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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토 스케치] 독립 250주년, 미국은 과연 살 만한 곳인가
[뉴스]
미국 독립선언서 원본(미 국립문서보관소 The National Archives 소장) 1776년 7월 4일 선포된 독립선언서는 미국의 건국 이념을 담고 있다. 국가 공동체는 신성(神性)과 인성(人性)의 합작품이라는 이념이다.  나중에 미국의 제3대 대통령이 되는 토머스 제퍼슨은 독립선언에서 먼저, 인간은 모두 평등하게 창조되었으며 빼앗기거나 포기할 수 없는 생명, 자유, 행복 추구의 권리를 창조주로부터 부여받았다고 밝혔다. 여기까지는 신적 요소가 배어 있다. 그 다음은 인간의 영역이다. 인간은 합의를 통해 공동체를 형성했다. 생명과 자유를 지키고 행복 추구의 기회를 최대화하기 위해서다. 이 권리를 억누르는 힘에 대한 투쟁이 혁명이다. 독립선언서에 따르면 민주주의 사회 구성원들에게 압제에 대한 혁명적 투쟁은 권리이며 책임이다. 이 사상이 미국의 본질이고, 인류 공동체 전체에 이를 전파하겠다는 사명감이 미국의 건국 이념이다.   1819년 존 텀불(John Trumbull)의 작품 독립선언서 . 1776년 7월 4일 미국의 독립선언을 형상화한 그림들 중 가장 널리 알려진 작품이다. (Public Domain) 뉴욕은 250주년을 맞는 미국의 독립 투쟁과 밀접한 관계를 갖고 있다. 독립선언 뒤 미국과 영국의 첫 무력 충돌은 1776년 8월 뉴욕 브루클린에서 있었다. 독립군 ‘대륙군대’의 사령관 조지 워싱턴이 이끈 혁명군은 패했고, 맨해튼을 거쳐 펜실베이니아의 델라웨어강까지 후퇴했다. 첫 싸움에서 지고 102일 동안 100마일을 후퇴한 워싱턴은 싸움보다 줄행랑에 능한 장수가 되었다. 그와 혁명군이 뉴욕을 포기하고 떠나는 과정에 대형 화재가 발생해 맨해튼의 20%가 불에 탔다. 영국군에게 주요 거점이 될 맨해튼에 불을 지를 것을 혁명 정부인 대륙회의에 제안했던 워싱턴이 정부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방화를 명령했을 가능성이 높다. 그 후 7년. 1783년 9월 영국은 미국의 독립 전쟁에서 패했음을 인정하고 파리에서 미국과 종전 협정을 맺었다. 두 달 뒤 영국은 맨해튼에서 철수함으로써 미국에 대한 영국의 식민 통치는 종식됐다. 워싱턴은 승장이 되어 다시 맨해튼으로 돌아왔다. 1789년 4월 30일 맨해튼 남단에 위치한 연방 건물 ‘Federal Hall’에서 워싱턴은 미 합중국 초대 대통령으로 취임했다. 이렇듯 뉴욕 맨해튼과 미국의 독립과 건국은 떼어놓을 수 없는 관계다. 독립기념일이 되면 전 세계에서 고색창연한 대형 범선들이 뉴욕 항구로 밀려와 이날을 축하하는 이유인지도 모른다. 또한 7월 4일이면 미 전역에서 셀 수 없이 많은 불꽃놀이가 벌어지지만, 상징성에 있어 맨해튼 일대 밤하늘을 수놓는 메이시스 백화점 불꽃놀이를 따라가지 못한다. 7월 4일 필자는 맨해튼 남단과 인근 해변을 돌아다니며 독립 250주년 기념의 얼굴들을 카메라로 스케치했다. 미국의 독립 정신에 대한 자부심, 지난 몇 년간 심화된 미국 우월주의, 더불어 완성되지 못한 독립선언의 이상에 대한 아쉬움이 느껴졌다. 250년이 지났지만, 미국의 독립 정신은 미완성이다.   (이길주 시민기자) 미국의 독립 기념에는 역사적 순간의 재연이 빠지지 않는다. 참석자 모두 표정이 진지하다. 왼쪽 흰 유니폼은 미국의 독립 전쟁을 지원한 다른 나라 군대를 상징한다. 