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금리 쓰나미 밀려오는데 영끌족 연체율 폭증 [뉴스] 국내 은행권 주택담보대출 연체가 눈덩이처럼 쌓이고 있다. 주택담보대출 잔액보다 연체 증가 속도가 훨씬 더 빠른 대목이 근심스러운데, 금리마저 빠르게 상승하는터라 대출차주들의 주름살이 늘고 있다. 상황이 더 나쁜 건 글로벌 인플레이션이 심화되고 있어 고금리 기조가 정착할 가능성이 급부상중이라는 사실이다. 대출금리로 인한 고통이 시작일 수 있다는 뜻이다.
폭증하는 주담대 연체에 ‘영끌족’은 혼비백산
8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박성훈 의원이 금융감독원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국내 은행의 주택담보대출 채권은 2022년 말 644조 3000억원에서 올해 6월 말 779조 2000억원으로 21% 증가했다.
같은 기간 1개월 이상 원리금이 연체된 연체 채권은 1조원에서 2조 2000억원으로 120% 늘었다. 대출 잔액 증가율의 6배에 달하는 높은 증가율이다.
연체 채권은 2023년 말 1조 6000억원, 2024년 말 1조 9000억원, 작년 말 2조 1000억원 등으로 쉼 없이 증가세를 이어왔다.
장기 연체도 빠르게 늘었다.
3개월 이상 연체 채권은 2022년 말 5000억원에서 2023년 말 9000억원, 2024년 말 1조 1000억원, 작년 말 1조 4000억원으로 늘었고 올해 6월 말 1조 4000억원 수준을 유지했다.
고정·회수의문·추정손실 여신을 합한 고정이하여신도 같은 기간 8000억원에서 1조7000억원으로 2배 이상으로 늘었다.
은행들이 적립한 대손충당금 역시 2022년 말 3000억원에서 올해 6월 말 9000억원으로 3배로 증가했다. 대손충당금을 고정이하여신으로 나눈 대손충당금 적립률은 44.5%에서 51.1%로 높아졌다.
주택담보대출 금리 안내 현수막, 연합뉴스 자료사진
은행별로 보면, 올해 6월 말 주택담보대출 연체 잔액이 가장 많은 곳은 NH농협은행으로 5117억 3000만원에 달했다.
이어 KB국민은행(3680억 2000만원), 우리은행(3419억 6000만원), 하나은행(3026억6000만원), 신한은행(2168억 8000만원) 등의 순이었다.
이 중 농협은행의 경우 연체 잔액이 2022년 말 1346억 1000만원, 2023년 말 2417억6000만원, 2024년 말 3822억 2000만원, 작년 말 4434억 3000만원 등으로 매년 늘었고, 올해 들어 처음 5000억원을 넘어섰다.
일부 지방은행에서는 단기간에 연체가 급증하는 이상징후도 나타났다.
전북은행의 주택담보대출 연체율은 작년 말 0.19%에서 올해 6월 말 0.95%로 불과 6개월 만에 5배로 뛰었다. 은행권에서 가장 높은 수준의 연체율이다. 연체 잔액 역시 같은 기간 52억 6000만원에서 328억 1000만원으로 급증했다.
이와 관련, 금감원은 전북은행이 올해 일부 신규 분양주택 집단대출에서 거액의 연체가 발생하면서 연체 잔액이 크게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경남은행 연체율도 2022년 말 0.14%에서 올해 6월 말 0.41%로 높아졌고, Sh수협은행은 0.17%에서 0.45%로 상승했다.
반면, 신한은행 주택담보대출 연체율은 올해 6월 말 0.19%로 2022년 말보다 0.08%포인트(p) 상승하는 데 그쳤고, 카카오뱅크는 같은 기간 0.38%에서 0.16%로 오히려 낮아졌다.
국내은행 주택담보대출 연체잔액, 자료 : 금융감독원, 국민의 힘 박성훈 의원
한국은행, 가구 DSR 46% 넘으면 소비 감소”
주택 구입에 대출을 많이 받은 가구일수록 금리 충격에 취약하고, 가구 내 신용위험 확산 가능성도 크다는 한국은행 분석이 7일 나왔다.
개인이 아닌 가구 단위로 금리 상승 영향 등을 분석했다는 데 의의가 있다.
한은은 이날 발표한 ‘가구 데이터베이스(DB)를 이용한 가계부채 리스크 평가’에서 이 같은 결론을 제시했다.
한은은 개인 단위로 이뤄지던 가계부채 분석을 가구 단위로 확장, 206만 가구의 부채, 자산, 소득, 지출 정보를 추적할 수 있는 월별 패널 자료를 구축했다.
이 가구 DB를 이용해 스트레스테스트를 한 결과, 금리가 0.25%포인트(p) 오를 때 전체 차입 가구 중 연체자가 있는 가구 비율(가구 연체 비율)은 기존 3.35%에서 0.27%p 상승했다.
세부적으로 보면, 저소득 가구와 자영업자·법인대표 가구 등의 금리 민감도가 상대적으로 더 컸다.
소득 1분위 가구 연체 비율은 5.45%에서 0.48%p, 2분위 가구는 4.38%에서 0.40%p 각각 상승했고, 자영업자·법인대표 가구도 4.47%에서 0.32%p 올랐다.
소득분위별 스트레스 테스트 등, 자료 : 한국은행
아울러 ‘고(高)차입 주택 취득 가구’가 특히 금리 충격에 취약하고, 가구 내 신용위험 확산 가능성도 큰 것으로 나타났다.
여기서 고차입 주택 취득 가구란 주택 구입 시 소득 대비 원리금 상환 부담 증가 폭이 가장 컸던 상위 10% 가구를 의미한다.
