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테크와 AI, 민주공화정이 직면한 새 지배 권력 [뉴스] 모든 인간은 자유롭게 살기를 바랍니다. 누구에게도 지배받지 않기를 바랍니다. 그것은 인류가 가장 오래 품어온 꿈이었습니다. 자신의 삶을 스스로 결정하고, 능력을 마음껏 펼치며 살아가기를 원합니다. 서로를 존중하며 공동체 안에서 평화롭게 공존하기를 바랍니다. 그러나 인류의 역사는 늘 그 반대였습니다. 사회가 형성된 이후 권력은 언제나 소수에게 집중되었습니다. 지배자는 더 많은 권력과 부를 차지했고, 피지배자는 자유를 잃고 희생을 감내해야 했습니다. 시대가 바뀔 때마다 권력의 모습은 달라졌지만, 지배는 좀처럼 사라지지 않았습니다.
인간은 왜 자유를 꿈꾸었을까요. 왜 누구에게도 지배받지 않는 세상을 꿈꾸었을까요. 그 질문은 인류 정치사의 시작이었습니다. 사람들은 왕과 귀족의 지배가 끝나면 더 자유로운 세상이 올 것이라 기대했습니다. 국민이 권력의 주인이 되면 더 이상 누구도 시민 위에 군림하지 못할 것이라 믿었습니다.
그러나 역사는 또 다른 지배자를 만들어냈습니다. 왕관은 사라졌습니다. 그러나 권력은 사라지지 않았습니다. 권력은 자본과 결합했고, 자본은 다시 권력이 되었습니다. 민주주의는 권력의 주인을 시민으로 바꾸었지만, 권력은 언제든 특정 개인과 집단의 손에 집중될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공화주의는 민주주의의 필연적인 동반자가 되었습니다. 권력의 주인을 시민으로 바꾸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았습니다. 권력이 누구의 손에 있든 사유화되지 않도록 공적인 통제와 견제 아래 두어야 했습니다. 민주주의와 공화주의가 결합한 민주공화주의는 이러한 역사적 성찰 위에서 현대 헌정질서의 원리로 자리 잡았습니다. 그러나 오늘 우리는 또 한 번 새로운 전환점 앞에 서 있습니다. 이제 지배자가 누구인지조차 분명하지 않습니다.
플랫폼과 데이터는 디지털 시대의 핵심 자원이 되었다. 이용자가 많아질수록 데이터가 축적되고, 데이터는 더욱 정교한 알고리즘과 인공지능을 만들어낸다. 오늘날 플랫폼은 단순한 기업을 넘어 사회 전체의 정보와 여론 형성에 영향을 미치는 새로운 권력으로 성장하고 있다.
국경을 넘어선 금융자본은 거대 플랫폼 기업과 결합했고, 플랫폼은 알고리즘과 데이터를 통해 우리의 소비와 선택을 넘어 인식과 여론에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인공지능은 산업을 넘어 교육과 행정, 전쟁의 양상까지 바꾸고 있습니다. 국제적으로 연결된 극우세력은 빅테크와 결합하여 허위정보와 혐오를 확산시키며 민주주의의 기반인 공론장을 흔들고 있습니다. 국제질서 또한 거대한 전환기에 들어섰습니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80여 년 동안 유지되어 온 국제규범은 흔들리고, 미국 중심의 일극체제는 다극질서로 이동하고 있습니다. 국가와 시장, 플랫폼과 알고리즘, 금융자본과 군사산업은 서로 결합하며 이전과는 전혀 다른 권력구조를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오늘날 지배는 하나의 얼굴을 하고 있지 않습니다. 누가 진정한 지배자인지조차 쉽게 설명하기 어려운 시대입니다. 그렇다면 이러한 시대에도 우리는 여전히 지배받지 않을 권리를 말할 수 있을까요. 새로운 권력이 시민의 자유와 존엄 위에 군림하지 못하도록 막을 기준은 무엇이어야 할까요. 민주공화주의는 이 새로운 시대 앞에서 어떤 모습으로 다시 진화해야 할까요. 이번 글은 바로 이 질문에서 출발하고자 합니다.
