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짓은 거짓을 낳고 끝내 죽음을 부른다 [칼럼] 김근수 해방신학연구소장
남이 지어낸 거짓말 때문에 곤경에 빠져본 적 없는 사람이 있을까. 남을 괴롭히려고 거짓말을 꾸며낸 적 없는 사람도 있을까. 너나 할 것 없이 대부분 우리는 거짓말의 희생자요 또한 가해자다. 거짓말은 일상에서도 언론에서도 종교에서도 흔하다. 거짓말과 혐오를 권장하고 판매하는 세상에 우리가 살고 있다. 오늘 칼럼에서 언론이 생산하는 가짜뉴스 문제를 다루고 싶다.
교황까지 난처하게 만든 뉴욕 타임스의 가짜뉴스
2014년 12월 11일, 미국의 ‘뉴욕 타임스’에 릭 글래드스톤(Rick Gladstone) 기자가 ‘천국의 개들? 프란치스코 교황이 천국 문을 열다’(Dogs in heaven? Pope Francis leaves pearly gates open)라는 제목의 기사를 실었다. 내용은 이렇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11월 26일 바티칸의 일반 알현에서 얼마 전에 지상에서 자기 애완견과 헤어진 어느 소년을 만나 천국은 하느님의 모든 피조물에게 열려 있다”고 말했다는 것이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소년에게 언젠가 자기 애완견을 천국에서 다시 만날 수 있다고 위로했다는 뜻이다.
2014년 8월 14일 경기도 성남 서울공항에 도착한 뒤 영접나온 내빈들에게 손을 들어 인사하는 프란치스코 교황의 생전 모습. 2025.4.21 연합뉴스 자료
그러자 프란치스코 교황의 발언에 대해 동물보호 단체뿐만 아니라 여러 언론인과 신학자들이 다양한 평가를 쏟아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느닷없이 논란의 중심에 서고 말았다. 그런데, 그 기사는 가짜뉴스에 불과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그런 말을 하지 않았다. 어떻게 된 일일까.
이탈리아 언론 ‘콰티디아노 나치오날레’(Quotidiano Nationale)는 수십 년 전에 교황 바오로 6세가 자기 애완견과 사별한 어느 소년에게 영원하신 그리스도 안에서 언젠가 우리는 우리 애완견을 다시 볼거야”라고 위로했다고 썼다. 이탈리아의 대형 일간지 ‘코리에레 델라 세라’(Corriere della Sera)의 잔 구이도 베키(Gian Guido Vecchi) 기자도 그 이야기가 프란치스코 교황이 아니라 바오로 6세 교황과 연결된다고 분명히 썼다.
실수였을까? 실수 빙자한 악의적 보도였을까?
그런데도 어쩌다가 ‘뉴욕 타임스’ 같은 대형 언론에서 현직 교황에 대한 대형 오보 기사가 나왔을까? 시간이 촉박하였던 기자가 확인을 제대로 하지 못한 채 내보냈을까? 나쁜 의도와 목적이 없는 단순한 실수에 불과했을까? 실수를 빙자한 의도적이고 악의적인 보도였을까? 가짜뉴스는 진짜뉴스보다 6배나 빨리 퍼진다는 통계도 있긴 하다.
‘뉴욕 타임스’의 가짜뉴스로 가장 큰 피해를 입은 사람은 누구였을까. 그 말을 하지 않았던 프란치스코 교황이었다. 프란치스코 교황을 좋아하고 존경하는 사람들도 당혹스럽고 난처한 처지에 빠졌다. 어느 교황에게도 가톨릭교회 내부의 반대자들이 적지 않았지만, 프란치스코 교황처럼 강력한 반대에 부닥친 교황은 최근 역사에 없었다.
인류가 닥친 위험한 현실, 즉 전쟁, 가난, 기후 위기, 커지는 불평등, 강요된 이민, 파괴적인 기술의 발전, 악화되는 고용, 인권 문제 등을 ‘다중 위기’(Polycrisis)라는 단어로 표현했던 프란치스코 교황을 싫어하는 사람들이 특히 미국 사회에 많았다. ‘다중 위기’의 생산자와 가해자들이 미국 지배층에 많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민을 규제하고 추방하기 시작했을 때, 프란치스코 교황은 트럼프의 이민 정책을 비판하는 공개서한을 미국 추기경들에게 보내기도 했었다.
7000만 가톨릭 신자가 살고, 가톨릭 진보파와 보수파의 대립과 갈등이 극심한 미국 가톨릭에서 프란치스코 교황은 전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반대를 받았다. 안젤리카 수녀가 세운 미국 최대의 가톨릭 텔레비전 EWTN은 프란치스코 교황을 끈질기게 비판했다. 베네딕토 16세의 사임은 무효이며, 프란치스코 교황은 불법적으로 선출되었다는 가짜뉴스가 널리 퍼졌고, 그런 가짜뉴스를 믿는 사람이 많은 곳이 또한 미국이다. ‘뉴욕 타임스’의 저 가짜뉴스는 프란치스코 교황을 반대하는 가톨릭 안팎의 보수 세력들이 두고두고 써먹기 좋은 자료 중 하나가 되었다.
예수도 가짜 뉴스 때문에 죽었다
예수의 반대자들은 가짜뉴스를 만들고 퍼뜨리고 사람들을 선동하여 예수를 죽음으로 몰아넣었다. 예수는 왕이라는 가짜 뉴스를 만들고, 예수는 예루살렘 성전을 파괴할 것이라는 헛소문을 퍼뜨리고, 종교인, 노동자, 상인들을 선동하여 예수를 십자가에 못박으라고 로마 총독 빌라도에게 애원하였다. 거짓말은 사람을 죽음에 몰아넣을 수 있다.
인간은 서로를 무기뿐만 아니라 단어로써 상처를 주고 죽일 수 있기 때문에, 평화는 우리 마음에서 시작된다”라고 레오 14세 교황은 말했다. 인간은 무기 이전에 단어로 먼저 죽을 수 있다. 그래서 생명 존중과 평화는 거짓말을 안하는 습관에서 시작된다. 특히, 언론인과 종교인은 가짜뉴스를 만들거나 거짓말을 하면 안된다.
새 교황 레오 14세가 8일 바티칸 성 베드로 대성전 발코니에서 군중들에게 손을 흔들고 있다. 2025. 05. 08 [UPI=연합뉴스]
짐승에게는 오만한 말과 하느님을 모독하는 말을 하는 입이 주어졌다” (요한 계시록 13,5). 오만한 말, 즉 가짜뉴스를 만들거나 퍼뜨리거나 믿는 사람은 인간보다 짐승에 가깝다는 말이다. 거짓말쟁이들은 결혼이 금지된다” (디모테오전서 4,3)라는 말도 성서에 있다. 거짓말쟁이들은 자기 시대뿐 아니라 역사에도 어두움을 남기기 때문이다. 모든 거짓말쟁이들은 불과 유황이 타오르는 못을 차지할 것이다” (요한 계시록 21,8).
가짜뉴스를 만들거나 퍼뜨리지 말라고 언론인에게 아무리 호소해도 아무 소용없다. 거짓말로 돈버는 언론사를 문닫게 해야 하고, 가짜뉴스를 만들거나 퍼뜨리는 기자를 패가망신 시켜야 한다. 민주시민을 속이고 분열시키며 내란 세력을 편드는 언론과 언론 사기꾼들을 금융 치료와 사법 처벌로써 응징해야 한다.김근수 갈릴래야편지 mainzdom@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