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준금리 인상 멈춘 한국은행…긴축 속도 조절 [뉴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22일 시장 예상대로 기준금리를 연 3.00%로 동결했다. 한은 금통위는 만장일치로 기준금리 동결을 결정하며 앞서 2회 연속 기준금리를 인상한 효과를 지켜볼 예정이다. 한은이 기준금리 동결을 결정한데에는 취약차주에 대한 정책적 고려도 꽤 컸던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한은이 11월에는 기준금리를 다시 인상할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물가와 집값 상승세가 매우 위협적이기 때문이다.
예상대로 기준금리 동결을 결정한 한국은행
한은의 이번 동결 결정은 높은 성장세와 물가 상방 압력에 긴축 기조를 유지하되 지난 7·8월 금리 연속 인상의 효과를 점검하며 한 차례 속도를 조절한 모양새다.
앞서 금통위는 2024년 10월과 11월, 작년 2월과 5월 네 차례 금리를 인하한 뒤 올해 5월까지 8연속 동결을 이어왔다.
이후 반도체 수출 호조에 따른 경기 반등과 중동 전쟁 여파로 인한 인플레이션을 고려해 7월 3년 6개월 만에 금리 인상을 재개했다.
8월에도 한 번 더 금리를 올리며 긴축의 고삐를 당겼다.
신현송 한은 총재는 8월 인상 당시 ‘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 막는다’는 속담을 인용하며 선제 대응 당위성을 강조했다.
금통위가 긴축 기조를 유지하는 것은 물가, 성장, 집값 등 핵심 변수가 모두 금리 인상을 지지하고 있어서다.
한미 기준금리 추이, 자료 : 한국은행, 미국연방준비제도(Fed)
물가는 여전히 높은 오름세를 나타낸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올해 4월 2.6%, 5월 3.1%, 6월 3.2%로 점차 높아졌다가 7월 2.8%, 8월 3.1%, 9월 2.9%로 들쑥날쑥했다.
국제 유가가 고공행진하고 있어 10월에도 3% 안팎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신 총재는 물가상승률이 목표 수준(2.0%)으로 수렴한다는 확신이 들 때까지 대응하겠다는 방침을 거듭 천명해왔다.
소비자물가추이, 자료 : 국가데이터처
성장 눈높이도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작년 4분기 -0.1%에서 올해 1분기 1.8%로 급반등했고, 2분기에도 0.6%로 예상을 뛰어넘었다.
올해 1∼8월 누적 경상수지는 2천792억달러 흑자로, 작년 같은 기간의 4배를 웃돌았다.
한은은 지난 8월 경제전망에서 올해 연간 성장률 전망치를 2.6%에서 3.3%로 대폭 높이면서 낙관 시나리오 하에서 최고 3.6% 이상을 제시했다.
반도체 수출 확장세가 이어지는 점을 반영해 11월 경제전망 때 전망치를 상향 조정할 가능성이 거론된다.
주요 기관별 한국 경제성장률 전망, 자료 : 연합뉴스
주택시장과 가계대출 상황도 통화정책의 주요 고려 사항 중 하나로 꼽힌다.
정부의 잇따른 부동산 대책에도 최근 서울 외곽과 경기 남부 등 수도권에서는 중저가 주택을 중심으로 높은 가격 상승세가 지속되고 있다.
주요 시중은행 가계대출은 지난달 모처럼 감소세를 보였지만, 이달 들어 다시 증가 전환했다. 증시 변동성 확대 속 신용대출 증가세도 눈에 띈다.
이밖에 주요국 기준금리 인상 흐름도 변수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는 지난달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인하 압박에도 기준금리를 연 3.75∼4.00%로 전격 인상했다.
오는 27∼28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는 동결 가능성이 큰 것으로 예상되지만, 연내 추가 인상 불씨는 살아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환율이 가파르게 하락한 점은 당장의 금리 인상 필요성을 완화하는 요인이다.
원/달러 환율은 전날 수출업체 달러 매도 등에 장중 1,322.8원까지 하락했다. 장중 저가 기준으로 2024년 10월 2일(1,317.1원) 이후 가장 낮았다.
