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 인류 최악 잠재적 재앙은 핵전쟁과 AI 악용 [뉴스] 1969년 5월 18일, 달을 향해 비행하던 아폴로 10호 우주선이 3만 6000해리(약 6만 6672km) 떨어진 거리에서 촬영한 지구의 모습. NASA AP 연합뉴스
세계적 권위의 의학 학술지 랜싯(The Lancet)이 새로 구성한 ‘21세기 건강에 대한 글로벌 위협을 다루는 랜싯 위원회’의 전문가들은 핵전쟁과 인공지능(AI)의 악의적 사용을 인류를 금세기 말까지 멸종으로 몰고 갈 수 있는 최대 위협 요소로 꼽았다고 영국 일간지 가디언이 11일 보도했다.
17개 건강위협 요소, 2100년까지 인류 멸망할 수도
가디언에 따르면, 전문가들은 향후 75년간 인류의 건강을 위협할 새로운 글로벌 리스크 17개 주요 항목 중에서 이 두 가지 요소를 최상위 요소로 꼽았으며, 이 때문에 인류가 2100년까지 멸종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핵전쟁 햇빛 차단, AI 생물학무기 종말적 재앙”
이들은 아직 발생할 가능성은 낮지만 핵전쟁이 일어날 경우 대기 상층부에 다량의 입자를 뿜어 올려 햇빛을 차단함으로써 동식물의 정상적인 생육을 막아 굶주림을 야기할 수 있으며, AI가 생물학무기 제조에 활용될 경우 이 또한 인류를 종말에 이르게 할 잠재력이 있다고 지적했다. 보고서와 함께 나온 랜싯 사설은 이런 위협이 현실화할 경우 그 피해 규모는 인류에게 종말적 재앙(apocalypse on humanity)을 안겨 줄 것”이라고 경고했다.
위원회의 공동 의장이자 워싱턴대 보건계량평가연구소(IHME) 소장인 크리스토퍼 머레이 교수는 우리는 3년 전 분쟁과 기후변화, 팬데믹(감염병 확산의 최고등급 상태)이라는 세 가지 큰 위협이 존재한다고 보고 이 작업을 시작했다”고 말했다. 이는 당시까지만 해도 핵전쟁이나 AI 악용 가능성을 현실적인 위협으로 보지 않았음을 시사한다.
각 위협마다 실행 가능한 현실적 대응방안 존재
머레이 교수는 하지만 우리가 우려해야 할 위협은 훨씬 더 다양하다”며 각국 정부가 이러한 다각적인 위협을 예측하고 예방하며 대비하는 과제에 예산과 인력을 적극적으로 투입해야 한다며 그런 결정이 다음 세대의 건강과 안녕을 좌우할 것이라고 말했다.
21세기 건강에 대한 글로벌 위협을 다루는 랜싯 위원회 (The Lancet Commission on 21st Century Global Threats to Health). 17개 위협 목록이 표시돼 있다.
17개 목록에는 이 두 가지 외에 대기 오염, 항생제 내성, 아동 영양실조, 기후 붕괴, 재래식 분쟁, 해외 원조 감소, 과도한 음주, 고혈압, 소득 불평등, 낮은 교육수준, 자연발생적 팬데믹, 비만, 정신건강 악화, 흡연, 건강하지 못한 노화 등이 포함된다.
보고서를 만든 전문가들은 모든 위협이 상호 연관되어 있어 통합적인 대응이 필요하다고 밝히면서, 각 위협에 대해 실행 가능한 현실적 대응방안”(realistic route to act)이 존재한다고 강조했다.
위원회는 목록 작성을 위해 현재 추세를 바탕으로 각 위협에 따른 질병, 장애, 조기 사망으로 잃어버리게 될 ‘건강한 수명’(years in good health)을 모델링했다. 이는 ‘장애 보정 수명’(disability-adjusted life years, Dalys)이라는 지표로 측정된다.
위원회 멤버이자 UCL(유니버시티 칼리지 런던)의 감염병 역학 교수인 이브라힘 아부바카르는 우리는 단순히 ‘인류가 직면한 위협이 이만큼이나 많으니 겁을 주겠다’는 식의 관점에서 시작하는 것이 아니다”면서, 오늘날 글로벌 다자 차원이든 국가 차원이든 정책 입안자라면 직면할 수 있는 잠재적 위협이 무엇인지, 그리고 적절히 대응할 경우 실제로 얼마나 큰 변화를 만들어낼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데서 출발한다”고 밝혔다.
미국 AI 개발 빅테크 앤트로픽 로고와 로봇 이미지. 연합뉴스
온난화 1.8°C서 막으면 건강 수명 18.9억 년 손실 막아
각 위협에 대한 최선 및 최악의 시나리오를 모델링한 이 보고서에 따르면, 지구 온난화 수준을 4.4°C까지 추가 상승하도록 방치하는 대신 약 1.8°C 상승에 그치도록 제한할 경우 18억 9천만 년에 달하는 ‘건강한 삶의 수명’(years of healthy life) 손실을 줄일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주요 위협 요인들은 소득 수준에 따라 달랐는데, 고소득 지역에서는 비만이나 정신건강 악화와 같은 비감염성 질환이 주요 위협 요인인데 비해 저소득 지역에서는 낮은 교육 수준과 같은 문제가 건강 손실의 주된 요인이었다.
부국들 원조 삭감 최대 피해지역은 사하라 이남
미국, 영국 등 상대적으로 부유한 다수의 주요 대외 공여국들이 지난 1년 사이 원조 예산을 대폭 삭감하겠다고 발표한 것도 17개 목록에 들어가는데, 위원회의 분석에 따르면 국제 보건 원조가 중단되거나 급격히 축소될 경우 2100년까지 최대 15억 년의 ‘장애 보정 수명’(Dalys) 손실이 발생할 수 있으며, 그 중의 약 70%는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의 가난한 지역에서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 지역은 아동 영양실조 문제로도 가장 큰 타격을 입고 있는 곳이다.
35명의 전문가로 구성된 이 위원회의 연구 결과는 11일 독일 베를린에서 열리는 세계보건정상회의(World Health Summit)에서 발표될 예정이다. 이들의 평가는 매년 갱신되는데, 새로운 데이터와 새롭게 등장하는 위험 요소를 반영해 17가지 위협 요인을 재평가하게 된다.
연구진은 각국 지도자들에게 기술 혁신 투자 및 보건 시스템 강화 등을 통해 위험이 위기로 확대되기 전에 선제적으로 대응할 것을 촉구했다.한승동 에디터 sudohaan@mindl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