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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 바로가기 : 사법부 독립 첫 과제, 조희대로부터의 독립

사법부 독립 첫 과제, 조희대로부터의 독립
[뉴스]
조희대 대법원장이 대통령에게 대법관 후보를 서면 제청 하고 전임 대법관 후임 후보 추천 결과는 백지화하려 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여당 등에서 사퇴를 거세게 압박하고 있다. 대법원장의 대법관 제청권은 사법부 독립을 위한 핵심 권한이라는 비판과 함께, 누구와 사전에 소통하고 조율한다면 그것이야말로 대법원장의 고유 권한으로 규정한 헌법 취지에 맞지 않는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대면 제청이 법적 의무가 아닌 만큼 대법원장의 제청권과 대통령의 임명권을 구분해야 한다는 의견과 헌법기관 간 협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동시에 제기되며 격렬한 논쟁과 충돌 양상을 빚고 있다. 둘 중 어느 쪽의 입장에 서는 것과는 별개로 이번 사태가 다시 한번 드러낸 것, 그럼에도 충분히 논의되지 않는 것이 있다. 바로 사법부가 독립해야 한다 고 할 때 그 독립 은 과연 어떤 의미인가라는 것이다. 지금의 조희대 대법원장 체제의 역설은 사법부의 수장이 사법부 독립을 주장하면 할수록 사법부의 권위는 오히려 떨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역대 어느 대법원장보다 제왕적·일방적 권력을 휘두르는 조희대 대법원장이 사법부 독립 수호 의지를 밝힐수록 오히려 사법부 내부의 독립이 훼손된다는 것이다. 분명한 건 지금 요청되는 것은 조희대의 독립 이 아니라 사법부의 독립 이라는 것이다. 마치 사법부가 조희대로 대변되는 듯한 사법부의 독립이 아니라 오히려 사법부가 조희대로부터 독립 하는 것이다. 그같은 결론은 사법부가 집권 권력이나 정치권으로부터 독립적이어야 하는 것은 맞지만, 그 독립이 결코 국민으로부터의 독립 을 의미하는 것일 수는 없다는 점에서도 도출되는 것이다.   조희대 대법원장이 3일 서초동 대법원에서 열린 노태악 대법관 퇴임식에 참석하기 위해 노 대법관과 함께  입장하고 있다. 2026.3.3 연합뉴스 그런 측면에서 대법원장다운 대법원장 을 갖는 것은 다른 누구보다도 사법부 내부 구성원들의 권리이자 책무라는 것을 확인해야 할 상황이다. 그것이 사법부 독립의 중요한 바탕이자 조건이라는 점을 분명히 되새겨야 할 상황이다. 그렇기에 사법부 내부의 목소리에 의해 사법부가 스스로 자기 권위를 확보하는 것이 어느 때보다도 필요한 것이 지금의 사법부 현실이다.  그러나 조희대에 대한 많은 비판과 논란으로 사법부의 권위가 떨어지고 있지만 사법부 내부에서 그 같은 움직임은 좀처럼 보이지 않고 있다. ‘사법부 독립’은 상당 부분 사법부 구성원들의 몫이라는 것은 진정한 독립은 외부로부터의 독립과 함께 사법부 내부로부터의 독립을 함께 이뤄낼 때 가능하다는 점에서 비롯되는 결론이다. 외부에 대한 법원의 독립은 국회와 행정부가 법률에 의해서만 법원의 조직과 기능을 규제할 수 있을 뿐, 법원의 재판과정에 개입하거나 영향력을 미칠 수 없음을 뜻한다. 아울러 법관의 재판 독립은 헌법에 명시된 것처럼 헌법과 법률, 법관으로서의 양심에 따를 뿐 국회나 행정부로부터는 물론 사법부 내에서도 상급법원이나 소속법원장의 지시 또는 명령을 받지 않는 재판상 독립이 함께 확립돼야 함을 의미한다. 상급심을 담당한 법원이 하급법원의 판단이 잘못되었다고 사건을 하급법원에 돌려보낸 경우에는 상급법원의 판단을 따라야 하지만, 그런 경우 외에는 하급법원은 상급법원의 지시나 견해에 구애받지 않고 재판을 할 수 있어야 한다. 또한 그 재판에 대해 상급법원이 다시 판단하게 될 때면 상급심 또한 하급법원의 판단에 무조건 구애받지 않고 재판을 해야 한다. 