신 총재는 한미 기준금리 격차가 축소되면 원화 기초가치 회복에 보탬이 된다는 입장을 보여왔다.
월평균 달러.엔 환율 추이, 자료 :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 연합인포맥스
취약차주들의 금리 부담 증가를 근심하는 금통위
아울러 금통위는 금리 인상에 따른 취약 차주 부담 가중도 상당히 의식하는 분위기다.
한은은 지난달 금융안정 상황을 발표하면서 금리가 0.25%p 오를 경우 가계는 3조 3000억원, 기업은 3조 6000억원 정도 이자 부담이 늘어난다고 언급했다.
이어 신 총재는 지난 12일 국회 국정감사에서 취약 차주가 저희 통화정책으로 고통을 느낄 것”이라며 정부 역할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황건일 금통위원은 앞서 8월 회의 당시 금리 동결 소수의견을 내면서 양극화 심화 양상과 취약 부문에 관한 고려가 필요하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신현송 한국은행 총재가 22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2026.10.22, 연합뉴스
한은, 11월에는 기준금리 인상을 재개할 가능성이 높아
이제 시장의 관심은 한은이 11월에 기준금리를 다시 인상할지 여부에 쏠리고 있다.
당장 물가 상승률이 여전히 한은의 목표치인 2%를 훨씬 웃돌고 당분간 높은 수준을 이어갈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시장에서는 한은이 연내 기준금리 인상을 재개할 것이라고 전망한다.
반도체 중심의 성장세에 힘입어 경제성장률이 대폭 상향 조정된 점이 조만간 기준금리 인상에 힘을 싣는 요인이다. 높은 성장세는 소득 여건 개선으로 이어져 수요 측 물가 압력으로 작용한다.
이형일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16일(현지시간) 태국 방콕에서 열린 기자단 간담회에서 올해 성장률이 3.4∼3.6%까지 가능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다.
지난 7월 정부 전망치가 3.0%였는데, 불과 3개월 만에 성장률 전망이 최소 0.4%p 상향된 것이다.
국제통화기금(IMF)도 한국의 올해 실질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을 7월 2.6%에서 이달 3.3%로 0.7%p 올려 잡았다.
이달 1∼20일 수출액(통관 기준 잠정치)은 616억달러로, 작년 같은 기간보다 105.4% 증가했다.
신현송 한국은행 총재가 22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회의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2026.10.22 [사진공동취재단]
집값 잡는데는 금리만한 묘방이 없어
한은은 집값과 가계부채도 주시하고 있다.
최근 강남 3구(서초·강남·송파구)의 아파트값은 10주 연속 하락했으나 서울 전체로는 아파트값이 88주 연속 상승세를 기록하는 등 집값이 쉽사리 안정을 찾지 못하는 모양새다.
다만 금리 인상에 따라 취약 차주 이자 부담이 커지는 것은 금리 결정 과정에 고려해야 할 요소다.
한은은 지난달 발표한 금융안정상황 보고서에서 상환능력이 떨어지는 취약부문에는 대출금리 상승의 부정적 영향이 상대적으로 빠르고 크게 나타날 수 있다”며 취약부문의 연체 증가가 신용도 하락과 차환조건 악화로 인한 추가 연체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나타날 가능성을 유의해야 한다”고 밝혔다.
취약차주들의 이자 부담이 증가하는 것에 대한 한은의 염려는 일리 있지만, 그건 정부당국이 정책적인 수단으로 대응해야 할이지, 그것 때문에 기준금리 인상을 주저해선 곤란하다.
지금 우리나라 경제와 가계를 짓누르는 가장 위협적인 요인 두 개는 물가와 집값이다. 그리고 이 둘을 진정시킬 수 있는 전가의 보도로는 금리 인상만한 것이 없다. 신현송 한은은 좌고우면하지 말고 11월에는 기준금리를 인상해 물가와 집값에 준엄한 신호를 보내야 한다. 자칫 실기해 가래로도 막지 못할 상황이 전개될지도 모른다.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63빌딩 전망대에서 바라본 시내 곳곳에 자리 잡은 아파트 전경. 연합뉴스 자료사진
이태경 편집위원, 토지+자유연구소 부소장 red1968@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