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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중한 질문, 충실하고 정직한 답변
[사회혁신]
김근수 해방신학연구소장 질문을 잘 하고 싶지 않은 사람이 어디 있을까. 답변을 잘 하고 싶지 않은 사람이 어디 있을까. 질문을 잘 하기는 축구에서 공격처럼 어렵고, 답변을 잘 하기는 축구에서 수비처럼 어렵다. 질문도 잘 하고 답변도 잘 하는 사람을 구경하기는 더욱 어렵다. 질문은 함부로 하고 싶고, 답변은 피하고 싶지 않던가. 질문 잘 하고 답변 잘 하는 사례를 세례자 요한과 예수의 대화에서 살펴보자. 예수 이전 수백 년간 예언자가 없었던 이스라엘 예수 생전에도, 예수 사후에도, 세례자 요한과 예수의 관계에 대한 의문이 유다 사회와 예수운동에서 사라지지 않았다. 세례자 요한과 예수는 경쟁자인가 같은 편인가. 세례자 요한의 제자들도, 예수의 제자들도 궁금하긴 마찬가지였다. 예수의 역사를 기록한 복음서 저자들은 세례자 요한과 예수의 관계를 어떻게든 해명하지 않을 수 없었다. 세례자 요한과 예수가 등장하기 전 이스라엘에는 예언자가 오랜 동안 없었다. 유다인을 식민지 통치에서 해방시켜줄 인물은 오래도록 나오지 않았다. 수백 년을 다른 민족들에게 식민지 지배를 받으며 살았던 유다인은 절망에 빠졌다. 유다인들은 예언자가 나타나기를 애타게 기다렸다. 그런데, 세례자 요한과 예수가 유다 사회에 느닷없이 나타났다. 예수보다 몇 년 연상의 세례자 요한은 유다인의 회개를 촉구하며 하느님의 심판을 선포했다. 하느님은 유다인의 잘못을 심판할 것이고, 유다를 식민지로 통치했던 민족들을 또한 심판할 것이다. 세례자 요한의 문하에서 한참을 머물렀던 예수는 얼마 후 스승을 떠나 독자 활동을 시작했다. 그러자, 유다인은 궁금했다. 세례자 요한은 누구이고, 예수는 어떤 인물인가. 제자 예수의 성장 확인하고 싶었던 세례자 요한의 질문 세례자 요한은 예수가 한 일을 감옥에서 전해 듣고 제자들을 예수에게 보내어 오기로 되어 있는 분이 너냐? 아니면 우리가 다른 분을 기다려야 하느냐? 하고 물었다 (마태 11,3). 세례자 요한은 제자 예수에게 왜 의문을 품었을까. 세례자 요한이 예수의 초라한 출신 성분과 교육 수준을 몰랐을 리 없고, 치유 기적을 행하는 예수의 모습에서 예수가 누구인지 고뇌했을 수 있다. 메시아가 병을 고쳐준다는 말은 유다교 문헌에 없었기 때문이다. 놀랍게 성장하는 제자의 의젓한 모습을 스승은 또한 확인하고 싶었다. 예수는 스승의 제자들에게 대답하였다. 여러분이 듣고 본 대로 제 스승님께 가서 알려드리세요. 못보는 사람이 보고, 절룩거리는 사람이 곧게 걷고, 나환자가 깨끗해지고, 못듣는 사람이 듣고, 죽은 사람이 살아나고, 가난한 사람들에게 복음이 전해집니다. (마태 11,4-5). 제자들을 보내 자신에게 묻는 스승에게 예수는 섭섭함을 표시하지 않았다. 예수의 제자들이 세례자 요한의 제자들에게 거칠게 항의하지 않았다. 스승인 세례자 요한이 제자인 예수의 앞길을 가로막느니 어쩌니 하는 말이 예수 측에서 나오지 않았다. 스승의 제자들이 물러간 뒤 예수는 군중에게 말했다. 여러분은 예언자보다 더 훌륭한 사람을 보았습니다. 여자에게 태어난 사람 중에 제 스승 세례자 요한보다 더 큰 인물은 없었습니다. 진심을 다해 스승에게 답변한 예수 예수는 스승을 극찬했고, 동시에 스승의 질문에 충실히 답변했다. 예수는 자신이 실천한 행동을 사실 그대로 정직하게 증언했고, 스승의 제자들이 듣고 본 그대로 스승님께 알려드리라고 요청했다. 스승의 제자들도 예수에 대한 소문을 모르지 않았다. 어떤 식으로든 답변을 교묘하게 피하는 수법을 예수는 쓰지 않았다. 질문은 게릴라처럼 하고, 답변은 도둑처럼 하는 비열한 짓을 예수는 하지 않았다. 질문하는 사람의 태도와 방식이 무례하거나 부족해도, 질문하는 사람이 알고픈 내용을 예수는 책임있게 답변했다. 예수는 스승에게 배웠고 스승을 이미 넘어섰지만, 스승에 대한 존중과 감사의 마음을 언제나 간직하였다. 스승도 제자의 놀라운 성장에 기쁘고 행복했을 것이다. 예수는 스승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군중에게 공개적으로 설명했다. 제 스승 세례자 요한이 나타나서 드시지도 않고 마시지도 않으니까 저 사람은 미쳤다 하더니, 내가 와서 먹기도 하고 마시기도 하니까 저 사람은 즐겨 먹고 마시며 세리와 죄인하고만 어울리는구나 하고 사람들은 말합니다. (마태 11,18-19). 세례자 요한은 하느님 나라를 장례식 분위기로 표현했고, 예수는 하느님 나라를 결혼식 분위기로 표현했다. 똑같은 내용을 다른 방식으로 표현할 수 있다. 말로 먹고사는 정치 종교 언론이 말을 무기 삼아서야 베르골리요 추기경이 아르헨티나 부에노스 아이레스의 교구장이었던 시절, 아우구스티노 수도회 총장 프레보스트 신부는 아르헨티나를 세 번 방문하여 베르골리요를 만났다. 그때 어떤 주제에 대해 베르골리요와 프레보스트는 의견을 달리 했다. 베르골리요가 프란치스코 교황으로 선출된 후, 프레보스트는 교황이 자신을 주교로 임명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2014년 8월 한국을 방문했던 프란치스코 교황. 연합뉴스 자료사진 그런데, 다른 의견을 말할 권리를 존중하고 높게 평가한 프란치스코 교황은 프레보스트를 페루에서도 가장 가난한 지역인 북부 안데스 산맥 지역의 주교로 임명하여, 가톨릭교회의 중요한 인물로 호되게 키우기 시작했다. 프레보스트가 다른 의견을 말할 권리를 당당하게 행사하지 않았더라면, 프란치스코 교황이 사람을 알아볼 줄 모르는 사람이었다면, 프레보스트가 레오 14세 교황으로 성장할 수 있었을까. 전쟁에서는 상대편을 무기로 해치지만, 정치와 종교와 언론에서는 같은 편까지도 말로 해치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 안타깝고 슬프다. 무엇보다도 먼저, 질문을 무례하게 하지 말고, 답변을 충실히 정직하게 하자. 정치인, 종교인, 언론인은 거짓말을 하지 말고, 선의에서 아름답게 묻고, 정직하고 진실하게 사실대로 답변하라. 유명한 분들이 먼저 모범을 보여라.김근수 갈릴래아편지 mainzdom@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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