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바쁜 대통령 [뉴스] 만기친람은 권력의 힘을 보여주는 방식일 수 있다. 그러나 권력의 모든 것이 한 사람에게 모이면, 그 사람이 흔들릴 때 권력 전체가 흔들린다.
이재명 대통령의 국정 운영 방식 중 가장 큰 차별점은 직접 소통이었다. 어려운 문제도 쉽게 설명하고, 무엇을 하겠다는 것인지 분명하게 말했다.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설명하고 챙기는 모습은 취임 초 국정 추진력으로 긍정적으로 받아들여졌다. 실제로 지난 4월에는 국정 지지율이 67%까지 올라갔고, 가장 잘하는 부분으로는 경제·민생과 직무 능력, 유능함 등이 꼽혔다.
그러나 장점도 지나치면 약점이 된다.
경제도 대통령, 부동산도 대통령, 주식시장도 대통령, 검찰개혁도 대통령이다. 집권당의 갈등마저 대통령과의 관계와 연결된다. 너무 많은 일이 대통령의 이름으로 설명되기 시작한 것이다.
이것이 바로 만기친람 의 함정이다.
잘되면 대통령의 성과다. 하지만 정책이 흔들리면 대통령의 판단이 되고, 시장에서 문제가 생기면 대통령의 책임이 된다. 성과를 대통령에게 집중시킨 만큼 실패의 책임도 대통령에게 집중된다.
그 대표적인 사례가 부동산 정책이다. 강한 자신감을 내비치며 추진했던 정책을 결국 되돌리는 과정은 정책의 유연성으로 볼 수도 있다. 그러나 국민에게는 처음의 자신감과 나중의 결과 사이에 벌어진 간극이 더 크게 보일 수밖에 없다.
검찰개혁도 다르지 않다. 취임 초 명확했던 대통령의 화법에 해석이 필요한 표현이 늘어나면서, 대통령의 직접 소통은 더 이상 강점만으로 작용하지 않는다. 오히려 말 한마디가 새로운 논란의 출발점이 되기도 한다.
대통령의 말이 명확할 때는 국민이 이해하면 된다. 그러나 말이 모호해지는 순간 국민은 이해하기에 앞서 해석을 찾아보게 된다.
당내 분란도 마찬가지다. 지방선거를 거쳐 당대표 선거까지 치르는 동안 민주당 내부의 갈등이 커졌고, 그 과정에 대통령의 의지가 미친 영향도 결코 작지 않았다. 대통령이 당내 문제를 직접 해결해야 한다는 뜻은 아니다. 하지만 집권세력 전체의 혼선이 대통령의 책임과 결코 무관하다고 할 수 없다.
결국 여러 문제는 한 곳으로 모인다. 대통령은 모든 것을 직접 챙기는데, 왜 결과는 점점 나빠지는가.”
지금의 문제는 대통령이 일을 많이 하는 것이라기보다, 대통령이 없어도 돌아가는 정부를 만들지 못하고 있다는 데 있다.
장관이 정책을 설명하고 책임져야 한다. 참모가 대통령의 말을 전달하는 데 그치지 않고 판단하고 조정해야 한다. 여당 역시 대통령의 뒤에 서서 따라가기보다 자기 책임으로 국민을 설득해야 한다.
대통령이 모든 것을 직접 하는 정부는 강해 보인다. 하지만 대통령의 판단 하나에 국정 전체가 흔들린다면 그 정부는 오히려 취약하다.
18일 예정된 기자간담회에서도 지금까지의 국정 운영 방식에 대한 성찰과 역할 분담의 의지가 보이지 않는다면, 지지율 하락을 일시적으로 방어할 수는 있어도 근본적인 신뢰 회복으로 이어지기는 어려울 것이다.
만기친람은 권력의 힘을 보여주는 방식일 수 있다. 그러나 권력의 모든 것이 한 사람에게 모이면, 그 사람이 흔들릴 때 권력 전체가 흔들린다.
어쩌면 지금의 지지율 하락은 정책 하나의 실패가 아니라, 너무 많은 것을 대통령 한 사람에게 맡겨놓은 국정 운영 방식의 결과인지도 모른다.홍순구 시민기자 dranx@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