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 사상 최초 연 1조 달러 눈 앞에 [뉴스] 한국이 지난달 1200억달러대의 월 기준 최대 수출을 기록하면서 사상 처음으로 연 수출액 8000억달러를 돌파했다. 반도체가 600억달러 이상의 실적을 내 전체 수출의 절반을 책임진 가운데 무역수지 흑자는 500억달러에 육박했다. 이변이 없는 한 11월 중에 수출이 1조달러 달성의 신기원을 열 듯 싶다. 좋은 일이나 반도체에 거의 전적으로 의존하는 형국이라 AI투자가 주춤한다면 수출도 직격탄을 맞을 수 밖에 없어 조마조마하다.
전인미답의 경지, 9월 수출 1200억 달러 돌파
산업통상부는 9월 수출액이 1209억 4000만달러로 작년 동기보다 83.5% 증가했다고 1일 밝혔다. 월 수출액이 1200억달러를 넘어선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지난 6월의 1020억달러를 넘은 역대 최대 기록이다.
조업일수를 고려한 일평균 수출은 105% 증가한 56억 3000만달러로 역시 처음으로 50억달러를 상회했다.
이에 힘입어 1∼9월 누적 수출액은 8145억달러로 역대 최대였던 지난해 연간 전체 수출액(7093억달러)을 훌쩍 넘어섰다.
지금의 기조를 이어간다면 연간 수출 1조달러 달성은 기정사실이다.
수출입 추이, 자료 : 산업통상부
9월 수출을 견인한 주역은 역시 반도체다. 9월 반도체 수출은 603억달러로 작년 9월 대비 262.8% 증가하며 사상 처음 600억달러 고지를 밟았다.
최근 3개월 연속 400억달러 이상을 기록한 데 이어 곧장 600억달러를 넘어선 것이다. 이전까지 반도체 월 1위 수출 기록은 지난 8월의 467억달러였다.
반도체는 메모리 수요 증가세가 지속되고 수출물량 확대와 고정가격 증가세가 유지되면서 호조세를 이어갔다.
DDR5 16Gb는 지난 5월 37.5달러에서 지난달 48.0달러로, 낸드 128Gb는 같은 기간 26.5달러에서 30.6달러로 가격이 꾸준히 상승했다.
다른 IT 품목들도 강세를 보였다.
컴퓨터 수출은 에이전틱 AI 확산과 글로벌 AI 인프라 투자 확대에 힘입어 기업용 솔리드 스테이트 드라이브(SSD) 수요도 늘어나면서 435.3% 증가했다. 수출액은 70억달러로 역대 월 최대 실적이다.
무선통신기기는 갤럭시 Z8 시리즈, S26 울트라 등 프리미엄 모델 판매 호조와 아이폰 부품 수출 증가로 21억 4000만달러(23.4%↑)를 기록하며 11개월 연속 플러스를 이어갔다.
반도체 수출 증가 (PG) 연합뉴스
무역수지 흑자도 대나무를 쪼개는 기세
반도체를 제외한 품목의 수출은 23% 증가했다.
석유제품(72억 2000만달러·72.0%↑), 석유화학(39억 5000만달러·5.1%↑), 선박(37억6000만달러·29.9%↑)을 비롯해 20대 주력 수출품목 중 11개 품목의 수출액이 증가했다.
철강(22억 4000만달러·3.3%↑)은 미국의 관세와 유럽연합(EU)의 수입쿼터(TRQ) 도입 등 규제 강화에도 미국의 AI 데이터센터 수요 증가에 따라 보합세를 보였다.
자동차는 추석연휴 시점 이동에 따른 기저효과와 중고차 수출 부진의 영향으로 5.5% 감소했고, 농수산식품 수출도 조업일수 감소 등의 영향으로 4.7% 줄었다.
화장품 수출은 중국·미국·아세안·EU 등 주요 지역에서 고르게 증가세를 보이며 15억1000만달러(31.4%↑)로 전 기간 역대 최대 실적을 경신했다.
지역별로는 9개 지역 중 6개 지역에서 수출이 늘었다.
대(對) 중국 수출은 122.7% 증가한 260억 1000만달러, 대미 수출은 137.0% 증가한 243억 3000만달러다.
대아세안 수출(212억 9000만달러)도 반도체·석유제품·선박 등 주요 품목 수출이 고르게 증가하면서 처음으로 200억달러를 넘겼다.
9월 수입액은 26.0% 증가한 710억 9000만달러로 집계됐다.
에너지 수입(129억 6000만달러)이 38.0% 증가했고 반도체장비 수입(34억 4000만달러)도 50.8% 늘었다.
무역수지는 498억 5000만달러 흑자를 기록하며 사상 처음 400억달러를 넘어 500억달러에 바짝 다가섰다.
1~9월 누적 수지는 2525억달러 흑자로 지난해 동기간 대비 2027억달러 증가했다.
8월(347억 5000만달러)과 9월 흑자만 더해도 작년 연간치(774억달러)를 넘어선다.
강감찬 산업부 무역투자실장은 올해 무역수지 흑자가 3600억달러 이상일 것으로 예상한다”고 전했다.
김정관 산업부 장관은 이날 수출 실적에 대해 우리 산업과 기업의 저력을 다시 한번 보여준 값진 성과”라며 예상치 못한 대외 변수가 우리 수출에 악영향을 미치지 않도록 선제적으로 대응해 남은 4분기에도 수출 상승 모멘텀을 이어갈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수출입 컨테이너 쌓인 부산항. 2026.7.15 연합뉴스.
