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토 조선인 학살 9월1일, 국가추모일 지정해야 [카테고리 설정이 아직되어 있지 않습니다.] 2024년 8월 15일 개봉된 영화 1923 간토대학살 포스터
다시 9월 1일이 다가오고 있다. 통곡과 비탄의 날이다. 1923년 9월 1일 도쿄를 중심으로 간토 일대에 대규모 지진이 발생했다. 가옥 45만 채가 파괴됐고, 사망자와 행방불명자가 10만 5000여 명에 달했다. 엄청난 재해였다. 하지만 더욱 참혹한 재앙은 지진 이후에 발생했다. 천황 칙령에 따라 계엄령이 선포되었고, 조선인이 우물에 독약을 풀고 있다” 등 가짜뉴스가 관헌에 의해 유포되었다. 조선인 혐오가 동력이었다. 군인과 경찰, 민간 자경단은 조선인과 조선인으로 오인된 사람들을 색출, 학살했다. 6000여 조선인이 희생된 것으로 추정되었다. 유엔 국제협약이 규정한 특정집단 대량학살행위, 제노사이드 범죄였다.
일본 작가 가와메 데이지(1889~1958)의 관동대지진 조선인 학살 스케치 . 국립역사민속박물관
100년 넘게 이이지고 있는 기억운동
이 천인공노할 사건의 진상규명 및 추모는 일제 강점기 재일조선인에게 가장 중요한 운동이었다. 사건 다음 해인 1924년 오사카 나카노시마 공회당 규탄대회에는 30명의 보고자가 연단에 올랐고 청중은 7000명에 달했다. 이후 매해 9월 1일은 이 참사를 기억하는 날이었다. 기억 운동은 일제 패망 이후에도 이어졌고, 진상을 밝히려는 연구 성과도 축적됐다. 일본 시민단체 일조협회는 도쿄 요코아미쵸 공원에서 지금까지 50년 넘게 추도식을 열고 있다. 또 다른 시민단체 봉선화는 100여 명 조선인이 희생된 아라카와 강변에 사무실을 두고 40년 넘게 진상조사와 추도활동을 벌이고 있다. 이 운동에 한국 시민운동이 결합했다. 그 한일시민운동 연대의 결과였다. 100년 넘게 이어진 끈질긴 기억 운동의 성과이기도 했다.
상하이판 독립신문 1923년 12월 5일자(제167호)에 게재된 희생자 통계와 추도문.대한민국역사박물관 소장, 동북아역사재단
간토학살 진상규명 특별법 국회 통과
2024년 10월 이재명 당시 민주당 대표는 ‘간토학살 진상규명 특별법 국회 통과’를 천명했다. 국민 주권 정부 출범 이후에는 123개 국정과제의 하나로 특별법 법제화를 채택했다. 역사적 사건이었다. 마침내 작년 12월 국회는 여야합의로 ‘간토학살 진상규명 특별법’을 통과시켰다. 오는 12월 총리실 산하에 진상규명위원회가 구성될 예정이다.
문제는 진상규명 회피하는 일본정부의 태도
그러나 문제는 일본정부의 태도다. 올해 2월 입헌민주당 소속 이시가키 노리코 참의원 의원이 간토 학살에 대해 따져 묻자,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는 1923년 당시 사법 대신이 자경단 등이 조선인 및 조선인으로 오인된 사람을 다수 살상했다”고 답변한 사실은 인정하지만, 수사 기록이나 내부 보고서가 지금 정부 내에 없어서 무슨 근거로 그런 말을 했는지 알 수 없다고 대답했다.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는 일이다. 관헌 문서나 증언과 기록 등 차고 넘치는 증거를 제시하는 건 진부하다. 증거가 없는 것이 아니다. 없는 건 증거가 아니다. 일본 정부에게 없는 것은 역사와 사실 존중이다. 식민지 전쟁 범죄를 숨기고 부인하기 급급한 그들의 모습은, 차라리 측은하다.
1923년의 관동대지진 때 일본인들 손에 학살당한 조선인 문제를 추적해 온 일본 시민단체 호센카 재단의 니시자키 마사오 이사가 조선인 학살 관련 사진을 들고 있다. 흑백사진 속의 검사가 가리키는 곳이 학살당한 조선인들을 집단매장한 도쿄 아라카와 강변이다. 2023.-06.21. AFP 연합뉴스
학살 발생 9월 1일, 국가추모일로 지정해야
올해 12월 이후 진상규명위원회의 간토학살 진상 공개 요구에 대해 다카이치 정부가 ‘오리발’로 대응할 것은 불을 보듯 환하다. 그렇다면 이제 이재명 정부가 해야 할 일은 무엇인가.
첫째, 사건이 발생한 9월 1일을 국가추모일로 지정하라. 2021년에 이미 우원식 국회의원은 간토학살 발생일인 9월 1일의 국가추모일 지정촉구 결의안을 대표 발의했다. 특별법이 제정되었으니, 이제 법적 근거도 뚜렷하다. 8월 14일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기림의 날이나 10월 25일 독도의 날처럼, 9월 1일은 대한민국이 기억하는 날이 되어야 한다.
1923년 9월 1일 일본 관동(간토) 재지진으로 폐허로 변한 도시. 동북아역사재단
일본정부에 학살 진상공개 요구하라
둘째, 이재명 대통령이 다카이치 총리에게 공개적으로 간토 학살의 진상 공개를 요구하라. 이재명 대통령은 작년 8월 첫 방일 재일동포 간담회에서 100년 전 아라카와 강변에서 벌어진 끔찍한 역사, 고향에 돌아가지 못한 일본 각지 유골의 넋을 결코 잊지 않겠다 고 발언했다. 현직 대통령으로 초유의 간토학살 언급이었다. 대통령의 인식에 이 역사는 이토록 깊고 굵게 각인되어 있다.
이런 대통령에게 당부한다. 역사 존중 없는 문명국가는 없다. 식민지 전쟁 범죄를 덮는다면, 진정한 한일 선린우호도, 동아시아 평화도 불가능하다. 유예된 정의로 상생 협력 운운이라니, 어불성설이다. 오는 9월 1일, 일본의 간토 학살 진상 공개를 분명하고 당당하게 요구하는, 대통령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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