대부분 노예 신분이었지만 5000명에서 8000명 사이의 흑인들이 독립을 위해 영국을 상대로 싸웠다. 그럼에도 이들의 역할은 오랫동안 주목받지 못했다. 이제 이 역사적 과오를 극복하려는 듯 혁명군의 진격을 인도하는 기수 역할에 흑인 군인이 포함되어 있다.   (이길주 시민기자) 독립기념일에는 2001년 테러로 붕괴된 세계무역센터 자리에 건설된 9·11 메모리얼 이 작은 성조기들로 물결친다. 거대한 인공 폭포를 둘러싼 테러 희생자 이름에 성조기가 꽂히기 때문이다. 9·11 테러를 독립선언에 담긴 미국의 정체성에 대한 공격으로 이해하면, 희생자들을 독립기념일에 특별히 기억하는 것이 당연하다. 9·11 희생자 중에는 물론 한국계를 포함한 아시안 아메리칸도 포함되어 있다.   (이길주 시민기자) 뉴욕증권거래소(NYSE) 앞을 지나가는 독립선언 250주년 기념 행진에 등장한 중국계 미국인들의 용춤(舞龍) 행렬. 미국 독립 기념의 변화된 모습이다. 진정한 독립 기념은 다인종, 다문화여야 한다는 메시지로 보였다.   (이길주 시민기자) 뉴욕 인근 롱아일랜드에서는 독립 250주년 기념을 위한 미 해군 곡예비행단 블루 엔젤스(Blue Angels)의 공중쇼가 벌어졌다. 평소 쉽게 볼 수 없는 F/A-18 호넷(Hornet) 제트기들의 곡예비행은 보통 사람들에게 미국의 압도적인 군사력을 보여주는 기회라는 인상을 주었다. 음속보다 빠른 전투기가 지나간 후에 굉음이 들리는 신기한 현상을 체험하면서, 바닷가의 사람들은 마음속으로 USA”를 외치고 있는 것만 같았다.   (이길주 시민기자) 독립기념일을 맞아 역사의 숨결이 느껴지는 맨해튼 다운타운의 한 대형 쇼핑점 벽면이 미국 혁명 모티브로 꾸며졌다. 독립선언, 무력 투쟁, 건국을 승리의 여정으로 묘사하면서 긍정적 역사의식을 부추긴다. 애국주의와 상업주의의 만남이다.   (이길주 시민기자) 독립 기념의 열기를 더하기 위함인지 미국 자본주의 설계자로 불리는 초대 재무장관 알렉산더 해밀턴의 초상으로 포장된 쓰레기통. 한 게임 업체가 착안한 광고 전략인데 지나친 감이 느껴졌다.   (이길주 시민기자) 미 독립 250주년은 북중미 월드컵과 맞물렸다. 성조기를 중심으로 태극기를 포함한 월드컵 참가국들의 국기를 설치한 모습이 눈길을 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월드컵을 미국인들의 국수주의 자부심을 부추기는 기회로 삼고 있는 듯하다. 지난 1일 보스니아 헤르체고비나와의 32강전 도중 지나친 태클로 미국 대표팀의 폴라린 발로건이 퇴장당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개입해 출전 자격을 1년 정지하는 레드카드를 없던 일로 만들었다. 트럼프는 전화 한 통화로 국제축구연맹(FIFA)의 결정을 뒤집었다며 마치 독립전쟁 전투에서 이긴 승장처럼 우쭐댔다.   (이길주 시민기자) 독립전쟁에서 패한 영국군이 맨해튼에서 철수하면서 성조기가 걸린 깃대에 영국 국기를 못질해 고정시키고 표면에는 기름칠을 했다. 미국 쪽에서 사람이 올라가 영국 국기를 내리고 미국 국기로 대체하지 못하도록 한 행동이었다. 미국을 잃은 영국이 드러낸 울분과 악의의 상징으로 독립기념일에 방문객이 자주 찾는다. 그 옆에는 증권 시장의 강세를 상징하는 청동 황소상(Charging Bull)이 있다. 미국의 독립과 경제 호황의 상징물이 나란히 있는 것이 인상적이다.   (이길주 시민기자) 독립선언 250주년을 기념하는 예배가 월스트리트의 명소 St. Paul s Chapel에서 있었다. 