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시장 뒤흔들며 달려오는 AI 버블 ‘회색 코뿔소’ [뉴스] 바야흐로 인공지능(AI)의 시대다. 아침에 눈을 떠서 밤에 잠들 때까지 AI가 세상을 어떻게 바꾸고 있는지에 대한 소식이 쏟아진다. 주식시장은 매일 최고가를 경신하는 AI 대장주들로 가득 차 있으며, 금융시장은 기술 혁신이 가져올 장밋빛 미래에 취해 있다. 그러나 역사적으로 금융시장이 ‘이번에는 다르다’며 환호할 때가 언제나 가장 위험한 순간이었다.
많은 이들이 놀라운 속도로 발전하는 인공지능 기술을 보며, 세상이 완전히 달라질텐데 무엇이 문제냐?”고 반문할 수 있다. 그러나 역사의 경고는 명확하다. 19세기 영국과 미국의 철도 혁명, 20세기 초 자동차와 전기, 라디오의 눈부신 기술 발전, 그리고 2000년대 초 인터넷 혁명에 이르기까지 세상을 바꾼 대혁신은 예외없이 금융시장의 투기적 거품과 참담한 경제 위기로 이어졌다. 거품이 붕괴할 때마다 평범한 서민의 삶은 무너졌고 청년들은 얼어붙은 현실에서 사회생활을 시작해야 했다.
1980년대 일본 경제는 ‘세계 1위’라는 자부심 속에 최고의 기술과 효율성을 자랑했으나, 지나친 환상이 만든 거품이 꺼지면서 ‘잃어버린 30년’이라는 장기 침체에 빠졌다. 그 결과 일본의 많은 청년들은 삶의 희망을 잃고 피폐해진 삶을 보내고 있다. OECD 가입으로 선진국의 문턱에 섰다는 환상에 취해 있다가 국가부도 위기를 맞았던 1997년 한국의 외환위기 역시 잊지 말아야 할 교훈이다.
반도체 주도 주식시장 초대형 태풍은 아직 오지 않았다
금융시장은 흔히 기술 혁신의 성과에 기대어 치솟는 주가를 정당화한다. 그러나 짚어야 할 본질은 기술의 유용성 여부가 아니다. 기술이 시장의 과도한 기대를 실질적인 수익성 으로 전환하는 속도보다, 금융시장에 쌓여가는 구조적인 위험의 깊이 가 훨씬 더 빠르고 깊다는 점이 핵심이다. 새로운 기술이 가져올 미래는 미지의 영역이기에 불확실성이 크며, 거품은 그 불확실성을 먹고 자라는 환상이 만들어낸 필연적 결과일 뿐이다.
최근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의 심장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주가가 단기간에 고점 대비 40% 이상 폭락한 이후 급등락을 반복하는 모습은 결코 개별 기업의 악재 때문만이 아니다. 새 세상이 열렸으니 두려워 말고 매수하라”며 목표 주가를 높여 잡던 시장의 전문가들과 투자은행(IB)들의 분석이 얼마나 허약한 기대 위에 세워져 있었는지를 여실히 증명한다.
19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에 코스피, 코스닥이 표시돼 있다. 2026.8.19. 연합뉴스
독자적인 분석 없이 장밋빛 전망만 믿고 빚을 내어 시장에 뛰어들었던 개인 투자자와 청년층은 이미 막대한 손실을 보았다. 하지만 더 큰 문제는 이번 충격이 다가올 초대형 태풍에 비하면 ‘미풍’에 불과할 수 있다는 점이다. 우리 경제를 뿌리째 뒤흔들 거대한 시스템 리스크가 파괴력을 높이며 구체적인 형태로 다가오고 있기 때문이다.
AI 버블이 초래할 10대 시스템 리스크 분석
외환위기 이후 국제 금융시장의 위험을 감시하라고 설립한 국제금융센터(KCIF)가 마침내 AI 투자 버블 우려 를 지정학적 위험이나 엔 캐리 트레이드 청산 우려보다 훨씬 파괴력이 큰 글로벌 금융시장의 핵심 위험 요인으로 꼽기 시작했다. 필자가 작년부터 경고해 온 바에 비추어 볼 때 다소 늦었지만 공식 기구의 경고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반면 한국은행과 금융위원회는 여전히 뚜렷한 경고를 내놓지 않고 있다.
AI 버블이 품고 있는 10대 시스템 리스크의 실체를 4대 영역으로 나누어 정리한다. 이 10대 리스크를 주목하고 있으면 AI 버블의 진행 정도를 알 수 있다.