가시권에 들어온 ‘수출 1조달러’달성…미·중·독 이어 4번째
한편 수출 1조달러 달성 이라는 꿈도 곧 현실이 될 전망이다.
1일 산업통상부에 따르면 9월 수출액은 1209억달러로 지난해 동월보다 83.5% 급증했다. 이에 힘입어 올해 1∼9월 누적 수출액은 8145억달러를 기록해 사상 처음으로 8000억달러 고지를 밟았다.
우리나라 수출은 1995년 1000억달러, 2004년 2000억달러, 2006년 3000억달러, 2008년 4000억달러, 2011년 5000억달러, 2018년 6000억달러, 지난해 7000억달러를 각각 넘기며 빠르게 증가했다.
올해는 1월부터 매월 역대 동월 최대 실적을 갈아치운 끝에 지난 6월 월간 기준으로 1000억달러를 처음 돌파했고, 이제 전인미답의 연간 1조달러 고지를 정조준하고 있다.
연간 수출 1조달러 달성까지 남은 금액은 1855억달러다. 4분기(10∼12월) 동안 월평균 약 618억달러만 기록해도 달성할 수 있는 규모다.
수출을 이끄는 반도체의 기세는 여전히 매섭다.
인공지능(AI) 열풍에 따른 메모리 반도체 수요 증가세가 지속되는 가운데 수출 물량 확대와 고정가격 상승이 맞물리며 9월 반도체 수출액은 603억달러를 기록했다.
작년 동월 대비 무려 262.8% 폭증한 규모로 사상 처음으로 600억달러 이상을 기록했다.
여기에 반도체 수출과 연동되는 경향이 있는 컴퓨터(70억달러·435.3%↑)를 비롯해 석유제품(72억달러·72.0%↑)·선박(38억달러·29.9%↑) 등 주력 품목의 선전도 이어졌다.
통상 하반기로 갈수록 수출이 늘어나는 ‘상저하고’ 흐름에 더해 9월 수출이 1200억달러를 돌파할 만큼 반도체 중심의 상승 탄력이 워낙 강력해 이르면 11월 중순 1조달러 조기 돌파가 유력하다.
현재까지 연간 수출 1조달러를 기록한 국가는 미국, 중국, 독일 3개국뿐으로, 한국이 4번째 대기록의 주인공이 될 전망이다.
SK하이닉스, 현존 최고 집적도 321단 QLC 낸드 양산 개시. 연합뉴스
글로벌 하이퍼스케일러들이 AI투자를 줄일 때
문제는 우리나라 경제가 수출에 거의 전적으로 의존하고 있는데다, 수출의 반도체에 대한 의존도가 절대적이라는 사실이다. 미증유의 수출실적과 무역수지 흑자는 거의 전적으로 반도체 메가 특수에 기인한다. 그리고 이 반도체 메가 특수는 아마존 등의 하이퍼스케일러들(대규모 데이터센터 운영사)이 데이터센터를 경쟁적으로 짓는 등 반도체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어난데 따른 것이다.
하이퍼스케일러들은 상상을 초월하는 돈을 데이터센터 등의 건립에 쏟아붓고 있다. 단적으로 AI 하이퍼스케일러들이 올해 발행한 채권만 약 2470억 달러로, 2024년보다 무려 12배 이상 급증했다.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가 28일(현지시간) 보도에 따르면 향후 몇 년간 하이퍼스케일러들의 신규 발행 규모는 1조달러(약 1360조원)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문제는 하이퍼스케일러들이 사활을 건 투자를 더 이상 진행할 수 없거나 크게 줄이는 경우다. 당장 하이퍼스케일러들이 발행하는 채권을 시장에서 사줘야 하는데 미국채금리가 폭등하고 있어 시장에서 소화할 수 있을지 의구심이 생기고 있다. 주지하다시피 미 국채는 하이퍼스케일러들이 발행하는 회사채의 가장 강력한 경쟁자다.
하이퍼스케일러들이 투자한 돈 이상의 돈을 뽑아낼 시점도 문제다. 하이퍼스케일러들이 미친 듯이 케펙스 투자를 하는 이유는 AI패권 전쟁에서 승리해 막대한 영업이익을 얻기 위함이다. 그런데 영업손실이 지속된다면 천문학적 출혈투자를 계속 감당하긴 어렵다.
하이퍼스케일러들이 어떤 이유에서건 케펙스 투자를 크게 줄이는 상황이 발생한다면 반도체 실적은 급락할 수 밖에 없다.
정부는 ‘반도체만 수출실적이 좋은 게 아니고 나머지 품목들도 좋다’고 하지만, 반도체에 사실상 수출실적과 무역수지가 걸려 있다는 건 삼척동자도 안다. 건국 이래 수출과 무역수지가 동시에 신기원을 열 올해가 마냥 기쁘지 않은 까닭이다.
지난 10월 2일, 미국 인디애나주 뉴칼라일에 있는 아마존 웹 서비스(AWS) AI 데이터 센터에서 기술자가 작업하고 있다. 2025.10.2. 로이터 연합뉴스
이태경 편집위원, 토지+자유연구소 부소장 red1968@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