민주공화주의의 세 번째 확장을 말하기 위해서는 먼저 오늘의 새로운 권력이 어떻게 탄생했는지를 살펴보아야 합니다. 신자유주의와 금융자본, 세계화와 제조업의 붕괴, 플랫폼과 빅테크의 성장, 그리고 인공지능과 군사산업의 결합은 서로 분리된 사건이 아니었습니다. 그것들은 지난 40여 년 동안 하나의 거대한 흐름 속에서 연결되었고, 결국 시민의 삶과 민주주의 자체를 압박하는 새로운 권력구조를 만들어냈습니다. 민주공화주의가 다시 진화해야 한다면, 그 출발점은 이 새로운 권력의 형성과정을 정확히 이해하는 데 있습니다. 새로운 지배가 어디에서 왔는지 보지 못하면, 우리는 그것을 견제할 새로운 민주공화주의의 원리도 찾을 수 없습니다.
■ 새로운 권력은 어떻게 탄생했는가
새로운 지배는 어느 날 갑자기 등장한 것이 아닙니다. 지난 40여 년 동안 세계경제를 뒤흔든 거대한 변화가 오늘날 우리가 마주한 새로운 권력을 만들어냈습니다. 그 출발은 1980년대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1970년대 두 차례의 석유파동과 극심한 스태그플레이션(stagflation)에 직면한 미국과 영국은 기존의 경제정책만으로는 위기를 극복하기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그들이 선택한 해법은 신자유주의(neoliberalism)였습니다. 시장의 자유를 확대하고 국가의 역할을 축소하는 이 정책은 곧 미국과 영국을 넘어 세계경제의 새로운 질서로 확산되기 시작했습니다.
이어 냉전이 종식되면서 세계는 하나의 시장으로 빠르게 통합되었습니다. 자본과 상품, 기술은 국경을 자유롭게 넘나들었고, 초국적 기업들은 세계를 하나의 생산기지이자 하나의 시장으로 바라보기 시작했습니다. 신자유주의는 자유와 공동번영을 약속했습니다. 그러나 세계시장이 확대될수록 그 성과는 모두에게 고르게 돌아가지 않았습니다. 세계경제가 만들어 낸 부는 초국적 금융자본과 거대 기업으로 빠르게 집중되기 시작했고, 미국은 제조업과 중산층을 동시에 잃어가기 시작했습니다. 기업들은 생산비 절감을 위해 제조시설을 해외로 이전했고, 금융시장은 실물경제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팽창했습니다. 세계화는 막대한 부를 창출했지만, 그 혜택은 사회 전체보다 소수의 초국적 자본에 더욱 집중되었습니다.
지난 40여 년간 신자유주의는 미국 경제를 떠받쳐 온 산업국가의 기본틀을 근본적으로 흔들어 놓았습니다. 제조업은 해외로 이전했고, 금융은 실물경제를 압도했습니다. 중산층은 붕괴하기 시작했고, 소득과 자산은 극소수에게 집중되었습니다. 산업도시들은 쇠퇴했고, 지역 간 격차와 사회적 양극화는 갈수록 심화되었습니다. 오늘날 미국이 직면한 경제적·사회적 위기와 정치적 분열 역시 이러한 구조적 변화의 연장선에서 이해할 필요가 있습니다.
무엇보다 심각했던 것은 공동체의 해체였습니다. 제조업은 단순한 산업이 아니라 지역사회를 지탱하는 기반이었습니다. 공장이 사라지자 안정적인 일자리가 줄어들었고, 중산층은 급격히 약화되었습니다. 지역경제는 활력을 잃었고, 공동체는 서서히 붕괴하기 시작했습니다. 이러한 경제적 상실감과 사회적 불안은 기존 정치와 제도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졌으며, 훗날 미국 정치의 극단적 양극화와 포퓰리즘이 성장하는 중요한 토양이 되었습니다.
