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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 바로가기 : 손님을 맞이하고 일꾼을 챙기던 마음, 겪이

손님을 맞이하고 일꾼을 챙기던 마음, 겪이
[사람들]
반갑습니다. 우리말의 결을 살려 마음을 보듬는 ‘토박이말 결지기’​입니다.   [오늘의 토박이말]겪이 먹거리와 아랑곳한 이야기를 이어가다 보니 자꾸만 알려드리고 싶은 토박이말이 생각납니다. 맛있는 것을 먹는 모습에서 ‘먹새’​를 만나고, 여러 가지 음식을 조금씩 바꾸어 먹는 데서 ‘맛맛으로’​를 만나고, 먹음직스럽고 탐스러운 모습을 ‘소담하다’​라고 한다는 것도 살펴보았습니다. 배가 고파 맛있는 음식을 보면 침이 절로 넘어가는 ‘도리깨침’​도 있었지요. 그런데 먹거리 이야기를 가만히 들여다보면 음식 그 자체만큼이나 중요한 것이 하나 있습니다. 누구를 위해 음식을 차리고, 누구와 함께 먹는가 하는 일​입니다. 오늘은 바로 그 마음과 아랑곳한 토박이말 ‘겪이’​를 만나 보려고 합니다. 음식을 차려 남을 대접하는 일 ‘겪이’라는 말을 처음 들으면 조금 낯설게 느껴질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뜻을 알고 나면 우리가 살아가면서 참 많이 해 온 일이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표준국어대사전에서는 ‘겪이’를 ‘음식을 차려 남을 대접하는 일’​이라고 풀이하고 있습니다. 생각해 보면 우리네 살림에서 남을 대접하는 일은 아주 흔했습니다. 집에 손님이 오면 밥상을 차리고, 이웃이 찾아오면 먹을 것을 내놓았습니다. 집안에 큰일이 있거나 마을에 일이 있을 때에도 여러 사람이 먹을 것을 마련해 함께 나누었습니다. 그러니 ‘겪이’는 단순히 음식을 마련하는 일을 넘어 사람을 맞이하는 삶의 모습과 닿아 있는 말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손님을 맞이하면 ‘손님겪이’ 옛날에는 손님이 찾아왔을 때 음식을 차려 대접하는 일을 ‘손님겪이’​라고 했다고 합니다. 이를 줄여서 ‘손겪이’​라고도 했습니다. 이 말을 곱씹어 보면 참 재미있습니다. 우리는 요즘 흔히 ‘손님 접대’라는 말을 씁니다. 그런데 옛사람들은 손님을 맞아 음식을 차리고 함께 먹는 일을 ‘손님겪이’라고 했던 것입니다. ‘접대’라는 말이 조금 딱딱하게 느껴질 때가 있다면 ‘손님겪이’​라고 해 보아도 좋겠습니다. 오늘 손님이 오신다니 손겪이를 준비해야겠네.” 이렇게 말하면 손님을 맞이하기 위해 음식을 차리고 살림을 살피는 모습까지 함께 떠오릅니다. 일을 도와준 사람에게도 ‘겪이’가 있었습니다 ‘겪이’가 더욱 반갑게 느껴지는 까닭은 손님만을 위한 말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옛날 농촌에서는 농사일을 혼자 다 하기 어려웠습니다. 모내기나 김매기, 추수처럼 여러 사람의 손이 필요한 때에는 이웃이나 일꾼의 도움을 받아야 했습니다. 그때 일을 도와주는 사람을 ‘놉’​이라고 했고, 놉에게 음식을 마련하여 일을 치르는 것을 ‘놉겪이’​라고 했습니다. 여기에서 저는 ‘겪이’라는 말이 그저 음식을 차려 놓는 것만을 가리키는 말은 아니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누군가 우리 집 일을 도와주었으니 그 사람에게 먹을 것을 마련해 주는 것, 함께 땀 흘린 사람에게 밥 한 끼를 내놓는 것. 그것 또한 사람 사이의 관계를 이어 가는 중요한 일이었을 것입니다. 아래와 같이 말꽃지음몬(문학작품)에 있는 보기를 보면 잘 알 수 있습니다.  특히, 모심기 때는 놉겪이를 소홀히 할 수 없다. 이왕 같은 품삯을 받을 바에야 일꾼들은 반찬 좋은 집으로 몰려가기 마련이니까 말이다. > 밥 한 끼에도 사람을 생각하는 마음이 들어 있습니다 요즘은 음식을 마련하는 방법도 참 많이 달라졌습니다. 밥집에서 음식을 사 먹기도 하고, 배달 음식으로 손님을 맞기도 합니다. 행사나 모임에서는 음식을 전문으로 마련해 주는 곳에 맡기기도 합니다. 