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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 바로가기 : 돈 받고 왜 날 안 찍어 협동조합 임원선거 혼탁 심각

돈 받고 왜 날 안 찍어 협동조합 임원선거 혼탁 심각
[뉴스]
북안동농협 조합원들이 지난달 31일 안동농협 앞에서 농협 합병을 촉구하는 집회를 열고 있다. 2017.11.5 연합뉴스 자료사진  최근 경북 안동시의 한 지역농협 임원 선거에서 금품을 주고받은 후보자들과 대의원 등 162명이 무더기로 입건됐다. 지난 20일 안동경찰서에 따르면, 올해 초 안동시 모 지역농협에서 실시한 비상임이사(임원) 선거에서 당선을 목적으로 돈을 뿌린(농협법 위반) 혐의가 적발됐고, 후보자 15명 중 11명을 검찰에 우선 송치하고 나머지 후보자 4명과 임원·조합원 등 151명을 조만간 검찰에 송치할 예정이다. 경찰에 따르면 농협의 비상임이사 10명을 선출하는 선거에 18명이 출마한 가운데이들 후보자들은 각 수천만 원을 대의원들에게 제공해 당선 목적의 금품제공 및 기부행위를 한 혐의를 받는다. 대의원들은 각 후보자들로부터 수백만 원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참 한심하고 개탄스러운 일이다. 그런데, 이런 일이 비단 안동의 어느 한 농협에서만 발생하는 일이 아니고, 전국의 상당수 농협 나아가 수협, 새마을금고 등 다른 협동조합에서도 비일비재하게 일어나는 일이라는 것을 알 만한 사람은 다 안다는 점이다. 협동조합 임원선거가 총체적으로 부패·타락한 양상을 드러내고 있어 국민들로부터 비판을 받아온 것이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다. 1987년 6월 민주항쟁 이후 사회 전반의 민주화 흐름에 따라 농협법 등이 민주적으로 개정돼 1988년에 조합장 선임방식이 ‘임명제’에서 ‘선거제’로 변경된 이후 지금까지 선거를 치를 때마다 줄곧 발생해 온 일이다. 이런 부패와 타락에 크게 낙담한 이들은 우리나라 협동조합 조합원들은 민주주의를 제대로 향유할 수 있는 기본자격이 결여됐다. 입후보자든 선거권자(조합원)든 공명선거를 실시해야 한다는 의식이 거의 없다. 차라리 과거처럼 정부에서 조합장을 임명하는 임명제로 돌아가야 한다”고 냉소적으로 말하기도 한다. 왜 유독 우리나라에서만 협동조합 임원선거가 과열되고 부패·타락하는지도 의문이다. 협동조합이란 무엇인가. 국제협동조합연맹(ICA)은 1995년 창립 100주년 총회에서 협동조합을 ‘공동으로 소유되고 민주적으로 운영되는 사업체를 통하여 공통의 경제적·사회적·문화적 필요와 욕구를 충족시키고자 하는 사람들이 자발적으로 결성한 자율적인 조직’이라고 정의했다. ICA는 협동조합의 기본 7대 원칙을 채택했는데, 여기에는 ‘민주적 관리의 원칙’과 ‘자율과 독립의 원칙’ 등이 포함돼 있다. 이러한 세계적 보편원칙에 따라 우리나라 헌법 제123조 제5항은 국가는 농·어민과 중소기업의 자조조직을 육성하여야 하며, 그 자율적 활동을 보장한다”고 규정하고 있고, 농협법 제9조는 국가와 공공단체는 조합 등과 중앙회의 자율성을 침해하여서는 아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러한 점들을 고려해 보면, 협동조합은 자율·자조·자치를 운영의 핵심 원리로 삼고 있다는 점을 알 수 있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협동조합들은 자율·자조·자치적으로 잘 운영되고 있는가? 그렇게 보기 어렵다. 정부는 협동조합을 마치 공공단체처럼 취급해 과도한 개입과 간섭을 일삼고 있다. 최근 정부가 농협 개혁을 추진하는 과정에도 이러한 현상은 노골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농협 내부의 의사를 전혀 물어보지도 않고 ‘중앙회장 선출방식 변경(1100여 명인 전체 조합장이 선출하는 현행 방식을 187만 명인 전체 조합원이 선출하는 방식으로 전환)’과 ‘감사위원회의 외부 독립법인 설립’을 결정해 입법을 통해 일방적으로 강요하고 있다. 최근에는 농협의 의사를 물어보지도 않고 ‘농협중앙회 주사무소의 지방 이전’까지 정부가 일방적으로 추진하고 있다고 한다. 위헌·위법적인 농협의 자율성 침해가 일상화되고 있는 심각한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정부만을 탓할 수도 없다. 농협 등 협동조합들도 정부의 과도한 개입과 간섭에 길들여져 ‘타율’을 숙명처럼 받아들이며 자포자기하는 태도를 보이는 경우가 많다. 우리나라에 협동조합법은 8개나 있지만(농협법, 수협법, 중소기업협동조합법, 신협법, 소비자생활협동조합법, 엽연초생산협동조합법, 산림조합법, 협동조합기본법), 자율·자조·자치의 원칙에 합당하게 제대로 운영되는 협동조합은 찾아보기 어렵다. 