2008년 세계금융위기(Global Financial Crisis)는 이러한 모순을 한꺼번에 드러낸 사건이었습니다. 규제 없는 금융시장과 시장만능주의는 세계경제를 심각한 위기로 몰아넣었고, 신자유주의는 더 이상 인류의 보편적 발전모델이라는 시대적 정당성을 유지하기 어려워졌습니다. 그러나 신자유주의는 막을 내렸지만, 권력은 사라지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권력은 또 다른 형태를 찾아 이동하기 시작했습니다. 금융자본은 가장 높은 수익을 찾아 새로운 시장으로 향했고, 그 무렵 인류는 인터넷과 디지털 혁명이라는 또 하나의 거대한 전환기를 맞이하고 있었습니다. 오늘날 우리가 마주하고 있는 새로운 권력은 바로 이 두 흐름, 즉 신자유주의가 남긴 금융자본의 집중과 디지털 기술혁명이 만나면서 비로소 탄생하게 되었습니다.
AI와 데이터, 금융과 플랫폼이 하나의 네트워크로 연결된 오늘날의 세계. 과거 권력이 국가와 영토를 중심으로 형성되었다면, 오늘날의 권력은 국경을 넘어 금융자본과 플랫폼, 인공지능이 결합한 새로운 형태로 재편되고 있다.
■ 금융자본은 어떻게 새로운 권력이 되었는가
그러나 신자유주의는 막을 내렸지만, 권력은 사라지지 않았습니다. 금융자본은 가장 높은 수익을 찾아 새로운 시장으로 이동하기 시작했습니다.
마침 20세기 후반부터 시작된 디지털 혁명은 시장에 또 하나의 새로운 권력을 잉태하고 있었습니다. 인터넷은 세계를 하나의 네트워크로 연결했고, 2000년대 들어 플랫폼(platform)을 기반으로 한 새로운 기업들이 등장하기 시작했습니다. 이어 2010년대를 거치며 스마트폰과 클라우드, 인공지능(AI)이 급속도로 발전하자 빅테크(Big Tech)는 세계경제의 새로운 중심으로 떠올랐습니다. 신자유주의가 만들어 놓은 세계시장 위로 금융자본이 이동했고, 금융자본은 빅테크의 폭발적인 성장을 이끌었습니다. 플랫폼은 세계를 연결했고, 데이터는 새로운 자원이 되었습니다. 알고리즘은 소비를 분석하는 도구를 넘어 시민의 정보와 여론, 정치적 의사 형성에까지 영향을 미치는 새로운 권력이 되었습니다.
20세기 민주주의가 오랫동안 고민해 온 권력은 국가권력이었습니다. 그러나 21세기에 들어 권력은 국경을 넘어 이동하기 시작했습니다. 이제 시민이 마주한 권력은 정부만이 아닙니다. 초국적 금융자본과 빅테크, 플랫폼과 인공지능은 국가의 통제를 넘어 시민의 삶과 민주주의 자체를 바꾸고 있습니다.
특히 플랫폼은 과거 산업기업과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성장했습니다. 산업사회의 기업들이 자동차와 철강, 반도체 같은 유형의 생산수단을 중심으로 경쟁했다면, 플랫폼은 사람과 사람을 연결하고 데이터를 축적하며 네트워크 자체를 독점하는 방식으로 성장했습니다. 이용자가 많아질수록 더 많은 데이터가 축적되었고, 축적된 데이터는 더욱 정교한 알고리즘을 만들어 냈습니다. 이러한 네트워크 효과는 승자가 시장 대부분을 차지하는 독점 구조를 빠르게 형성해 갔습니다.
더욱 중요한 것은 데이터의 성격이었습니다. 석유가 산업사회의 핵심 자원이었다면, 데이터는 디지털 시대의 핵심 자원이 되었습니다. 데이터는 소비를 예측하고 생산을 최적화할 뿐 아니라, 인간의 행동과 관심, 정치적 성향까지 분석할 수 있게 만들었습니다. 인공지능은 이러한 데이터를 학습하며 더욱 강력한 영향력을 갖게 되었고, 플랫폼은 시민이 무엇을 보고, 무엇을 소비하며, 무엇을 믿을 것인가에까지 영향을 미치는 사회의 핵심 기반시설로 발전하게 되었습니다.
