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지구라는 우주선에 함께 탄 우주 비행사들 [사람들] 우주에서는 서두를 필요가 없다 판 헤임스트라, 양미래 옮김, 돌베개, 2024.
우주는 우리의 ‘’위에 있지 않다.(우주에서는 서두를 필요가 없다 202쪽)
네덜란드의 우주 전문 기자이자 저명한 작가인 마욜린 판 헤임스트라의 지적입니다. 이 문장을 읽는 순간 저는 정말이지 눈이 번쩍 뜨였습니다. 손바닥으로 무릎을 탁 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그래 맞아, 내가 왜 이런 생각을 못했지?
우주에서는 위와 아래라는 분별과 개념이 없습니다.
우주는 우리를 감싸고 있고, 우리 안에 있으며, 우리 눈에 빛으로 들어와 우리와 함께 동시에 지금 여기 이 순간에 현존합니다.
사람을 포함해 지구 생명체는 모두 세포의 소립자 차원으로 들어가면 매순간 빅뱅처럼 우주 폭발이 일어납니다.
달을 발견하러 갔다가 지구를 발견했다고 말한 달 착륙 우주 비행사가 기억납니다.
칼 세이건은 창백하고 푸른 점”이라는 세 단어의 메시지로 우리 모두를 한 순간에 지구로부터 61억km 떨어진 보이저 1호 우주 탐사선의 탑승객으로 순간이동 시킵니다. 인간의 오만과 탐욕을 깊이 성찰하게 만듭니다.
우리 모두는 지구라는 우주선에 탄 우주 비행사들입니다.
칼 세이건이 말했던 창백한 푸른 점 지구. 태양계 바깥을 향해 가고 있는 보이저 우주선이 먼 우주에서 찍어 보낸 지구. 위키피디아
광활한 우주에서 지구별은 한 점 먼지에 불과합니다. 수백억 년의 우주 역사에서 보면 인간의 유한한 삶은 찰나일 뿐입니다. 서로 사랑하고 기적같은 삶을 함께 누리고 나누기에도 시간이 모자랍니다.
그 먼지와 티끌 위에서 인류는 돈과 권력을 차지하기 위해 교각살우(矯角殺牛)의 전쟁을 벌이고 집단학살을 자행하고 있습니다. 서로를 혐오하고 비방하고 난장판의 싸움판을 계속합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팔레스타인 가자 지구에서는 제노사이드 피해자였던 유대인들이 팔레스타인 사람들을 집단학살하고 있습니다.
갈수록 피폐해지고 채무노예의 끝없는 악순환으로 떨어지고 있는 대다수 국민들 삶은 외면한 채 정당의 대표를 차지하겠다는 권력투쟁으로 날을 지새웁니다.
‘나’를 다시 들여다 보기
헤임스트라는 이런 아수라에서 벗어나 생명체로 깨어나는 방안을 나직하고도 단호한 목소리로 제시합니다. 내 삶과 세상에서 떨어져 거리를 두고 바라보라고 권합니다. 달에서 지구별을 보라고, 보이저 1호에 탑승해서 지구와 인류라는 티끌과 먼지를 바라보라고 촉구합니다.
달 지평선 위로 떠오르는 지구. 1968년 12월 24일 아폴로 8호 우주선 윌리엄 앤더스 촬영. 위키피디아
우리는 매순간 새로 태어나는 생명체입니다.
사람 몸의 세포 수는 약 30조~36조 개입니다. 우리 몸의 세포는 1초에 약 380만 개가 새로 태어나고 죽습니다. 하루에 3300억 개의 세포가 교체됩니다.
우리는 매 순간 태어나고 죽는 ‘사건’으로서의 생명체입니다.
사람 몸에는 사람 세포 수보다 훨씬 많은 약 100조 개의 박테리아, 바이러스, 곰팡이가 터를 잡고 살고 있습니다. 우리 몸은 매 순간 태어나고 죽는 ‘나’가 있고, 동시에 역시 매 순간 태어나고 죽는 100조 개의 ‘또다른 나’인 미생물이 함께 공존합니다.
사람은 커다란 또 하나의 복합 생명체입니다.
사람이 숨을 들이마시고 내쉴 때 평균 약 25해 개나 되는 분자가 들어왔다 나갑니다. ‘해’라는 숫자 단위는 25 뒤에 0이 20개 있는 숫자입니다. 사람의 인지 능력 밖의 숫자입니다. 사람 몸과 미생물 세포 수와는 비교조차 되지 않습니다.
우리가 숨을 내쉴 때는 내 몸 안 구석구석 세포에 있던 이산화탄소 분자만 몸 밖으로 내보내는 게 아닙니다. 새로 탄생한 세포 대신 교체된 세포도 나갑니다.
숨을 들이마실 때는 내 앞과 옆, 뒤의 다른 사람들이 날숨으로 내뱉은 그 사람들의 폐기된 세포가 그대로 내 몸 안으로 들어옵니다.
다른 사람의 몸속에 있던 바이러스와 박테리아, 곰팡이 등도 들어오고 숲에 가득한 휘발성 유기화합물(BVOCs)과 수증기, 기타 탄화수소 등도 들어옵니다. 그리고 다시 내 몸 밖으로 나갑니다.
