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데이터센터, 에너지효율 등급 의무화 규제 [환경] 유럽연합이 AI 열풍으로 급증하는 데이터센터의 전력과 수자원 소비를 통제하기 위해 강력한 규제 카드를 꺼내 들었다.
신규 데이터센터는 물론 기존 시설까지 포함, 자원 효율성을 정량적으로 평가하고 전자 라벨 부착을 의무화하는 지속가능성 등급 시스템을 도입할 방침이다.
7일(현지시각) 블룸버그에 따르면, 이달 말 유럽연합 집행위원회(EC)는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한 데이터센터 에너지 라벨 도입 규정을 공식 발표할 예정이다. 블룸버그가 입수한 초안 문서에 따르면, 이번 규제는 데이터센터의 에너지 및 물 소비량을 의무적으로 감축하고, 청정에너지 사용 비율을 높이며, 시스템 냉각 과정에서 발생하는 폐열을 인근 건물이나 지역난방망에 재활용하도록 유도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유럽연합이 AI 열풍으로 급증하는 데이터센터의 전력과 수자원 소비를 통제하기 위해 강력한 규제 카드를 꺼내 들었다./ 출처 = Unsplash
AI 서버 한 대, 일반 서버보다 전력 최고 10배 더 먹어
유럽연합이 이처럼 강도 높은 규제 조치를 서두르는 이유는 AI 산업의 급격한 팽창이 불러온 전력 수요 폭증 때문이다. 고성능 AI를 구동하는 데이터센터는 에너지 집약적인 최첨단 반도체를 대량으로 탑재하며, 장시간 최대 용량으로 가동되어야 하는 특성을 지닌다.
독일의 디지털 정책 싱크탱크 인터페이스(Interface)가 올해 5월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AI용 데이터센터의 서버 한 대는 일반 데이터센터 서버보다 최소 3배에서 최대 10배에 달하는 전력을 무지막지하게 소비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는 운영 측면에서 볼 때 100~300메가와트(MW) 규모의 AI 클러스터는 기존의 IT 인프라라기보다는 전력 소비가 극심한 거대 산업 플랜트에 가까우며, 이는 가뜩이나 한정적인 유럽 전력망에 치명적인 부담을 주고 있다고 지적했다.
유럽연합 집행위원회 전망치에 따르면, 유럽 내 데이터센터 부문의 전력 수요는 2023년 수준과 비교해 불과 몇 년 사이에 두 배 이상 폭증할 것으로 예측됐다. 이에 따라 2020년대 말에 이르면 데이터센터가 소비하는 전력이 EU 전체 전력 소비량의 3%를 돌파할 것으로 전망된다.
미·중 추격 다급하지만... 전력망 붕괴 막을 안전장치 시급
현재 유럽은 디지털 주권을 확보하고 AI 시장을 주도하는 미국과 중국을 따라잡기 위해 가용한 자원을 총동원하고 있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기후변화 대응이라는 기존의 대원칙과 충돌하는 모순이 발생하자, 규제를 통해 기술 발전과 환경 보호의 균형을 맞추겠다는 전략으로 선회한 것이다.
집행위원회는 지난달 이미 AI로 인한 추가 에너지 수요 폭증에 대비해 유럽 전력망을 전면 재정비하는 전력망 준비 전략을 발표한 바 있다. 이 전략에는 아이러니하게도 AI와 디지털 솔루션을 역으로 활용하여 전력 수급 효율성을 극대화하는 방안 등이 포함되어 있다.
이번에 추진되는 에너지 라벨링 제도는 이러한 전력망 방어 전략을 뒷받침할 구체적인 강제 조치 중 하나가 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유럽연합 집행위원회는 공식 발표 전 초안 문서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논평을 거부한다는 내부 방침에 따라 공식적인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