카테고리 ① 승자독식(Winner-Takes-All) 경쟁이 낳은 시장의 왜곡
리스크 1: 수익 없는 과잉 투자와 ‘전원 지불 경매’의 늪
현재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이 AI 분야에 매년 쏟아붓는 자금은 무려 1조 달러(약 1400조 원)에 육박한다. 대한민국 한 해 국가 예산의 두 배가 넘는 천문학적 규모다. 뚜렷한 매출이나 현금 흐름이 확실하지 않은 상황에서도 무리한 투자를 멈추지 못하는 근본 원인은 AI 산업의 철저한 승자독식 구조에 있다. 1등이 시장 전체를 독차지하고 나머지는 소멸하는 구조 탓에 모든 참여자가 생존을 위해 극단적인 투자를 지속하고 있다.
이는 경제학의 전원 지불 경매(All-Pay Auction) 이론으로 설명된다. 참여자 모두가 입찰금을 내야 하지만 상품은 오직 낙찰자 한 명만 가져가는 게임이다. 손님을 끌기 위해 옆 호텔보다 더 크고 화려하게 짓지 않으면 손익분기점조차 맞추지 못하기 때문에 무한 증축 경쟁을 벌이는 라스베이거스 패러독스 가 글로벌 데이터센터 건설 경쟁에서 고스란히 재현되고 있다. 결국 승자를 제외한 대다수 기업의 천문학적 인프라 투자는 회수 불가능한 매몰비용으로 남아 시장의 연쇄 부도를 초래하게 된다.
19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2026 AI 서밋 서울 & 엑스포에서 방문객들이 AI 체험을 하고 있다. 2026.8.19. 연합뉴스
리스크 2: 주주 가치를 파괴하는 광적인 인재 쟁탈전
물적 인프라뿐만 아니라 최고급 프론티어 AI 연구 인력을 확보하기 위한 쟁탈전 역시 통제 불능 수준에 다다랐다. 극소수 핵심 연구자를 영입하기 위해 1인당 수천억 원에 달하는 연봉과 주식 보상을 쏟아붓고 있다. 일정 기간 근무해야 주식을 주는 기본 조건(vesting cliff)마저 무너졌고, 인재 유출을 막기 위해 무조건적인 주식 남발이 이어지고 있다. 주요 AI 기업의 주식 보상 비용이 연간 매출을 웃돌 정도로 회사 수익 대부분이 인건비로 소진되면서, 기존 주주들의 지분 가치는 심각하게 희석되고 정작 자본을 댄 주주들의 이익은 사라지는 구조적 모순이 발생하고 있다.
리스크 3: 출혈적인 가격 인하와 ‘속 빈 강정’ 비즈니스
이용자를 자사 플랫폼에 묶어두는 자물쇠 효과(Lock-in) 를 선점하기 위해 빅테크들은 AI 서비스 이용 가격(토큰당 비용)을 파괴적인 수준으로 낮추고 있다. 막대한 전력망 확보 비용과 최첨단 반도체 구매 비용은 눈덩이처럼 불어나는데, 정작 서비스 판매 단가는 급락하는 기형적 구조다.
이는 닷컴 버블 당시 이용자 수만 늘리면 수익성은 나중에 해결된다 며 무료 서비스를 남발하고 마케팅비 출혈 경쟁을 벌이던 모습과 판박이다. 중국발 초저가 모델 공급으로 단가 하락 압력은 더욱 거세졌으며, 기업들은 서비스를 팔수록 적자가 누적되는 속 빈 강정 상태로 몰려 손익분기점 달성 시기는 점점 뒤로 밀려나고 있다.
카테고리 ② 교묘한 금융공학이 만든 부채의 미로와 투명성 결여
리스크 4: 위험한 상호출자와 순환거래
투자 규모가 회사 내부 유보금으로 감당할 수 없을 만큼 커지자, 빅테크들은 재무 건전성 악화를 감추기 위해 과거 위기 때마다 등장했던 우회 회계 기법을 총동원하고 있다. 겉보기에는 재무제표가 건전하고 현금이 넘치는 것처럼 보이지만 장부 밑바닥에는 보이지 않는 부채의 거미줄이 얽혀 있다.
대표적인 것이 순환거래(Round Tripping) 다. 거대 빅테크가 신생 AI 스타트업에 투자금을 대주면, 스타트업은 그 돈으로 다시 해당 빅테크의 클라우드 인프라를 이용하거나 칩을 대거 구매한다. 실질적인 외부 수요 없이 내부에서 돈을 돌려 양사 장부상의 매출과 자산을 인위적으로 부풀리는 행위다. 이는 2000년대 초 미국 통신 장비업체들이 구매자에게 돈을 빌려주고 자기 장비를 사게 했던 부실 거래(벤더 파이낸싱)나, 1997년 외환위기 직전 국내 재벌들이 상호출자로 빚을 가리다 동반 붕괴했던 구조와 본질이 같다.
