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상 웃돈 미 근원소비자물가 상승률…국채금리 더 뛰나 [뉴스] 미국의 소비자물가 상승세가 견조하기 이를 데 없다. 특히 에너지와 식품을 제외한 근원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시장의 예상을 넘어서면서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내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인상할 수 있다는 전망이 급격히 대두됐다. 높은 물가는 가뜩이나 정부부채, 유가 등의 원인으로 폭등하고 있는 미 국채금리에 기름을 부은 격이 됐다. 트럼프가 중간선거에서 이기면 전 국민들에게 배당금을 주겠다고 공약한 것도 악재다. 시장은 글로벌 랜드마크라 할 미 국채 10년물의 금리가 5%를 돌파할지 그리고 돌파한 후에 얼마나 그 추세를 지속할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금융시장에 일대 격변을 몰고 올 일이기 때문이다.
좀처럼 꺾이지 않는 미국의 물가
미국 노동부 노동통계국은 8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전년 동월 대비 3.4% 상승했다고 11일(현지시간) 밝혔다. 이는 다우존스가 집계한 전문가 전망치에 부합하는 수치다. 전월 대비 상승률은 0.4%로, 역시 전망치에 부합했지만 7월(0.1%)에 비해 오름폭이 확대됐다.
특히 에너지·식품을 제외한 근원 CPI는 전년 대비 2.4%, 전월 대비 0.3% 올랐다. 전년 대비로는 전문가 전망치와 일치했지만, 전월 대비로는 전망치(0.2%)를 소폭 웃돌았다.
미국 소비자물가 추이, 자료 : 미국노동부
이번 물가 상승은 주로 에너지 부문이 주도했다.
항목별로 보면 8월 에너지 지수는 전월 대비 2.1%, 전년 대비 16.3% 급등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휘발유 가격이 전월 대비 3.9% 상승하며 전체 CPI 월간 상승분의 3분의 1 이상을 견인했다. 전년 대비로는 27.4%가 뛰었다.
주거비는 전월 대비 0.3%, 전년 대비로는 3.0% 상승했다. 에너지 서비스는 전월 대비로는 0.4% 내렸지만 연간 기준으로는 4.0% 올랐다.
이외에도 항공료(2.7%), 통신(2.3%) 중고차 및 트럭(0.4%), 신차(0.3%) 등이 상승세를 보였다.
미 캘리포니아주의 한 슈퍼마켓, AFP=연합뉴스
내주 연준의 기준금리 인상은 기정사실?
이번 CPI는 연준의 다음 주 FOMC 회의를 앞두고 발표된 마지막 주요 물가 성적표이다.
물가 하락 속도가 더디고 근원 물가가 예상치를 웃돌면서 금융시장에서는 연준이 매파적 기조를 유지하거나 추가 금리 인상에 나설 수 있다는 관측에 힘이 실리고 있다.
시카고상업거래소(CME)의 페드워치에 따르면 금리선물 시장은 연준이 내주 FOMC 회의에서 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할 확률을 전날 72.4%에서 이날 83.4%로 올려잡았다.
네이션와이드의 수석이코노미스트 캐시 보스트얀식은 케빈 워시 의장 등 연준 인사들은 물가 상승 속도 둔화가 계속되는 경우에만 금리 동결상태를 유지할 수 있다고 시사했으나, 오늘 지수는 이를 충족하지 못했다” 며 내주 FOMC에서 금리 0.25%포인트 인상을 내다봤다.
케빈 워시 신임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이 6월 17일 워싱턴 D.C.에 위치한 미국 연방준비제도 본부에서 이틀간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를 마친 뒤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6.6.17.로이터 연합뉴스
무섭게 우상향중인 미국의 장기국채 금리…30년물 금리 5.354%
한편 미국의 국채금리는 장기채를 중심으로 폭등을 거듭 중이다.
미 국채 30년물 금리는 10일(현지시간) 장중 6.8bp(1bp=0.01%포인트)가량 오른 5.354%까지 치솟아 2007년 6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는 지난달 기록한 5.33%대를 다시 경신한 것이다.
통화정책 전망에 민감한 2년물 금리는 9.12bp 상승한 4.518%로, 2024년 7월 이후 최고 수준을 나타냈다.
국제유가 급등에 생산자물가의 상승 폭 확대까지 겹치면서 인플레이션 우려와 연준의 금리 인상 경계가 한층 커졌다. 미 노동부가 이날 발표한 8월 생산자물가지수(PPI)는 전월 대비 0.4% 상승했다. 시장 예상치에는 부합했지만 7월(0.1% 상승) 대비 오름폭이 확대된 것이다. 전년 동월 대비로는 5.4% 올라 시장 예상치 5.3%를 소폭 웃돌았다.
특히 에너지 가격이 전월보다 4.2% 상승하며 생산자물가 상승을 주도했다. 시장에서는 물가 압력이 예상보다 쉽게 꺾이지 않을 수 있다는 경계감이 커졌다.
