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옥은 어떻게 인간을 길들이는가 [칼럼] 1. 처벌의 변화, 권력의 변화
미셸 푸코의 『감시와 처벌』(1975)은 근대 형벌제도의 형성과 변화를 통해 권력이 인간을 통제하는 방식을 분석한 책이다. 부제는 ‘감옥의 탄생’이지만, 이 책의 관심은 감옥이라는 특정한 시설보다 감옥을 가능하게 한 사회적 권력의 구조에 있다. 푸코는 1757년 프랑스의 국왕 시해 미수범 다미앵의 공개 처형 장면으로 책을 시작한다. 당시 처벌은 죄인의 몸에 고통을 가하고 이를 대중에게 보여 줌으로써 군주의 권위를 회복하는 의례였다. 범죄는 법을 위반한 행위인 동시에 군주의 권력에 대한 도전으로 간주되었다. 따라서 처벌은 죄인의 신체를 훼손하는 과정을 통해 훼손된 권위를 회복하는 일이었다. 그러나 근대에 들어서면서 공개 처형은 점차 줄어들고, 감옥에서의 구금과 교정이 형벌의 중심으로 자리 잡는다. 처벌은 대중이 지켜보는 광장에서 사라져 폐쇄된 시설 안으로 들어간다. 형벌은 잔혹한 신체적 폭력에서 벗어나 합리적이고 인도적인 제도로 변모하는 듯 보인다.
푸코는 이러한 변화를 인간성의 진보라는 관점만으로 설명하지 않는다. 처벌의 대상이 죄인의 몸에서 행동과 습관, 성향으로 옮겨 갔다는 사실에 주목한다. 근대의 형벌은 범죄 행위에 대한 응징을 넘어 범죄자를 교정하고 정상적인 인간으로 만드는 것을 목표로 삼는다. 처벌의 방식은 부드러워졌지만 인간을 관찰하고 관리하는 체계는 더욱 정교해졌다는 것이다. 이것이 푸코가 형벌의 역사를 통해 제기하는 근본적인 문제다. 인도주의의 확대와 권력의 강화는 반드시 서로 반대되는 현상이 아니다. 인간을 보호하고 교정한다는 명분 아래 새로운 통제 장치가 만들어질 수도 있다.
2. 규율 권력과 판옵티콘
푸코는 근대 사회의 권력이 폭력이나 명령만으로 작동하지 않는다고 설명한다. 학교와 군대, 공장과 병원은 시간표와 규칙, 훈련과 평가를 통해 사람들의 행동을 조직한다. 이러한 규율은 개인의 능력을 향상시키는 동시에 그들을 제도가 요구하는 질서에 맞추기도 한다. 이 원리를 가장 잘 보여 주는 개념이 판옵티콘이다. 영국의 사상가 제러미 벤담이 제안한 원형 감옥으로, 중앙 감시탑에서는 수감자를 관찰할 수 있지만 수감자는 자신이 실제로 감시받는지 알기 어렵다. 감시당할 가능성만으로도 수감자는 스스로 행동을 통제하게 된다.
푸코가 주목한 것은 바로 이 지점이다. 외부의 강제는 개인의 자기통제로 전환된다. 권력은 매 순간 직접 명령하지 않아도 사람의 행동을 조정할 수 있다. 이 원리는 감옥을 넘어 학교의 성적 평가, 직장의 실적 관리, 사회의 각종 감시 체계에서도 생각해 볼 수 있다. 판옵티콘의 핵심은 감시자가 언제나 지켜보고 있어야 한다는 데 있지 않다. 감시받을 가능성이 개인의 의식 속에 자리 잡으면 스스로를 규율하게 된다는 데 있다. 권력은 외부의 명령을 넘어 개인의 습관과 판단 속으로 들어온다.
폴미셸 푸코(프랑스어: Paul-Michel Foucault, 1926년 10월 15일 ~ 1984년 6월 25일)는 프랑스의 작가이자 철학자이다.
3. 시험과 정상성의 기준
규율 권력은 감시와 평가를 통해 개인을 측정하고 분류한다. 푸코는 위계적 감시와 규범화하는 제재, 시험을 근대적 규율의 주요 장치로 분석한다. 시험은 능력을 확인하는 절차인 동시에 사람들을 비교하고 서열화하는 장치다. 학생은 성적으로, 노동자는 생산성으로, 환자는 진단과 기록으로 구분된다. 이 과정에서 지식과 권력은 결합한다. 개인을 관찰하고 기록하면서 지식이 축적되고, 그 지식은 다시 개인을 평가하고 교정하는 근거가 된다. 사회는 규칙을 위반한 사람을 처벌하는 데 그치지 않고, 정상과 비정상의 기준을 설정해 사람들을 일정한 범주에 배치한다.
푸코의 주장은 모든 지식이 거짓이라는 뜻이 아니다. 핵심은 누가 기준을 만들고, 그 기준이 누구에게 적용되며, 기준에서 벗어난 사람은 어떤 대우를 받는지 질문하는 데 있다. 정상성은 중립적인 기준처럼 보이지만 개인의 자유와 사회적 지위에 실질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그렇다고 모든 평가와 분류가 부당하다는 의미도 아니다. 문제는 기준 자체를 절대화하거나, 그 기준에서 벗어난 사람을 열등한 존재로 취급하는 데 있다. 푸코의 분석은 우리가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제도와 규범을 다시 살펴보고, 그 과정에서 누가 이익을 얻고 누가 배제되는지 묻게 한다.