심지어 협동조합 임원선거마저 협동조합 자체의 역량으로 자율적으로 치러내지 못하고, 국가기관인 선거관리위원회의 관리 하에 임원선거를 치른다. 원래는 법에 협동조합이 스스로 자체 선관위를 꾸려 자율적으로 관리하도록 하고 있었지만, 워낙 부패와 타락 양상이 심하다보니 정부가 협동조합 선거관리를 국가기관에 강제 위탁하도록 한 것이다. 이런 예는 다른 나라들에서 찾아보기 힘들다.  이를 위해 박근혜 정부 때인 2014년에 제정된 법이 ‘공공단체등 위탁선거에 관한 법률’이다. 이 법에서는 선거관리위원회가 협동조합 선거관리를 엄격하게 하도록 하고, 금품수수 등 부패와 타락이 발생한 경우에 관련된 자를 징역형 등으로 엄중 처벌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협동조합 임원선거의 부패와 타락은 지금껏 크게 개선되지 않았다. 더욱 음성적인 형태로 만연하고 있다. 부산 북구의 한 새마을금고 임원 선거에서 금품이 오갔다는 신고가 접수돼 금고 측이 진상파악에 착수했다. 사진은 이사장 후보가 건넸다는 돈뭉치. 고무줄에 묶인 5만원권 40장이다. 2015.2.6 연합뉴스 자료사진 안동의 한 농협에서 발생한 임원선거의 부패와 타락이 드러난 과정도 기가 막히다. 돈을 뿌리고도 낙선한 후보가 대의원들에게 돈을 돌려달라고 요구하는 바람에 불법선거의 실체가 수면 위로 떠올랐다고 한다. 선거의 공정성을 지키려는 내부 고발이 아니라 돈을 줬는데도 표를 받지 못했다는 불만 때문에 비리가 드러난 것이다. 금품 제공이 얼마나 거리낌 없이 이뤄졌는지 가히 짐작이 간다. 심지어 선거권자(조합원)들이 공공연히 금품 제공 요구를 하는 경우까지 있다고 한다. 도대체 우리나라 협동조합 조합원들이 얼마나 더 계몽되어야 하는 것일까. 앞날이 캄캄하다. 협동조합이든 국가든 그 구성원들(조합원과 국민)이 합리적 이성과 주인정신을 가져야만 건전하게 운영될 수 있는 것이다. 내년 3월 3일 제4회 협동조합 조합장 동시선거가 전국에 걸쳐 실시된다. 얼마나 극심한 부패와 타락이 빚어질지,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형사처벌을 받게 될 것인지 벌써부터 걱정이 된다. 보도에 의하면 경북 영덕 등 여러 지역에서 벌써 금품과 식사 제공 등 불법선거운동의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고 한다. 조합장에 당선되는 데 10억 원이 넘게 드는 사례도 적지 않다는 소문이 오래 전부터 있었다. 안동에서 적발된 비위는 비상임이사 선거 과정에 발생한 것인데, 비상임이사보다 더 막강한 권한을 갖는 조합장 선거에서는 더 과열될 소지가 다분하다. 현재 정부와 국회가 농협중앙회장 선거를 187만 명의 조합원이 직접 선출하도록 농협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으니, 중앙회장 선거를 앞두고 극심한 부패와 타락 양상이 전국에 걸쳐 나타나게 되지 않을까 매우 걱정스럽다. 필자는 2022년 9월에 ‘공공단체등 위탁선거법전’이란 책을 출간한 적이 있다. 2023년 3월 8일 제3회 전국 조합장 동시선거를 앞두고 선거가 깨끗하고 공명하게 치러지는 데 도움을 주기 위한 목적에서였다. 입후보자들이 선거운동을 하면서 관련 법조문을 읽어보도록 하기 위해 법조문과 판례 및 간략한 해설을 곁들여 작은 책자를 출간했다. 농민신문 등의 홍보 기사에도 불구하고 100부 밖에 팔리지 않았다. 해서 남은 200부를 출판사로부터 사들여 평소 알고 지내던 조합장들에게 무상으로 증정했다. 입후보자들이 거의 법과 책을 찾아보지 않고 선거운동에 임한다는 사실을 깨닫고 필자는 크게 낙담했다. 어떻게 해야 협동조합 임원선거가 부패와 타락에서 벗어나게 될까. 유일한 해법은 부단한 ‘교육과 계몽’일 것이다. 주인(조합원과 국민)이 똑똑해야 협동조합과 국가가 건전하게 발전할 수 있다”는 점을 제발 명심하길 바란다. 협동조합이 임원선거를 자율적으로 공명하게 치를 능력조차 의심받는다면 ‘정부에 대한 협동조합 자율성 보장 요구’는 국민들로부터 공감을 이끌어내기 어려울 것이며 연목구어(緣木求魚)가 될 수밖에 없다. 협동조합은 ‘자율’을 주장하기에 앞서 먼저 ‘자정능력’을 갖추어야 한다. 대한민국에서 협동조합의 건전한 발전에 대한 기대는 정말 요원한 것일까. 협동조합 임원선거의 부패와 타락 현상은 우리 국민들의 미성숙한 시민의식이 그대로 드러난 것이다. 그래서 가슴이 답답하기만 하다.이선신 시민기자 goodbelief2@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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