리스크 5: 특수목적회사(SPV)를 통한 장부 외 부채 은닉
빅테크 기업들은 데이터센터 건설과 칩 구매에 들어가는 거액의 빚을 본사 장부에서 숨기기 위해 장부 밖(Off-Balance Sheet)에 특수목적회사(SPV)를 세우는 우회로를 택하고 있다. 거액의 차입금과 설비 부채는 이 특수법인 장부에 묶어두고, 본사 장부에는 매달 지불하는 단순 임차료(리스료)만 가볍게 처리하는 방식이다.
그러나 본사는 이 특수법인이 부도날 경우 남은 자산 가치를 보장해 주는 지급보증(잔존가치 보증) 을 제공한다. 이는 과거 한국 대기업들이 남발했던 계열사 빚보증과 다를 바 없다. 위기가 닥쳐 사업성이 흔들리는 순간 장부 밖 채무가 부메랑이 되어 돌아와 본사 금융망까지 연쇄 마비시키는 뇌관이 될 수 있으며, 이는 미국 최대 분식회계 스캔들이었던 엔론 사태 의 작동 방식과 같다.
리스크 6: 비공개 AI 거인들의 불투명한 블랙박스 재무제표
현재 기술 경쟁을 이끄는 오픈AI(OpenAI), 앤트로픽(Anthropic) 같은 핵심 공룡 기업들은 상장 기준이나 공시 의무를 따르지 않는 비상장사 들이다. 이들의 실제 적자 규모, 부채 상태, 인재 유치를 위해 약속한 주식 발행량 등은 철저히 베일에 싸여 있다.
잰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왼쪽)와 샘 올트먼 오픈AI 최고경영자가 24일(현지시간) 미국 샌프란시스코 더 미드웨이에서 이재명 대통령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샌프란시스코 AI 서밋’에서 대화하고 있다. 2026.7.25. [샌프란시스코=연합뉴스]
자본시장에서 가장 치명적인 위험은 정보의 불투명성이다. 상장 대기업들은 이 비상장사들과의 거래를 통해 매출을 부풀리고 있지만, 정작 그 기반이 되는 비상장사들의 실질 재무는 검증할 길이 없다. 감춰진 비공개 기업발 부실이 일시에 임계점을 넘는 순간 전체 AI 금융 사슬에 치명적인 신뢰 붕괴를 몰고 올 수 있다.
카테고리 ③ 실물 경제에 미치는 거시경제적 충격파
리스크 7: 노동 대체가 유발할 극단적 양극화와 ‘소비 절벽’
과잉 투자의 부작용은 금융 영역에만 머물지 않고 실물 경제 전반을 뒤흔든다. 기업들이 AI를 도입하는 궁극적 지향점은 인간 노동력의 대체와 자동화다. 기업들은 비용 절감을 위해 감원을 단행하고 업무를 AI로 전환하지만, 이는 경제학적으로 심각한 자기모순을 부른다.
일자리를 잃고 소득이 무너진 대다수 서민과 노동자들의 구매력이 상실된다면, AI가 쏟아내는 수많은 고도화된 제품과 서비스는 과연 누가 소비할 것인가? 이는 1930년대 대공황 당시 공장 자동화로 공급은 넘쳐났으나 대중의 소득 붕괴로 소비처를 찾지 못해 전체 시스템이 마비되었던 수요 병목 현상 과 같다. 극소수 자본가만 부를 독점하고 노동시장 전반은 위축되는 K자형 양극화 는 자본주의 생태계의 근간인 수요 자체를 소멸시킨다.
리스크 8: 글로벌 유동성을 흡수하는 자금 블랙홀과 장기 금리 상승
AI 생태계를 유지하고 확장하는 데는 사상 유례없는 규모의 자금이 계속해서 투입되어야 한다. 이로 인해 AI 분야가 시장의 유동성을 빨아들이는 자금의 블랙홀 이 되고 있다. 중앙은행이 물가 상승 위험을 무릅쓰고 돈을 지속해서 찍어내지 않는 한, 한정된 자금 시장에서 AI가 높은 금리를 주고 자금을 독점해가면 시장 전반의 장기 금리는 오를 수밖에 없다.
