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태균 그림자에 갇힌 5선시장 오세훈 [뉴스] 정치는 법정의 유무죄 판결보다 국민의 신뢰를 잃는 순간 더 큰 치명상을 입는다.
명태균의 여론조사 비용 대납 혐의로 기소된 오세훈 서울시장의 1심 재판부가 정치자금법 위반을 인정하며 벌금 1000만 원을 선고했다. 민중기 특검이 구형한 징역 1년 6개월보다 형편없이 낮은 형이지만, 형량의 많고 적음보다 법원이 불법 정치자금 이라는 범죄의 성격 자체를 명확히 인정했다는 것이 핵심이다.
물론 항소심과 대법원 절차가 남아 있고 상급심에서 판단이 달라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그러나 재판의 향방과는 별개로, 이번 사건은 오세훈 정치가 마주한 근본적인 균열을 드러내고 있다.
이번 사건은 오세훈 시장 개인의 문제에 국한되지 않는다. 명태균을 둘러싼 여론조사 의혹은 윤석열 및 김건희 관련 의혹과도 거미줄처럼 얽혀 수사와 재판이 진행됐다. 한 인물과 하나의 여론조사 네트워크를 둘러싼 사건들이 각각 다른 법정에서 다뤄지는 만큼, 한 사건의 진술과 증거는 다른 사건의 검토 대상이 될 수밖에 없다.
오세훈 시장이 마주한 법적 문턱은 단지 자신의 결백을 증명하는 것을 넘어 명태균의 진술과 비용을 대납한 김한정을 비롯한 관련자들의 증언, 자금 흐름, 여론조사 진행 과정 등 복잡하게 얽힌 사실들을 밝혀내며 설득력 있게 증명해 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재판이 진행되는 동안에도 정치는 궁여지책의 생리에 따라 또 다른 활로를 모색할 것이다. 항소와 상고가 이어지는 법적 공방 속에서도 오세훈 시장은 서울시장으로서의 직분을 유지하며 차기 대권주자로서의 존재감을 키우려 몸부림을 칠 것이다.
그러나 정치적 몸집은 언론 노출과 허드렛 행사 참석만으로 커지지 않는다. 국민의 신뢰가 뒷받침되지 않는 외형 확대는 중심이 비어 있는 모래성일 뿐이다. 시민들이 진정으로 우려하는 지점도 바로 여기에 있다. 서울시정을 안정적으로 이끌어야 할 책임보다 차기 대권을 위한 이미지 관리가 앞서 있다는 인상을 주는 순간, 서울시는 시정의 공간이 아니라 대권을 위한 디딤돌로 소비될 뿐이며 시민은 그 배경으로 전락하게 된다.
정치는 법정의 유무죄 판결보다 국민의 신뢰를 잃는 순간 더 큰 치명상을 입는다.
사법적 결론이 언제, 어떤 방향으로 내려지든 간에 오세훈 정치가 지금 직면한 가장 매섭고도 두려운 법정은 법원이 아니다. 국민 앞에서 스스로 증명해야 할 도덕성과 정치적 신뢰의 문제다. 이 질문에 답을 내놓지 못한다면, 남은 임기와 시간은 도약을 향한 전기가 아니라 지리멸렬함만을 확인하는 기록으로 남게 될 것이다.홍순구 시민기자 dranx@naver.com