권력의 작동 방식도 근본적으로 달라졌습니다. 과거 권력은 법률과 행정명령, 군대와 경찰처럼 눈에 보이는 형태로 행사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그러나 오늘날의 권력은 알고리즘의 추천과 검색 결과, 뉴스 배열과 광고 노출, 생성형 인공지능의 응답처럼 보이지 않는 방식으로 작동합니다. 시민은 스스로 선택한다고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플랫폼이 설계한 정보환경 속에서 판단하고 소비하며 정치적 의견까지 형성하게 됩니다.
이러한 권력은 특정 국가의 경계를 쉽게 넘어섭니다. 데이터는 국경을 넘고, 플랫폼은 수십억 명의 이용자를 연결합니다. 인공지능은 특정 국가의 정책만으로 통제하기 어려울 정도로 빠르게 발전하고 있습니다. 국가가 법률로 규율할 수 있는 영역과 플랫폼이 실제로 행사하는 영향력 사이의 간격은 갈수록 커지고 있습니다. 새로운 권력이 등장했다면 민주공화주의 역시 그 권력을 시민의 통제 아래 둘 새로운 원리와 새로운 제도를 찾아야 합니다. 바로 이 지점에서 우리는 민주공화주의가 왜 다시 한 번 스스로를 확장해야 하는가라는 질문과 마주하게 됩니다.
■ 국가와 플랫폼이 결합하는 시대
바로 이러한 시대적 변화 속에서 민주공화주의는 새로운 질문과 마주하게 되었습니다. 20세기 민주주의가 주로 국가권력을 어떻게 시민의 통제 아래 둘 것인가를 고민했다면, 오늘날 민주공화주의는 국가권력만이 아니라 초국적 금융자본과 플랫폼, 인공지능이 결합한 새로운 권력구조까지 함께 바라보아야 합니다. 더욱 주목해야 할 변화는 국가와 플랫폼의 관계입니다. 과거에는 국가와 기업이 비교적 분리된 권력으로 존재했습니다. 국가는 법과 제도를 만들고 기업은 시장에서 경쟁했습니다. 물론 서로 영향을 주고받기는 했지만, 권력의 중심은 대체로 구분되어 있었습니다.
그러나 오늘날에는 상황이 크게 달라졌습니다. 인공지능과 반도체, 데이터센터와 우주산업은 더 이상 개별 기업만의 사업이 아닙니다. 국가의 산업정책과 안보전략, 기술정책이 하나로 결합하면서 국가와 거대 플랫폼, 금융자본은 이전보다 훨씬 긴밀한 관계를 형성하고 있습니다. 산업정책과 안보정책, 데이터정책과 인공지능정책은 하나의 국가전략으로 통합되기 시작했습니다.
반도체와 인공지능은 국가 경쟁력의 핵심 전략산업으로 자리 잡고 있다. AI 시대에는 반도체와 데이터센터, 첨단 제조업과 국가 산업정책이 하나의 전략으로 결합하고 있다.
대한민국 역시 이러한 거대한 변화의 한가운데에 서 있습니다.
최근 정부는 반도체와 피지컬 AI, 인공지능 데이터센터를 중심으로 국가의 미래 경쟁력을 구축하기 위한 대규모 투자계획을 발표했습니다. 이는 대한민국이 AI 시대를 선도하기 위한 전략적 선택이며, 세계적인 기술경쟁 속에서 반드시 고민해야 할 국가적 과제이기도 합니다. 이러한 시대인식은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이 인터넷 시대의 강자는 플랫폼을 가진 기업이었다. AI 시대의 강자는 생산체계를 가진 국가가 될 가능성이 크다. , 국가는 생산플랫폼이다. 라고 밝힌 글(페이스북, 2026. 7. 5.)에서도 잘 드러납니다.
