적과 보완수사권 폐지 등의 논란을 놓고 추가 검증에 들어갔다. 그렇다면 이제 필요한 것은 서둘러 결론을 내리는 일이 아니다. 한 번 더 보는 것이다. 인사청문회가 있으니 그때 검증하면 된다는 주장도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이미 이번 개각에서 두 명의 장관 후보자가 낙마했다. 특히 초대 중수청장은 청문회에서 문제가 불거진 뒤 바꾸기에는 부담이 너무 크다. 출범을 앞둔 신설 기관의 첫 수장이고, 그 인선 자체가 검찰개혁의 방향을 상징하기 때문이다. 더구나 지금의 논란은 김 후보자 개인의 도덕성 문제만을 둘러싼 것이 아니다. 과거 검찰 수사권 문제를 바라봤던 그의 판단과 현재 중수청장 후보자로서 밝히는 입장이 어떻게 연결되는지를 둘러싼 논란이다. 김 후보자는 과거 보완수사권 폐지를 우려했던 것은 검찰을 위한 것이 아니라 범죄 피해자 보호에 공백이 생기는 것을 막기 위한 판단이었다고 설명하고 있다. 또한 윤석열 정부에서 자신이 좌천됐으며 특정인과 가까워 혜택을 받은 사실이 없다고 해명했다. 이런 해명 역시 충분히 검토할 가치가 있다. 그러나 해명이 있다는 것과 검증이 끝났다는 것은 같은 말이 아니다. 오히려 이런 논란이 있는 만큼 김 후보자에게는 현재의 입장이 과거의 판단과 어떻게 다른지, 그리고 중수청장으로서 수사와 기소의 분리를 어떤 원칙으로 구현할 것인지 보다 구체적으로 설명할 기회가 주어져야 한다. 정부 역시 설명해야 한다. 김지용 후보자가 네 명의 후보 가운데 왜 최종 선택됐는가. 다른 후보들에게는 어떤 장단점이 있었고, 김 후보자의 어떤 역량이 초대 청장에게 특히 필요하다고 판단했는가. 과거 검찰개혁 과정에서 논란이 된 행적은 어떻게 검증했으며, 현재의 입장을 신뢰할 만한 근거는 무엇인가. 이 질문에 충분한 답을 내놓는다면 논란은 오히려 상당 부분 해소될 수 있다. 반대로 답하지 못한다면, 그것은 김지용 후보자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인사 검증 시스템의 문제가 된다.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중수청은 검찰개혁을 위해 만들어지는 기관이다. 그렇다면 그 첫 단추를 끼우는 과정부터 국민에게 왜 이 사람인가 를 명확하게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출범 일정이 급하다는 이유도 충분한 답이 될 수 없다. 중수청은 앞으로 수년간 대한민국 형사사법 체계의 한 축을 담당하게 될 기관이다. 며칠의 일정이 아쉬워 인선의 정당성을 훼손한다면 오히려 더 큰 비용을 치를 수 있다. 더구나 지금은 대통령 스스로 추가 검증을 지시한 상황이다. 그렇다면 그 검증을 형식적으로 끝내서는 안 된다. 인사를 재고하는 것은 인사를 뒤집는 것이 아니다. 의심이 있다는 이유만으로 후보자를 탈락시키는 것도 아니다. 1년을 준비해 막바지에 이른 검찰개혁이다. 그렇기에 지금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속도’가 아니라 ‘방향’이다. 인사권자의 책임은 한 번 내린 결정을 끝까지 관철하는 데 있지 않다. 조금 늦더라도 논란이 제기됐을 때 멈춰 서서 다시 살펴보고, 그 판단의 근거를 국민에게 설명하는 데 있다. 잘못된 인사를 바로잡는 것은 인사권자의 권위를 훼손하는 일이 아니라, 오히려 인사권을 책임 있게 행사하고 있다는 증거다.홍순구 시민기자 dranx@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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