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박한 음식에서 만나는 구수한 맛, ‘구뜰하다’ [사회혁신] 반갑습니다. 우리말의 결을 살려 마음을 보듬는 ‘토박이말 결지기’입니다.
된장국이 보글보글 끓는 부엌에서 구수한 냄새가 풍겨 옵니다. 엄청난 반찬이 없어도 따뜻한 국 한 그릇이면 밥상이 넉넉하게 느껴질 때가 있습니다. 특별한 재료를 넣지 않았는데도 숟가락이 자꾸 가는 음식, 바로 그런 맛을 나타내는 말이 있습니다. 바로 오늘의 토박이말, ‘구뜰하다’입니다.
[오늘의 토박이말]구뜰하다
변변하지 않아도 먹을 만한 맛
표준국어대사전은 ‘구뜰하다’를 ‘변변하지 않은 음식의 맛이 제법 구수하여 먹을 만하다’라고 풀이합니다. 고려대한국어대사전에서도 변변찮은 국이나 찌개가 제법 구수하여 먹을 만한 상태라고 설명합니다.
여기서 눈여겨볼 대목은 ‘변변하지 않은 음식’이라는 말과 ‘먹을 만하다’라는 말입니다. 값비싼 재료나 여러 가지 양념을 쓴 먹거리가 아니라도 맛이 구수하여 입맛을 당길 수 있습니다. 소박한 된장국이나 집에서 끓인 여러 가지 국이 생각나는 까닭도 여기에 있습니다.
표준국어대사전에는 박완서의 소설 《우황청심환》에 나오는 구뜰한 된장국 냄새가 났다”라는 문장이 보기로 실려 있습니다. 《미망》에도 시척지근하고 구뜰한 밑반찬 냄새”라는 표현이 나오고, 이문구의 《해벽》에는 소금국에 익힌 게의 구뜰한 맛을 그리워하는 대목이 있습니다. 서로 다른 먹거리과 장면이지만, 먹음직스러운 구수함이 살아 있다는 점은 같습니다.
‘구수하다’와 ‘구뜰하다’는 어떻게 다를까요?
우리가 흔히 쓰는 ‘구수하다’는 보리차나 숭늉, 된장국 따위에서 나는 맛이나 냄새를 나타내며, 입맛이 당길 만큼 좋은 맛이나 냄새를 가리키기도 합니다. 음식뿐 아니라 사람의 말이나 이야기가 정겹고 재미있을 때도 ‘구수하다’고 하지요.
‘구뜰하다’는 이와 비슷한 구수함 을 담으면서도, 특히 변변하지 않은 음식이 제법 구수하여 먹을 만하다는 뜻을 나타냅니다. 그러니 두 말을 아무 데서나 바꾸어 쓸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된장국의 냄새가 좋다고 할 때는 ‘구수하다’고 할 수 있고, 소박한 된장국이 맛이 제법 구수하여 먹을 만하다는 점을 나타내고 싶을 때는 ‘구뜰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조금 구뜰한 맛, ‘엇구뜰하다’
‘구뜰하다’ 앞에 ‘엇-’을 붙인 ‘엇구뜰하다’라는 말도 있습니다. ‘조금 구뜰하다’는 뜻이지요. 맛이 제법 구수하여 먹을 만한 정도를 나타내는 ‘구뜰하다’와 견주어 보면, 구수한 맛의 정도를 조금 다르게 표현할 수 있습니다.
우리는 음식 맛을 이야기할 때 ‘맛있다’, ‘구수하다’ 같은 말을 자주 씁니다. 여기에 ‘구뜰하다’와 ‘엇구뜰하다’를 더하면 소박한 음식의 맛을 좀 더 꼼꼼하게 나타낼 수 있습니다. 아이들과 밥을 먹을 때도 맛있지?”라고 묻는 데서 그치지 않고 이 된장국은 구뜰하네”, 이 국은 엇구뜰한 맛이 있구나” 하고 말해 보면 어떨까요? 맛을 느끼고 그 차이를 말로 나타내는 경험은 낱말을 익히는 좋은 기회가 될 수 있습니다.
[마음 나누기]
여러분은 화려한 먹거리보다 소박하지만 구수해서 자꾸 생각나는 게 있으신가요? 그 먹거리의 맛을 ‘구뜰하다’ 또는 ‘엇구뜰하다’라는 말로 나타낸다면 어떤 게 떠오르시나요?
[한 줄 생각]
소박한 밥상에도 맛의 결이 있고, 그 결을 살려 주는 우리말이 있습니다.
[오늘의 토박이말]
▶ 구뜰하다
뜻: 변변하지 않은 음식의 맛이 제법 구수하여 먹을 만하다.
보기: 다른 반찬은 없어도 구뜰한 된장국이 있어 밥 한 그릇을 맛있게 먹었다.
오늘 한마디: 이 된장국은 구뜰해서 밥이 술술 넘어가네요.
[토박이말 길잡이]결지기 이창수
이창수 시민기자 maljigi@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