국제유가는 이날도 4% 넘게 급등하면서 인플레이션 우려를 키웠다.
중동 긴장이 장기화할 것이란 전망 속에서 브렌트유 선물 가격은 배럴당 105달러 안팎에서 등락하고 있다.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 선물 가격도 100달러를 돌파했다.
예멘의 친이란 반군 후티가 홍해 연안의 주요 도시 모카를 접수하면서, 홍해 입구의 전략적 요충지인 바브엘만데브 해협 장악을 눈앞에 뒀다는 보도도 나왔다.
호르무즈 해협을 둘러싼 미·이란 간 긴장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홍해의 핵심 원유 수송로까지 위협받으면서 글로벌 해상 물류와 에너지 수송에 추가 충격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미국 국채금리 추이, 자료 : 연합인포맥스
설상가상으로 트럼프가 전국민 배당금까지 들고나와
첩첩산중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대규모 현금 지급 공약도 장기물 금리에 부담을 줬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공화당 중간선거 전당대회에서 11월 선거 승리 시 모든 성인 시민에게 1인당 5000달러(약 670만원)를 지급하겠다고 밝혔다. 미국의 국가부채가 이미 40조달러를 넘어선 상황에서 한 트럼프의 발언으로 재정적자와 국채 발행 확대 우려가 커졌다는 평가가 나왔다.
당연히 인플레이션 악화에 대한 우려가 나왔다. 인플레이션이 기승을 부리는 가운데 전국민들에게 적지 않은 규모의 현금을 살포하면 인플레이션이 더욱 심화될 것임은 명약관화하다.
7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메릴랜드주 앤드루스 합동기지에 도착해 손을 흔들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뉴저지주 베드민스터에 있는 자신의 골프 코스에서 노동절 연휴를 보낸 뒤 워싱턴으로 복귀하는 길이다. 2026. 09. 07 [AFP=연합뉴스]
미 국채 10년물 금리가 5%를 넘을 때
이제 시장의 관심은 글로벌 금리의 벤치마크로 평가되는 미 국채 10년물의 금리가 5%를 돌파할지에 쏠려있다.
10일(현지시간) 글로벌 금리 벤치마크인 미국 국채 10년물 금리는 4.964%로, 전날 대비 12bp(1bp=0.01%포인트) 급등했다.
이는 2023년 10월 이후 최고치다. 당시 5% 돌파는 글로벌 금융위기 직전인 2007년 7월 이후 16년 만이었다. 10년물 금리는 그해 4월 3.3%대에서 5개월 만에 5% 선을 넘어섰다.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기준금리를 5.00%에서 5.50%로 끌어올리던 시기였다. 19개월에 걸친 연준의 금리 인상(0.00%→5.50%) 사이클은 그해 9월 5.5%로 인상을 끝으로 마무리됐다. 다만 당시 5%를 웃돈 10년물 금리는 며칠 만에 하락 반전해 그해 12월 다시 3.8%대로 내려갔다.
국채금리는 이미 지난 6월부터 상승세였다.
스콧 베선트 재무장관이 금리 상승을 억제하기 위해 장기 국채 바이백(조기 매입) 확대를 예고했지만 전혀 먹히지 않았다.
이날 미 재무부는 확대된 첫 번째 바이백에 나섰는데 잔존만기 10~20년 국채 바이백이 최대한도 60억달러에 못 미치는 51억8천700만달러어치만 사들였다. 최대한도를 채우지 않는 소극적인 매수를 했다는 평가에 실망 매물이 나오면서 금리 상승을 부추겼다. 31조5천억달러 규모의 국채 시장에 비하면 미미한 개입이라는 지적이 많았다.
10년물 국채금리는 회사채 발행 기업의 조달 금리를 결정짓는 기준이 될 뿐만 아니라 미국 주택담보대출, 학자금대출 금리 등을 산정할 때도 큰 영향을 미친다.
CFRA 리서치의 수석 투자 전략가 샘 스토발은 5% 금리는 투자자들의 우려를 증폭시키는 심리적 마지노선”이라면서 이 선이 무너지면 시장의 추가적인 약세로 이어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국채금리 상승은 소비자와 기업의 차입 비용을 높일 뿐만 아니라 주식과 같은 위험자산을 찾던 투자자들을 국채 시장으로 끌어들이는 요인이 되기도 한다고 WSJ은 지적했다.
엎친데 덮친 격으로 8월 소비자근원물가상승률이 시장의 전망치를 상회했다. 달리는 말에 채찍질을 하는 격으로 10년물 국채금리 상승세를 더 밀어올릴 재료가 추가된 것이다. 금융시장에 일대 격변을 초래할 미 국채 10년물의 금리가 5%를 돌파할 수 있을지, 돌파한다면 얼마나 지속될지를 면밀히 관찰해야 할 때다.
미국 재무부 건물, 로이터 연합뉴스 자료사진
이태경 편집위원, 토지+자유연구소 부소장 red1968@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