이 교회 보안 요원으로 일하는 티파니 브라운은  Our Hope Makes Us Bold”란 이날 예배의 메시지대로 미국 사회가 대담하게 인종 문제를 극복할 수 있기를 희망한다며 옅은 미소를 지어 보였다. 직장은 세계 경제의 중심인 월스트리트지만 주거지는 소수계 밀집 지역인 할렘이다. 그녀에게 인종차별은 개념이 아닌 현실인 것은 상상하기 어렵지 않다.    (이길주 시민기자) 모든 인간은 평등하게 창조되었으며 빼앗길 수 없는 생명, 자유, 행복 추구의 권리를 갖는다고 선언한 토머스 제퍼슨에게는 175명의 노예가 있었다. 그도 노예를 사고 팔았다. 그의 정부인 흑인 노예 여성에게서 다섯 자녀가 태어났다. 물론 제퍼슨은 자신이 생부인 사실을 인정하지 않았다. 많은 흑인들에게 독립기념일은 미국 역사와 사회의 모순을 상기시킨다. 독립선언 당시 미국에는 약 50만의 흑인 노예가 있었다. 전체 인구의 20%가량이었다. 미국의 노예제도는 독립선언 후 80년 이상 이어졌다. 남북전쟁 이후 노예 해방이 이루어졌지만 흑인들에게 평등이 찾아오지 않았다. 독립선언 250년이 지난 지금도 유색인종에 대한 편견, 차별, 폭력은 사라지지 않았다. 인권운동가 마틴 루터 킹 목사의 표현대로 독립선언서는 흑인들에게 부도수표 인 것이 맞다. 그런 이유에서 흑인들이 독립기념일 행진에 잘 참여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래도 이번 독립 250주년 맨해튼 기념 행진에 흑인 타악대가 참여했다. 자유로운 율동과 열정적 리듬이 돋보였다.   (연합뉴스) 매년 독립기념일을 맞아 뉴욕 항구를 찾은 대형 범선과 군함들이 장관을 이룬다. 올해 250주년에는 20여 개 나라에서 100 척 이상의 선박이 축하 행사에 참여했다. 이들은 1876년 프랑스가 미국에 선물한 자유의 여신상 앞을 지나 맨해튼에 접근한다. 미국의 독립은 전 세계가 축하할 자유 선포의 역사임을 강조하는 의미가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올해도 독립기념일 행사의 피날레 격인 메이시 백화점 불꽃놀이가 뉴욕의 하늘을 화려하게 수놓았다. 하지만 과연 오늘의 미국이 세계 공동체 안에서 생명, 자유, 행복 추구의 권리를 상징하고 지키고 있는지 의구심이 높아지고 있다. 지난 5일 수도 워싱턴에서 있었던 트럼프 대통령의 기념 연설은 일부 민주당 소속 주지사가 이끄는 주들과 공연자들의 보이콧으로 빛이 바랬다. 또 폭염과 폭풍우로 행사를 취소하라는 요구에도 불구하고 강행한 그의 연설은 자화자찬으로 채워진 선거 캠페인 연설 수준이었다는 혹평을 받았다. 나는 사람이 자기가 사는 곳을 자랑스러워하기를 바랍니다. 또한, 그 사람이 사는 곳도 그를 자랑스러워할 수 있도록 살아가기를 바랍니다(I like to see a man proud of the place in which he lives. I like to see a man live so that his place will be proud of him.)” 개인과 국가 공동체의 관계가 어떠해야 하는가를 밝힌 에이브러햄 링컨의 발언이다. 독립 250주년을 맞은 미국은 공동체 구성원들이 자랑스럽게 느끼는 곳인가? 또 미국은 사람들이 살아가는 모습에 대해 자부심을 가질 만한 삶의 기회를 제공하는 공동체인가? 독립 250주년 기념일은 미국의 건국 이상을 다시 새겨야 함과 동시에 미국이 풀어야 할 역사적 숙제가 산적해 있음을 일깨웠다.이길주 뉴욕통신원 kiljyi@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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