4. 감옥은 왜 지속되는가
푸코는 감옥이 범죄자를 교정하고 범죄를 줄이겠다는 목표를 내세우면서도 범죄와 재범의 문제를 완전히 해결하지 못한다는 역설을 지적한다. 감옥은 범죄자를 격리하는 동시에 특정한 범주의 사람들을 분류하고 관리하는 제도로 기능한다. 교정의 한계가 반복되는데도 감옥은 사회의 중요한 제도로 존속한다. 푸코는 감옥이 범죄를 제거하는 장치라는 통념을 넘어, 범죄와 비행을 특정한 방식으로 분류하고 관리하는 체계로 기능할 수 있다는 점을 드러낸다. 감옥의 문제를 수감자의 개인적 결함만으로 설명해서는 그 제도가 형성되고 지속되는 사회적 조건을 이해하기 어렵다.
이러한 분석은 제도가 내세우는 목적과 실제로 발생하는 효과가 다를 수 있음을 보여 준다. 인간을 보호하고 교정한다는 명분이 언제나 자유를 확대하는 것은 아니다. 같은 제도가 보호와 통제를 동시에 수행할 수도 있다. 푸코는 감옥을 통해 근대 사회의 모순을 드러낸다. 자유와 인권, 합리성을 발전시킨 사회가 한편으로는 사람을 관찰하고 분류하며 교정하는 장치도 정교하게 발전시켰다는 것이다. 감옥의 역사는 근대 문명의 진보를 무조건적인 발전으로 받아들일 수 없게 한다.
5. 자유를 다시 묻다: 푸코의 통찰과 한계
『감시와 처벌』은 감옥의 역사를 넘어 우리가 살아가는 사회의 구조를 돌아보게 하는 책이다. 푸코의 통찰은 권력이 인간을 억압하는 데 그치지 않고, 인간이 자신을 이해하고 행동하는 방식까지 형성한다는 데 있다. 권력은 반드시 폭력적인 모습으로 나타나지 않는다. 교육과 훈련, 평가와 교정처럼 일상에서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절차 속에서도 작동한다. 그러나 푸코의 분석은 권력의 작동 방식을 드러내는 데 집중한 나머지, 무엇이 정당한 권력이고 무엇이 부당한 지배인지를 판단할 기준은 충분히 제시하지 못한다는 한계도 있다. 모든 제도에는 통제의 측면이 있지만, 그렇다고 모든 규칙과 평가가 억압인 것은 아니다. 교육은 학생을 규율하는 동시에 성장의 기회를 제공하고, 법은 개인의 자유를 제한하는 동시에 약자를 보호할 수도 있다. 권력이 작동한다는 사실만으로 그 제도의 정당성을 부정할 수는 없다.
중요한 것은 권력의 존재 자체보다 그것이 어떤 목적을 추구하고, 누구에게 책임을 지며, 구성원의 자유와 존엄을 얼마나 보장하는가 하는 문제다. 제도가 선한 목적을 내세운다고 해서 그 과정까지 정당해지는 것은 아니다. 반대로 제도가 사람을 규율한다는 이유만으로 그 기능 전체를 부정해서도 안 된다. 우리는 제도의 명분과 실제 결과를 함께 살피고, 그 안에서 침묵을 강요당하거나 배제되는 사람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이 문제는 정치와 교육뿐 아니라 종교 공동체에서도 중요하다. 진리를 수호한다는 명분이 비판을 차단하고, 질서를 유지한다는 이유로 질문을 금지하며, 공동체의 일치를 위해 다른 목소리를 배제한다면 진리와 질서의 이름은 오히려 권력을 보호하는 수단이 될 수 있다. 진리의 이름으로 행해지는 모든 일이 진리를 위한 것은 아니다. 권위가 정당하려면 비판을 견딜 수 있어야 하고, 공동체의 질서는 구성원의 존엄을 훼손하지 않아야 한다.
사진 pixavy.com
나는 푸코의 철학을 권력에 대한 전면적인 불신보다는 권력을 끊임없이 검증해야 한다는 요청으로 읽고 싶다. 우리는 자신이 억압받는 상황만 경계할 것이 아니라, 자신 역시 다른 사람을 판단하고 통제하는 권력의 일부가 될 수 있다는 사실도 성찰해야 한다. 권력에 저항하는 사람이 또 다른 권력을 손에 쥐었을 때, 자신이 비판했던 지배의 방식을 되풀이하지 않는다는 보장은 어디에도 없다. 푸코는 권력의 작동을 예리하게 해부했지만, 그 분석만으로 정의로운 사회의 모습이 완성되는 것은 아니다. 권력을 비판적으로 바라보는 시선에 더해 자유와 책임, 정의와 인간의 존엄을 판단할 윤리적 기준이 필요하다. 나는 바로 이 지점에서 푸코의 사상을 계승하면서도 넘어설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자유로운 사회란 권력이 전혀 존재하지 않는 사회가 아니라, 권력이 자신을 절대화하지 못하도록 끊임없이 질문하고 견제할 수 있는 사회다. 『감시와 처벌』의 진정한 가치는 모든 권력을 불신하라고 가르치는 데 있지 않다. 우리가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제도와 규범조차 비판과 성찰의 대상이 되어야 한다는 사실을 일깨우는 데 있다. 감옥의 벽을 넘어 일상의 권력을 들여다보게 하는 이 책은 결국 우리에게 묻는다. 우리는 자유롭게 살고 있는가, 아니면 누군가 만들어 놓은 기준을 자신의 생각이라고 믿으며 살아가고 있는가.
박철 시민기자 pakchol@empa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