저 역시 이러한 문제의식에 공감합니다. AI 시대에는 반도체와 데이터, 전력과 첨단 제조업, 디지털 인프라를 유기적으로 결합하지 못하는 국가는 세계 경쟁에서 살아남기 어렵습니다. 국가는 더 이상 단순한 규제자가 아니라 국가의 생산체계와 기술혁신을 조직하는 전략적 플랫폼이 되어야 합니다. 대한민국이 이러한 시대적 흐름을 준비하는 것은 선택이 아니라 생존의 문제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민주공화주의는 여기에서 질문을 멈추지 않습니다. 국가가 생산플랫폼이 된다면, 그 플랫폼은 누구의 통제를 받아야 하는가. 국가가 막대한 재정을 운용하고, 기업이 천문학적인 투자를 집행하며, 인공지능과 데이터가 국가경쟁력의 핵심 자원이 되는 시대라면, 그 과정에서 형성되는 국가권력과 행정권력, 자본권력 역시 시민의 민주적 통제 아래 놓여야 합니다. 이 질문은 국가의 역할을 축소하자는 것이 아닙니다. 오히려 그 반대입니다. 인공지능과 첨단산업의 시대일수록 국가는 더 큰 역량을 갖추어야 합니다. 첨단기술 경쟁과 공급망 재편, 기후위기와 국가안보는 모두 강한 국가역량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민주공화주의는 강한 국가를 부정하는 사상이 아니라, 강한 국가일수록 더욱 강한 시민적 통제와 공적 책임을 요구하는 헌정원리입니다.
국가의 권한이 커질수록 시민의 감시도 함께 커져야 합니다. 기업의 영향력이 커질수록 공공성의 원칙도 더욱 강화되어야 합니다. 플랫폼이 사회의 핵심 기반시설이 될수록 그 운영 역시 시민의 민주적 통제를 벗어나서는 안 됩니다. 권력이 커질수록 시민의 통제 역시 함께 커져야 합니다. 바로 이것이 오늘날 민주공화주의가 새롭게 직면한 시대적 과제입니다. 새로운 권력을 시민의 통제 아래 두기 위해 민주공화주의는 어떤 새로운 원리와 제도를 마련해야 할까요. 이 질문에 대한 본격적인 논의는 다음 글에서 이어가고자 합니다.
■ 맺음말
이제 우리는 다시 서두에서 던졌던 질문으로 돌아오게 됩니다. 모든 인간은 자유롭게 살기를 바랍니다. 누구에게도 지배받지 않기를 바랍니다. 그러나 21세기에 인간의 자유와 존엄을 위협하는 존재는 더 이상 국가권력에만 머물지 않습니다. 민주적 통제를 받지 않는 플랫폼 기업과 데이터 기업, 인공지능 기업은 막대한 자본과 기술, 그리고 알고리즘을 통해 시민의 정보와 여론, 소비와 노동, 나아가 정치적 선택까지 좌우할 수 있는 새로운 권력으로 성장했습니다.
민주공화주의는 언제나 시대가 만들어낸 새로운 권력에 맞서 스스로를 진화시켜 왔습니다. 국민주권을 통해 왕권을 넘어섰고, 인간존엄을 통해 전체주의를 극복했습니다. 그리고 이제 인공지능과 빅테크의 시대를 맞아 다시 한 번 새로운 질문 앞에 서 있습니다. 이제 민주공화주의가 던져야 할 질문은 단순히 자유를 어떻게 확대할 것인가가 아닙니다. 인간은 어떻게 지배받지 않을 수 있는가. 이 질문에 답하는 일이야말로 오늘날 민주공화주의가 맞이한 가장 중요한 과제입니다.
다음 글에서는 민주공화주의의 세 번째 확장인 비지배(non-domination)의 민주공화정을 통해, 왜 인공지능과 빅테크의 시대에 민주공화주의가 다시 진화해야 하는지 살펴보고자 합니다.
이병권 인문연구가 lbkwon21@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