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선 세비 반띵 에도 윤석열은 죄가 없다? [뉴스] 수사기관이 죄를 찾아내는 곳이라면, 법원은 그 죄가 인정되는지를 최종적으로 판단하는 곳이다. 그렇다면 법원의 판결은 국민이 법의 공정성을 믿을 수 있게 하는 마지막 기준이어야 한다.
그런데 같은 사건을 두고 1심과 항소심의 판단이 정반대로 갈린다면, 국민 입장에서는 ‘법이 아니라 재판부에 따라 유무죄가 갈리는 것 아닌가’ 하는 의심을 지우기 어렵다. 그렇다면 국민은 무엇을 믿어야 하는가.
정치 브로커 명태균 씨로부터 무상으로 여론조사를 제공받은 혐의로 1심에서 징역 2년을 선고받았던 윤석열 전 대통령이 7일 항소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1심은 명 씨와 윤 전 대통령 부부 사이에 일부 여론조사 제공과 정치적 조언에 대한 묵시적인 합의가 있었다고 판단했다. 반면 항소심은 이를 입증할 증거가 부족하고, 명 씨의 조언 역시 자발적인 정치적 행위로서 재산상 이익으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1심과 항소심의 판단이 다른 것 자체는 잘못이 아니다. 항소심에서 1심 판결을 뒤집는 것은 법이 정한 정상적인 절차다.
문제는 ‘왜 같은 사실과 증거를 두고 이렇게 다른 결론에 도달했느냐’는 것이다.
공천을 둘러싼 정황과 관련자들의 진술, 김영선이 좀 해주면 안 되겠냐”는 녹취, 여론조사 제공 과정에서 드러난 명태균 씨의 ‘김영선 세비 반띵’ 발언 등 여러 증거를 놓고 1심은 범죄의 성립을 인정했다. 그런데 항소심은 이를 정치적 영향력을 확대하기 위한 행위일 뿐, 기부로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왜 같은 증거를 두고 두 재판부의 판단이 이렇게 달라졌는지, 국민이 납득할 수 있는 설명이 있어야 한다.
법관에게는 법률을 해석하고 증거의 가치를 판단할 권한이 있다. 하지만 그 권한이 판단의 자유를 무제한으로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판단은 법과 증거에 근거해야 하고, 그 이유를 논리적으로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법관의 양심’이 판결에 대한 비판을 피해가는 면죄부가 될 수는 없다. 법관이 외부의 간섭 없이 독립적으로 판단할 권한을 보장받는 만큼, 그 판단이 왜 정당한지 설명할 책임도 반드시 따라야 한다.
사법부의 독립은 판결에 대한 비판으로부터의 독립이 아니다. 권력과 외부의 간섭으로부터 독립해 법과 증거에 따라 판단하라는 것이다. 판결할 권한이 큰 만큼, 설명할 책임도 커야 한다.홍순구 시민기자 dranx@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