고금리 기조의 장기화는 실물 경제 전반의 자금 조달 비용을 높여 여타 건전한 산업들의 숨통을 조이고 경기 침체를 심화시킨다. 이미 막대한 국가 채무를 안고 있는 주요 선진국들의 재정 파탄 위험도 극대화된다. 무엇보다도 높은 금리는 막대한 빚을 내어 불확실한 AI 투자를 벌이고 있는 빅테크 기업들의 파산 위험을 직접적으로 끌어올린다.
카테고리 ④ 금융 통제망 바깥의 위험 요소와 부실한 금융감독
리스크 9: 규제 사각지대에 구축된 사모 대출과 그림자 금융
가장 심각한 것은 시장의 안전판 역할을 해야 할 금융 당국의 감시망이 무력화되어 있다는 점이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GFC) 이후 전 세계 금융 당국은 CDS(Credit Default Swap, 신용부도스왑)와 CDO(Collateralized Debt Obligation, 부채담보부증권)등의 파생상품 거래로 인한 불투명성이 위기를 악화시켰다고 판단했다. 이후 각국 금융 당국은 대형 은행들에 엄격한 자기자본비율과 레버리지 규제를 적용해 방어벽을 세웠다.
그러나 현재 AI 생태계로 유입되는 천문학적인 차입금은 은행 규제를 피해 사모펀드(PEF), 헤지펀드, 비은행 사모 대출 등 이른바 그림자 금융(Shadow Banking) 을 통해 조달되고 있다. 비은행 사모 대출의 규모는 사상 최대 수준으로 불어났다. 규제 당국의 감시 카메라가 닿지 않는 사각지대에서 레버리지가 얽혀 있기 때문에 위험의 실체가 어디에 얼마나 숨겨져 있는지 파악하기 어렵다. 특히 국민연금을 비롯한 국내 대형 기관 투자자들의 자금 상당수가 수익률을 좇아 이 글로벌 그림자 금융망에 깊숙이 노출되어 있다는 점은 매우 우려스럽다.
리스크 10: AI 안보 패권 경쟁에 눈이 먼 금융 감독 당국
현재 AI 버블로 인한 시스템 리스크는 한국의 외환위기, 닷컴 버블, 엔론 사태, 2008년 금융위기의 위험 요소를 총망라한 수준이다. 경제 위기를 증폭시킬 다양한 요소가 사상 최대의 규모로 쌓여있다.
더욱 심각한 것은 미 연방준비제도(Fed)를 비롯한 각국 금융감독 당국이 이 위험을 알면서도 사실상 방치하고 있다는 점이다. 배경에는 AI 기술 패권 경쟁 이라는 국가 안보 논리가 숨어 있다. 1950년대 소련의 인공위성 발사로 촉발된 스푸트니크 모멘트 처럼, 미국은 AI 기술에서 중국에 뒤처지면 국가 안보 자체가 붕괴할 수 있다는 공포에 사로잡혀 있다. 빅테크의 회전거래나 부채 은닉을 규제하면 국가적 AI 경쟁력이 저하될 것을 우려해, 금융 안정이라는 본연의 임무 대신 패권 경쟁 논리를 앞세워 규제 사각지대를 묵인하고 있는 것이다.
AI 버블 붕괴 대비한 자금력과 체력 비축의 골든타임
거품은 늘 가장 위대하고 화려한 기술의 이름을 빌려 탄생한다. 그리고 거품이 한창 부풀어 오를 때에는 그 누구도 대세를 거스르며 경고의 찬물을 끼얹고 싶어 하지 않는다. 언론은 유토피아를 전파하고 금융기관은 상품을 팔기 위해 낙관론을 양산한다. 하지만 위기를 직시하고 대비하는 지혜야말로 국민 경제와 국민의 자산을 지켜내는 유일한 방패다. 위대한 혁신 앞에서도 인간의 탐욕은 매번 역사적 거품의 궤적을 밟아왔다는 냉엄한 진리를 잊지 말아야 한다.
배경훈 부총리 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이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2026 대한민국 AI혁신인재 커넥트’의 한 전시부스에서 설명을 듣고 있다. 2026.7.29. 연합뉴스
한국은 대외 의존도가 높은 소규모 개방경제로서 글로벌 금융 충격과 자본 시장 변동성에 매우 취약한 구조를 지니고 있다. 미국 실리콘밸리와 뉴욕 금융가에서 AI 버블이 터지며 그림자 금융발 신용 경색이 촉발된다면, 그 쓰나미는 수출에 의존하는 한국 실물 경제와 국내 금융시장을 여과 없이 덮칠 것이다.