무게로 치면 하루 약 13.6kg이나 됩니다. 우리가 하루에 먹는 음식은 평균 약 1.8kg입니다. 물은 약 2.3kg 마십니다.
사람의 들숨날숨 호흡은 우주의 빅뱅과도 같은 수축과 폭발입니다.
들숨날숨으로 들어오고 나가는 이 모든 물질들은 우주 탄생 이래 138억 년 동안 대물림되어 존재해 오던 우주먼지들입니다. 우주먼지는 햇빛에 분해되어 우주 전체에 퍼졌다가 다시 합쳐집니다.
숨을 쉰다는 것은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세계 속에 담긴 우리 자신을 흡수한다는 것입니다. 세계 속에서 끊임없이 들락거리며 운동하고 있는 작은 생명의 파편들을 받아들이고, 그것들을 이해하고, 우리 자신의 일부를 다시 내놓는 것입니다.(어떻게 걸어야 하나: 걷기명상,원혜•박승옥 함께 걷고 박승옥 적다, 기적의 마을책방, 2024.)
내 몸 속에는 붓다와 예수, 무함마드의 체세포였던 분자들이 있고, 맘모스와 도도새와 대왕돌고래들이 배설한 똥오줌의 분자들도 있고, 물푸레나무들이 소통하던 유기화합물도 있습니다.
붓다와 예수와 무함마드가 나이고 너이고, 우리들입니다.
나와 너, 우리는 세계와 분리된 존재들이 아닙니다. 매순간 태어나고 죽는 사건들입니다. 서로를 조건으로 생기고 태어나고 일어나고 사라지고 죽는 과정으로서의 생명체들입니다.
우리 모두는 자매형제들이고 온전히 하나입니다.
생명체로 다시 깨어나기
인공지능이 인간의 통제를 벗어나는 인공일반지능(AGI)의 개발 경쟁은 브레이크 없이 갈수록 치열해지기만 합니다. AGI가 스스로 지능폭발을 일으켜 순식간에 초지능(SI)이 등장하는 특이점의 시점도 머지 않은 것 같습니다
인간지능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지능이 뛰어난 AGI의 세상이 어떤 세상이 될지 우리는 모릅니다. 인간 일자리가 모두 사라지고 인류가 멸종이 될지, 아니면 유토피아가 펼쳐질지 알 수 없습니다. 한 번도 경험해보지 않은 낯선 세상이기 때문입니다.
다만 우리는 AGI의 등장과 함께 극단의 기후지옥, 극단의 불평등이 떼지어 함께 들이닥치는 복합위기의 시대에 생존의 구명보트를 만드는 행동을 선택하는 수밖에 없습니다.
인공지능과 인간지능의 차이 가운데 핵심은 인공지능은 기계이고 인간지능은 지구별 생태계에 통합된 생명체라는 사실입니다.
독가스 가득한 밀실에서도 기계는 일을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호흡해야만 살 수 있는 인간은 죽습니다.
그렇습니다.
인간이 지금 여기 이곳에서 생명체로 다시 깨어나는 ‘사건’이야말로 기존의 세상을 벗어나 기적의 삶을 살 수 있는 첫걸음입니다.
지금 여기 바로 이 순간 멈추는 게 필요합니다. 돈과 개발과 무한 성장의 질주를 멈추고, 탐욕을 멈추고, 내 안의 생명을 다시 바라보고 뒤돌아보고 성찰하는 것, 이것이 초지능 시대 인간의 생존과 인간다운 삶의 첫걸음입니다.
이웃 공동체 민주주의의 길
가족 공동체까지 해체된 핵개인들이 이제는 디지털 데이터로 해체되어 돈으로 팔리는 시대입니다. 원룸 쳇바퀴에 갇힌 디지털 핵개인의 감옥 문을 열고 밖으로 탈출해 나와야 합니다. 햇빛과 나무와 숲이 있는 자연 속에서 깊은 숨을 들이마셔야 우리 안의 깨어남이 일어납니다. 대자유인의 삶으로 나아갈 수 있습니다.
자신과 세상의 고통과 상처를 정면으로 바라보고, 자비와 연민으로 불타는 우리의 마음과 세상을 껴안을 수 있습니다.
앞으로가 아니라 옆으로 시선을 돌리면 백팔십도 다른 삶과 세상이 펼쳐집니다.
사람들이 얼굴을 맞대고 모여 서로의 생각을 경청하고 나누는 대화, 이것이 이웃 민주주의의 시작입니다. 이것이 사회성 언어 지능, 연대 지능의 동물인 인간의 이웃공동체 재생의 출발점입니다.
박승옥 햇빛학교 이사장
지구별 생명체로 다시 깨어나 ‘나’를 이전과는 전혀 다르게 다시 만나고, 이웃과 다시 어깨동무하는 사회성 삶의 회복, 이 길이야말로 기적의 지구별 생태계를 누리는 인간다운 삶입니다.
헤임스트라가 호소하고 있는 우주에서 서두르지 않고 천천히 빛 공해로부터 해방의 길을 걷는 밤 산책, 어둠을 누릴 수 있는 권리야말로 붓다와 예수가 말한 마음과 세계관 바꾸기의 시작입니다.박승옥 햇빛학교 이사장 gileseosun@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