이는 김영란 전 대법관이 저서 에서 밝힌 것이기도 한데, 김 전 대법관은 이 책에서 몽테스키외가 단순히 삼권의 분립을 주장한 것이 아니라 시민의 자유를 지키기 위해서는 서로 다른 위치나 입장에 놓인 세력들 간에 상호 견제가 필수적이라고 주장했다.  이러한 원칙에 비춰 볼 때, 지금 사법부 수장이 보여주는 모습은 심각한 우려를 낳고 있다. 지난 3월 퇴임한 전임 대법관의 후임이 만 5개월째 공석인 상태에서, 추천 시점부터 따지면 6개월 넘게 후임 대법관 후보자 제청을 방기했다. 무작정 버티기로 일관하며 한마디 설명도 없었다. 먼저 퇴임한 대법관의 공석이 절차 지연으로 해결되지 않은 상황에서 다른 대법관의 후임 추천 절차가 진행된 것도 사상 최초의 파행적인 사태였다.   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가 강력히 비판했듯이 대법관 공석 사태는 가뜩이나 심각한 상고심 재판 지연을 더욱 가중시키고 국민의 재판받을 권리를 중대하게 침해하는 것이며 대법원의 전원합의체와 소부 운영은 심각한 차질을 빚게 된다. 이같은 비판을 받는 상황은 단지 외부에서의 지적일 뿐만 아니라 지난해 전국 법원장들이 내란전담재판부와 법왜곡죄의 위헌성을 지적하며 내세웠던 재판의 중립성과 공정한 재판을 받을 국민의 권리가 침해받는 상황과도 다를 게 없다. 법원장들의 성명처럼 사법부 내부의 독립을 위한 움직임이 나올 법한 때다. 아니 나와야 마땅한 시점이라고 적잖은 국민들은 보고 있다. 과거 사법파동 으로 불렸던 사법부 구성원들의 내부 목소리의 표출이 필요한 상황인 것이다. 사법파동은 권력의 부당한 사법부 개입이나 사법부 내부의 관행·적폐에 맞서, 주로 일선 소장 판사들을 중심으로 사법권 독립과 민주화를 요구하며 집단 반발했던 역사적 사건들이었다. 박정희 정권의 사법권 침해에 반발해 전국에서 150여 명의 판사가 집단으로 사표를 제출했던 1971년 제1차 사법파동 이래 몇 차례의 사법파동이 있었고 그 파동들은 사법부 독립 진전의 중요한 전기가 됐다. 소장 판사들이 중심이 돼 대법원장의 사퇴를 이끌어낸 것도 두 차례 있었다. 1988년 소장 판사 335명이 새로운 대법원 구성에 즈음한 우리들의 견해 성명서를 발표해 김용철 대법원장의 유임에 반대했고, 결국 중도 사퇴를 이끌어내며 사법부 내 민주화의 숨통을 텄다. 1993년에는 서울민사지법 소장 판사 40여 명을 중심으로 사법부 개혁에 관한 건의문 을 발표해 수뇌부의 퇴진과 실질적 개혁을 촉구했고, 김덕주 대법원장의 중도 사퇴로 이어졌다. 이번 대법관 제청 사태가 제기하는 것이 추천과 임명 절차의 논란과 함께 대법관 구성의 다양성이라는 점에서 특히 환기되는 것은 2003년의 이른바 제4차 사법파동이다. 당시 최종영 대법원장의 기수와 서열 위주의 보수적 대법관 인선 관행에 맞서 소장 판사들이 연판장을 돌리며 반발했고 이를 계기로 파격적인 인사가 단행됐다. 이때 최초의 여성 헌법재판관(전효숙)과 최초의 여성 대법관(김영란)이 탄생했다. 노동자와 여성 등 소수자 인권 보호를 위한 구성의 다양성 측면에서도 사법부의 신뢰를 높여야 하는 과제를 생각한다면 이번의 조희대 대법원장의 대법관 제청 과정은 사법부 내부의 문제제기가 더더욱 필요하다.   역대 사법파동은 외적으로는 정치권력의 부당한 사법 장악과 간섭에 맞서는 방어막이었고, 내부적으로는 보수적인 법원 수뇌부와 관료주의적 인사 관행을 타파하려는 소장 판사들의 자정 운동이었다. 정권이 교체되거나 정치적 격변기를 맞이할 때마다 사법부 내부의 민주화 요구가 분출되는 역할을 해왔다. 지금 사법부에 필요한 것은 외부로부터의 외풍을 막는 것을 넘어, 사법부 내부의 제왕적 권력과 직무유기로부터 사법부를 스스로 바로 세우는 일이다. 사법부 구성원들이 대법원장과 그 주변 인사들의 기득권 지키기로 변질된 공허한 사법부 독립이 아닌 진정한 사법부 독립’을 위해 목소리를 내고 행동에 나서야 할 때다. 사법부 독립을 위한 내부로부터의 파동이 나올 것인지 적잖은 국민들이 지켜보고 있다. 이명재 에디터 promes65@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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