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터센터 전력난에 열 배터리 뜬다…안토라, 7900억원 투자 유치 [뉴스] 재생에너지 전력을 고온의 열로 저장하는 ‘열 배터리’가 철강·시멘트 산업을 넘어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의 전력 공급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다.
미국 에너지저장 기업 안토라에너지(Antora Energy)는 30일(현지시각) 미국 기후기술 전문 벤처캐피털인 G2벤처파트너스와 이클립스가 공동 주도한 시리즈C 투자에서 5억5000만달러(약 7900억원)를 조달했다고 밝혔다. 투자금은 미국 내 프로젝트 추진과 두 번째 열 배터리 생산 시설 건설에 투입된다.
이번 투자에는 빌 게이츠가 설립한 브레이크스루에너지벤처스와 블랙록, 테마섹의 합작 투자사 디카보나이제이션파트너스 등이 참여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안토라는 산업용 열 공급을 중심으로 사업을 시작했지만, 최근에는 데이터센터를 포함한 전력 수요처로 적용 범위를 넓히고 있다.
안토라에너지가 미국 사우스다코타주 빅스톤시티에 설치한 열 배터리/안토라에너지
전기를 2400도 열로 저장…철강·시멘트 공정에 공급
열 배터리는 전력 가격이 낮거나 태양광·풍력 발전량이 많은 시간대에 전기를 구매해 고온의 열로 저장한다. 필요할 때 저장된 열을 산업공정에 직접 공급하거나 다시 전력으로 전환하는 방식이다.
안토라의 열 배터리는 전기로 고체 탄소 블록을 최대 섭씨 2400도까지 가열한다. 저장된 열은 철강과 시멘트 등 고온 공정에 공급할 수 있다. 화석연료를 태워 공정 열을 생산하는 기존 설비를 전기 기반 시스템으로 대체할 수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재생에너지의 간헐성도 보완한다. 풍력과 태양광 발전량이 많아 전력 가격이 낮아졌을 때 에너지를 저장하고, 발전량이 줄거나 전력 가격이 오르면 저장한 열을 사용한다. 안토라는 이 방식으로 하루 24시간 안정적인 에너지를 공급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데이터센터 전력 수요 겨냥…열을 다시 전기로 전환
안토라가 새롭게 겨냥한 시장은 AI 데이터센터다. 데이터센터 건설은 빠르게 늘고 있지만 전력망 접속 심사와 송전망 증설에는 수년이 걸리는 경우가 많다. 일부 사업자들이 발전설비와 에너지저장장치를 사업장에 직접 구축하는 이유다.
안토라는 산업용 열 공급과 별도로 저장된 열을 전기로 바꾸는 열광전지(TPV)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태양전지가 햇빛을 받아 전기를 생산하는 것처럼, 열광전지는 고온의 탄소 블록이 방출하는 빛을 이용해 전력을 만든다.
저장된 열은 증기 생산 등 기존 발전 방식과 연계할 수도 있다. 안토라는 데이터센터를 포함한 전력 수요처를 대상으로 사업을 추진하고 있지만, 구체적인 고객사와 프로젝트는 공개하지 않았다.
열 배터리는 저장한 에너지를 다시 전기로 바꾸는 과정에서 리튬이온 배터리보다 효율이 낮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대신 상대적으로 저렴한 소재를 사용하고 에너지를 수일간 저장할 수 있어 하루 이상 장주기 저장 분야에서 비용 경쟁력을 확보할 가능성이 있다고 평가된다.
앤드루 포넥 안토라 공동창업자 겸 최고경영자는 환경적 효과를 중시하는 고객도 있지만, 어떠한 효과도 비용 경쟁력을 확보하지 못하면 의미가 없어진다”고 말했다.
포엣 공장에서 첫 상업 가동…풍력 출력 제한 전력 활용
안토라는 지난 5월 미국 사우스다코타주 빅스톤시티에 있는 바이오연료 기업 포엣(POET)의 공장에서 5기가와트시(GWh) 규모의 열 에너지 저장 시스템을 가동했다. 안토라의 첫 상업 프로젝트다.
블룸버그NEF의 카일 디셀코언 애널리스트는 이 시설이 현재 추산되는 세계 열 에너지 저장 설비용량의 89%를 차지한다 고 설명했다.
이 시설은 사용되지 못하고 출력이 제한된 풍력 발전소의 전력을 낮은 가격에 구매해 열로 저장한 뒤 포엣의 생산공정에 공급한다. 포엣은 이를 활용해 화석연료 사용을 줄이는 동시에 청정연료 생산을 지원하는 연방 세액공제를 받을 수 있다.
디셀코언 애널리스트는 이처럼 여러 수익원을 결합하는 구조가 프로젝트의 금융 조달 가능성을 높이는 데 중요하다 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