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G보고서 두꺼워질수록 홍보 문구 더 빨리 늘었다…정량 데이터의 두 배 [카테고리 설정이 아직되어 있지 않습니다.] 글로벌 기업들의 지속가능경영(ESG)보고서가 갈수록 길어지고 있지만, 투자자와 이해관계자가 활용할 수 있는 정량 데이터의 비중은 오히려 낮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시카고대학교 로스쿨 연구진은 지난달 러셀3000 기업 2160곳이 1998년부터 2023년까지 발간한 지속가능경영보고서 1만5000여 건을 대규모언어모델(LLM)로 분석한 논문을 공개했다.
연구진은 보고서의 구체성, 정량적 근거, 홍보성 문구, 데이터 표와 그림, 기업에 불리한 정보 등을 문장 단위로 분류했다. 보고서 발간 여부나 특정 기준 채택 여부를 넘어, 실제 공시 내용이 시기에 따라 어떻게 달라졌는지를 살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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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간 건수·분량 폭증…정량 데이터 비중은 하락
지속가능경영보고서 발간 건수는 2015년 파리협정 체결 이후 급증했다. 2000년대 초반 연간 100~200건 수준이던 발간 건수는 2020년 이후 연간 1500건 이상으로 늘었다.
보고 경험이 쌓일수록 보고서도 크게 길어졌다. 평균 문장 수는 보고서 작성 1년 차 기업이 250~300개 수준이었던 반면, 10년 이상 기업은 800개 이상, 20년 이상 기업은 1500개를 넘었다.
그러나 분량이 늘어난 만큼 정보의 밀도는 늘지 않았다. 전체 문장 가운데 수치적 근거 없이 기업의 의지나 이미지를 강조하는 선언적·홍보성 표현은 약 27%를 차지했다. 정량 데이터가 담긴 문장은 약 13%, 기업에 불리한 부정적 정보는 약 7%에 그쳤다. 정량 데이터 비중은 홍보성 문구의 절반 수준이었다.
정량 데이터의 절대량이 줄어든 것은 아니다. 기업별 정량 문장 수는 해마다 평균 3.2개 늘었다. 다만 홍보성 문장은 매년 평균 7.8개씩 증가했다. 보고서가 길어지는 속도보다 수치 정보가 늘어나는 속도가 느리면서 전체 보고서에서 정량 데이터가 차지하는 비중이 낮아졌다.
보고서 작성 연차 쌓여도 품질 정체…명확한 공시 규칙 필요
신규 보고 기업만의 문제도 아니었다. 2015년 이전부터 지속가능경영 보고서를 작성한 기업에서도 구체성과 정량 데이터 비중이 감소했다. 최근 보고서를 쓰기 시작한 기업의 미숙함만으로 전체 추세를 설명하기 어렵다는 의미다.
기업별 특성과 연도 효과를 통제한 결과, 보고 시작 후 3년 차까지 홍보성 문구는 약 9% 줄고 구체성은 약 8% 높아졌다. 표와 그림도 약 39% 증가했다.
3년이 지난 뒤부터는 추가적인 개선이 뚜렷하지 않았다. 작성 연차가 쌓여도 수치 데이터나 불리한 정보의 비중은 더 늘어나지 않았다는 설명이다.
자발적 공시 기준도 보고서 품질을 일관되게 높이지는 못했다. 2022년 GRI 기준을 적용한 보고서의 80% 이상은 SASB 기준도 함께 사용했다. 그러나 여러 기준을 동시에 채택했다고 정량 데이터 비중이나 구체성이 함께 높아진 것은 아니었다.
연구진은 공시 제도의 실효성을 높이려면 공개 대상 지표와 산정 방식, 비교 기준, 데이터 양식을 명확한 규칙으로 정해야 한다고 봤다. 단순히 보고서 제출을 확대하는 것보다 투자자가 기업 간 성과를 비교하고 검증할 수 있는 공시 체계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는 설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