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에서 겨울로 건너가는 첫 알림, 첫서리 [사회혁신] 반갑습니다. 우리말의 결을 살려 마음을 보듬는 ‘토박이말 결지기’입니다.
어제는 서리가 내리는 늦가을을 가리키는 ‘서릿가을’을 알려드렸습니다. 서리 이야기가 나온 김에 오늘은 ‘첫서리’를 함께 살펴보려고 합니다.
[오늘의 토박이말] 첫서리
얼마 앞 서울에 첫서리가 내렸다는 기별을 들었습니다. 지난달 스무아흐렛날(10월 29일)이었다고 합니다. 서리가 내리는 날이라는 뜻을 담은 서릿날(상강)이 10월 23일이었으니, 그보다 엿새나 늦게 첫서리가 내린 셈입니다. 서릿날이 지났는데도 서리가 내리지 않았다는 소식은 날씨가 예전과 달라지고 있다는 생각도 들게 합니다.
가을에 처음 만나는 서리, ‘첫서리’
표준국어대사전은 ‘첫서리’를 ‘그해 가을에 처음으로 내리는 서리’라고 풀이합니다. 고려대한국어대사전에서도 ‘그해 가을에 처음으로 내린 서리’라고 설명합니다.
두 말집(사전)의 뜻은 거의 같습니다. 한 해의 가을이 시작된 뒤 처음으로 땅이나 풀잎, 나뭇가지에 내린 서리를 가리키는 말이지요.
서리는 공기 속에 있던 물기가 차가운 물체에 닿아 얼면서 생기는 작은 얼음 알갱이입니다. 밤사이 기온이 내려가면 풀잎이나 지붕, 자동차 위에 하얗게 내려앉기도 합니다. 아침 햇살을 받으면 금세 녹아 사라지기도 하지요.
그래서 첫서리는 그저 서리가 처음 내렸다는 사실을 넘어 철이 바뀌고 있음을 알려 주는 자연의 기별이기도 합니다. 들국화의 가지에 첫서리가 내리면 겨울이 가까워졌다는 것을 마음으로 느낄 수 있다는 문장도 있습니다. 고려대한국어대사전에는 아직 9월인데 벌써 첫서리가 내렸다”라는 보기월도 실려 있습니다. 첫서리가 내리는 때가 해마다 같지는 않다는 것을 보여 주는 문장입니다.
‘첫서리’와 짝을 이루는 ‘끝서리’
첫서리와 짝을 이루는 말로 ‘끝서리’가 있습니다. ‘첫’이 처음을 나타낸다면 ‘끝’은 마지막을 나타내지요. 끝서리는 그해 겨울에 마지막으로 내리는 서리를 가리킵니다.
처음 내리는 서리와 마지막으로 내리는 서리. 이렇게 ‘첫서리’와 ‘끝서리’를 나란히 놓고 보니 참 잘 어울리는 짝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서리가 내리기 시작하는 때부터 더는 서리를 보기 어려워지는 때까지, 두 말이 한 해의 추운 날들을 이어 주는 셈입니다.
첫서리가 내렸다고 해서 곧바로 겨울이 시작되는 것은 아닙니다. 또 끝서리가 내렸다고 해서 그날부터 추위가 완전히 사라지는 것도 아니지요. 날씨는 사는 곳과 높낮이에 따라 다르게 나타나고, 서리가 내리는 때도 해마다 달라집니다. 그러니 첫서리와 끝서리는 날짜를 정해 놓은 말이 아니라 자연에서 실제로 일어나는 일을 보고 붙인 이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첫서리가 알려 주는 철의 바뀜
어린이들과 함께 아침 산책을 나갔다가 풀잎에 하얗게 내려앉은 서리를 발견하면 올해 첫서리가 내렸구나” 하고 이야기해 보세요. 그저 춥다고 느끼는 것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자연이 철을 바꾸는 모습을 살펴볼 수 있습니다.
요즘처럼 날씨가 달라지는 때에는 첫서리가 내리는 날짜도 해마다 눈여겨볼 만합니다. 다만 한 지역에서 첫서리가 늦게 내렸다고 해서 우리나라 전체의 날씨가 모두 같다고 볼 수는 없습니다. 사는 곳과 지형에 따라 첫서리를 만나는 때가 다르기 때문입니다.
첫서리와 끝서리, 우리말로 기억하기
우리는 흔히 ‘첫눈’이라는 말을 씁니다. 한 해 겨울에 처음 내리는 눈을 첫눈이라고 하듯, 가을에 처음 내리는 서리는 첫서리라고 합니다. 처음과 마지막을 나타내는 ‘첫’과 ‘끝’을 붙이면 자연에서 일어나는 일을 알기 쉽게 나타낼 수 있습니다.
‘첫서리’와 ‘끝서리’는 특별히 어려운 말이 아닙니다. 하지만 알고 쓰지 않으면 그저 지나치기 쉬운 말이기도 합니다. 아침 풀잎에 하얀 서리가 내려앉은 날, 오늘이 올해 처음 만나는 서리인지 한번 살펴보면 어떨까요?
[마음 나누기]
여러분이 사는 곳에는 올해 첫서리가 언제 내렸나요? 첫서리가 내린 아침의 풍경이나 그때 느낀 계절의 변화를 떠올려 보신 적이 있나요?
[한 줄 생각]
첫서리는 가을이 남긴 마지막 인사이자 겨울이 건네는 첫 기별입니다.
[오늘의 토박이말]
▶ 첫서리
뜻: 그해 가을에 처음으로 내리는 서리.
맞서는 말: 끝서리 — 그해 겨울에 마지막으로 내리는 서리.
보기: 아침 들판에 첫서리가 내려 풀잎마다 하얗게 빛났다.”
오늘 한마디: 올해 첫서리가 내렸으니 이제 겨울 채비를 해야겠어요.”
[토박이말 길잡이] 결지기 이창수
이창수 시민기자 maljigi@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