한국은행과 금융위원회가 적극적인 선제 방어막을 구축한다면 우리는 글로벌 금융 쓰나미 속에서도 가장 안전하게 살아남을 수 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한국 금융시장이 상대적으로 견고하게 버텨낼 수 있었던 비결은 부동산 시장 과열을 막기 위해 가동했던 주택담보대출(LTV·DTI) 규제 등 강력한 선제적 금융 안전장치 덕분이었다.
위기는 미리 준비한 자들에게 언제나 상상을 초월하는 기회로 다가왔다. 글로벌 거품이 붕괴하여 우수한 기술 기업과 자산이 시장에 쏟아져 나올 때 이를 선점할 수 있는 자금력과 체력을 비축해야 한다. 한국은행과 금융위원회, 대한민국 정부는 지체 없이 AI 버블 대비 공동 태스크포스를 구성하라. 시장의 파수꾼으로서 눈을 뜨고, 지금 달려오는 코뿔소의 뿔을 마주 보며 방패를 정비해야 할 골든타임이 얼마 남지 않았다.
AI 버블 대비 비상 TF 구성은 한은과 금융위의 역사적 책무
1997년 외환위기 직전에도 경고 신호는 충분했으나, 우리 경제의 기초체력(펀더멘털)은 튼튼하다”며 안일하게 대처했던 정부의 방심이 결국 서민과 청년들의 삶을 무너뜨렸던 뼈아픈 역사가 있다. 경제적 재앙은 언제나 당국의 대비 소홀이 부른 인재(人災)다.
이에 거시경제와 금융 안전망의 핵심 파수꾼인 한국은행과 금융위원회를 비롯해 기획재정부, 금융감독원이 결합한 AI 버블 대비 범정부 공동 태스크포스(TF) 구성을 엄중히 촉구한다. 이 TF는 다음 3대 핵심 실행 과제를 추진해야 한다.
1. 해외 대체투자 전수조사 및 한국형 스트레스 테스트 실시:
국내 연기금, 국책은행, 시중은행, 증권사 및 보험사 등이 글로벌 사모펀드(PEF) 등을 통해 투자한 해외 AI 인프라 및 스타트업 관련 자산의 규모와 레버리지 상태를 전수조사해야 한다. 글로벌 AI 자산 가치가 급락하는 최악의 시나리오를 가정한 스트레스 테스트를 통해 국내 금융망의 감내 능력을 실증적으로 검증해야 한다.
2. 그림자 금융 공시 의무 강화 및 선제적 외환 방어선 구축:
제도권 밖에서 거래되는 해외 구조화 파생상품과 사모 대출 자산의 공시 기준을 강화하여 장부 밖 부실이 국내 금융사로 전이되는 통로를 차단해야 한다. 또한 버블 붕괴 시 외국인 자본 유출과 원화 가치 급락에 대비해 통화 스와프를 보강하고 외환보유액의 가용성을 상시 점검해야 한다.
서울 중국 미래에셋센터원빌딩에서 ‘삼성전자·SK하이닉스 단일종목 레버리지·인버스’ETF 상장 간담회가 열리고 있다. 2026.5.26. 연합뉴스
3. 서민·청년층 고레버리지 투자 리스크 관리 및 안전망 구축:
AI 기술주 고위험 레버리지 상품에 대한 과도한 빚투를 제어할 투자자 보호 규제를 재정비하고 대출 규제(DSR)를 철저히 적용해야 한다. 거품 붕괴가 개인 파산과 가계부채 동반 폭발로 이어지지 않도록 선제적 채무 조정 및 신용 회복 지원 패키지를 선제적으로 마련해야 한다.
금리 발작을 보고도 행동하지 않으면 직무유기가 된다
홍종학 전 국회의원, 중소벤처부 장관
우리는 보이지 않는 거대한 위기가 돌진해 오고 있음을 알고 있다. 최근의 금리 발작으로 인한 금융시장 충격은 10대 시스템 리스크가 결코 비현실적인 위기 타령이 아님을 입증하고 있다. 경제학에서는 이를 회색 코뿔소(Gray Rhino) 라 부른다. 돌발 위기인 블랙 스완 과 달리, 멀리서 흙먼지를 일으키며 다가오는 것이 뻔히 보이지만 낙관론과 이해관계에 가려 대처를 미루다 파국을 맞는 위험을 뜻한다. 지금 우리를 향해 달려오는 AI 버블이라는 회색 코뿔소의 발소리가 금융시장 바닥을 뒤흔들고 있다. 한국 경제가 하루 속히 깨어나기를 바란다.홍종학 경제스케치북 haasimi@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