그래도 사람을 맞이하며 먹을 것을 마련한다는 모습 자체는 사라지지 않았습니다. 동무가 집에 놀러 오면 무엇을 먹일까 생각합니다. 먼 길을 온 집안 사람에게는 따뜻한 밥 한 끼라도 차려 주고 싶습니다. 함께 일을 한 사람에게 수고했다며 밥을 사기도 합니다. 말은 달라졌어도 그 바탕에 있는 모습은 크게 다르지 않은 셈입니다. 그래서 저는 ‘겪이’라는 말을 단순히 옛날에 쓰던 낱말 하나로만 여기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오늘날에도 언제든지 쓸 만한 말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손님 접대’보다 ‘손겪이’라고 해 보면 어떨까요? 요즘 문서나 안내문에서 ‘손님 접대’, ‘식사 제공’ 같은 표현을 어렵지 않게 만납니다. 뜻은 잘 통하지만 조금 딱딱하게 느껴질 때도 있습니다. 그럴 때 ‘겪이’를 떠올려 보면 어떨까요? 손님을 위해 음식을 마련한다면 ‘손겪이’, 일을 도와주는 사람에게 음식을 마련하는 일이라면 ‘놉겪이’​라는 말을 떠올려 쓸 수 있습니다. 말할 것도 없이 오늘날의 모든 상황에 이 말을 억지로 바꾸어 쓰자는 뜻은 아닙니다. 다만 우리가 이미 가지고 있던 말 가운데 오늘날 삶에도 가져와 쓸 만한 말이 있다는 것을 알아두자는 것입니다. 알고 있으면 언제든 써야 할 때 꺼내 쓸 수 있으니까요. 먹거리를 보면 사람살이도 함께 보입니다 요 며칠 먹거리와 아랑곳한 토박이말을 하나씩 살펴보면서 저는 자꾸 이런 생각을 하게 됩니다. 우리가 먹는 음식만 보아서는 우리말의 맛을 다 알 수 없는 것 같습니다. 그 음식을 누가 차렸는지, 누구와 먹었는지, 어떤 마음으로 밥상을 내놓았는지를 함께 살펴볼 때 비로소 말의 모습도 조금씩 드러납니다. ‘소담하다’에는 풍성하고 탐스러운 밥상의 모습이 있고, ‘도리깨침’에는 먹고 싶은 마음이 있습니다. 그런데 ‘겪이’에는 나 아닌 다른 사람을 위해 음식을 마련하는 모습이 담겨 있습니다. 그래서 ‘겪이’를 알고 나면 밥상을 바라보는 눈도 조금 달라집니다. 잘 차려진 음식만 보는 것이 아니라, 그 밥상을 마련한 사람의 손길과 그 밥상에 마주 앉은 사람들까지 함께 보게 됩니다. 오늘 우리가 다시 불러 보아도 좋은 말 ‘손님겪이’라는 말을 오늘의 삶에서 그대로 자주 쓰기는 쉽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런 말이 우리와 아무 상관이 없는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요즘처럼 사람을 맞이하는 방법이 다양해진 때에, ‘겪이’가 무엇을 가리키는 말이었는지 알아 두는 것​도 뜻있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누군가를 집에 초대해 밥을 차리는 일, 함께 일한 사람에게 음식을 대접하는 일, 먼 길을 온 사람에게 따뜻한 한 끼를 내놓는 일. 이런 장면을 만날 때 ‘겪이’​라는 말을 한 번 떠올려 보면 어떨까요? 옛말 하나를 다시 만나는 일이 곧 옛날로 돌아가는 일은 아닐 것입니다. 오히려 우리가 지금도 이어 가고 있는 나날살이의 모습을 오래된 우리말에서 다시 발견하는 일일 수도 있겠습니다. [마음 나누기] 여러분은 누군가를 위해 음식을 차려 대접했던 적이 있으실까요? 그 일을 떠올리면 어떤 장면이 가장 먼저 생각나시나요? [한 줄 생각] 음식을 차리는 일에는 먹거리를 마련하는 손길과 함께 사람을 맞이하는 마음도 담겨 있습니다. [오늘의 토박이말] ▶ 겪이 뜻: 음식을 차려 남을 대접하는 일. 보기: 한가위가 되면 아무래도 겪이가 많기 마련입니다. 올해도 품앗이로 일을 도와준 이웃들을 위해 놉겪이를 했습니다. 오늘 한마디: 사람을 맞아 음식을 차려 대접하는 일을 우리말로는 ‘겪이’라고 합니다.   [토박이말 길잡이] 결지기 이창수  이창수 시민기자 maljigi@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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