이들 가구는 금리가 1%p 상승할 때 연체 확률이 0.81%p 높아졌다. 작년 말 기존 주택 보유 가구의 실제 연체 비율(2.01%)을 고려할 때 상당한 증가 폭이라고 한은은 평가했다.
고차입 가구의 가구원 1명이 연체할 경우 12개월 이내 다른 가구원이 연체할 확률은 8.8%로, 기존 주택 보유 가구(4.6%)의 1.9배 수준이었다.
이는 금리 상승 시 신용위험이 차주 개인을 넘어 가구원 전반으로 확산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을 시사하는 결과다.
고차입 주택취득가구 스트레스 테스트, 자료 : 한국은행
한은은 이밖에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이 높아질수록 소비가 점차 둔화하다가 DSR이 46%를 넘어서면 감소하는 패턴을 보인다고 분석했다.
작년 기준 부채 보유 가구 중 DSR이 46%를 초과한 가구는 11.1%였다. 즉, 부채 보유 가구의 11.1%가 채무 상환 부담으로 소비에 제약받는 셈이다.
한은은 고차입 주택 취득 가구의 금리 상승에 따른 연체 위험과 가구원 간 신용위험 전이 가능성, 저소득 가구의 높은 채무 상환 부담에 유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가계대출 증가 (PG) 연합뉴스
인플레이션의 습격에 전전긍긍하는 세계
6일(현지시간) 영국 주간 이코노미스트에 따르면 세계 곳곳이 ‘인플레이션’ 위험에 직면했다. 중동전쟁에 따른 원자재 상승, 서비스 물가의 고공행진 등이 이어지면서다.
이코노미스트 추정에 따르면 선진국 전반에서 에너지와 식료품을 제외한 연간 평균 ‘근원 인플레이션율’은 올해 초 2.7%에서 최근 2.9%로 상승했다. 특히 노동 비용의 영향을 크게 받는 서비스 물가의 경우, 조사 대상 23개 선진국 중 3분의 2에서 상승세가 가속화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이란 전쟁에 따른 유가 급등 때문에 물가가 치솟는 것이 아니라는 뜻이다.
블룸버그통신 등에 따르면 신흥국 중 상대적으로 물가가 안정적이었던 페루의 경우, 지난달 수도 리마의 소비자물가상승률이 작년 동기 대비 4.44%를 기록하며 3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으로 치솟았다. 전력·가스 등 공공요금 상승과 엘니뇨 기후 악재로 인한 농·수산업 타격이 물가를 끌어올리면서 6개월 연속 중앙은행 목표치(1~3%)를 뛰어넘었다.
볼리비아 물가상승에 거리로 나선 시민들, EPA=연합뉴스 자료사진
기준금리 인상하며 인플레이션에 맞서는 중앙은행들
인플레이션의 습격에 각국 중앙은행들도 기준금리를 올리며 대응 중이다.
팬데믹 후속 대책이 이어지던 지난 2021~2022년, 급증하는 인플레이션에 제때 대응하지 못하고 머뭇거리다 물가 잡기에 애를 먹었던 중앙은행들은 이번엔 기준금리를 잇달아 올리며 선제적 조기 대응에 나서는 모양새다.
지난 6월, 2년 9개월 만에 기준 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한 유럽중앙은행(ECB)은 오는 10일 열리는 통화정책회의에서 예금금리를 한 차례 더 인상할 것이 확실시된다. 8월 유로존의 연간 인플레이션율이 3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인 3.3%에 도달하는 등 물가가 큰 폭으로 치솟고 있기 때문이다.
일본은행(BOJ) 역시 지난 6월 기준금리인 정책금리를 연 1.0% 정도 로 올려 1995년 이후 31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으로 인상한 데 이어 이달 금융정책결정회의에서도 추가 인상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시장에서 보고 있다.
금리 인상에 따른 ‘엔 캐리 트레이드’(엔화를 저리로 빌려 고수익 자산에 투자) 청산 여파로 금융시장에 충격을 줄 수 있다는 우려에도 불구하고 물가 안정을 위해 금리 인상을 강행할 가능성에 무게가 쏠리고 있는 것이다.
세계 금융정책의 심장인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역시 인플레이션 반등 신호에 따라 이달 금리 인상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으며, 뉴질랜드 중앙은행도 지난 2일 기준금리를 올리며 올해에만 2차례 인상을 단행했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도 지난달 말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했다. 지난 7월에 이어 이례적으로 금리를 연속 인상한 것이다. 신현송 한국은행 총재는 최근 간담회에서 ‘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 막는다’는 속담을 언급했다.
소득 대비 과도한 주담대를 받은 차주들은 지금도 충분히 힘들다. 하지만 이들에게 지옥문은 아직 열리지 않았다. 인플레이션이 전 세계를 요동치게 만들고 있으며 이에 대응하기 위해 각국 중앙은행들이 앞서거니 뒷서거니 하며 기준금리 인상 랠리를 펼치고 있기 때문이다.
만약 이대로 고금리 기조가 정착한다면 ‘영끌족’들에겐 매일매일이 지옥일 가능성이 높다. 이자 무서운 걸 알아야 하는데 그 동안 저금리에 익숙했던 탓에 이자 무서운 걸 잊어버린 댓가를 톡톡히 치러야 할지도 모를 일이다.
케빈 워시 신임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이 6월 17일 워싱턴 D.C.에 위치한 미국 연방준비제도 본부에서 이틀간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를 마친 뒤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6.6.17.로이터 연합뉴스
이태경 편집위원, 토지+자유연구소 부소장 red1968@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